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막힌 속 뚫어주는 오은영

‘마법처럼’ 우울한 현대인들의 구세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자신의 삶에 100% 만족한 이가 얼마나 있으랴. 갈등이 있을 때는 당연하겠지만, 갈등이 없어도 불안이 존재한다. 그 불안감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승화되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은 대체로 불안을 떠안은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있다. 바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흔히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라고도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산다. 결핍은 부모로부터도, 교우 관계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결핍은 불안을 낳는다. 불안은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불안은 곧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결핍과 불안
혼돈의 시대

‘피조물은 창조주를 닮는다’고 했듯, 자식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미운 일곱살’을 넘어 ‘죽이고 싶은 일곱살’이라는 섬뜩한 말이 생길 정도로 육아에 고통받는 부모가 적지 않다. 아무리 육아가 고통스러워도 자식은 자식이라, 쉽게 내칠 수 없다.

말썽 부리는 아이에겐 마음에 문제가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게 오래된 정설인 것처럼,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에서 파생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빠른 일이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연인 관계에서 늘 문제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매번 이상한 이성을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사람에게 끌리는 주체가 있다. “매번 똥차만 만난다면 내가 똥차 차고지일 수 있다”는 김이나 작사가의 이른바 ‘똥차론’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되는 말이다. 이 역시 결핍이 만든 참극일 수 있다. 


단순히 이상한 사람을 만나 문제점을 알고 헤어졌다면 그만이지만,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는데 배우자가 의처증 혹은 의부증이 극심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면 그땐 일생일대의 결정을 해야만 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외에도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 못하는 사람, 아내와의 소통이 불편한 남편, 타인이 던진 악성 댓글에 외형을 바꾸는 연예인, 자식에게 늘 공격적인 아버지 등 수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형태로 불안한 자아를 드러내며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인 여유 없인 너무 고통스럽다는 걸 아는 대다수 현대인은 돈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신 마음을 위안하는 데는 비교적 서툰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면서 다른 나라가 수백년간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를 30여년 만에 일군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성장한 외형만큼 내면을 돌보지 못했다. 

새 천년의 시대가 열린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마음의 불안에 대해서는 쉽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다. 혹여 힘들다고 말하면 나약해 보일까 두렵기도 하고, 실제로 힘들다고 말해도 ‘다 그러고 살아’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오 박사 휴머니즘
상담·교육 예능의 장르화…위로받는 시청자

그런 중에 오은영 건강의학과 의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아이와 부모 간의 관계에 놓인 갈등을 정확히 진단하고 명쾌한 해법을 내놓는가 하면, 수십년째 달고 살아온 본성의 문제를 정확히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불안이 극심해 범죄로 이어지는 사람에 대해서도 완벽히 파악할 뿐 아니라 비교적 어린 나이에 꿈을 좇는 아이들을 찾아 위안도 준다. 


최근 오은영 박사는 방송을 늘려나가고 있다. 종일 예약 전화가 물밀 듯이 쏟아져 수개월이 지나야 겨우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오 박사와 상담을 하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 몸이 하나뿐이라 도저히 수많은 상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오 박사는 각자 내면의 문제를 찾고 보완하는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방송을 늘리고 있다. 

관찰이나 대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단순한 패턴이지만, 저마다 사연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며, 마음의 치유를 얻는 대목과 감동의 크기도 다르다. 회차마다 신선한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체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마치 요식업계의 권위자인 백종원이 그런 것처럼 심리 상담 분야에서 오은영은 장르화되어가고 있다. 

육아를 주로 다루는 tvN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를 1년6개월 넘게 출연한 그는 지난 9월 채널A <금쪽 상담소>를 통해 커다란 고민이 있는 셀럽을 상담해주고 있다.

<슈퍼스타K>를 연출한 한동철 PD가 오랜 공백을 깨고 제작하는 MBC <방과 후 설렘>의 프리퀄인 <방과후 설렘 프리퀄 - 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이하 <망설임>)에서 연습생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TV조선 <미친.사랑.X>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범죄를 재구성한 재연을 본 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아동·청소년 발달 심리부터, 우울과 불안 등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상담 심리,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범죄 심리까지, 다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막힘이 없고 정확하며 명쾌하다. 

정신 건강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오 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다.

누구나 사랑받을 훌륭한 사람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부모도, 스트레스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준 누군가도,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도, 모두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대한다. 타인을 존중하는 진심은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된다. 

현대판
해결사

그런 대목은 SBS <집사부일체>에서 진행한 오나미와의 상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늘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부분과 남자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는 오나미에게 오 박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부모님에게 떼를 써보고 징징댄 적 있으세요?”와 “거절도 못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이유는 뭔 것 같아요?”였다.

이에 오나미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키워져서 징징댄 적이 없다”고 답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바보 같아서”라고 했다. 타인의 목적이 보이는 못된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지인들이 답답한 마음에 전한 ‘바보 같아’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오나미의 답변에 꽤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오 박사는 오나미가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로 상대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친구가 ‘돈 좀 꿔줘’라고 그랬을 때 거절한다고 치면, ‘왜 돈 있으면서 안 꿔줘’라는 말을 듣기가 괴로운 것이고 그러면 내가 유능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 나미씨는 있는 그대로 원래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언제나 나이스하고 방귀도 안 트고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만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고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것이고 마음 밑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바꿔 말하면 어떤 상황에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하지만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건 자존감과도 연결된 것으로 돈을 꿔주든 아니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결하고 편안한 화법으로 오나미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용기를 준다. 이 장면에서 패널들도 감탄하며 공감했다. 

명쾌한 화법
시원한 해법


이외에도 <금쪽상담소>에서도 그는 수많은 셀럽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역시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존중받을 사람이라는 태도를 유지한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오 박사의 진단에 모두가 마음 끄트머리에 숨어 있는 비밀을 용기있게 털어놓는다. 

착한 아이로만 살아와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한 이윤지와 조우종,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에일리, 아내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남성진, 부모의 희생이 부담으로 작용해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서툰 신수지,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의 교리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선에 대한 강박을 느끼는 홍석천 등 오은영은 내담자들의 속마음을 꿰뚫고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고백하게 하고 내면의 문제점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지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누구에게도 거절하지 못하는 조우종에겐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준 뒤 거절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타인 민감성이 높은 에일리에겐 주위의 친한 사람이나 정신과 의사에게 내면의 어려움을 조금씩 털어놓길 권한다. 

생명을 살린 경험으로 인해 20년 넘게 상담을 지속해온 홍석천에겐 상담이란 상대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인생을 다 떠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조금씩 선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아내 김지영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고 밝힌 남성진에겐 아내의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고, 천천히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라고 조언한다. 아내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이 선한 의도였다는 걸 차분히 밝히라는 얘기다. 

오은영과 대화를 나눈 셀럽들은 마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 기쁜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인다. 이른바 ‘은영 매직’이라 불릴만한 장면이다. <금쪽상담소>에 패널로 출연 중인 이윤지는 “오은영 박사와 대화한 이후 삶 자체가 바뀌었다”며 “오 박사를 만나기 위해 내가 배우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더 많은 사람이 내면의 힘 길렀으면”
쉼 없이 행동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오 박사의 상담을 보고 자신의 문제를 찾기도 하며, 누군가를 진정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며 치켜세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안한 현대인에게 구세주가 돼 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있다. 

오은영은 자기만의 시간이 거의 없이 바삐 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적지 않은 방송을 할 뿐 아니라 밀려 있는 상담을 종일 처리하고, 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강단에 서 강연도 한다. 세미나와 시상식에 참여하기도 하며, 오랜 기간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시간을 잘게 쪼개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길을 걸어가던 중에 자신을 알아보고 육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며 질문하는 엄마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타인이 더 행복하게 사는 데 있는 힘껏 마음을 쓴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고 있던 셈이다. 

그런 오 박사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알던 내가 아냐>에 출연한 오 박사는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자칫 시한부 인생을 살다 생을 자칫 마감할 뻔했다고 고백했다. 건강을 자신했지만 검사 결과 대장암이 발견됐다는 후배 의사의 말과 함께 ‘3개월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고 토로했다. 

오 박사는 “그때를 기억해보면, 귀에서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고 심장이 툭 떨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힘든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면하고 주변 관계와 상황을 정리하며 수술을 앞두고 있는 과정에서도 오 박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입원 2시간 전까지 상담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 했다. 

오 박사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주변의 관계와 상황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자식만큼은 정리가 안 되더라”며 “그래서 이 시대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애통하고 미안해할까, 이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대장암 투병이 자신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고통을 딛고 일어서다 보니 모든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몸에 익힌 듯 보인다. 이후 자신의 행복만큼 타인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 ‘혐오 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타인과 싸운다. 이념과 자본, 권력, 명예를 두고 타인을 짓밟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걸 쉽게 목격한다. 많은 사람이 불안함을 느끼는 건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일 수 있다.

혐오 사회
터닝 포인트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오은영 박사의 타인을 존중하는 세계관을 몸소 실현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면 어떨까. 오 박사의 올바른 마음이 다수에게 전달되고, 더 많은 사람이 휴머니즘을 추구한다면 ‘혐오 사회’는 스치는 바람같은 해프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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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홀로 다 먹으려다 계획 변경 사전작업 끝나자 숟가락 얹기 ‘알박기’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뒤편에서 아른거리는 거물급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M그룹과 윤석열 조력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진행한 수상한 동업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독으로 처리해도 될 법한 프로젝트를 손보면서까지 제3자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알박기’ 때문이라는 해명보다 유력 인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 989-21번지 일원(대지면적 3만5114.6㎡)’에 591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SM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우방건설(현 동아건설산업)’은 2016년 10월7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시행·시공 전 과정을 도맡는 방식으로 진행을 예고했다. 재주 부리니 이득은 따로 삽을 뜨는 일만 남았던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이 통과된 지 48일 만인 당해 11월24일에 생각지 못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무렵 광주 광산구청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주체에 ‘도림티앤씨’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우방건설이 단독 진행 계획을 접고, 뒤늦게 제3자를 끌어들인 모양새였다. 사실 SM그룹 입장에서는 공동 시행을 반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도림티앤씨를 사업주체에 추가시키면 개발에 따른 차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아진다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민간개발이라는 특성상 지주작업부터 인·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사업 종료 시 차익 극대화를 기대해 봄 직했다. 도림티앤씨가 신뢰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우방건설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동호씨가 1999년 설립한 도림티앤씨는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곳이다. 이전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주력했고, 2016년 초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방건설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 관련 지분을 70% 대 30%로 분할하는 데 동의했다. 100%를 얻고자 했던 밑그림을 접고, 30%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방건설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무릅썼다. 도산동 989-2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폐쇄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우방건설은 사업계획 승인(2016년 10월7일) 이전까지 필지 30곳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태였다.그러나 우방건설이 선점한 필지들은 변경승인 고시(2016년 11월24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우방건설 ‘7’, 도림티앤씨 ‘3’으로 소유권 비율이 일제히 분할 조정됐다.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에 걸쳐 급하게 처리한 양상이었다. 여기저기 이상한 흔적 SM그룹은 지주작업에 써야 할 비용을 대여하는 불필요함마저 감내했다. 도림티앤씨가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필지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던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방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 기재된 건설용지 241억원을 지분율 70%로 반영해 도출한 값이다. 정작 도림티앤씨는 무자본에 가까운 상태에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법한 상황이었다. 도림티앤씨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제1금융에서 차입한 77억3900만원과 우방건설에서 빌린 56억원이 ‘토지분양대금’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그룹 측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자금을 대여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공동 사업자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매입이 지연돼 일부 자금을 단기 대여한 것”이라며 “분양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을 남긴 것과 별개로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별 탈 없이 끝맺음했다. 우방건설이 2017년 6월 동아건설산업과 합병하면서 사업주체가 기존 ‘우방건설·도림티앤씨’에서 ‘동아건설산업·도림티앤씨’로 변경됐지만,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했던 2019년 2월에 맞춰 완료됐다. 물론 동아건설산업 역시 SM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 사업으로 양측이 거둔 분양매출은 총 1674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림티앤씨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한 누적분양매출을 502억원으로 기재했다. 해당 사업에서 도림티앤씨의 지분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건설산업이 거둔 분양매출이 1171억원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도림티앤씨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분양매출에 힘입어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140억원이었던 도림티앤씨 매출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듬해 257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433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질적으로 남긴 금액을 의미하는 분양수익 역시 꽤나 쏠쏠했다. 동아건설산업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매출에서 분양원가(859억원)를 제외한 총 분양이익은 312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금액은 동아건설산업의 지분율 70%가 적용된 값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동아건설산업과 도림티앤씨의 합산 분양수익은 446억원, 도림티앤씨 몫으로 남겨진 분양수익은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SM그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450억원 가까이 남길 수 있었던 사업에 도림티앤씨를 참여시킴으로써 130억원가량을 날린 모습이다. 달리 말하면 도림티앤씨는 돈을 빌려주고, 지주작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해 준 SM그룹 덕분에 2년여 만에 13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어렴풋하게 드러난 배경 공교롭게도 SM그룹이 도림티앤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속내는 최근에서야 어렴풋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도림티앤씨 설립자와 핏줄로 이어진 유력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림티앤씨는 김동호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배찬호 도림티앤씨 대표가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영이씨는 지분 20%로 2대 주주다. 배찬호 대표와 배영이씨는 각각 도림티앤씨 설립자인 김동호씨의 처남, 부인이다. 김동호씨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SM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이다. 법인 등기 확인 결과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인 한통엔지니어링 이사진 명단에 등재됐던 기록이 존재한다. 1969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전기통신공사업을 영위해 온 법인으로, 2007년 6월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김동호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100% 개인회사였던 한통엔지니어링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나마 SM그룹 오너의 측근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방산업은 ㈜삼라에서 지분 99.4%를 보유했던 건설 계열사로, 김동호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 측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도림티앤씨가 참여하기에 앞서 김동호씨와 도림티앤씨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림티앤씨의 ‘알박기’를 사업에 참여시킨 이유라고 해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도림티앤씨 소유의 필지가 섞여 있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지 매입을 시도했지만 도림티앤씨가 끝내 거절했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진행을 위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동호씨가 단순히 SM그룹과의 접점만 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김동호씨는 한국전력 역대 수장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현 한국전력 사장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한국전력 부임 전까지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으며,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22년 3월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자리 잡은 광주 도산동은 김동철 사장이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구 갑’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김동철 사장은 개발 사업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청 및 지방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녔던 셈이다. 게다가 김동철 사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6년 국토교통부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일대를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는 받는 등 지역 사회에서 개발 정책 및 투자 유치 활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만약 SM그룹이 김동철 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림티앤씨를 끌어들였다면 심각성은 배가 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김동철 사장과 김동호씨의 관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김동호씨와 김동철 사장이 형제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 대표를 퇴사한 이후 개인 사업을 운영했고, 그의 개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려진 딴 생각 SM그룹이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소재 ‘도산우방아이유쉘아파트’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의 표적이 된 전례도 찜찜한 구석이다. SM우방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는 2016년 12월 준공해 2022년 말 분양 전환했는데, 검찰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돈의 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10월 SM그룹 본사, SM우방 대구 본사, 광주 광산구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