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세계적 화제 '지옥' 연상호 감독

“인간에게 예정된 죽음을 비틀어봤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웹툰 <지옥>을 본 사람이라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지옥>이 글로벌한 사랑을 받을 것을 미리 예견했을 수 있다. 워낙 촘촘한 짜임새에 이제껏 본 적 없는 세계관, 치명적인 반전 등 좋은 작품의 덕목이라 할만한 대목이 무수한 덕분이다. 현재 <지옥>은 전 세계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기록하는 콘텐츠로 우뚝 섰다. 워낙 거대한 담론이 담겨있고, 장르적 성향이 매우 짙은 것을 고려하면 더 놀라운 성적이다. 

인간에게 있어 삶과 죽음은 숙명이다. 선택할 수 없는 채로 태어나 선택할 수 없는 채로 죽음을 맞이한다. 살고 싶어 발버둥을 쳐도 결국 죽는다.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생을 마감할지 모를 뿐이다. 

죽음 앞에서

연상호 감독은 누구나 겪는 혹은 겪을 죽음을 비틀었다. 정체 모를 미지의 존재가 죽을 날을 알려주는 세계를 만들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죽을 날을 알게 되자 더 많은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세상을 만들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다. 

<지옥>의 장르는 코스믹 호러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는 미스터리로 남겨두고, 이를 맞닥뜨리는 인간 군상에 집중하는 장르다. <지옥> 역시 죽음의 사자들을 파헤치지 않는다. 되레 미지의 사자를 본 사람들의 삶을 해부한다. 

혹자는 공포가 인간을 더 선하게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고, 누군가는 죽음의 사자 역시 재난에 불과할 뿐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죽음을 자율적으로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들은 죽음의 고지를 받은 자들과 스스로를 분리하기 위해, 죄를 고하라고 다그친다.


누군가는 타인의 잘못을 파헤치고 살며, 선을 강조한다는 목적으로 폭력을 사용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강한 공포를 느끼는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가 흥미로웠어요. 아마 누구나 특정한 공포를 마주하게 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불안을 줄이려 할 거예요. 저도 그렇고, 누구나 그럴 거예요. 정진수(유아인 분)가 말하는 선과 민혜진(김현주 분)이 말하는 진실이 제 안에 다 있어요. 두 메시지에 모두 설득되는 저라서, 더 제 안의 마음에 몰입하고 집중하려 했습니다.”

이른바 ‘연니버스’라 불리는 연 감독의 세계관은 사실 하나의 패턴에 가깝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조명한다. 좀비떼가 일어났던 영화 <부산행>, 서민이 초능력을 보이는 <염력>, ‘방법’으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tvN 드라마 <방법>, <부산행> 이후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반도>까지, 연 감독의 렌즈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겁에 질린 사람들의 얼굴에 맞춰졌다. 

비슷한 패턴을 가졌지만, 모든 작품마다 색감이 다르다. 초자연적인 현상이긴 하나 설정이 달라 같은 광기를 보여주더라도 느낌은 다르다. <지옥>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지옥>에서는 종교 관련 인물들과 서민, 진실을 좇는 사람들의 입장 차이 등이 분명히 드러나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세상임에도, 마치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하다.

“하루 자고 일어나니 전 세계 1위” 
“불확실성 속 이데올로기 흥미로웠죠”

“인간에게 죽음은 예정된 것이라고 하면, 거기에서 실체를 알 수 없는 고지와 시연이 나옵니다. 인간의 운명에서 작은 차이를 주는 것만으로도 사회가 움직이는 폭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현실과 그다지 멀지 않은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고요. 아주 작은 차이지만 색다른 설정이었던 것 같고, 거기서 나오는 반응도 색다르게 보였던 것 아닐까 싶네요.”

이 작품은 종교관이 뚜렷한 관객에겐 매우 불편한 문제작이 될 수 있다. 기독교 세계관이 적절히 배합된 가운데, 신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한다. 아울러 기독교가 아닌 신생 종교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다. 다만 특정 종교나 사건이 연상되지는 않는다. 


“저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긴 한데요. 모든 종교는 큰 틀에서 동일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있는 것들이 있을 법은 하지만, 특정한 사건이나 단체가 연상되길 바라지는 않았어요. 새 진리회도 종교이긴 하나, 매우 건조한 색감의 단체로 비치길 바랐어요.”

창작자에게 있어 작품은 자식과도 같고, 그 안의 캐릭터 역시 창작자가 혼을 다해 만든 피조물이자 마음속 생명체다.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를 작품 내에서 죽인다는 것은 창작자에겐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지옥> 초반부를 이끌어가는 정진수는 드라마 3부에서 장렬히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의 신념이 사회의 의식을 바꾼다.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지 보이는 것만이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정진수 의장이 죽음으로써 4화부터 더 큰 존재감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4~6화에 그 존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회 전체에 사상이 주입되기 때문에 정진수 캐릭터는 계속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 감독 작품의 또 다른 공통점은 후반부에 아이가 등장한다는 것. 디스토피아에서 최후로 살아남는 존재는 어린아이라는 건 새로운 희망을 의미한다. <지옥>의 아이는 마치 예수를 연상시킬 정도로 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애니메이션은 저예산 작품으로 많이 만들어졌고, 따라서 그 작품이 도달하는 관객층은 코어한 예술감을 가진 관객이었죠. 그래서 굳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넣지 않아도 됐는데, 실사 영화나 드라마를 할 때는 더 많은 대중에 전달이 될 테고, 그 관객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연 감독은 바쁘다. 누구보다도 왕성히 활동 중이다. 차기작은 넷플릭스 영화 <정이>다.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배우가 나온다. <지옥>이 구체적인 장편소설이면, <정이>는 시와 같은 단편소설이란다. 

휴머니즘

“이번에 생각지도 못하게 큰 사랑을 받아서, 책임도 커지는 것 같네요. 스스로 재능있는 창작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잘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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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