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바람처럼 왔다 떠난 김정주 넥슨 창업주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3.07 11:31:41
  • 호수 13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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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게임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달 27일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이사가 향년 54세로 별세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이자 1세대 벤처신화로 평가받는다.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진 것은 없으나 NXC는 고 김 이사가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들어 악화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 게임의 역사를 쓴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이사는 언제부터 게임에 관심을 가졌을까. 김 이사는 학창 시절 이모부가 사준 컴퓨터를 가지고 놀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졌고, 컴퓨터 게임은 취미로 즐겼다. 이 같은 영향으로 1986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뒤 1988년 일본항공의 장학생 프로그램에 선발돼 일본 상지대(조치대)에서 연수 후 수료했다. 

KAIST 자퇴
신화의 서막

이전부터 컴퓨터게임을 즐겨 했던 그는 일본 게임산업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일본 게임산업의 규모는 충격적이었다. 자서전 <플레이>에는 일본 방문 당시 닌텐도 게임기를 사려고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기록하며 “꼭 닌텐도를 뛰어넘는 게임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회고했다. 

이후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카이스트 총장인 이광형 전산학과 교수는 김 이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라고 정의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했다가 빨간색으로 염색했다. 어느 날은 짝짝이로 귀걸이를 달고 왔다.

특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고집을 꺾지 않고 몰두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외골수 성격 때문에 카이스트 학창 시절이 평탄하지 못했다. 박사 과정 중 지도교수가 “박사 과정을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통보해 연구실에서 쫓겨났다.


그 뒤 김 이사를 받아준 것은 이 교수다. 하지만 이 교수가 안식년을 맞아 미국 스탠포드로 떠난 사이, 임시 지도교수는 ‘공부 안 하고 게임만 만든다’는 이유로 김 이사에게 자퇴를 요구했다.  

카이스트 자퇴는 ‘넥슨’ 창업의 시일을 앞당길 뿐이었다. 김 이사는 1994년 12월 아버지인 김교창 변호사로부터 6000만원의 창업 자금을 빌렸다.

그는 이 돈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오피스텔 사무실을 마련해 넥슨을 창업했다. 당시 그의 나이 26세로, 대학교 동기였던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와 카이스트 기숙사 옆방에 살았던 김상범 현 넥슨 이사가 공동창업자로 함께했다.

게임에 관한 열정은 가득했지만 초석을 쌓는 건 어려웠다. 김 이사는 당장 먹고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김 이사는 1995년 중반 기업들의 홈페이지와 인트라넷을 구축하는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돈을 벌자는 구상을 한 것이고, 예상은 적중했다.

당시 기업들이 홈페이지 제작에 나서면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감이 많아졌다. 넥슨은 1995년 초고속 정보통신사업기술개발 사업자로 선정됐고, 국내 최초 인트라넷 솔루션 ‘웹오피스(Web Office)’를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넥슨은 아시아나항공에 서버 데이터베이스(DB)와 연동하는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했다.


‘온라인게임’ 개척한 선구자
우울증 치료 최근 들어 악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한 뒤 김 이사는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곧바로 넥슨의 대표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는 데 착수했고, 1996년 완성됐다. 바람의 나라는 국내와 세계 모든 지역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를 진행 중인 게임으로 전형적인 롤플레잉(RPG) 게임이다.

게임 방식은 온라인으로 접속한 게임 내 사람들과 만나 동료가 되고 퀘스트를 진행한다. 사람들끼리 대화를 하고, 함께 사냥을 나가며, 물건을 거래할 수도 있다. 

지금은 흔한 형태의 온라인게임이지만, 당시에는 희소성이 강해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바람의 나라가 출시됐을 때 컴퓨터 운영체제가 도스에서 윈도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마우스로 게임 화면의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작업을 지시하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방식인 바람의 나라는 그 자체로 기념비적인 게임이고 메타버스의 효시라고 칭한 바 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 성공 이후에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피파 온라인’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등 다양한 장르의 성공작들을 쏟아냈다.

넥슨 게임의 인기는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해외에서 큰 성공을 이뤘다.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는 2D 도트를 활용한 그래픽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 형태다.

특히 2009년 국산 게임 중 최초로 한국·중국·일본 3개국 동시 접속자 수 20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연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던전앤파이터’의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는 8억50000만명에 달한다. 이런 흥행에 힘입어 넥슨은 국내 게임 기업 최초로 2011년 연 매출 1조원 고지에 올랐다.

2020년에는 국내 업계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은 신작 부재 등의 여파로 2조8530억원에 그쳤지만 여전히 국내 게임업계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메타버스 효시
기념비적 게임

관심이 게임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었던 그는 어린이를 무척이나 아꼈다. 넥슨은 2014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200억원을 보탰다.


이후 2016년 4월28일 서울 마포구에서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 어린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회에 독립된 자아로 나아가도록 ‘의료+사회+직업’ 재활을 연계한 ‘장애어린이 전인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넥슨은 병원 건립 이후에도 환아들의 재활치료 지원과 안정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지난해까지 총 19억2000만원을 추가 기부했다. 기부금은 영‧유아 발달장애 치료 프로그램 운영, 청소년 재활치료실 설립, 병원 감염관리 체계 강화 등에 이용됐다.

2019년 2월에는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인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100억원의 기금 기부를 약정해 수도권 외 지역의 어린이들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앞장섰다.

올해 완공이 목표인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재활치료 시설은 물론 돌봄교실과 파견학습 등 교육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넥슨은 책을 통해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넥슨 작은책방’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 작은책방’은 어린이들에게 책과 독서 환경 및 독후 활동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2005년부터는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 등에 도서 기증을 시작으로 유휴 공간에 아늑한 책방을 만드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현재까지 ‘넥슨 작은책방’은 총 130곳이다. 이곳을 이용한 어린이 숫자는 8만3000여명에 이른다. 넥슨이 기부한 도서는 12만8000권을 넘어섰다. 수도권 44곳, 강원도 10곳, 충청도 16곳, 경상도 16곳, 전라도 23곳, 제주 13곳 등 전국 각지에 두루 조성돼있다. 


확률형 아이템 
‘돈슨’ 오명도

지난 1일 이정헌 넥슨 대표는 “김 이사님은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면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열정으로 빠져들던 분”이라며 “그래서인지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셨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으며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경험하며 건강하게 성장해나가는 것에 진심이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한국의 게임 사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재활병원·작은 책방 건설에 큰 도움을 주는 사회 공적도 남겼다. 그야말로 명예와 부를 모두 가졌다. 이런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일까. 

게임업계에서의 오명도 그를 힘들게 했다. 넥슨은 2000년 초반 PC방 정액제와 함께 아이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시작했다.

이는 김 이사가 돈을 밝힌다며 넥슨을 ‘돈슨’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했다. 이후 엔씨소프트 등 다른 게임업체들도 확률형 아이템과 과금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오명은 오로지 김 이사의 몫이었다. 

30년 지기 친구와 의가 상한 일도 있었다. 김 이사는 2012년 엔씨소프트와 손잡고 미국 EA(일렉트로닉 아츠)를 인수하기 위해, 넥슨 일본법인이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매입했다.

당시 EA 인수는 실패했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지분관계만 남았다. 이후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율을 높이고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을 백기사로 영입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2015년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지분관계는 정리됐다. 하지만 대학 1년 선후배로 우애 좋았던 김 이사와 김택진 이사는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국정 농단 사태에서 김 이사의 시련은 이어갔다. 2005년 비상장 상태였던 넥슨 주식을 대학 동기인 진경준 전 검사장이 사서 160억원을 마련하는 등 40배 넘는 차익을 거뒀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진 전 검사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김 이사 역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법원은 2017년 진 전 검사장이 받은 주식 등에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어린이 무척 아껴 각종 사회공헌
세계시장 공략 앞두고 돌연 별세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김 이사는 2019년 넥슨 매각설을 제기해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김 이사와 가족이 보유한 NXC 지분 98.6%를 매각한다는 것이다.

당시 김 이사의 지분 가치가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됐고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리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NXC 지분 매각은 2019년 6월 최종 무산됐다.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 이사의 경영 의지가 꺾인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김 이사는 2020년부터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하겠다는 신사업 진출 의지를 밝혔다.

넥슨은 지난해 6월 영화·드라마 제작사 AGBO에 6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일본의 반다이 남코 홀딩스와 세가 사미홀딩스, 코나미 홀딩스 등에 1조원을 투자했다.

이들 기업이 모두 글로벌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넥슨이 영상 콘텐츠를 앞세워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계획이 김 이사의 별세를 더욱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지난달 27일 그의 별세 소식으로 각계각층의 애도가 잇따랐다. 김택진 이사는 김 이사의 별세 소식을 들은 저녁 페이스북에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고 글을 남겼다.

이정헌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넥슨의 창업주이자 저의 인생 멘토였던, 그리고 제가 존경했던 김정주 사장님이 고인이 되셨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위로했지만, 이 중에서 가장 큰 애도를 표한 것은 단연코 바람의 나라 게임 이용자들이었다.

각계각층
추모 물결

이들은 지난 1일 밤 10시, 게임 내 부여성 남쪽 흉가 앞에 모였다. 이용자들은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덕분에 게임합니다” “이사님 덕분에 즐겁게 게임하고 있어요” “바람의 나라 아버지, 그곳에선 편안하세요”라며 김 이사를 기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주 빠진 넥슨 경영은?

창업자인 김정주 NXC 이사를 떠나보낸 넥슨은 당분간 한‧미‧일 각국의 법인을 이끄는 경영진이 공동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집단 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표면적으로는 넥슨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인수합병(M&A)이나 인재 영입 분야에서 역할을 맡아왔던 만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인은 지난해 7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대표이사에서 16년 만에 물러나며 이사직만 맡아왔다.

현재는 NXC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역임한 이재교 대표가 새로 선임돼 넥슨 계열사의 사업과 투자전략을 전반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당분간 한‧미‧일 집단체제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2018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고 일본 넥슨 본사의 오웬 마호니 대표도 8년간 임기를 이어왔다.

미국에선 김 이사와 마호니 대표가 영입한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반 다이크 수석부사장과 알렉스 이오실레비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사내 게시판에 추모 글을 올리며 “넥슨의 경영진은 김 이사의 뜻을 이어받아 더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넥슨의 지배구조도 큰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NXC의 최대주주인 김 이사의 지분(64.95%)이 부인 유정현 감사와 딸 2명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넥슨 사정에 밝은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족들의 선택에 따라 넥슨 매각설이 재차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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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