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로트번호 괴담' 소문과 진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1.17 15:52:52
  • 호수 1358호
  • 댓글 1개

부작용 백신 미리 알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웹사이트에서는 “내가 맞은 코로나 백신 로트번호(Lot Number)로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백신 로트번호에 따른 부작용에는 사망자 수, 피로감, 가슴 두근거림, 호흡 정지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게시글을 확인한 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작용이 많은 백신 유통을 막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반면, 해당 자료에 대한 정확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26일부터로, 현재는 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난 사람에게 3차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3차 접종자는 3000만명이 넘었다. 백신 접종이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면역력이 약한 65세 미만의 요양시설 노인과 종사자 27만2000명이다.

출처 미확인

이들을 시작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됐고, 정부는 코로나 백신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148만명에 달하는 얀센 접종자들의 돌파감염 비율 상승과 접종자 다수가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청장년층 감염을 막고자 2차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 횟수가 늘어갈수록 단순한 팔 통증부터 시작해 심근염 등의 심각한 부작용까지 언급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지난해 6월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후 가슴 통증, 숨 가쁨,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떨리거나 두근거림이 있으면 곧장 병원을 가라”고 권고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화이자·모더나 백신 3억회분을 접종한 뒤 심장질환에 대한 신고가 1200여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는 생산 과정의 문제로 동일한 로트번호의 백신을 전량 폐기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질병관리청이 주관한 코로나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접종 10만건당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403.2건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병과 백신과의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상반응 신고 접수가 불가능하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느낀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은 백신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 백신은 로트번호(Lot Number) 검색으로 백신의 부작용과 부작용이 없는 백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제조번호에 죽음의 리스트 존재?
화이자-모더나 일본-미국 데이터?

여기서 말하는 백신 로트번호란 같은 재료를 써서 제품 특성이 동일하다고 여겨지는 제품에 주어지는 번호다.

‘코로나 백신 로트 번호 부작용’(이하 기록)은 총 56개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로트번호가 설명돼있고 백신의 부작용에 관해 자세하게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제조번호 죽음의 리스트’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기록은 화이자와 모더나, 일본과 미국의 데이터로 나뉘었다. 화이자는 모더나에 비해 부작용이 3배가량 많이 적혀 있다. 모든 로트번호에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록에는 ‘부작용 데이터가 적음’도 종종 눈에 띄지만 ‘다수 사망’의 기록도 있다.

먼저 기록에는 화이자 백신 로트번호 EK9231은 화이자 백신 중 가장 유해하다고 표현한다. 미국의 데이터로 3800건의 부작용 사례가 있다.

EN6201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화이자 백신이다. ET2173은 다수 사망, ET9096은 매우 위험한 번호로 발열, 두통, 혈압증가, 피로, 메스꺼움, 아나필락시스 등의 부작용이 기록돼있다. 

모더나 백신의 로트번호를 살펴보면, 3003607은 207건의 피로, 근육통, 두통, 메스꺼움 등이라고 적혀 있다. 3002338은 부작용 데이터가 적지만, 3004734는 미국에서 16건 일본에서 26건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써 있다.

백신의 로트번호는 질병관리청 쿠브(COOV) 앱에서 확인 가능하다. 쿠브에 접속해서 코로나 예방접종 증명서로 들어간 뒤 상세보기를 클릭하면 로트번호가 나온다.  

인터넷에서 이를 확인한 사람들은 ‘완벽하게 정확하진 않더라도 알아둬서 나쁠 것 없다’ ‘부작용이 정확하게 맞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로트번호라는데 부작용은 없었다’ ‘신기하면서도 무섭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왜 로트번호가 없는지 궁금하다’ ‘3차 백신은 절대 맞으면 안 된다. 생체실험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록 담아?

해당 자료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요시사>는 식약청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해당 기록에 대해서 백신으로 개발도상국에 전염병을 막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는 “연구소에서 관리하고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백신 로트번호에 관해 안 워텔(Ahn Wartel) 국제백신연구소 백신 임상개발 및 규제 부서 사무차장은 “사용이 허가된 모든 백신은 약물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추적한다”며 “약물을 추적하는 데 용이하도록 약물 병에 로트번호가 있다. 이를 통해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 안정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추가 조사한다”고 답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까다로운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

 

코로나 백신을 맞은 뒤 건강 이상을 겪는 사람은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를 받을 수 있지만,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인정받는 것이 힘들다.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는 코로나 예방접종 후 중대한 이상반응자(아나필락시스 등), 면역결핍, 항암제·면역치료제 투여, 코로나 백신 구성물질에 중증 알레르기 발생 이력이 있어야 발급 가능하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예외 확인서’를 받급받으려면 보건소에 의료기관에서 받은 진단서를 신분증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백신 미접종자들은 백신 접종 후 통증 악화가 우려된다는 의사 소견서를 들고 보건소로 찾아갔지만 방역패스 예외 대상자가 아니라며 거절당했다.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이 나타났는데도 예외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20대 서모씨는 지난해 7월 화이자 1차 접종 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붓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병원에서는 백신 부작용으로 보인다며 2차 접종 예약까지 취소시켰지만 방역 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 방역패스 예외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모씨는 “의사 선생님이 부작용으로 호흡 곤란이 올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패스 예외자 등록이 안 되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접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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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