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마약중독' 성분보다는 주변환경에 큰 영향

[기사 전문]

‘중독’,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중독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독성 물질을 먹어 목숨이 위험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 또는 사상,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뭔가 무시무시하죠?

하지만 중독은 생각보다 심각한 게 아닙니다.

우리 주위에도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거든요.


스마트폰에 중독된다거나, 먹는 것에 중독된다거나, 종교에 중독된다거나... 중독은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중독의 원인이 마약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만일 여러분에게 헤로인이라는 약물을 장기간 투여한다면, 그 중독성 때문에 여러분의 몸은 헤로인에 대한 갈증으로 괴롭게 될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헤로인을 투여하고 있습니다.

바로 병원에서요.

우리가 크게 다쳐 수술을 하거나 심각한 병으로 통증을 호소하면 병원에서는 헤로인과 성분은 같지만 이름만 다른 다이아모르핀을 장기간 투여해줍니다.

그러면 이 환자 중 일부는 약물에 중독되는 일이 발생하겠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국 통증학회는 환자 1만명 중 2명 미만으로 약물의존성 중독이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들이 알고 있기론 마약은 강한 중독성이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요?

1980년 캐나다의 심리학자 브루스 K. 알렉산더 박사는 헤로인 중독에 관한 연구를 보던 중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헤로인의 높은 중독성은 20세기 초, 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검증이 되었는데요.

쥐 한 마리를 우리에 가두고 물병 두 개를 줍니다.

한쪽에는 그냥 물을, 다른 한쪽에는 헤로인을 섞어서 말이죠.

실험 결과 거의 모든 경우, 쥐는 헤로인이 섞인 물에 집착했고 치사량이 넘을 때까지 마시다 죽었습니다.

이 실험을 본 알렉산더 박사는 우리에 혼자 갇힌 쥐에게는 선택권이 헤로인과 물 두 가지뿐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그는 ‘실험을 다르게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알렉산더 박사는 먼저 쥐 공원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넓은 공간에 톱밥을 깔아 폭신폭신한 바닥을 만든 뒤 쥐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맛있는 먹이를 준비했습니다.


쥐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환경으로,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들이 가득하고 암컷 수컷이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헤로인 성분의 물과 일반 물을 함께 줬습니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쥐들은 약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집착도 하지 않았습니다.

갇혀있는 쥐들보다 섭취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쥐들이 약물에 중독된 상태가 아니라서 적게 섭취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알렉산더 박사는 다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두 그룹의 쥐를 준비합니다.

그들에게 57일간 강제로 약물을 먹여 중독되게 한 다음 좁은 우리와 쥐 공원에 각각 풀어줬고, 똑같이 두 물병을 각각 제공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좁은 우리에 갇힌 중독된 쥐들은 약물에 집착하고 더 많은 약물을 섭취했습니다.

반면 쥐 공원에 풀어놓은 중독된 쥐들은 오히려 집착하지 않았고 섭취량 또한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오히려 거부하는 쥐도 있었죠.

이것으로 알렉산더 박사는 확신했습니다.

“마약중독은 성분 때문이 아니라 주변 환경 때문이다.”

쥐 공원 실험과 같은 일이 인간에게도 일어난 적이 있었으니, 바로 베트남 전쟁입니다.

당시 전쟁에 참여한 미군의 20%는 헤로인을 하는 상태였습니다.

미국 본토의 국민들은 ‘전쟁이 끝난 뒤 거리는 헤로인에 중독된 군인들로 가득 찰 것’이라는 예감에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활원에 들어가거나 금단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었으며 95%의 사람이 약물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집을 떠나 외국의 정글에 떨어져 언제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라면 헤로인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겠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행복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우리에 갇힌 쥐를 꺼내 쥐 공원에 넣어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결국 화학물질보다는 스스로 만든 마음의 감옥이 문제라는 겁니다.

중독에 관해서 다른 시각을 가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유대하고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삶의 무게에 지쳐 고독해질 때 우리는 안도감을 주는 다른 무언가와 함께합니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하고, 누군가는 종교에 심취하고, 누군가는 음식에 집착하죠.

인간은 그것이 해롭든 해롭지 않든 다른 유대할 것을 찾게 됩니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결국 해로운 유대에서 벗어날 길은 건강한 유대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자녀와 함께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의 우리사회에서는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더 가치 있는 것을,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값진 물건을 선택하는 게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회복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보다는 배척을 선택하고, 뜻이 맞지 않는다면 비난을 서슴지 않으며, 누군가의 죽음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물질은 풍족해졌지만, 관계는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중독으로 내모는 건 무엇일까요?

물론 쥐 공원의 모든 쥐가 행복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환경이 주는 행복이란 가치는 상대적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궁지에 내몰거나 벗어나는 것은 내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스스로 만든 마음의 철창문을 열고 소홀했던 주변을 바라보세요.

소중한 가족이 친구가 연인이 자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명심하세요.

중독은 유대관계의 단절이 주는 하나의 증상일 뿐입니다.

자! 그러면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진 않으신가요?
 

총괄: 배승환
기획&구성&편집: 김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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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