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

결혼이민자서 3쿠션 여왕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캄보디아 출신으로 28세 차이의 한국인 남편 김만식씨와 결혼하며 10년 전 한국으로 왔다. 타국에서의 삶을 외로워하던 그녀에게 남편은 취미라도 만들어주고자 당구를 권유했고, 당구는 이내 그녀의 삶을 바꿔놓았다. 선수 등록 1년 반 만에 국내 여자 랭킹 1위, 세계 여자 랭킹 3위에 당당히 올랐다.

1990년생으로 올해 나이 32세인 피아비는 12년 전 28세 연상의 남편과 결혼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뒤 주부로 생활했다. 피아비는 취미 생활로 시작한 당구에서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스롱 피아비는 당구 3쿠션에서 국내 1위를 기록하는 등 주목받는 인물로 거듭났다. 

주부서 선수로
국내 1위 달성

블루원리조트팀 소속인 피아비는 짜릿한 역전승으로 프로 데뷔 시즌에 2승째를 수확했다. 다승과 상금, 랭킹 포인트 1위에 오르며 ‘여제’의 입지를 굳혔다. 

피아비는 오수정과 6차 대회 결승에서 초반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7전4선승제의 결승에서 3대 1로 뒤져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5세트부터 저력을 발휘했다. 잇따라 까다로운 샷을 성공하면서 5, 6, 7세트를 내리 따내 승부를 뒤집었다. 

4대 3 역전승을 완성하는 순간, 피아비는 무릎을 꿇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올 시즌 가장 먼저 2승째를 수확하며 다승과 상금, 랭킹 포인트 모두 1위에 올랐다.


피아비는 프로선수가 된 뒤 2017년 이후 수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제15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3쿠션 여자부 우승(2019), 스페인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3위(2019),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우승(2021)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에는 MBN 여성스포츠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아비는 지난 2010년 한국남자 김만식씨와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학창시절에는 의사를 꿈꿨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포기하고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지었다. 다른 결혼 이주 여성처럼 피아비도 남편만 바라보고 한국에 정착했다.

프로 데뷔 후 승승장구…첫 출전 동메달
여자 프로 국내 1위, 세계 3위 등극 쾌거

남편은 충청대 근처에서 인쇄소를 운영했다. 

결혼 초기 그의 생활은 여느 다문화가정처럼 평범했다. 피아비 선수는 결혼 초기 집안일과 남편의 인쇄소 일을 도우며 생활했다. 인쇄소 일을 하면서 남편은 자신의 취미인 당구를 즐기기 위해 자주 당구장에 갔다.

피아비 선수는 캄보디아에서 생활할 때 당구장에는 가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남편이 자주 가는 당구장이 궁금해 하루는 따라나섰는데 이날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피아비 선수의 당구 자세에 깜짝 놀란 남편과 함께 당구를 치던 지인들은 간단하게 치는 방법을 알려줬다. 당시 지인들은 가르쳐준 대로 공을 다 맞히자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말 당구를 처음 치는 것이 맞느냐”며 감탄을 쏟아냈다.

이때 아내의 운동신경, 즉 당구 감각을 알아본 남편 김씨는 “제대로 당구를 쳐볼 생각이 없느냐”며 동호회 활동을 권유했다. 당시가 2011년이고 이렇게 당구에 입문했다. 그의 주 종목은 캐롬(스리쿠션)이다.

피아비 선수는 “캄보디아에서는 당구를 쳐볼 기회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는데 남편 따라 당구장에서 큐를 잡아본 게 처음이었다”며 “나도 내가 당구에 재능이 있는지 몰랐는데 그때 소질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은 “살림은 내가 할 테니 당구 연습만 하라”며 당구 선생까지 수소문하고, 연습 때나 시합이 있을 때는 항상 차로 태워다 주고 경기 영상을 찾아 분석을 도와주는 등 적극적으로 외조했다.

독한 노력파
정부 적극 지원

처음에는 한국어가 서툴러 배우는 데 애를 먹었으나, 말이 안 통하면 그림을 그려가며 기술을 익혔고, 하루 12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고 한다.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20시간을 연습한 적도 있을 정도로 독하게 연습했다. 

스승인 조오복씨는 “후천적인 노력이 100%다. 기존 여자 선수들 연습량의 한 3배 정도는 연습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그는 당구선수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기업체에서 후원을 받는다. 남편은 인쇄소를 접고 청주에 당구장을 차렸다. 올해는 후원을 받아 ‘스롱 피아비배 아마추어 3쿠션대회’도 열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즐거운 경험’도 만끽하는 중이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번 돈으로 캄보디아에 틈틈이 기부도 한다. 

피아비가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자 외국인인데다 스토리가 많아 금세 유명해졌다. 결혼이민자라는 사실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물론 실력으로 승부할 만한 선수로 성장했다. 스롱 피아비의 활약상은 SNS를 통해 고국 캄보디아로 알려졌다.

태권도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곤 별다른 스포츠 스타가 없는 캄보디아엔 큰 경사였다. 한국에서의 잇따른 승전보를 캄보디아 유력 언론사들이 대서특필했다. 동시에 캄보디아 내에서 그의 국제대회 출전을 위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세계캐롬연맹(UMB)이 주관하는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려면 반드시 자국 연맹에 선수로 등록해야만 한다. 그간 캄보디아에는 스누커연맹만 존재했을 뿐, 캐롬 종목과 관련된 체육단체는 없었다. 때문에 스롱 피아비의 국제대회 출전은 불가능했다.


귀화 안한 이유?
고국에 금메달

하지만 스롱 피아비의 활약에 캄보디아 정부도 응답했다. 정부 차원에서 그를 국민적인 스포츠 스타로 키우려는 복안이었다. 그 결과 캄보디아 스누커연맹 산하에 그를 위한 당구협회가 별도로 창설됐다. 스롱 피아비는 이렇게  세계여자3쿠션대회 출전하게 됐고, 공동3위로 모국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대한당구연맹 소속이었으나 올해 PBA 프로당구협회로 이적했다. 그의 국적은 캄보디아로 한국 남자와 결혼했으나 귀화하지 않고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고국 캄보디아에 금메달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피아비는 “내가 캄보디아 국민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모국의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보고 힘낸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의 현재 경제 형편이 한국의 1970년대 정도라며 돈이 없어 고생하는 아이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했다. 피아비 자신은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못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 

피아비는 당구선수가 된 덕분에 그동안 고국 캄보디아를 10번 정도 방문했다. 그중 지난 2019년 3월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참석했던 자리였다. 

동아제약은 이 포럼에서 피아비 후원 협약식을 열었다. 피아비는 지금 여성가족부의 다문화위원, 캄보디아 수원마을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남편 권유로 처음 큐 잡고 재능 발견
“캄보디아 어린이들에 희망 주고 싶어”

피아비는 당구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며 한국에서의 당구 인구 확산을 호소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한국에서는 대학에 들어가면 당구를 배우고 즐기면서 친구들과 어울렸다고 하는데 요즘 당구장에 가면 젊은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구는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특히 요즘처럼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활동을 못 할 때나 여름철 비, 겨울철 눈 때문에 밖에서 운동을 못하는 경우 등 이런 상황과 상관없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피아비가 말하는 당구의 매력은 나이·성별·날씨와 상관없이 즐긴다는 것 외에도 스포츠적인 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당구는 단순한 육체 운동이 아니라 머리를 쓰고 또 자기 스스로를 제어해야 하며 특히 오프라인 게임이라는 점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운동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피아비 선수는 “당구가 가진 매력은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어떤 이들은 당구를 수학과 물리학의 집합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구를 치다 보면 공이 굴러가는 각도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또 공의 속도 조절을 위한 연습도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은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하는데 당구는 인터넷에서 만나 즐기는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재미가 있다”며 “특히 당구의 규칙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세대 차이가 나는 가족 간에도 부담 없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피아비는 MK빌리어드뉴스에 “당구로 돈을 벌어 고향(캄보디아 캄뽕짬)에 학교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가난 때문에 못 배우는 아이들에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다. 물론 재능이 보이는 아이들에겐 큐도 쥐어줄 생각이다. 

가능성도 
무궁무진

현재 피아비는 캐롬 30점, 국내 당구장에서 주로 하는 4구는 2000점이다. 남편의 4구 실력이 200점이니 부부의 실력 차이는 10배가량이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면 은퇴하는 야구나 농구·축구 등과는 달리 당구는 50세가 넘어서도 현역으로 뛰는 선수가 많다. 피아비 선수의 나이가 아직 30세도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0년 이상은 현역으로 뛸 수 있어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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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