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6색' 차기 국세청장 쟁탈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31 09:30:57
  • 호수 13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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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적 공식이냐 새로운 선택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윤석열정부의 국세 행정을 책임질 국세청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세청장 임명에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다. 국세청 차장, 서울국세청장 등 내부 승진이다. 하지만 윤정부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전 공식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교체는 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다. 오는 5월10일 문재인정부가 막을 내리고 윤석열정부가 들어선다. 최대 관심사는 4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국세청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이냐는 점이다. 

역대 청장 
17명 보니…

장관급 직책이 아님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권력기관들의 수장은 중립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역대 정권들은 4대 권력기관을 활용해 국정 운영을 수월하게 이끌어왔다. 검경을 통해 과거 사건을 수사하거나 국세청을 통해 기업 길들이기도 했다. 

국세청장의 역할만 따지면 장관급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기 ‘적폐 청산’을 외치며 첫 국세청장으로 한승희 전 청장을 발탁했다. 한 전 청장은 고액 재산가와 대기업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라고 알려졌다. 

윤정부의 국세 행정을 책임질 국세청장으로 누가 낙점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새 국세청장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장 임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나 통상 2년을 주기로 바뀌고 있으며, 김대지 현 국세청장은 2020년 8월에 취임했다. 


과거 새 국세청장 후보자에 주로 내부 인사가 지명돼왔다. 국세청 차장, 서울국세청장, 중부국세청장, 부산국세청장 중에서 국세청장으로 내정됐다. 노태우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국세청장 17명 가운데 국세청 차장에서 승진한 인사는 7명, 서울청장에서 발탁된 인사는 6명, 중부청장에서 영전한 인사는 1명, 나머지 3명은 외부 인사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성원하고 국정과제를 적극 지원해 왔다는 점은 여·야 모두에게 각인돼있다”며 “이 때문에 국세청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내부 승진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요시사>는 윤정부 첫해 차기 청장 후보군으로 국세청장 6명을 분석했다. 

▲임광현 국세청 차장 = 임광현 국세청 차장은 국세청 2인자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1969년 충남 홍성 출신으로 강서고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8회로 국세청에 입문했다. 1995년 공주세무서 직세과장으로 세정 업무를 시작했다. 

2015년 중부청 조사1국장으로 발령받으며 공직생활 20년 만에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했다.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한 이후 계속해서 조사국장으로만 근무했다. 이후 중부청 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까지 무려 6번의 조사국장을 역임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재임기간 2년…5월 내정 전망
임광현·임성빈 ‘2파전’ 유력


탁월한 업무능력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국세청장 재목으로, 주변의 인정을 받아온 엘리트 출신이다. 하버드 법대 출신인 그는 과장 시절에도 본청에서 정책보좌관과 조사기획과장을 거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일하면서 국세청 선배였던 전관 출신의 공직 퇴임 세무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두지휘했다. 또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일 때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수출 브로커 등에 고강도 세무조사를 즉각 실시했다. 

부동산 법인에 대한 전수 검증과 탈루 혐의에 대한 조사도 적극 실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또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다국적기업 등 그동안 쌓아왔던 조사 역량을 발휘하면서 진가를 뽐내기도 했다.

김대지 국세청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고위 공무원단 인사에서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며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했다. 가급 승진이 2020년 9월이었고 지난해 7월 국세청 차장으로 이동하면서 국세청 2인자 자리에 앉게 됐다.

직원들의 평가도 좋다. 그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는 한 직원은 “업무능력이 출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잔정이 많다”고 전했다. 일례로 직원들의 인사발령 후 반드시 직접 전화해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임 차장은 검소하기로도 유명하다.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던 한 간부는 2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임성빈 서울국세청장 = 임성빈 서울국세청장은 1965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7회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해 국세 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지만 그중에서도 조사업무에 두드러진 장점을 보인다. 징세업무 뿐 아니라 조세심판원에서 2년간 근무한 경력으로 납세자 보호에 대한 이해도도 깊다. 중부청 조사1국, 서울청 조사4국, 본청 조사국 등 조사 분야에서 근무한 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파견을 다녀왔다.

국세청으로 복귀한 이후 서울청 국제조사3과장, 본청 국제조사과장 등 조사 파트 근무를 계속 이어갔다. 실무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노하우가 축적된다는 황금시기를 모두 조사국에서 보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국세청 최고 요직이자 어려운 자리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에 발탁돼 진가를 발휘했다.

조사 전문가? 
멀티플레이어?

이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탄탄대로였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경남고 동문이다.

특히 임 청장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기업이 많은 피해를 입었을 때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한 각종 세정 대책을 내놓으며 위기 타계를 도왔다.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본청과 지방청, 일선 세무서에 체계적인 협업을 만들었다. 피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상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국세청 1급인 부산국세청장으로 승진하고서도 서울 국세청장 자리까지 앉았다.

김대지 청장을 제외하고 현재 최고참 행시 출신으로 국세청 내부에서의 신망도 두텁다. 임 청장을 잘 아는 지인들은 선이 굵으면서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또 남다른 정무적 감각으로 상황 판단을 거시적으로 해내면서 상하 직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김재철 중부지방국세청장 = 김 청장은 1964년 생으로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순천고와 국립세무대학을 4기로 졸업했다. 8급 특채의 국세청 고위직 명맥을 이어가면서 세대 출신 국세청 직원들의 희망으로 불린다. 세대 출신 중에서 국세청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한 것은 역사적으로 김재웅 전 서울청장, 김한년 전 부산국세청장 단 두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김 청장의 경우 본청 세정 홍보과에서 근무 당시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4년간 본청 세정 홍보과에서 근무하면서 국세청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성실납세를 지원한다는 납세자 친화적 이미지로 변화하는 데 큰 노력을 쏟았다.

이후 목포세무서장으로 초임 기관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서울청 조사3국3과장으로 본격적인 관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후 김희철 전 서울청장을 보좌하는 서울청 운영지원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최초로 서울청의 균형 성과평가 조직평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세대냐
행시냐

이후 본청으로 입성해 국세청 납세자 보호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세무조사 실시간 모니터링, 조사팀 교체명령, 세무조사 입회제도와 같은 획기적인 제도도 내놨다. 또 국세청 최초로 세무대학 출신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대변인 시절 국세청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경청하는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졌다. 또 국세청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등 특유의 친화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세대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중부청장 자리에 앉으면서 세대 출신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김덕중 전 중부국세청장이 일약 국세청장으로 발탁된 적이 있어 김 청장도 기대해볼만하다. 

▲노정석 부산지방국세청장 = 노정석 부산지방국세청장은 196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해 대광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8회로 국세청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노 청장은 사무관 시절 서울 대기업의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청 조사1국1과1계장으로 근무하다 노무현정부 말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을 다녀왔다. 국세청에서 근무하다 청와대 파견의 길을 걸으면 어김없이 잘나가는 선배들의 길을 그대로 밟아왔다.

본청 입성 후에는 자산과세국장, 국제조세관리관, 조사국장, 법인납세국장 등 주요 요직에서 근무했고,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하며 부산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됐다.

특히 본청 자산과세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고액자산가의 변칙 상속, 증여, 자본거래 등을 통한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적극 대응한 바 있다. 자산과세 분야 과세 인프라 확충 및 전산화, 과학화를 위해 노력해 자산과세 행정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우수공무원으로 포상받기도 했다.

새 정권 새 청장은 누구?
내부 승진? 외부 영입론도

본청 조사국장 당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대면 중심의 간편조사 방식의 전환과 세무 부담은 완화시키면서도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반사회적 탈세에는 조사역량을 집중하면서 역량을 발휘했다. 코로나 여파로 법인세수 절벽으로 위기상황이었던 시기에는 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납세자 성실신고를 적극 지원해 성실납세 문화를 조성하는 등 안정적 세수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얻었다.

▲강민수 대전국세청장 = 강민수 대전국세청장은 1968년 경남 창원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행시 37회로 국세청에 발을 디뎠다. 

그는 제주세무서 총무과장, 안양세무서 소득세과장을 시작으로 버밍엄대 국외훈련, OECD 사무국 파견돼 국제 관련 실무를 익혀왔다. 이후 강 청장은 국세청 기획재정담당관, 부산국세청 조사1국장, 조세심판원 상임조세 심판관,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강 청장의 경우 문재인정부에서 홀대받은 인물로 유명하다. 본청 국장을 5번이나 지내면서 1급 승진 후보에 다섯번이나 올랐지만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밝힌 것 아니냐, 뒷배가 없으니 계속 밀린다” 등의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7월부터 2급 지방청장직을 맡고 있다. 

▲김창기 전 부산청장 = 김창기 전 부산청장은 1995년에 제주세무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경북 봉화 출생으로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행시 37회로 공직에 입문, 국세청 감사관과 개인납세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주요 직위를 두루 거쳤다. 

중부국세청장 시절 신종업종·취약분야에 대한 신고 도움자료 제공을 확대, 수요자 중심의 성실신고 지원 강화로 세입예산의 안정적 조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퇴임사에서 공무원으로서의 보람은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본청에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일했던 시절에 가장 보람을 느꼈고, 직급의 높낮이나 경력, 나이는 이와 큰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천장은 오랫동안 국세청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퇴직한 국세청 외부 인사로서 상황에 따라 내·외부 인사로 유연하게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5년 만에 정권교체 후 새 정부의 첫 지명인만큼 보수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역대 사례들을 보면, 정권 첫 청장으로 차장이나 서울청장을 지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정부에선 외부 인사인 이용섭 전 국세청장을 지명했다.

파격적인
결정할까

이런 분위기에서 내부승진 후보군을 뛰어넘어 노정석 부산청장을 비롯해 문재인정부에서 소외됐던 강민수 대전청장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예 이들을 제외한 외부영입론도 나오고 있다. 부산청장, 대전청장에서 곧바로 국세청장에 오른 케이스는 아직 없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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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