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6색' 차기 국세청장 쟁탈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31 09:30:57
  • 호수 1368호
  • 댓글 0개

암묵적 공식이냐 새로운 선택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윤석열정부의 국세 행정을 책임질 국세청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세청장 임명에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다. 국세청 차장, 서울국세청장 등 내부 승진이다. 하지만 윤정부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전 공식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교체는 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다. 오는 5월10일 문재인정부가 막을 내리고 윤석열정부가 들어선다. 최대 관심사는 4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국세청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이냐는 점이다. 

역대 청장 
17명 보니…

장관급 직책이 아님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권력기관들의 수장은 중립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역대 정권들은 4대 권력기관을 활용해 국정 운영을 수월하게 이끌어왔다. 검경을 통해 과거 사건을 수사하거나 국세청을 통해 기업 길들이기도 했다. 

국세청장의 역할만 따지면 장관급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기 ‘적폐 청산’을 외치며 첫 국세청장으로 한승희 전 청장을 발탁했다. 한 전 청장은 고액 재산가와 대기업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라고 알려졌다. 

윤정부의 국세 행정을 책임질 국세청장으로 누가 낙점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새 국세청장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장 임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나 통상 2년을 주기로 바뀌고 있으며, 김대지 현 국세청장은 2020년 8월에 취임했다. 


과거 새 국세청장 후보자에 주로 내부 인사가 지명돼왔다. 국세청 차장, 서울국세청장, 중부국세청장, 부산국세청장 중에서 국세청장으로 내정됐다. 노태우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국세청장 17명 가운데 국세청 차장에서 승진한 인사는 7명, 서울청장에서 발탁된 인사는 6명, 중부청장에서 영전한 인사는 1명, 나머지 3명은 외부 인사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성원하고 국정과제를 적극 지원해 왔다는 점은 여·야 모두에게 각인돼있다”며 “이 때문에 국세청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내부 승진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요시사>는 윤정부 첫해 차기 청장 후보군으로 국세청장 6명을 분석했다. 

▲임광현 국세청 차장 = 임광현 국세청 차장은 국세청 2인자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1969년 충남 홍성 출신으로 강서고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8회로 국세청에 입문했다. 1995년 공주세무서 직세과장으로 세정 업무를 시작했다. 

2015년 중부청 조사1국장으로 발령받으며 공직생활 20년 만에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했다.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한 이후 계속해서 조사국장으로만 근무했다. 이후 중부청 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까지 무려 6번의 조사국장을 역임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재임기간 2년…5월 내정 전망
임광현·임성빈 ‘2파전’ 유력


탁월한 업무능력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국세청장 재목으로, 주변의 인정을 받아온 엘리트 출신이다. 하버드 법대 출신인 그는 과장 시절에도 본청에서 정책보좌관과 조사기획과장을 거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일하면서 국세청 선배였던 전관 출신의 공직 퇴임 세무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두지휘했다. 또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일 때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수출 브로커 등에 고강도 세무조사를 즉각 실시했다. 

부동산 법인에 대한 전수 검증과 탈루 혐의에 대한 조사도 적극 실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또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다국적기업 등 그동안 쌓아왔던 조사 역량을 발휘하면서 진가를 뽐내기도 했다.

김대지 국세청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고위 공무원단 인사에서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며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했다. 가급 승진이 2020년 9월이었고 지난해 7월 국세청 차장으로 이동하면서 국세청 2인자 자리에 앉게 됐다.

직원들의 평가도 좋다. 그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는 한 직원은 “업무능력이 출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잔정이 많다”고 전했다. 일례로 직원들의 인사발령 후 반드시 직접 전화해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임 차장은 검소하기로도 유명하다.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던 한 간부는 2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임성빈 서울국세청장 = 임성빈 서울국세청장은 1965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7회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해 국세 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지만 그중에서도 조사업무에 두드러진 장점을 보인다. 징세업무 뿐 아니라 조세심판원에서 2년간 근무한 경력으로 납세자 보호에 대한 이해도도 깊다. 중부청 조사1국, 서울청 조사4국, 본청 조사국 등 조사 분야에서 근무한 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파견을 다녀왔다.

국세청으로 복귀한 이후 서울청 국제조사3과장, 본청 국제조사과장 등 조사 파트 근무를 계속 이어갔다. 실무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노하우가 축적된다는 황금시기를 모두 조사국에서 보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국세청 최고 요직이자 어려운 자리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에 발탁돼 진가를 발휘했다.

조사 전문가? 
멀티플레이어?

이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탄탄대로였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경남고 동문이다.

특히 임 청장은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기업이 많은 피해를 입었을 때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한 각종 세정 대책을 내놓으며 위기 타계를 도왔다.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본청과 지방청, 일선 세무서에 체계적인 협업을 만들었다. 피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상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국세청 1급인 부산국세청장으로 승진하고서도 서울 국세청장 자리까지 앉았다.

김대지 청장을 제외하고 현재 최고참 행시 출신으로 국세청 내부에서의 신망도 두텁다. 임 청장을 잘 아는 지인들은 선이 굵으면서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또 남다른 정무적 감각으로 상황 판단을 거시적으로 해내면서 상하 직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김재철 중부지방국세청장 = 김 청장은 1964년 생으로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순천고와 국립세무대학을 4기로 졸업했다. 8급 특채의 국세청 고위직 명맥을 이어가면서 세대 출신 국세청 직원들의 희망으로 불린다. 세대 출신 중에서 국세청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한 것은 역사적으로 김재웅 전 서울청장, 김한년 전 부산국세청장 단 두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김 청장의 경우 본청 세정 홍보과에서 근무 당시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4년간 본청 세정 홍보과에서 근무하면서 국세청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성실납세를 지원한다는 납세자 친화적 이미지로 변화하는 데 큰 노력을 쏟았다.

이후 목포세무서장으로 초임 기관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서울청 조사3국3과장으로 본격적인 관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후 김희철 전 서울청장을 보좌하는 서울청 운영지원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최초로 서울청의 균형 성과평가 조직평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세대냐
행시냐

이후 본청으로 입성해 국세청 납세자 보호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세무조사 실시간 모니터링, 조사팀 교체명령, 세무조사 입회제도와 같은 획기적인 제도도 내놨다. 또 국세청 최초로 세무대학 출신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대변인 시절 국세청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경청하는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졌다. 또 국세청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등 특유의 친화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세대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중부청장 자리에 앉으면서 세대 출신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김덕중 전 중부국세청장이 일약 국세청장으로 발탁된 적이 있어 김 청장도 기대해볼만하다. 

▲노정석 부산지방국세청장 = 노정석 부산지방국세청장은 196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해 대광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8회로 국세청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노 청장은 사무관 시절 서울 대기업의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청 조사1국1과1계장으로 근무하다 노무현정부 말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을 다녀왔다. 국세청에서 근무하다 청와대 파견의 길을 걸으면 어김없이 잘나가는 선배들의 길을 그대로 밟아왔다.

본청 입성 후에는 자산과세국장, 국제조세관리관, 조사국장, 법인납세국장 등 주요 요직에서 근무했고,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하며 부산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됐다.

특히 본청 자산과세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고액자산가의 변칙 상속, 증여, 자본거래 등을 통한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적극 대응한 바 있다. 자산과세 분야 과세 인프라 확충 및 전산화, 과학화를 위해 노력해 자산과세 행정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우수공무원으로 포상받기도 했다.

새 정권 새 청장은 누구?
내부 승진? 외부 영입론도

본청 조사국장 당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대면 중심의 간편조사 방식의 전환과 세무 부담은 완화시키면서도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반사회적 탈세에는 조사역량을 집중하면서 역량을 발휘했다. 코로나 여파로 법인세수 절벽으로 위기상황이었던 시기에는 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납세자 성실신고를 적극 지원해 성실납세 문화를 조성하는 등 안정적 세수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얻었다.

▲강민수 대전국세청장 = 강민수 대전국세청장은 1968년 경남 창원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행시 37회로 국세청에 발을 디뎠다. 

그는 제주세무서 총무과장, 안양세무서 소득세과장을 시작으로 버밍엄대 국외훈련, OECD 사무국 파견돼 국제 관련 실무를 익혀왔다. 이후 강 청장은 국세청 기획재정담당관, 부산국세청 조사1국장, 조세심판원 상임조세 심판관,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강 청장의 경우 문재인정부에서 홀대받은 인물로 유명하다. 본청 국장을 5번이나 지내면서 1급 승진 후보에 다섯번이나 올랐지만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밝힌 것 아니냐, 뒷배가 없으니 계속 밀린다” 등의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7월부터 2급 지방청장직을 맡고 있다. 

▲김창기 전 부산청장 = 김창기 전 부산청장은 1995년에 제주세무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경북 봉화 출생으로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행시 37회로 공직에 입문, 국세청 감사관과 개인납세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주요 직위를 두루 거쳤다. 

중부국세청장 시절 신종업종·취약분야에 대한 신고 도움자료 제공을 확대, 수요자 중심의 성실신고 지원 강화로 세입예산의 안정적 조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퇴임사에서 공무원으로서의 보람은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본청에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일했던 시절에 가장 보람을 느꼈고, 직급의 높낮이나 경력, 나이는 이와 큰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천장은 오랫동안 국세청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퇴직한 국세청 외부 인사로서 상황에 따라 내·외부 인사로 유연하게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5년 만에 정권교체 후 새 정부의 첫 지명인만큼 보수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역대 사례들을 보면, 정권 첫 청장으로 차장이나 서울청장을 지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정부에선 외부 인사인 이용섭 전 국세청장을 지명했다.

파격적인
결정할까

이런 분위기에서 내부승진 후보군을 뛰어넘어 노정석 부산청장을 비롯해 문재인정부에서 소외됐던 강민수 대전청장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예 이들을 제외한 외부영입론도 나오고 있다. 부산청장, 대전청장에서 곧바로 국세청장에 오른 케이스는 아직 없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