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길고 지루한 마블 영화 '이터널스'

기대가 컸나? 마동석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어벤져스> 시리즈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2년 뒤 MCU는 새로운 세계관을 들고 나왔다. 7000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 등장하는 <이터널스>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터널스>는 기대만큼 흥미롭지도, 즐겁지도 않다. 

태초에 지구에는 식인 괴물 데비안츠가 있었다. 인간은 데비안츠로부터 목숨을 부지하기조차 어렵다. 워낙 강력한 살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5000년, 셀레스티얼에 의해 탄생한 10인의 히어로 이터널스는 지구에 도달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영화 <이터널스>의 첫 장면이다.

방대한 정보

이터널스가 지구에 온 이유는 데비안츠에 맞서 인류를 수호하기 위함이다. 수백년 동안 데비안츠를 멸종시킨 후, 10인의 히어로들은 인류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각자도생하기로 한다. 

인류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쟁과 살상을 반복하더라도 그저 지켜만 보기로 한다. 희생이 있어야만 인류의 의식이 발전한다는 셀레스티얼의 심판자 아리셈의 계획 때문이었다. 그 사이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인류 절반이 날아가는 사건이 벌어지지만, 이터널스만큼은 각자 머무는 곳에서 시대의 변화를 관망한다.

그러던 21세기, 데비안츠가 출몰한다.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데비안츠가 더 막강해진 형태로 나타난 것.

불길함을 감지한 세르시(젬마 찬 분)와 이카리스(리처드 매든 분), 스프라이트(리아 맥휴)는 리더 에이잭(셀마 헤이액 분)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이미 에이잭은 데비안츠로부터 습격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리더 자리는 세르시에게 넘겨졌다. 

다시 히어로들이 모여야 한다고 판단한 세르시는 이터널스 멤버를 모은다. 오랫동안 시간이 지나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진 이터널스는 인류를 구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그동안 숨겨졌던 어두운 비밀을 알게 된다. 지구가 다른 행성의 먹이로 탄생한 행성이라는 것.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멤버와 아리셈의 뜻대로 지구를 파괴해야 한다는 멤버로 의견이 갈리면서 서로에게 무기를 들이댄다.

MCU <어벤져스>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터널스>의 정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어벤져스>에서 그려진 기술의 발달을 활용한 화려한 액션이나 각 인물 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서사보다 ‘이터널스’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아이언맨>이 아이언맨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거대한 세계관의 물꼬를 텄던 것과는 다른 형식이다. <이터널스>는 흥미를 끄는 요소보다는 지지대가 되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한다. 용어부터 생소하고 설정을 이해하려면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전 MCU 영화를 섭렵했다 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량이 매우 많다. 

아울러 히어로 10명의 개성이나 사연 등 서사 자체가 방대한데, 이를 매우 집약해서 구겨 넣었다. 너무 많은 양의 내용을 함축시키다 보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대체로 캐릭터들의 색감이 옅다. 인물은 많은데, 마음을 주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은 없다.

마블의 새로운 세계관…이어지는 혹평
백인 전유물서 벗어난 히어로는 합격

또 캐릭터 대부분이 진지한 편이다. 아이언맨이나 스타로드, 앤트맨, 스파이더맨 등 <어벤져스> 시리즈에 태생 자체가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다수 포함돼있다면 <이터널스>에서 유머를 담당하는 건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뿐이다. 길가메시조차도 <어벤져스> 캐릭터에 비하면 진중한 편이다. 

인간이 아닌 시공을 초월한 우주적인 존재다 보니 액션도 더 단순해진다. 이미 화려한 액션에 길든 관객들에게 엄청난 힘을 내뿜는 히어로의 싸움은 다소 지루함마저 준다. <이터널스>에 이입하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된다.

새로운 비주얼과 높은 수준의 CG가 존재함에도, 영화적 흥미를 채워주지 못하는 헛헛함이 있다.

특히 마지막 엄청나게 강해진 데비안츠와 테나(앤젤리나 졸리 분)의 액션은 기대와 달리 너무 허무하게 끝난다. 마지막만큼은 세밀하고 파워풀한 액션으로 마무리지었던 기존 공식과 궤를 달리한다. 대단한 싸움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만 주고, 너무 쉽게 결판이 나는 탓에 아쉬움이 짙다. 

한국 관객에게 있어서 마동석의 분투는 그나마 호재다. 맨주먹으로 자신보다 몇 배 큰 데비안츠를 때려잡는 장면이나 앞치마를 두르고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비중은 상당히 크다. 

이터널스의 인물은 세계 각각의 인종으로 이뤄졌다. 마동석이 동양인이고, 뛰어난 지성의 파스토(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분)는 흑인이자 동성애자다. 마카리(로렌 리들로프 분)는 청각장애인이며,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분)는 인도인이다.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히어로의 세계가 글로벌로 확장됐는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이터널스>가 가진 유의미한 메시지다. 

이제 겨우 첫 단추를 끼운 <이터널스>의 전 세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신선하지도, 히어로물의 장기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아마도 <이터널스> 세계관을 빨리 주입하려 초점을 맞춘 데서 오는 혹평으로 예상된다. 

MCU는 이 같은 반응조차 예상했는지 모른다. 예술성이 깊은 작품을 연출해온 클로이 자오를 투입한 것은 어쩌면 초반부에 상당량의 서사를 넣고 차기작부터 재밌게 풀어가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낯선 정서

비록 아쉬움이 남지만, 첫술에 배부르긴 어려울 수 없다. <이터널스>는 지속할 수밖에 없는 마블의 야심작이다. 문제점만 잘 보완해낸다면 <어벤져스> 시리즈를 뛰어넘는 오락영화 시리즈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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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