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진정한 메서드 연기 '지옥' 김신록

“연기란 허구 세계서 실제와 만나는 것”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김신록은 인지도랄 것이 없는 배우였다. 연극계에서는 유명했다고 하지만, 대중매체에서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넷플릭스 <지옥>이 공개되기 전까진 그랬다.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강렬하고 입체적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 팬들도 김신록의 내공을 알아볼 정도다. 단숨에 인생이 뒤바뀌는 전환의 시점에 놓인 김신록을 만났다. 

배우는 글을 해석해서 이를 구현하는 작업을 하는 직업이다. 창작자가 써낸 인물의 나이와 직업, 주변인과의 관계, 그가 맞닥뜨리는 사건이나 언행을 발판 삼아, 인물이 가진 심리나 감정을 찾아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캐릭터 연구’ 과정이다. 

집약된 감정
캐릭터 연구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일수록 이 작업에 집요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는다. 끊임없이 몰두해 인물의 언행에 숨은 당위성을 찾는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구현하는 방법을 설계하는 건 배우의 몫이다. 연출자가 잡은 방향성 내에서 시나리오에 담긴 인물의 정서는 담아내되, 수많은 감정을 함축시켜 표현해야 한다. 인물의 심리를 이해한 뒤, 목소리의 톤, 템포, 표정과 눈빛, 외형과 동선, 행동을 구체화한다.

시나리오의 세계와 부합하게 세팅된 촬영 현장에서는 무의식마저 인물처럼 행동하도록 집중한다.

좋은 연기자는 각 상황에 맞게 짧고 간결하며, 절제된 모습으로 집약된 감정을 드러낸다. 불안과 욕망, 분노, 슬픔처럼 덩어리가 큰 감정부터 자괴감, 죄책감, 그리움, 허무함과 같은 세밀한 감정도 표현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모순된 포인트나, 너무 특이한 인물도 갖고 있을 만한 보편적인 인간성을 짚어낸다.

반대로 연기력이 부족하거나, 캐릭터 연구가 부족한 연기자는 단편적인 얼굴을 그린다. 기시감이 강한 평면적인 인물을 그려내는 데 그친다. 좋은 연기를 한다는 건 어쩌면 인문학적 이해가 깊다는 뜻도 된다. 

웹툰과 같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기하는 건 더 어려운 미션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웹툰을 보며 머릿속에 그려놓은 인물에서 너무 엇나가도 불편함을 주고, 만화 속 인물 그대로 연기해도 뻔하다는 인상을 준다. 원작의 정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어딘가는 새로운 느낌을 줘야만 원작 팬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배우 김신록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보여준 연기는 배우에게 있어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표본이 된다. 웹툰에서 그저 나약하고 무능하고, 힘없어 보이는 박정자가 드라마에서는 용기 있고 날렵하면서 강한 인상도 준다.

비록 가난으로 인해 누추한 집에서 지내지만, 그의 삶마저 남루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강인함이 엿보인다.

넷플릭스 <지옥>서 박정자 역으로 열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놀라게 한 연기력

누구보다도 자식을 사랑하는 모성애와 함께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두려움, 바닥까지 무너지고 싶지는 않은 인간의 자존심, 혹시나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희망, 지옥 사자를 만나기 직전의 고통스러움 등 박정자에게 놓인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감정이 김신록을 통해 드러난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숨 막힐 정도로 강렬하다. 워낙 인상적이었던 터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마저 놀라고 있다. 

이러한 연기는 오랜 시간 연기를 연구하고 부딪히며 갈고 닦은 김신록만의 방법론이 있어 가능했다. 글에 쓰여 있되, 정확히 표현되지 않은 수많은 의미를 찾아내면서 메소드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것.

“연상호 감독님께서 박정자라는 인물에 대해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평범한 인물’이라고 하셨어요. 평범하다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평범함에 가려진 개인성이 드러났으면 했죠. 두 아이의 엄마지만 미혼모이고 아빠가 다르면서 옆가게 포장마차랑은 친분이 있어요. 언덕이 높은 다세대 주택에 살고. 애들이 엄마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준비하죠. 이런 식으로 환경과 관계를 짚어가면서 단순히 슬프고 절망스러운 것을 넘어 구체적인 입장과 감정을 찾으려 했어요.”

1화 초반부 새 진리회 정진수(유아인 분) 의장으로부터 시연 장면 중계에 대해 제안을 받은 박정자는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대면한다. 정진수가 3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것을 법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받기 위함으로 만난 자리였다.

감정이 오고 가기보다는 이성적인 정보가 많은 장면이다. 드라마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장면에, 김신록은 저항감을 드러낸다. 시청자의 무의식만을 자극하는 수준의 매우 희미하고 빠른 형태라는 게 포인트다. 

평범성
개인성

“비슷한 나이 또래인 민혜진 변호사가 들어오는데 정자는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상태잖아요. 사회적 지위, 경제력, 현재 처지 등이 너무도 차이가 나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아요.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처지지만 최소한의 품위는 잃고 싶지 않은 복합적인 감정이 생각났던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그런 말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민혜진이 정의로운 변호사이긴 하지만 소시민인 박정자라는 당사자의 심정과 입장을 정말 이해하느냐고요. 그런 점에서 약간의 반감과 저항감의 결을 넣으려 했어요.”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지옥> 코멘터리에서 김신록에게 고맙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에는 아이들을 안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김신록이 해결해줬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나리오에는 박정자가 두 아이를 안고 독백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독백의 시간이 너무 길어 아이들과 함께 연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그 판단이 든 건 촬영 현장에서다. 

대본을 바꾸기 위해 연출진과 배우들이 대화를 나누던 찰나 김신록의 머릿속에 애드리브가 떠올랐다.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크게 혼낸 뒤 다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약속한 30억원을 꼭 아이들에게 전달해달라는 바람을 전하는 명장면의 탄생 배경이다.

이는 <지옥> 내에서 6부 엔딩과 함께, 가장 슬픈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완벽한 연기를 넘어 연출에 가까운 능력을 드러낸 장면이기도 하다.

“그때 다들 고민을 하고 있었죠. 저 역시 그랬고요.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오고 갔어요. 상황을 잘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정자는 집도 누추하고 중요한 손님들이 왔는데 내놓을 것도 없고 커피잔마저 짝이 안 맞아요. 그런 상태에서 한창 굴욕적인 이야기를 듣던 중에 애들이 뛰쳐나와서 겁도 없이 대들잖아요. 박정자라는 인물이 그런 심정일 것 같았어요. 사람들에게 아빠가 없다고 애들을 버릇없이 키우지 않았다는 변명도 하고 싶고 애들에게 엄마의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요. 그게 그만 애들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방식으로 표출된 거죠. 사람이라는 게 참 미성숙하잖아요.” 

박정자가 고지를 받고 지옥사자들에게서 목숨을 빼앗기기까지의 기간은 단 5일이다. 작품에는 그사이 새 진리회와 민혜진을 만나 죽음의 장면을 공개하기로 하는 과정과 아이들을 해외로 넘기는 장면만 담겨있다. 작품에는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김신록이 쓴 전사는 꽤 매력적이다.

“박정자가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지만 아마 그 5일동안 인생에서 가장 액티브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포장마차를 인계하고 빚도 정리하고 애들 은행계좌도 만들고 어린이집이나 학교도 정리하고 이래저래 엄청 바빴을 거예요. 그동안 아끼느라 제대로 못 먹였다는 생각에 시장에서 고기며 생선이며 과일이며 장도 몽땅 봐서 한상 차렸는데 은율이는 잘 먹지 않고 하율이는 신나게 먹다 체하고, 너무 속상했을 것 같아요. 작은 순간조차 뜻대로 안되잖아요. 애들에게 편지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출국하는 바람에 쓰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죽음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지옥>을 관통하는 가장 큰 장면이 박정자가 시연을 당하는 장면이다. 그의 죽음을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의 취재진이 몰리고, 마치 큰 구경거리라도 난 듯 가면을 쓴 사람들이 맨 앞자리에서 그의 죽음을 시청한다. 

마치 무대에 선 배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박정자의 얼굴에는 오만가지 감정이 엿보인다. 불안과 초조, 두려움과 공포, 염세적이기도 하면서, 피폐해 보이기도 한다. 2021년 최고의 명장면을 만든 장본인은 그 순간 몸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감정보다는 몸에 집중하려 했어요. 5일 가까이 아무것도 못 먹었을 테니 당도 다 떨어지고 탈진 직전의 몸 상태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손발이 저리고 몸이 의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말초신경이 극히 예민해져서 사람이 지나가면 흠칫 놀라 쳐다보게 되고요. 그런 몸들이 감정을 대변해준 게 아닌가 싶어요.”

예사롭지 않은 연기력에 국내는 물론 세계 팬들이 놀라고 있다. 박정자만의 고유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물론, 누구든 보일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이 뚜렷하게 녹아있다. 발성이나 발음, 표정과 같은 기본기는 탁월하다.

어떤 고민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입체적이고 색다른 인물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가 작품에 접근할 때 주목하는 건 인물에게 주어진 환경과 관계다.

“인물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인물과 환경의 관계를 보여주려 해요. 박정자와 민혜진 변호사가 만나는 첫 장면에서 변호사와 소시민간의 계급 차이와 당사자와 조력자 간의 입장 차이 같은 관계성이 드러났으면 했어요. 인물이라고 하는 게 그 사람을 둘러싼 세계의 총합이잖아요. <방법>은 산중의 폐가에 살고 매일 소주를 마시고 안주는 김치, 아픈 딸이 있고 초자연적인 신을 모신다는 환경이 있었죠. 인물을 둘러싼 환경을 상상하고 인물이 어떤 것과 연결됐는지를 보고 연결된 것들을 다층적으로 가져가려 해요.”

17년 차 무명 배우에 찾아온 전환의 시점
“구조적으로 기능하는 역할이 흥미로워요”

김신록만의 연기관이다. 본인도 여기를 배우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던진 말이다.

“연기는 허구를 다루는 예술인 것 같지만 동시에 현실에 있는 물리성이 만나는 것이기도 해요. 시연 직전 장면을 예로 들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고 제 옆을 지나갔어요. 누가 댓글에 ‘정신없는 연기 잘했다’고 하셨는데 사실 정신없는 걸 표현하려 하지 않았고 그냥 지나가길래 쳐다본 거예요. 당시에 주변이 산만했으니 그 실제 환경에 집중했고 그러다 보니 정신없는 게 표현됐나봐요.”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인 김신록은 사회대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대기업 인턴십 생활을 잘 마쳐 좋은 대우의 정규직 전환도 제안받았지만, 연기에 열망 때문인지 썩 내키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길은 연극이었다. 

“매우 좋은 조건으로 정규직을 제안받기도 했는데, 제 마음이 뜨뜻미지근하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직업으로 삼고 싶었나 봐요. 대학생 인턴십은 꽤 많이 했어요. 연극을 좋아했어요.”

막상 연극을 접하니 연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김신록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곳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오랜 기간 강의도 한다. 연극과 강의를 병행하며 경력과 내공을 탄탄히 쌓아왔다. 10여년 넘게 강의와 무대를 오고 간 김신록은 39세가 돼서 학교를 그만둔다. 

“제가 학교 시스템이 정해놓은 시간 안에서 6살부터 39살까지 살았더라고요. 학교가 생계를 해결해주기도 했지만 시간의 제약을 주기도 했어요. 문득 다른 시계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의를 그만둘 즈음에 드라마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인지도였던 김신록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일생일대 최대의 전환기에 놓여있다. 내면의 동요는 크지 않더라도, 제안받는 작품의 양이나 캐릭터의 질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과연 그는 어떤 방향을 갖고 있을까. 또 그가 흥미를 느끼는 작품은 무엇일까. 답은 명쾌했다.

무명의 인지도
전 세계 주목

“어려운 질문이에요. 연극에서는 주제나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동의하는지를 봐요. 또 인물의 언어를 나의 말로써 발화할 힘이 있는가도 생각하고요. 연기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도 생각하죠. 이런 여러 가지 질문에 큰 거슬림이 없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영상 분야는 아직 경력이 짧다 보니 작품을 선택하는 방향성이 확고하지 않아요. 시간을 들여 작품을 하다 보면 선택할 때 좀 더 나다운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구조적으로 기능만 할 수 있다면 특색있는 작은 역에서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큰 역할까지 두루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극적인 작품부터 섬세하고 소소한 작품도 넘나들고 싶습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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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건드린 이재명 득실

이스라엘 건드린 이재명 득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SNS는 개인 계정일까, 국가 계정일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SNS로 작은 폭탄을 투하했다. ‘경솔했다’는 의견과 ‘외교 행위’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대통령의 ‘X’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폭탄을 터트리면서 이른 시일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다. 공습 초기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하면서 지도부가 와해한 부분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대에 영향을 미쳤다. 중동 전쟁 종전? 휴전? 하지만 중동의 맹주로 불리는 이란의 저항은 거셌다. 무엇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무기를 가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효과는 세계 경제에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폭등했고 그 영향으로 덩달아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이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삼아 미국·이스라엘과 맞선 것이다. 우리나라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기름이 나지 않는 나라여서 유가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고 동시에 다른 에너지 수급도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공공 부문 자동차 5부제, 2부제 등의 정책으로 대응에 나섰고 전 국민 70%에 지급하기 위한 ‘고유가 피해지원금’도 추경을 통해 편성했다. 외교 문제도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을 상대로 자신들을 도우라고 윽박질렀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했고 동맹국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종전 등을 언급하며 이란과 ‘밀당’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란의 핵 포기와 경제 지원을 한 테이블에 놓고 일괄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종전을 언급하자 S&P500, 나스닥 지수 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낙관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전 영상으로 홀로코스트 언급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이스라엘과 외교 논란에 휩싸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 시발점이 됐다. 지난 16일 기준 이 대통령의 팔로워(계정을 팔로우해 내용을 보고 있는 사람) 수는 108만명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부동산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X에 ‘Jvnior’ 계정이 올린 영상을 공유하며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적었다. 계정주인 Jvnior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추정된다. Jvnior는 “이스라엘 방위군(IDF)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지붕에서 떨어뜨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고 부른다”며 촬영한 영상을 공유했다. 해당 영상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언론을 통해 해당 영상이 2024년 9월 여러 외신을 통해 보도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NBC 뉴스는 이스라엘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어진 급습 작전 도중 이스라엘 군인들이 한 건물 지붕 위에서 시신들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재차 X에 글을 올렸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은 준수돼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 역시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영상은 (20)24년 9월 발생한 실제 상황으로 미국 백악관이 매우 충격적(deeply disturbing)이라고 평가했고 존 커비 등 미 당국자가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까지 언급했던 일”이라며 “이스라엘의 관련 조사와 조치도 이뤄졌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협상 위해 우방국을? 그러면서 “조금 다행이라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었다는 점이지만, 시신이라도 이와 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비극은 인권의 소중함이 무엇보다 최고이자 최선의 가치임을 가르쳐 주었다”며 “뼈아픈 상처 위에 남겨진 교훈을 반복된 참혹극으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인류 모두가 상생하는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어디에서든 인권은 최후의 보루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이 대통령의 글에 반응하면서 외교 논쟁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공식 X에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발언을 포함한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의 언급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어떤 이상한 이유에서인지 2024년의 일을 다시 끄집어 내어 이를 현재 벌어진 사건인 것처럼 허위로 게시한 계정을 인용했다”며 “해당 사건은 이미 2년 전에 철저한 조사와 후속 조치를 완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으로부터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며 “대통령님, 게시글을 올리기 전에는 항상 사실 여부를 확인하시는 것이 언제나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공개 규탄에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며 “내가 아프면 타인도 그만큼 아프다. 나의 필요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으면 미안한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훈수했다. 정치·언론 갑론을박 그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아무 잘못 없는 우리 국민께서 뜬금없이 겪고 있는 이 엄청난 고통과 국가적 어려움을 지켜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며 “보편적 인권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고 썼다. 외교부도 가세했다. 외교부는 공식 X에 “우리는 이스라엘 외교부가 대통령께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반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이 지적한 테러를 포함, 모든 형태의 폭력과 반인권적 형태를 단호히 반대하며, 국제인도법과 인권은 예외 없이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며 “아울러 홀로코스트로 인해 이스라엘이 겪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늘 마음을 함께 하고 있으며 다시 한번 홀로코스트 피해자에 대한 애도를 표명한다”고 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논쟁은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과 14일 거듭 X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이어졌다. 그는 지난 12일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 매국 행위를 하면서도 사욕을 위해 국익을 해치는 것이 나쁜 짓임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아니 알면서 감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심지어 국익을 포함한 공익 추구가 사명인 정치와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 행위는 버젓이 벌어진다. 결국 이 역시 우리가 힘을 모아 가르치고 극복해야 할 국가적 과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라고 적었다. 비판에 재반박…여론은? 외교 전략 VS 외교 참사 이 대통령이 올린 이스라엘 관련 글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관련 언급이 늘어나자 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글을 두고 ‘무책임한 SNS로 외교 참사를 초래했다’는 내용으로 논평을 낸 바 있다. 또 이 대통령이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 그게 우리 헌법정신이자 국제적 상식이다. 역지사지는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 관계에도 적용된다. 내 생명과 재산만큼 남의 생명과 재산도 귀하다. 존중해야 존중받는다”라고 한 부분은 이스라엘을 재차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4일에 올린 글도 맥락은 비슷했다. 이 대통령은 글 첫머리에 ‘오목 좀 둔다고 명인전 훈수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명인전은 한국기원이 주관하는 바둑대회다. 그러면서 “훈수까지는 좋은데 판에 엎어지시면 안 된다. 집안싸움 집착하다가 지구 침공 화성인 편들 태세인데, 일단 지구부터 구하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글에서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논쟁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찬반 논란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이 대통령을 ‘외교 천재’ ‘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다’ ‘누구도 하지 못한 말을 했다’며 치켜세웠고, 다른 한쪽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했다’ ‘신중했어야 한다’ ‘국익에 반한다’고 깎아내렸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고도의 계산된 행위’라는 주장이다. 중동 전쟁 이후 처음으로 외교부 장관의 특사가 이란에 파견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원유 확보를 위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는 등 중동 외교 도중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다. 이란과의 원활한 협상을 위한 외교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이 대통령이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영상을 공유해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을 자극하는 외교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란과의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한 외교적 전략이라 해도 비판 수위 등이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후 상황 어떤 영향?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조 장관은 “이스라엘 측과 긴밀히 소통했고 이스라엘도 이해하고 더 이상 후속 입장이 나온 것도 없다. 그걸로 잘 마무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연계돼있고 보편적 인권과 국제인도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본다”고 답했다. 외교적으로 실리가 있는지를 묻자 “당장 어떤 실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씀드리기 굉장히 어렵다”며 “분명히 있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다시 한번 우리 정부는 우리의 정체성, 즉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 그리고 보편적 인권과 국제인도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