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트렌드' 방송가 장악한 우먼파워

드라마도 예능도 여주인공 중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여자가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은 비로소 옛말이 됐다. 드라마도 예능도 여성의 땀과 대립, 경쟁, 연대를 담아내는 데 여념이 없다. 능동적인 여성이 일궈내는 서사에 모두가 감동한다. 한 번 반짝이고 마는 게 아닌, 꾸준히 지속하는 메가 트렌드다. 

수년 전만 해도 여배우들의 볼멘소리가 많았다. 멋있고 능동적이며 어떤 사건이든 핵심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매력적인 인물이 대부분 남성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TV 속 여성은 밋밋하고, 우유부단하며 수동적으로 움직이기 바빴다.

노골적인
우유부단

이른바 ‘민폐 캐릭터’는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갈등이 해결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릇된 판단으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거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저지르는 것은 여성의 몫이었다. 

때론 노골적으로 ‘여자의 적은 여자’를 드러낸 작품도 많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 고부간의 갈등을 극대화한 ‘막장 드라마’에서 순진한 남자를 두고 모함과 음모를 꾸미는 건 대부분 여자였다. 

드라마 초반부에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도, 막바지에 치달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남자의 말에 휘둘리는 답답한 얼굴이 그려지기도 했다. 여성이 남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대장금>, JTBC <스카이 캐슬>, 영화 <암살> 등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능동적인 여성이 나왔지만, 거대한 물결처럼 흐르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1~2년 사이에 여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늘어났다. 남성 대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성보다 더 현명하고 올바르며 행동력이 있는 여성이 대거 보이기 시작했다. 미디어의 주인공이 여성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이야기의 주제의식도 여성 중심으로 흐른다. 대표적인 흥행작으로는 JTBC <부부의 세계>가 있다. 남편을 뺏긴 지선우(김희애 분)를 중심으로 그려진 <부부의 세계>는 기존의 남녀 구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작품이다.

남성은 지질하고 이기적이었고, 여성은 똑똑하고 현명했다. 실수나 갈등에 대한 대처를 할 때 남성 캐릭터보다 여성 캐릭터의 판단이 더 스마트해졌다.

지난 5월 방송된 tvN <마인>은 여성의 연대를 다뤘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전투구를 벌였던 여자들이 서로 힘을 합친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 놓인 서희수(이보영 분)와 정서현(김서형 분)은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위기를 헤쳐나간다. 

특히 성소수자였던 정서현이 자신의 목소리를 멋있게 내는 지점은 새로운 카타르시스가 됐다. 또 <마인>은 우정과 협업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민폐 캐릭터서 슈퍼우먼이 되기까지
전지현 한소희 이영애…원톱 드라마


<마인>의 성공 이후 여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물밀 듯 밀려왔다. 조여정을 중심으로 상위 0.5%의 민낯을 드러낸 tvN <하이클래스>, 전도연이 우울한 가운데서도 힘겨운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JTBC <인간실격>, 맨몸으로 마약조직을 부수는 한소희가 나온 넷플릭스 <마이네임>, 이하늬의 1인 2역이 눈부신 SBS <원더우먼>이 좋은 예다.

이 외에도 호쾌한 레인저로 변신한 전지현의 tvN <지리산>, 고현정과 신현빈의 치정 복수극 JTBC <너를 닮은 사람>, 산소 같은 이영애가 180도 변신한 JTBC <구경이>, 송혜교 원톱의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술에 미친 세 여자의 일상과 우정을 다룬 TVING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등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여성 서사는 거대한 물결처럼 다가오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과거에도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았다. 최근의 변화는 여성이 동일시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마인>이나 <원더우먼> <마이네임>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틀을 깨는 여성이 나오는데, 많은 여성이 쉽게 이입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형태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남성 중심의 서사로 지겨워진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여성 서사 드라마가 대두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전까지만 해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제외하고 스릴러나 공포 등 강력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여성의 역할은 대부분 장치적으로 활용됐다.

갈등을 키우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는 임무는 여성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이 조력하고 여성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작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원더우먼>이나 최근 주목받는 <구경이>가 그 예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로 너무 많은 남성 서사로 인해 생긴 결핍과 공백을 여성 서사로 메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같은 구도더라도 여성이 중심이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와 반응이 나온다. 예전에는 남자 주인공에 여성을 조연으로 세웠다면, 지금은 반대 구도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가 도출된다”며 “여성 서사 자체가 새롭고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여성 연대

여성 서사가 늘어나면서 톱스타급 남자 배우들은 드라마에 출연이 저조해졌다. 인지도가 높은 여배우와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남배우가 투톱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송혜교와 장기용 커플, <인간실격>의 전도연과 류준열 커플, <너를 닮은 사람>의 고현정과 김재영은 나이 차이가 꽤 크다. 이전에는 자주 보기 힘들었던 연상연하 구도가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심지어 <구경이>는 이영애, 김혜준, 김해숙, 곽선영 등 네 명의 여배우가 주축이 돼 작품을 끌고 간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대본을 볼 때 여성 서사면 S급 남자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한다. 이 배역을 탐낼 만한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배우들이 자리를 채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드라마 소비층이 대부분 여성인데, 최근 여성 사이에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에 대한 반응이 좋다. 메가 트렌드가 된 여성 서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거대한 변화 속에 있는 가운데, 예능계 역시 여성이 중심이 되는 흐름이다. 최근 메가톤급 흥행을 거둔 작품은 대부분 여성이 앞에 서 있다. 예능계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그우먼에게 기회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예능에서의 여성 출연자들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강했다.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밋밋한 캐릭터로 소모되는 경향이 있었다. <개그콘서트>만 하더라도 강하고 센 역할은 주로 남자의 몫이었다. 여성이 두각을 나타낸 캐릭터는 손에 꼽았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남성이 예능계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포츠 선수 출신의 여성 출연자가 방송에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점차 여성 출연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MBC <나혼자 산다>나 <전지적 참견 시점> 등 관찰 예능에 출연한 여성 스타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특히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경과 박세리다. 

멋진 언니
전성 시대

두 사람은 남자보다도 더 멋있게 자신의 영역에서 이른바 플렉스를 발휘하면서 많은 여성의 워너비가 됐다. 최선의 노력으로 주어진 일을 잘 해낼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도 가미돼있으며, 옳지 않은 것에 분명히 옳지 않다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매료시켰다.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여성 서사 예능의 정점을 찍은 건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다. 

방송 전 <스우파>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작품이다. <프로듀스 101> 조작 사건의 잔상이 여전히 각인돼있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우려먹은 서바이벌 방식의 오디션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다. 더구나 가수의 무대를 뒤에서 돕는 댄서를 앞세우는 점 역시 가산점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대목이다.

아울러 <스우파> 제작진은 ‘노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과 같은 노골적인 대결 구도로 여성 댄서를 몰아세웠다. 이른바 ‘여자의 적은 여자’의 구도로 자극적인 경쟁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댄스 크루들은 인터뷰부터 진짜 싸움을 하듯 으르렁댔고, 그 모습은 마치 M.net <언프리트 랩스타>의 댄스 버전과 같은 이미지였다. 성공 요인보다는 패배 요소가 더 많은 방송으로 여겨지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제작진이 세워 놓은 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건 댄서들이다. 제작진이 준 미션을 놀라운 실력과 리더십, 절실함으로 바꿔냈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최선을 넘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악을 쓰면서도, 승패가 결정 나면 다른 댄스 크루를 분명히 인정하고 존중했다. 패배 자체에 흔들리지 않았고, 보완할 점을 찾아 다음 무대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냈다. 

참가자들을 존중할 줄 모르는 M.net 제작진은 과거부터 그래왔듯 <스우파> 참가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어를 방송에 내보내며 경쟁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그 과정을 멋있게 만들어낸 건 댄서들의 동료애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하는 댄서들에 대중은 감동했다. 

강인해 보이기만 하는 <스우파> 댄서들은 눈물을 자주 흘렸다. 승자가 돼서도 패자가 돼서도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 눈물에는 기존 방송에서 보인 연민이나 동정이 담겨있지 않다. 결과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감동이나,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절실함만이 있다. 

<스우파> <골때녀> 도전기 인기
피와 땀 및 눈물에 남성들도 환호

그 진심이 모두 전해진 덕분에 우승 크루인 홀리뱅을 비롯해 8팀의 크루 모두 승자로 인식된다. 도전하는 여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스우파>가 보여줬다.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 외에도 모니카, 립제이, 아이키, 리정, 가비, 노제 등 대다수 스타가 생겨났다. 

<스우파> 참가자들이 보인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다. 어쩌다 참가한 축구에 모든 여성이 빠져들고 있다. 각 직업군을 대표해 모인 여성들은 점차 승리에 목말라 하며, 골을 넣었을 때 환희를 경험하고 패배했을 때의 아픔에 눈물을 쏟는다. 

대부분 축구 동호회가 남성으로 이뤄진 현실에서 팀 스포츠를 하는 여성 자체가 생경했던 가운데 골대에도 슛을 쏘는 여성들의 협동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혹자는 ‘그깟 공놀이’라고 폄훼할 수 있지만, 공놀이에 진심을 다하는 여성들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누구 하나 설렁설렁 뛰지 않고,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승리를 향해 달려든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경쟁과 승패가 결정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눈물은 안타깝거나 측은함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나 오랜 연습과 노력이 있었는지가 성장한 모습을 통해 느껴지기에, 이들의 눈물 자체가 멋있게 여겨진다. 

도전하는 여성들에게 뜨겁게 반응하는 건 여성만이 아니다. <골때녀>는 남성 커뮤니티에서 더 뜨겁게 타오른다. 남성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던 축구 분야에서 피, 땀, 눈물을 흘리는 여성에게 마음을 열고 응원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예능 역시 기존의 구도에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스우파>나 <골때녀>나 경쟁구도는 같다. 하지만 여성이 주인공이 되자 서사가 완전히 달라지고, 그 안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도 새롭다. 그래서 더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주도적인 여성이 방송에 많이 나오고 있다. 각종 관찰 예능의 패널은 남녀가 고루 분배하고 있으며, 메인 MC도 남성의 전유물로만 볼 수 없다. 특히 연애나 사랑을 주제로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홍진경, 장도연, 김숙, 곽정은, 유라, 김윤주 등 여성이 두각을 나타낸다.

여성이 주체가 된 예능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블루오션이자 경쟁력을 갖는다. 기존과는 다른 서사와 재미가 나온다. 남성만이 웃기고 재밌다는 편견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젠더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가속화되는 작금의 시대에 <스우파>나 <골때녀> 등은 남녀가 화합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만큼은 남녀의 우열 따윈 없기 때문이다.

여성 중심
카타르시스

따라서 페미니스트들이 줄곧 주장했던 ‘기울어진 운동장’이 도전하는 여성들로 인해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변화가 오랫동안 곪은 젠더 갈등을 모두 씻어내기엔 아직 미흡하지만, 점차 멋있는 여성이 늘어난다면 남녀 간의 지겨운 대립조차 좀 더 완만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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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