<이슈&인물> 입이 화 부른 김성회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17 10:56:37
  • 호수 1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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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초토화시킨 ‘막말 종결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를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했다. 그 후로 일주일 만인 지난 13일, 김 비서관은 사퇴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라고 말해 자진사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질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임명 후 그의 별명은 ‘폭탄·혐오발언 제조기’였기 때문이다.

김성회 전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윤석열정부 출범 대통령실 비서관급 첫 낙마 사례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지켜보겠다던 대통령실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자칫 윤석열정부의 인사 검증 부실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운동권 출신
활동가의 길

혐오 발언으로 사퇴를 부른 김 전 비서관은 1965년 충북 괴산군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화려한 운동권 경력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 민족 통일·민주 쟁취·민중 해방 이념을 목표로 한 전국 학생 총연합 삼민투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연세대학교 민족자주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1985년 4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1986년 5월 출소한 김 전 비서관은 인천과 수원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1987년 5월 위장취업이 들통나 다시 구속됐지만 두 달 만에 석방됐다. 그 후 그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구속돼 1년여의 옥살이를 했다.


1990년 연세대학교에 복학해 고시 공부를 시작했으나 집중할 수 없었던 그는 다시 운동단체의 상근 활동가의 길을 선택했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연합이란 단체에서 교육선전국장을 맡았다. 1997년에는 대통령선거 때 국민승리21 권영길 대통령후보의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운동권 활동가의 삶을 살던 그는 DJ(김대중)정부 때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1999년 6월 그는 제2건국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청와대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김 전 비서관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 경선 당시 이인제 캠프에 합류했다. 

이인제 캠프에서 경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맛본 그는 이후 급격하게 정치적 방향을 바꿨다. 김 전 비서관은 2007년 인터뷰에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능동적인 산업화를 위해 국민적 힘을 모았다. 굉장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 동원 능력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승만에 의해 토지개혁이 강도 높게 이뤄졌다. 또 국민 너나 없이 교육 받을 수 있게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비서관은 뉴라이트 창립에도 직접 관여했다. 당시는 이인제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2005년이다. 당시 <충청리뷰> 보도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장일 전 자민련 국장과 함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전신이 되는 ‘뉴라이트 충청포럼’을 결성했다.

끝없이 정치 향한 도전
함께 터진 과거 발언들


이어 2007년에는 이 의원의 선거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다.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새누리당으로 당을 갈아타는 기간에도 김 전 비서관은 함께했다. 

김 전 비서관이 직접 정치 행보를 걷기도 했다. 비록 탈락했지만 2014년에 새누리당 청원군 당원협의회장 공모에 응시했다.

2016년 11월10일 창립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중앙회장을 맡았다. 이전까지는 운동권 출신과 뉴라이트로 이름을 알렸다면, 반 전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회장을 맡은 뒤로는 판도가 바뀌었다. 이 팬클럽은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지역을 거점으로 생긴 순수 팬클럽으로 시작했다. 

반딧불이 회원은 2만5000명이나 됐고 정치인도 다수 참여했다. 반 전 총장이 한국에 입국할 당시 김 전 비서관은 500명 정도 회원과 함께 환영하는 활동을 했다.

정치인이 참여하는 싱크탱크 ‘글로벌 시민포럼’을 출범하기도 했다. 김 전 비서관은 글로벌 시민포럼에서 ▲군대 ▲저출산 ▲보육 ▲결혼 ▲일자리 ▲해외 취업 등 청년 정책을 망라해 거론했다.

2017년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으며 직간접적 지원사격을 펼쳤다. 이런 방식으로 김 회장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폭탄·혐오발언 제조기’ 별명은 김 전 비서관의 정치활동과 함께 시작됐다.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김 전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누리꾼과 설전을 벌였다. 누리꾼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전 비서관은 “그럼 정부가 나서서 밀린 화대라도 받아내란 말이냐?”는 비난의 댓글을 남겼다. 

진정성
어디로?

페이스북은 이를 두고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차단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김 전 비서관은 “누군가 제 페이스북을 보며 끊임없이 신고한다. 어이없는 사안을 가지고 차단켜서 나의 언로를 막으려고 작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서 너무 심하다. 예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2019년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레인보우 합창단은 동성애와 상관없다.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병의 일종으로 생각한다”며 “선천적으로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후천적인 버릇이나 습관을 자신의 본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에 동성애가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에 한 막말은 여성 비하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3월1일 김 전 비서관은 인터넷 언론사 <제3의길>에 ‘조선시대 절반의 여성이 성노리개였다’는 칼럼을 썼다.

이 칼럼에서 그는 “일반 여성 노비들의 경우 결혼하기 전에는 낮에 집안 허드렛일을 하고, 밤에는 양반집 주인이나 그 아들의 성노리개가 돼야 했다. 그리고 결혼은 노비를 양산하기 위해 주인이 정해주는 대로, 다른 외거 노비나 일반 양민과 결혼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주인이 노비가 결혼해 살림하는 곳으로 찾아와 남편을 내쫓고 잠자리를 갖기 일쑤였다. 즉, 결혼하고서도 성노리개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문화센터
공금 횡령도

김 전 비서관의 과거 발언이 화두가 된 것은 그가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에 임명된 후부터다. 이미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는 김 전 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 상황을 의식했는지 김 전 비서관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밀린 화대’ 발언, 동성애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한 발언 등에 관해 설명했다. 우선 ‘밀린 화대’에 관해서는 “박근혜정부 때 진행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두고 포괄적 사과와 배상이 이뤄지자 누리꾼이 트집을 잡았다.


개인 보상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누군가와 언쟁을 하면서 댓글로 짤막하게 대답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이건 페이스북에서 개인 사이 언쟁으로 일어난 일이다. 지나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깨끗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김 전 비서관은 위안부 할머니에게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동성애 발언에 대해서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성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전달했다. 

사과문을 통해 그는 “개인들의 다양한 성적 취향에 대해 존중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한다. 후천적인 버릇이나 습관인데 동성애를 자신의 본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본다”며 “이런 경우에는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성적 취향에 대한 혐오 발언의 성격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위안부) 화대라도 받아내라고”
“동성애, 정신병 일종으로 생각”
“조선시대 절반의 여성 성노리개”

김 전 비서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사과문은 시민사회수석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커진 결과를 초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비서관의 사과문에 진심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지난 1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전 비서관이 일본군 위안부 비하 발언에 대해 깨끗이 사과한다면서도 비판이 과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억울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사과는 무늬만 사과”라며 “왜곡된 역사 인식과 그릇된 가치관에 아무런 단서도 달지 말고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김 전 비서관의 동성애 혐오 발언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11일 “김 전 비서관이 혐오 발언에 대해 깨끗이 사과한다는 형식적인 말과 달리 오래된 혐오의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며 “발언을 한 이가 대통령 비서관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윤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차별적 구조를 외면하고 동성혼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하던 대통령은 자신이 처음으로 임명한 비서관의 이러한 혐오 발언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느냐”며 “평등과 존엄을 규정한 헌법 준수 의무를 선언한 이로써 임기 이틀 만에 성 소수자들이 이렇게 모욕을 당하는 상황에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질책했다.

문제는 김 전 비서관의 문제가 막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전 비서관은 과거 대표로 있었던 ‘한국다문화센터’의 공금을 횡령하고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다문화센터는 후원자들의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2016년 김 전 비서관은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로 재임했다. 당시 본인 소유의 SUV 차량을 할부로 구입했지만, 차량 구매 할부금은 다문화센터가 내게 했다. 차량 할부금을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가 아닌 한국다문화센터 명의 계좌로 바꿔놓은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이 한국다문화센터 공금을 사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이다. 이런 수법으로 김 전 비서관은 2016년 11월21일부터 2018년 3월20일까지 약 437만원의 공금을 횡령했다. 그는 2019년 3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고, 같은 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문화센터의 자문 관리 등을 총괄하는 이사로서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다문화센터의 자금을 자신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하고자 했다. 불법 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임명 직후 
사퇴 여론

김 전 비서관은 “차량은 다문화센터 업무를 위해 사용했고, 횡령의 고의는 없었다”고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2020년 11월10일 ‘400만원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광훈 매체서 ‘김건희 찬양’ 후 비서관 내정됐던 김성회

윤석열정부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후 자진사퇴한 김성회 전 비서관은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극우성향 매체 논설위원을 맡아 여러 차례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를 치켜올리는 기사와 칼럼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회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21일 <자유일보>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인터뷰한 기사를 올렸다. 인터뷰는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닷새 뒤 김 전 비서관은 같은 매체에 “윤석열이라는 시골 검사를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려세운 것은 ‘평강공주 김건희’였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기고를 게재했다.

그는 대선 당일인 3월9일 칼럼에서도 “고구려 귀족 집단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선택하고 키웠듯이, 김건희 대표는 파격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썼다.

<자유일보>는 2020년 2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창간한 매체다.

전 목사는 지난달 26일 설교에서 “조·중·동이 박근혜 탄핵에 앞서는 바람에 내가 <자유일보>라는 일간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매체 대표이자 발행인은 전 목사의 딸인 전한나씨다.

이 매체는 누리집에 ‘공산제국주의 세력과의 100년 전쟁을 주요 테마’라고 명시하고, 올해를 ‘건국 74년’이라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등 극우 성향을 띤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부터 객원 논설위원과 논설위원으로 30여개의 칼럼을 썼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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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