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보험금 사냥꾼 이은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26 10:19:48
  • 호수 1372호
  • 댓글 2개

검찰은 놓치고 방송이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보험 사기는 10년 전부터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최근 남편 보험금을 노린 잔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은 여러 차례 살해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7년 전 ‘엄여인 보험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와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가 지난 19일 인천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페이스쉴드와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이은해는 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이지 않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반면 포승줄에 결박된 조현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호송됐다.

8억 노린 
계곡 살인

이은해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형법은 부작위범을 결과에 의해 처벌하도록 했다. 따라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피의자에게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저버린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공개수배 18일째, 도주 124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이은해는 경찰 검거망이 좁혀오자 당일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고, 은신처인 오피스텔 건물 15층으로 오도록 했다.

이미 두 사람의 은신처 오피스텔 건물을 파악하고 탐문하던 경찰은 해당 건물 15층으로 가 복도로 나온 조현수를 만났고, 조현수 안내에 따라 22층 오피스텔 안에 있던 이은해까지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 실제 은신처인 22층이 아니라 15층으로 오도록 한 의도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19일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를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은해와 조현수는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섰다. 이은해는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뒤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선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다”라며 “지금까지 온 길보다(가야 할 길이) 훨씬 멀어 보이는 사건”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지금부터 밝혀야 할 문제가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예상했다. 또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단(윤씨에게) 아무런 신체접촉이 없었다”며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결국 사망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은해는)피해자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이들도 처음에는 ‘자기들은 보험금을 못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남편 명의 생명보험 4건 계약
보험 실효 4시간 앞두고 숨져


이어 “(물에 빠진 윤씨에)도움을 줘야 할 상황인데 도움을 주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면 ‘부작위 살인’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튜브를 던져줬다. 마지막 순간에는 못 봤다’고 한다면 그 장면이 CCTV에 안 잡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은해 범죄를 도와준 인원을 최소 4명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은 검찰이 이은해 등의 공개수배를 내린지 나흘 뒤인 지난 3일 이들과 함께 경기도 외곽으로 1박2일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은 여행 중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이은해가 결제한 신용카드의 명의자와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의 월세 계약자다.

다만 검찰은 이들에게 범인 은닉이나 범인 도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조사 후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조직범죄의)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누가 지명수배된 사람과 1박2일 여행을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들 주변에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이가 많은데 아마 검거 전 텔레그램 등에서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과 법적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은해는 동료들과 보험 사기를 저질러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은 혼자 하기는 어렵다. 이은해가 2년간 혼인에 이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다수의 남자들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지난 20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은해는 전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A4 용지 2장, 1600자에 가까운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은해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진술서 중 3분의 1을 복어 독을 이용한 1차 살해 시도를 부인하는 데 할애했다. 

검찰은 이은해가 조현수에게 텔레그램으로 ‘복어 피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고,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이를 추궁하자 다음날 이은해는 도주했다.

이은해는 “너무나 나쁜 얘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해하려 했다면 음식을 왜 다 같이 먹었겠느냐”며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사망 사건 당일에는 이은해 부부를 포함해 7명이 용소계곡으로 놀러갔다. 함께 간 지인 5명은 모두 이은해의 지인이었다. 그중에는 조현수도 있었다. 용소계곡은 수심 4m로 폭포 위에서 다이빙하기에 충분했다. 이은해 지인들은 다이빙하면서 놀았지만, 수영을 잘하지 못했던 윤씨는 내내 얕은 물에서만 있었다. 

4개월 도피
조력 최소 4명

지인들에 따르면 윤씨는 물을 무서워하기까지 했다. 당시에 7명이 함께 물놀이하다가 오후가 돼서 날이 쌀쌀해지고 추워지니까 남녀 한 쌍은 주차장으로 갔다. 해질 시간이 가까우지면서 주위 인파도 급격하게 줄었다. 저녁 8시경 계곡에는 이은해와 윤씨, 그리고 조현수와 부부 한쌍의 다섯 명만 남았다.


이은해는 돌아가기 전에 다이빙을 하자고 제안했다.

수영을 못하는 윤씨가 거절하자 이은해는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 윤씨는 이은해를 말리고 본인이 하겠다고 태도를 바꾸며 다른 남성 2명과 함께 계곡을 건너 다이빙하기 위해 폭포 위로 올라갔다. 남성 2명이 물 속으로 다이빙한 뒤 마지막으로 윤씨가 다이빙을 했다. 윤씨가 물 위로 얼굴과 팔이 떠오른 걸 본 사람들은 당연히 물 밖으로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돌아섰다.

사람들은 윤씨가 물에서 나오지 않자 뒤늦게 사고라는 것을 인지했다. 119에 신고해 출동했지만 윤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윤씨는 보험 실효 4시간 전 가평 용소계곡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누구의 폭행이나 협박, 신체접촉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윤씨를 구조하려고 시도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했지만 내사종결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은해는 보험금 총 8억원을 수령하려 했지만 보험사의 거부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윤씨가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은 미납으로 해지될 뻔한 상황이 지속·반복되면서 간신히 계약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직원은 이은해가 8억원의 생명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 사기, 즉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이은해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가평 계곡 익사 사건은 2020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돼 알려지게 됐다. 해당 방송은 놀랍게도 이은해가 SBS에 직접 제보해 전파를 탔다. 당시 이은해는 “보험사 측이 내가 보험금을 노렸다며 사망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유가족과 당시 일행을 만나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험사 횡포가 아닌 이은해와 조현수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취재 후 방영이 예정됐다. 그러자 이은해가 법원에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패소했고 방송은 그대로 송출됐다. 시청자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거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다. 

결국 이은해는 SBS 상대로 “방송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경찰은 이은해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윤씨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고 먼저 다이빙한 조현수는 튜브를 타고 있었지만 윤씨에게 던져주지도 않았다. 

돈 못 받자
직접 제보

과거 이은해가 윤씨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9년 2월 이은해와 조현수가 강원도 양양의 펜션에서 복어 피와 정소 등을 섞은 음식을 윤씨에게 먹여 살해하려 했다. 치사량의 독성에 미치지 않아서 미수에 그쳤다.

3개월 뒤인 5월에도 용인의 한 낚시터에서 물에 빠트려 살해하려다가 지인이 잠에서 깨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런 사실들이 포착되면서 용소계곡 건뿐만 아니라 두 건의 살인미수로도 추가 입건된 상황이다. 

윤씨 명의였던 생명보험은 가입 과정부터 수상했다. 이은해와 윤씨는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했고 5개월 뒤 윤씨 명의로 생명보험 4건에 가입했다. 사망 담보 위주의 설계였다. 보험금이 비싸서 부담되다 보니까 사망보험금은 유지하되 보험료를 낮춰달라면서 설계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남편이 55세 이전 사망 시 8억원을 받지만 그 후에는 보험금이 급감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윤씨가 사망했고 중간에 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하다가 겨우 되살리는 등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사망 당시 40세였던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15년째 근무 중이었다. 11살 어린 이은해를 만나 2016년 가을에 결혼했다. 채널 A에 따르면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하면서 결혼사진을 찍고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이은해는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결혼을 강하게 원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하면 기초생활수급 자격과 한부모 보조금 혜택을 잃게 돼 미국에서 결혼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은해는 이전에 사귀던 남성 사이에 낳은 어린 딸이 있었다. 하지만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윤씨의 보험금을 노리고 미국에 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미국에서 혼인신고해 사망보험금 수령이 불가능해지자 국내에서 재차 혼인신고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은해는 윤씨에게 혼인신고를 하면 한부모 지원금을 못 받으니 자신이 원하는 만큼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본가에서 받은 1억원에 대출금 4000만원을 더해 인천에 신혼집을 꾸렸고, 2017년 3월에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윤씨는 신혼집이 있는데도 수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반지하 방에서 혼자 사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 

윤씨는 이은해와 결혼 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거액의 채무와 수상한 금융거래 흔적까지 드러났다. 월급을 조현수에게 송금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생필품도 사지 못해 괴로워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본이 올라오기도 했다. “진짜 미안해” “전기금 끊긴다고 해서 3만8000원만 보내줘” “아껴 쓸게. 월급 탄 거 내가 다 보냈어. 돈이 하나도 없어 1만원만 입금해줘.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랑 생수 사 먹을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외여행만 가면 가방 도난 신고
귀국 후 보험금 수차례 수령 흔적

윤씨가 장기매매로 돈을 벌려고 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시기에도 이은해는 해외여행을 계속 다니기도 했다. 과거 이은해는 여행자 보험금을 수차례 받았다. 2017년 9월 이은해는 당시 사귀던 남성과 일본 여행을 갔다.

혼인신고 6개월 후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허위신고한 후 피해 신고 접수증을 받아 귀국한 다음에 보험금 150만원을 받았다. 2019년 5월에도 조현수와 마카오 여행 때도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200만원을, 같은 해 9월에도 마카오 여행을 가서 똑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은해는 과거에도 남자친구 김모씨를 이용해 보험금을 받으려고 시도했다. 2010년 인천 미추홀구(당시 남구) 석바위사거리 한 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김모씨는 사망했고 이은해는 사망 보험금을 수령했다. 사고는 당시 단순 교통 사망사고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2010년경 ‘인천 석바위 사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관한 제보를 기다린다는 영상을 내보낸 적이 있다.

방송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사고 당시 이은해가)동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행, 사기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망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014년 의문사는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은해와 교제하던 이모씨는 파타야 산호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태국에서 이은해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고 소식을 알았고, 이후 태국으로 건너가 이은해와 함께 장례절차를 진행했다.

태국 사고 현장에서도, 이은해와 동거하던 집에서도, 유품 중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은 “2년 가까이 사귀는 동안 이은해와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며 “휴대전화 없이 유족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의심했다.

현지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찾지 못했으며, 이씨의 사망은 사고사로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해의 과거 행적이 온라인상에서 잇따라 불거지면서 과거 사건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수호 변호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은해 계곡살인 사건에 대해 “17년 전 엄여인 보험금 살인 사건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첫번째로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다. 남편인 윤씨 사망일에 촬영한 영상을 보면 윤씨가 괴롭힘을 당하고 이은해는 웃고 있었다. 엄여인 본명인 엄인숙도 사람들이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보이는데 특히 보험 관련성도 있다. 이은해는 보험이 만료되지 않도록 관리했고 엄인숙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잠시 보험설계사로 일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로 심리적 지배 또는 기망이다. 엄인숙이 피해자를 극진히 간호하며 의심을 피했고 이은해는 남편을 지배한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은 본인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속이거나 기망 또는 지배했다”고 덧붙였다. 

이은해는 2002년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에 출연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인 신동엽과 건축 디자이너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찾아 집을 개조해주거나 선물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2년 <러브하우스>
11세 효녀로 출연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이은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 중인 어려운 가정사를 공개했다. 이은해 부모는 “국가보조금 45만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며 “은해의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해 잠을 못 잔다”고 호소했던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