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울리는 '학습지 던지기' 실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06 17:34:12
  • 호수 13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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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쉽고 해지는 어렵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학습지 교사는 영업사원에 가깝다. 직접 회원을 모집하는 것은 물론, 유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이탈하는 회원들 수가 늘어나자 학습지 업체의 영업 방식이 교묘해지면서 피해 학부모들의 울분도 증가하고 있다. 

학습지 업계가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학습지 교사와 학생이 접촉하는 대면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학부모들은 전염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수업은 받지 않고 교재만 받겠다는 회원이 많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자 대부분 퇴회로 이어졌다.

위약금

학습지 교사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회를 늘리고 퇴회를 막는 데 사활을 걸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습지 교사라고 해서 수업 준비보다는 영업에 더 신경 쓴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전단지 배포, 지인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학부모 사이에서 영업 방식에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업에 성공한 학습지 교사들은 사후 처리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는 게 학습지 피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결국 지난해 8월엔 ‘학습지 피해자 모임’ 카페가 개설됐다. 800여명의 회원 수가 있는 이 카페에는 운영진 주도하에 회원들의 피해 상황과 해결 방안들이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교원에듀의 빨간펜과 도요새 이용자들로, 과한 위약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카페 운영진은 단순히 피해 사례를 모으고 공유할 뿐 아니라 소송 관련 비용이나 방법에 대해서도 안내하며 카페 회원에게 도움을 줬다. 

학습지 피해자 A씨는 “학습지 교사인 지인 부탁으로 학습지 회사에 방문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상담만 하는 줄 알고 갔는데 국장이란 사람이 계약을 강요했다. 거절하려 하자 내가 사업하는 식품 6개월치를 구입해준다는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그 사람은 한 달치만 구매한 뒤 제품이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나도 학습지를 해지하려 하니 계약 후 14일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로 해지·이탈 회원 늘자
‘수업보다 영업’ 강권 피해 늘어 

A씨 피해 유형과 비슷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피해자 학부모들은 ▲테스트로 미끼 영업 ▲주부들에게 교육 관련 강의 참여시켜 영업 ▲이해도 없이 학습 프로그램 영업 ▲설명 없이 계약서 서명만 요구 등 다양한 형태로 피해를 호소했다.

영업에만 치우치는 사업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피해자 B씨는 “학습지 교사들은 처음부터 무료로 테스트해 준다며 접근했다. 교사가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주면 엄마 입장에서는 학습지룰 계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후 프리패스 상품을 권유하며 ‘평생 쓸 수 있다’고 영업한다. 형제나 자매가 있는 학부모들이 솔깃해서 가입하지만 그 상품은 아이 수준에 맞지 않았다. 영어, 수학 등 3년 뒤에나 학습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학부모 입장에서는 전체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없으니 가입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서야 수준이 맞지 않는 다는 걸 알았고, 해지가 불가능한 걸 학부모에게 안내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상품 해지에 대한 안내를 전혀 못 받았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해지가 언제든지 가능한 줄 알고 있었다. 3년 프로그램을 가입했는데 아이가 한 달이 지나자 학습지 흥미가 떨어졌다”며 “14일 이내에는 해지가 불가하다는 소식은 나중에 알게 됐다. 나 말고도 다른 엄마들도 해지 안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 수준 안 맞는 학습
무료 테스트 미끼 상품도

지난해 6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진행한 ‘소비자 민원평가대상’에서 총 민원 건수와 시장점유율 대비 민원 점유율, 민원 처리율 등 3개 항목별로 평가를 진행했다. 교육 부문 소비자 민원은 ‘계약 해지’와 ‘불완전판매’가 주를 이뤘다. 

두 항목의 민원 점유율은 75.9%로 높다. 민원 유형별로는 계약해지와 불완전판매에 대한 불만이 각각 52.5%, 23.4%로 높았다. 학습지 수업 계약 해지 방어로 피해를 봤다는 게 주된 불만 내용이었다.

다음 달 수업료가 이체되기 전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으나, 월초에 의사를 밝히지 않았단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한 달 수업을 더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현장에서 학습지 계약 시 계약사항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해 추후 위약금을 지급하는 등의 피해를 보았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교원에듀 관계자는 “난이도와 관련해서는 콘텐츠 안에서 다 구성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평생 기간이기 때문에 난이도 선택은 본인이 할 수 있다.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진단 테스트를 이용한 영업이 부당한 방식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마트에도 시식 코너가 있는 것처럼 테스트도 일방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고객이 불만을 가지는)상품은 학습 콘텐츠 및 교재 전부를 계약한 소비자에게 일시에 일괄적으로 거래하는 상품이다. 청약 철회는 방문판매법에 의한 표준약관에 따라 14일까지 가능한 상품”이라고 답변했다. 

민원↑

이 관계자는 “상품을 계약할 때 전자계약서에 해지 사항에 대해 별도로 붉은색으로 표기하고 이를 고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계약 체결 후에도 해피콜을 통해 중요한 사항과 청약 철회 기간에 대해 안내하고 있으며 고객 입장에서도 해지가 불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동의해 계약을 체결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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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