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트렌드' 방송가 장악한 우먼파워

드라마도 예능도 여주인공 중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여자가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은 비로소 옛말이 됐다. 드라마도 예능도 여성의 땀과 대립, 경쟁, 연대를 담아내는 데 여념이 없다. 능동적인 여성이 일궈내는 서사에 모두가 감동한다. 한 번 반짝이고 마는 게 아닌, 꾸준히 지속하는 메가 트렌드다. 

수년 전만 해도 여배우들의 볼멘소리가 많았다. 멋있고 능동적이며 어떤 사건이든 핵심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매력적인 인물이 대부분 남성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TV 속 여성은 밋밋하고, 우유부단하며 수동적으로 움직이기 바빴다.

노골적인
우유부단

이른바 ‘민폐 캐릭터’는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갈등이 해결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릇된 판단으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거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저지르는 것은 여성의 몫이었다. 

때론 노골적으로 ‘여자의 적은 여자’를 드러낸 작품도 많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 고부간의 갈등을 극대화한 ‘막장 드라마’에서 순진한 남자를 두고 모함과 음모를 꾸미는 건 대부분 여자였다. 

드라마 초반부에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도, 막바지에 치달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남자의 말에 휘둘리는 답답한 얼굴이 그려지기도 했다. 여성이 남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대장금>, JTBC <스카이 캐슬>, 영화 <암살> 등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능동적인 여성이 나왔지만, 거대한 물결처럼 흐르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1~2년 사이에 여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늘어났다. 남성 대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성보다 더 현명하고 올바르며 행동력이 있는 여성이 대거 보이기 시작했다. 미디어의 주인공이 여성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이야기의 주제의식도 여성 중심으로 흐른다. 대표적인 흥행작으로는 JTBC <부부의 세계>가 있다. 남편을 뺏긴 지선우(김희애 분)를 중심으로 그려진 <부부의 세계>는 기존의 남녀 구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작품이다.

남성은 지질하고 이기적이었고, 여성은 똑똑하고 현명했다. 실수나 갈등에 대한 대처를 할 때 남성 캐릭터보다 여성 캐릭터의 판단이 더 스마트해졌다.

지난 5월 방송된 tvN <마인>은 여성의 연대를 다뤘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전투구를 벌였던 여자들이 서로 힘을 합친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 놓인 서희수(이보영 분)와 정서현(김서형 분)은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위기를 헤쳐나간다. 

특히 성소수자였던 정서현이 자신의 목소리를 멋있게 내는 지점은 새로운 카타르시스가 됐다. 또 <마인>은 우정과 협업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민폐 캐릭터서 슈퍼우먼이 되기까지
전지현 한소희 이영애…원톱 드라마


<마인>의 성공 이후 여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물밀 듯 밀려왔다. 조여정을 중심으로 상위 0.5%의 민낯을 드러낸 tvN <하이클래스>, 전도연이 우울한 가운데서도 힘겨운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JTBC <인간실격>, 맨몸으로 마약조직을 부수는 한소희가 나온 넷플릭스 <마이네임>, 이하늬의 1인 2역이 눈부신 SBS <원더우먼>이 좋은 예다.

이 외에도 호쾌한 레인저로 변신한 전지현의 tvN <지리산>, 고현정과 신현빈의 치정 복수극 JTBC <너를 닮은 사람>, 산소 같은 이영애가 180도 변신한 JTBC <구경이>, 송혜교 원톱의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술에 미친 세 여자의 일상과 우정을 다룬 TVING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등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여성 서사는 거대한 물결처럼 다가오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과거에도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았다. 최근의 변화는 여성이 동일시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마인>이나 <원더우먼> <마이네임>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틀을 깨는 여성이 나오는데, 많은 여성이 쉽게 이입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형태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남성 중심의 서사로 지겨워진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여성 서사 드라마가 대두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전까지만 해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제외하고 스릴러나 공포 등 강력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여성의 역할은 대부분 장치적으로 활용됐다.

갈등을 키우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는 임무는 여성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이 조력하고 여성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작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원더우먼>이나 최근 주목받는 <구경이>가 그 예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로 너무 많은 남성 서사로 인해 생긴 결핍과 공백을 여성 서사로 메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같은 구도더라도 여성이 중심이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와 반응이 나온다. 예전에는 남자 주인공에 여성을 조연으로 세웠다면, 지금은 반대 구도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가 도출된다”며 “여성 서사 자체가 새롭고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여성 연대

여성 서사가 늘어나면서 톱스타급 남자 배우들은 드라마에 출연이 저조해졌다. 인지도가 높은 여배우와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남배우가 투톱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송혜교와 장기용 커플, <인간실격>의 전도연과 류준열 커플, <너를 닮은 사람>의 고현정과 김재영은 나이 차이가 꽤 크다. 이전에는 자주 보기 힘들었던 연상연하 구도가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심지어 <구경이>는 이영애, 김혜준, 김해숙, 곽선영 등 네 명의 여배우가 주축이 돼 작품을 끌고 간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대본을 볼 때 여성 서사면 S급 남자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한다. 이 배역을 탐낼 만한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배우들이 자리를 채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드라마 소비층이 대부분 여성인데, 최근 여성 사이에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에 대한 반응이 좋다. 메가 트렌드가 된 여성 서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거대한 변화 속에 있는 가운데, 예능계 역시 여성이 중심이 되는 흐름이다. 최근 메가톤급 흥행을 거둔 작품은 대부분 여성이 앞에 서 있다. 예능계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그우먼에게 기회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예능에서의 여성 출연자들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강했다.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밋밋한 캐릭터로 소모되는 경향이 있었다. <개그콘서트>만 하더라도 강하고 센 역할은 주로 남자의 몫이었다. 여성이 두각을 나타낸 캐릭터는 손에 꼽았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남성이 예능계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포츠 선수 출신의 여성 출연자가 방송에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점차 여성 출연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MBC <나혼자 산다>나 <전지적 참견 시점> 등 관찰 예능에 출연한 여성 스타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특히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경과 박세리다. 

멋진 언니
전성 시대

두 사람은 남자보다도 더 멋있게 자신의 영역에서 이른바 플렉스를 발휘하면서 많은 여성의 워너비가 됐다. 최선의 노력으로 주어진 일을 잘 해낼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도 가미돼있으며, 옳지 않은 것에 분명히 옳지 않다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매료시켰다.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여성 서사 예능의 정점을 찍은 건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다. 

방송 전 <스우파>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작품이다. <프로듀스 101> 조작 사건의 잔상이 여전히 각인돼있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우려먹은 서바이벌 방식의 오디션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다. 더구나 가수의 무대를 뒤에서 돕는 댄서를 앞세우는 점 역시 가산점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대목이다.

아울러 <스우파> 제작진은 ‘노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과 같은 노골적인 대결 구도로 여성 댄서를 몰아세웠다. 이른바 ‘여자의 적은 여자’의 구도로 자극적인 경쟁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댄스 크루들은 인터뷰부터 진짜 싸움을 하듯 으르렁댔고, 그 모습은 마치 M.net <언프리트 랩스타>의 댄스 버전과 같은 이미지였다. 성공 요인보다는 패배 요소가 더 많은 방송으로 여겨지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제작진이 세워 놓은 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건 댄서들이다. 제작진이 준 미션을 놀라운 실력과 리더십, 절실함으로 바꿔냈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최선을 넘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악을 쓰면서도, 승패가 결정 나면 다른 댄스 크루를 분명히 인정하고 존중했다. 패배 자체에 흔들리지 않았고, 보완할 점을 찾아 다음 무대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냈다. 

참가자들을 존중할 줄 모르는 M.net 제작진은 과거부터 그래왔듯 <스우파> 참가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어를 방송에 내보내며 경쟁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그 과정을 멋있게 만들어낸 건 댄서들의 동료애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하는 댄서들에 대중은 감동했다. 

강인해 보이기만 하는 <스우파> 댄서들은 눈물을 자주 흘렸다. 승자가 돼서도 패자가 돼서도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 눈물에는 기존 방송에서 보인 연민이나 동정이 담겨있지 않다. 결과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감동이나,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절실함만이 있다. 

<스우파> <골때녀> 도전기 인기
피와 땀 및 눈물에 남성들도 환호

그 진심이 모두 전해진 덕분에 우승 크루인 홀리뱅을 비롯해 8팀의 크루 모두 승자로 인식된다. 도전하는 여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스우파>가 보여줬다.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 외에도 모니카, 립제이, 아이키, 리정, 가비, 노제 등 대다수 스타가 생겨났다. 

<스우파> 참가자들이 보인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다. 어쩌다 참가한 축구에 모든 여성이 빠져들고 있다. 각 직업군을 대표해 모인 여성들은 점차 승리에 목말라 하며, 골을 넣었을 때 환희를 경험하고 패배했을 때의 아픔에 눈물을 쏟는다. 

대부분 축구 동호회가 남성으로 이뤄진 현실에서 팀 스포츠를 하는 여성 자체가 생경했던 가운데 골대에도 슛을 쏘는 여성들의 협동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혹자는 ‘그깟 공놀이’라고 폄훼할 수 있지만, 공놀이에 진심을 다하는 여성들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누구 하나 설렁설렁 뛰지 않고,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승리를 향해 달려든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경쟁과 승패가 결정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눈물은 안타깝거나 측은함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나 오랜 연습과 노력이 있었는지가 성장한 모습을 통해 느껴지기에, 이들의 눈물 자체가 멋있게 여겨진다. 

도전하는 여성들에게 뜨겁게 반응하는 건 여성만이 아니다. <골때녀>는 남성 커뮤니티에서 더 뜨겁게 타오른다. 남성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던 축구 분야에서 피, 땀, 눈물을 흘리는 여성에게 마음을 열고 응원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예능 역시 기존의 구도에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스우파>나 <골때녀>나 경쟁구도는 같다. 하지만 여성이 주인공이 되자 서사가 완전히 달라지고, 그 안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도 새롭다. 그래서 더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주도적인 여성이 방송에 많이 나오고 있다. 각종 관찰 예능의 패널은 남녀가 고루 분배하고 있으며, 메인 MC도 남성의 전유물로만 볼 수 없다. 특히 연애나 사랑을 주제로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홍진경, 장도연, 김숙, 곽정은, 유라, 김윤주 등 여성이 두각을 나타낸다.

여성이 주체가 된 예능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블루오션이자 경쟁력을 갖는다. 기존과는 다른 서사와 재미가 나온다. 남성만이 웃기고 재밌다는 편견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젠더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가속화되는 작금의 시대에 <스우파>나 <골때녀> 등은 남녀가 화합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만큼은 남녀의 우열 따윈 없기 때문이다.

여성 중심
카타르시스

따라서 페미니스트들이 줄곧 주장했던 ‘기울어진 운동장’이 도전하는 여성들로 인해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변화가 오랫동안 곪은 젠더 갈등을 모두 씻어내기엔 아직 미흡하지만, 점차 멋있는 여성이 늘어난다면 남녀 간의 지겨운 대립조차 좀 더 완만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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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