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

결혼이민자서 3쿠션 여왕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캄보디아 출신으로 28세 차이의 한국인 남편 김만식씨와 결혼하며 10년 전 한국으로 왔다. 타국에서의 삶을 외로워하던 그녀에게 남편은 취미라도 만들어주고자 당구를 권유했고, 당구는 이내 그녀의 삶을 바꿔놓았다. 선수 등록 1년 반 만에 국내 여자 랭킹 1위, 세계 여자 랭킹 3위에 당당히 올랐다.

1990년생으로 올해 나이 32세인 피아비는 12년 전 28세 연상의 남편과 결혼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뒤 주부로 생활했다. 피아비는 취미 생활로 시작한 당구에서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스롱 피아비는 당구 3쿠션에서 국내 1위를 기록하는 등 주목받는 인물로 거듭났다. 

주부서 선수로
국내 1위 달성

블루원리조트팀 소속인 피아비는 짜릿한 역전승으로 프로 데뷔 시즌에 2승째를 수확했다. 다승과 상금, 랭킹 포인트 1위에 오르며 ‘여제’의 입지를 굳혔다. 

피아비는 오수정과 6차 대회 결승에서 초반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7전4선승제의 결승에서 3대 1로 뒤져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5세트부터 저력을 발휘했다. 잇따라 까다로운 샷을 성공하면서 5, 6, 7세트를 내리 따내 승부를 뒤집었다. 

4대 3 역전승을 완성하는 순간, 피아비는 무릎을 꿇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올 시즌 가장 먼저 2승째를 수확하며 다승과 상금, 랭킹 포인트 모두 1위에 올랐다.


피아비는 프로선수가 된 뒤 2017년 이후 수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제15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3쿠션 여자부 우승(2019), 스페인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3위(2019),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우승(2021)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에는 MBN 여성스포츠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아비는 지난 2010년 한국남자 김만식씨와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학창시절에는 의사를 꿈꿨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포기하고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지었다. 다른 결혼 이주 여성처럼 피아비도 남편만 바라보고 한국에 정착했다.

프로 데뷔 후 승승장구…첫 출전 동메달
여자 프로 국내 1위, 세계 3위 등극 쾌거

남편은 충청대 근처에서 인쇄소를 운영했다. 

결혼 초기 그의 생활은 여느 다문화가정처럼 평범했다. 피아비 선수는 결혼 초기 집안일과 남편의 인쇄소 일을 도우며 생활했다. 인쇄소 일을 하면서 남편은 자신의 취미인 당구를 즐기기 위해 자주 당구장에 갔다.

피아비 선수는 캄보디아에서 생활할 때 당구장에는 가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남편이 자주 가는 당구장이 궁금해 하루는 따라나섰는데 이날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피아비 선수의 당구 자세에 깜짝 놀란 남편과 함께 당구를 치던 지인들은 간단하게 치는 방법을 알려줬다. 당시 지인들은 가르쳐준 대로 공을 다 맞히자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말 당구를 처음 치는 것이 맞느냐”며 감탄을 쏟아냈다.

이때 아내의 운동신경, 즉 당구 감각을 알아본 남편 김씨는 “제대로 당구를 쳐볼 생각이 없느냐”며 동호회 활동을 권유했다. 당시가 2011년이고 이렇게 당구에 입문했다. 그의 주 종목은 캐롬(스리쿠션)이다.

피아비 선수는 “캄보디아에서는 당구를 쳐볼 기회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는데 남편 따라 당구장에서 큐를 잡아본 게 처음이었다”며 “나도 내가 당구에 재능이 있는지 몰랐는데 그때 소질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은 “살림은 내가 할 테니 당구 연습만 하라”며 당구 선생까지 수소문하고, 연습 때나 시합이 있을 때는 항상 차로 태워다 주고 경기 영상을 찾아 분석을 도와주는 등 적극적으로 외조했다.

독한 노력파
정부 적극 지원

처음에는 한국어가 서툴러 배우는 데 애를 먹었으나, 말이 안 통하면 그림을 그려가며 기술을 익혔고, 하루 12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고 한다.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20시간을 연습한 적도 있을 정도로 독하게 연습했다. 

스승인 조오복씨는 “후천적인 노력이 100%다. 기존 여자 선수들 연습량의 한 3배 정도는 연습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그는 당구선수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기업체에서 후원을 받는다. 남편은 인쇄소를 접고 청주에 당구장을 차렸다. 올해는 후원을 받아 ‘스롱 피아비배 아마추어 3쿠션대회’도 열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즐거운 경험’도 만끽하는 중이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번 돈으로 캄보디아에 틈틈이 기부도 한다. 

피아비가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자 외국인인데다 스토리가 많아 금세 유명해졌다. 결혼이민자라는 사실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물론 실력으로 승부할 만한 선수로 성장했다. 스롱 피아비의 활약상은 SNS를 통해 고국 캄보디아로 알려졌다.

태권도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곤 별다른 스포츠 스타가 없는 캄보디아엔 큰 경사였다. 한국에서의 잇따른 승전보를 캄보디아 유력 언론사들이 대서특필했다. 동시에 캄보디아 내에서 그의 국제대회 출전을 위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세계캐롬연맹(UMB)이 주관하는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려면 반드시 자국 연맹에 선수로 등록해야만 한다. 그간 캄보디아에는 스누커연맹만 존재했을 뿐, 캐롬 종목과 관련된 체육단체는 없었다. 때문에 스롱 피아비의 국제대회 출전은 불가능했다.


귀화 안한 이유?
고국에 금메달

하지만 스롱 피아비의 활약에 캄보디아 정부도 응답했다. 정부 차원에서 그를 국민적인 스포츠 스타로 키우려는 복안이었다. 그 결과 캄보디아 스누커연맹 산하에 그를 위한 당구협회가 별도로 창설됐다. 스롱 피아비는 이렇게  세계여자3쿠션대회 출전하게 됐고, 공동3위로 모국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대한당구연맹 소속이었으나 올해 PBA 프로당구협회로 이적했다. 그의 국적은 캄보디아로 한국 남자와 결혼했으나 귀화하지 않고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고국 캄보디아에 금메달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피아비는 “내가 캄보디아 국민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모국의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보고 힘낸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의 현재 경제 형편이 한국의 1970년대 정도라며 돈이 없어 고생하는 아이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했다. 피아비 자신은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못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 

피아비는 당구선수가 된 덕분에 그동안 고국 캄보디아를 10번 정도 방문했다. 그중 지난 2019년 3월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참석했던 자리였다. 

동아제약은 이 포럼에서 피아비 후원 협약식을 열었다. 피아비는 지금 여성가족부의 다문화위원, 캄보디아 수원마을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남편 권유로 처음 큐 잡고 재능 발견
“캄보디아 어린이들에 희망 주고 싶어”

피아비는 당구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며 한국에서의 당구 인구 확산을 호소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한국에서는 대학에 들어가면 당구를 배우고 즐기면서 친구들과 어울렸다고 하는데 요즘 당구장에 가면 젊은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구는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특히 요즘처럼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활동을 못 할 때나 여름철 비, 겨울철 눈 때문에 밖에서 운동을 못하는 경우 등 이런 상황과 상관없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피아비가 말하는 당구의 매력은 나이·성별·날씨와 상관없이 즐긴다는 것 외에도 스포츠적인 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당구는 단순한 육체 운동이 아니라 머리를 쓰고 또 자기 스스로를 제어해야 하며 특히 오프라인 게임이라는 점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운동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피아비 선수는 “당구가 가진 매력은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어떤 이들은 당구를 수학과 물리학의 집합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구를 치다 보면 공이 굴러가는 각도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또 공의 속도 조절을 위한 연습도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은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하는데 당구는 인터넷에서 만나 즐기는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재미가 있다”며 “특히 당구의 규칙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세대 차이가 나는 가족 간에도 부담 없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피아비는 MK빌리어드뉴스에 “당구로 돈을 벌어 고향(캄보디아 캄뽕짬)에 학교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가난 때문에 못 배우는 아이들에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다. 물론 재능이 보이는 아이들에겐 큐도 쥐어줄 생각이다. 

가능성도 
무궁무진

현재 피아비는 캐롬 30점, 국내 당구장에서 주로 하는 4구는 2000점이다. 남편의 4구 실력이 200점이니 부부의 실력 차이는 10배가량이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면 은퇴하는 야구나 농구·축구 등과는 달리 당구는 50세가 넘어서도 현역으로 뛰는 선수가 많다. 피아비 선수의 나이가 아직 30세도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0년 이상은 현역으로 뛸 수 있어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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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