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떠나는 '43년 한은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28 12:08:59
  • 호수 13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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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경제 뒤로한 채 가기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43년 한은맨이 떠난다. 문재인정부 내내 한국은행의 수장 자리를 지켰던 이주열 총재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최장수 근무’ ‘중도 추진맨’ 등의 타이틀을 소유한 이 총재의 경력은 화려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8년간 한국은행을 이끌며 산전수전을 겪은 이 총재는 퇴임을 앞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기준금리 결정과 국제협력, 내부경영 등을 두고 이 총재의 여러 선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1998년부터
최장 근무자

이 총재는 2014년 4월부터 시작된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31일 한은을 떠난다. 그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 연임한 첫 한은 총재다. 한은 부총재 퇴직 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한 2년을 제외하고 43년을 한은에 몸담아 ‘최장수 한은 근무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송별간담회를 통해 “한국은행에서 43년간 국가경제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건 영광이었다. 떠나는 자리에 덕담을 나누기에는 우리 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많다”며 “이를 뒤로한 채 떠나게 돼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후임 총재와 임직원이 어려운 경제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를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 그러면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또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조정해 나갈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경제상황을 잘 고려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와 세계 중앙은행·국제기구와의 더 많은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보수와 진보정권을 모두 거친 그는 대체로 선제적이고 과감한 기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경제상황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처하고, 적극적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외환시장 안정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소 차분하고 말을 아끼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진 이 총재는 청와대 또는 정부의 기준금리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순간 통화정책이 신뢰를 잃고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월호 참사·메르스 사태 등 
주재한 회의 무려 76회 달해

이 총재는 취임 기간 동안 다사다난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이 있었으며 코로나19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졌다. 그 기간 동안 이 총재가 주재한 금통위 회의만 무려 76회에 달했다.


그 동안 이 총재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에 걸쳐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 시기는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과소평가하고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던 때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출신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게재한 ‘제롬 파월 의장의 연준은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은이 지난해 8월 이후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준이 말만 할 때 한은은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신중한 의사소통으로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절제된 표현과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정교하게 관리한다는 것이다.

한 전임 금통위원은 “(이 총재는)절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팩트를 말하는 것이 몸에 뱄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기 중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은 물론 중국인민은행과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거나 연장해 우리나라 외환 안전망을 탄탄히 갖춘 점도 성과로 거론된다. 

신속하게
금리 조정

이 총재의 신망은 여야를 막론하고 두터웠다. 과거 한국은행 총재는 4년 임기를 채우면 물러났다. 대통령이 새로 선출돼도 전임 대통령 때 임명된 한국은행 총재는 당연히 임기를 완수하는 것이 임무였다.

이 총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새로운 4년 임기의 재신임을 했다. 한은 총재의 철저한 임기 완수 전통이 자리 잡은 덕택에 이 총재는 48년 만의 연임 총재라는 영광을 누렸다. 

2018년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관한 풍부한 식견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에서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며 “그의 연임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도 2018년 3월 한국은행 총재 인사청문회를 마친 직후 이 총재의 인사청문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신뢰를 보여줬다.

이 총재가 2014년 4월1일 취임할 당시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기준금리는 2.5% 수준이었다. 

이 총재는 4개월 만인 2014년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내려 연 2.25%로 조정했다. 일본의 엔화 약세정책에 세월호 참사 등 악재가 겹친 데다 정부에서 시장에 돈을 대거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초이노믹스’(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와 정책공조 필요성이 제기된 점을 감안했다.


금통위는 2014년 10월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내려 연 2.0%로 조정했다. 2015년 3월과 5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리면서 금리가 연 1.5%까지 떨어졌다.

2016년 들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등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2016년 4월에 새로 추천된 금통위 4명 가운데 상당수가 비둘기파로 분류된 점도 금리인하 전망의 근거가 됐다.

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명분으로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라고 한은을 압박했을 때 당시 이 총재는 “(총재)직을 걸고 막겠다”면서 직원들의 동요를 차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재가 끝내 출자를 거부했고 대출 프로그램인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한 뒤 실행요건을 까다롭게 했고, 결국 실적 없이 2017년 말 종료됐다. 

코로나 악재
‘빅컷’ 단행

금통위는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려 기준금리는 연 1.25%가 됐다. 시장의 금리 동결 전망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기가 하강할 위험이 있어 선제적 완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반대로 2017년 들어 국내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올린 뒤 이듬해 11월 1.75%까지 추가 인상했다.

하지만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는 같은 해 7월과 10월 인하 결정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다.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3월16일 임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한꺼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고, 5월28일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떨어뜨렸다.

당시 이 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은행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대폭 낮추던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해야 경제적 타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이 심해지자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잇단 인상으로 1.25%까지 끌어올렸다.

박이 임명 문이 4년 재신임
절제된 표현·일관적 메시지

지난달 이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통화정책결정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이 총재가 이끄는 금통위는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이 총재 임기 중 기준금리는 최고 2.50%, 최저 0.50%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 총재는 내부 경영면에서도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3~10일 직원 7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노조의 65.7%가 이 총재의 내부 경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33.3%가 매우 미흡, 32.4%는 미흡이라고 응답했다. 25.9%는 보통, 7.0%는 우수, 1.5%는 매우 우수라고 답했다.

또 후임 총재에 대해서도 57.9%가 ‘외부 출신을 원한다’고 답했고 26.4%는 ‘한은 출신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은 보수와 복지를 비롯한 전반적 조직문화에 대해 한은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이 내놓은 한은이 받은 해당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 기준 38점 수준이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 직무 외에도 국제결제은행(BIS) 이사회 이사에 올랐다. 2018년 11월11일 스위스 바젤 국제결제은행 본부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 정례 이사회에서 이사로 선출됐다. 임기는 2019년 1월부터 3년이었다.

BIS는 1930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로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린다. 주요 60개국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국제금융 안정을 위해 협력한다.

BIS 이사회는 국제결제은행의 전략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집행부 업무를 감독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창설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 6명이 당연직 이사인데 미국 뉴욕 연방준비제도 총재가 지명직 이사로 일하며 선출직 이사 11명이 함께 이사회를 구성한다.

한국은행 총재가 BIS 이사에 오른 것은 한국은행이 1997년 국제결제은행에 정식 가입한 뒤 처음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진 점과 함께 이 총재가 2014년부터 BIS 주요 현안 논의에 기여한 점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재은행
이사직 겸직

한편 이 총재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만 8회 만나는 등 역대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중 가장 가까웠던 관계로 꼽힌다. 특별한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히진 않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김 전 부총리는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을 지냈다. 또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맡으며 업무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김 전 부총리가 이 총재에게 케이크를 선물하며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수석은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경제금융 전문가”라며 “국내·국제 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고 주변으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선 과정에 대해 “자세한 사항은 답하기 곤란하지만, 한국은행 총재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가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료의 길을 걸어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2014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IMF 고위직인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올라 국제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시장에서는 그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통화정책 수장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의 인선이 신구 정권이 교체되는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만큼, 정치적 변수에 따라 그가 새 총재 자리에 앉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청와대는 이 후보 인선에 윤 당선인 측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이 곧바로 “협의한 적이 없다”며 반박해 협치 인사가 아님을 강하게 시사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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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