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21세기형 히피 신유미

“가장 나다운 음악을 만들었어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보컬 선생님 ‘유미쌤’으로 잘 알려진 신유미의 정체성은 싱어송라이터다.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을 직접 한다. 독창적인 음악을 구현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보컬 트레이너보다는 가수의 길을 걷고 싶은 그가 두 번째 EP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Laid Back Like Hippie)’를 발매했다. “흑마술 같은 음악”이라 평가받은 그의 작품은 더 정교해졌다. 

안개가 자욱하고 서리가 군데군데 껴 있는 느낌이다. 차갑고 어둡다. 검은색이 섞인 보라색이 떠오르며, 처절하고 치열하다. 진하고 끈적끈적하다. 신유미의 첫 번째 EP앨범 ‘소 어딕티드 유(So Addicted You)’를 듣고 떠오른 이미지다.

흑마술

처절한 사랑을 주제로 했던 첫 번째 앨범에서부터 신유미가 가진 음악적 색감이 뚜렷하다.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보여준 따뜻하고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는 대척점에 있다. 음악의 선배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가수 윤상은 그의 음악을 두고 ‘흑마술’이라 칭했다. 

첫 음반을 내고 여러 활동을 하던 신유미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작업에만 몰두했다. 어떤 음악을 입혀도 자신의 색감으로 소화하는 여러 선배 가수처럼,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을 만들기 위해 자신과 싸웠다. 

무려 1년간 작사와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하며 수많은 곡을 듣고 또 듣고,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 0.1초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도록 갈고 닦았다. 그렇게 2년 만에 탄생한 새 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Laid Back Like Hippie)’는 기존의 색감은 묻어 있는 가운데 더 리드미컬해졌다.


이번 앨범을 두고 “내 음악을 가장 잘 알려주는 앨범”이라고 칭했다. 

“한 1년 동안은 음반 작업에만 매달렸어요. 사실은 10곡 넘는 정규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정규앨범은 너무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5곡 정도의 EP앨범을 낸 거죠. 거의 모든 곡에 제 생각이 담겨있어요. 음반 작업 외에는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싸움이었죠.”

음반 발매는 비용이 발생한다. 아무리 작사와 작곡을 한다고 해도, 다양한 세션이 필요하고, 뮤직비디오 촬영 및 홍보 등 여러 부분에서 돈이 필요하다. 아무리 비용을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혼자 감내하기엔 쉽지 않다.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대중성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갈구하는 뮤지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신유미는 콘텐츠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에 참여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수십명의 뮤지션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으로 경쟁했다. 명성을 얻은 신유미에겐 어려운 도전이었다. 

EP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 발매
“1년 넘게 혼자만의 처절한 싸움 있었죠”

“사실 큰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곡 작업이 여름에 마무리됐는데,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콘텐츠진흥원에서 하는 뮤지션 지원사업 ‘뮤즈 온(Muse On)’에 도전했죠. 수십팀 중 열 다섯팀을 뽑는 건데, 오랜만에 힘을 주고 무대에서 노래하니 만만치 않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압박감 속에서 노래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지치더라고요.”

M.net <보이스코리아2> TOP4 출신으로 오디션에서 상당한 재능을 발휘한 그에게도 평가를 받는 자리는 여전히 익숙치 않은 듯하다. 심사위원으로도 손색없는 그에게도 어려운 행보였다고. 특히 음악적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 무대에서 크게 떨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제가 많이 떤다는 걸 알았어요. 아무래도 좀 다른 분들의 기대치가 생기다 보니까, ‘더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커지더라고요. 사실 아이돌을 가르쳐본 사람이잖아요. 그런 입장이었다가 평가를 받으니,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힘겨운 싸움을 극복하고 입상에 성공했다. 지원비를 받고 그 돈을 새 앨범 비용에 투자했다.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는 그렇게 혼자만의 싸움을 이겨내고 만들어진 앨범이다. ‘히피처럼 리듬을 천천히’라는 앨범의 본뜻처럼 자유롭게 그리고 자기와의 싸움을 거치며 한 계단씩 밟아 만들었다. 

이전에는 처절한 사랑이 주제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자유와 편견 없는 음악을 표현했다.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곡을 완성했다. 타인의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굳혀 나아가며 힘든 일이 있다면, 잠시 훌훌 털었으면 하는 의식이 앨범 전반에 담겨있다. 

“제 색채는 유지한 채, 이전보다는 조금 더 빠른 템포의 리듬을 주고자 어반 알앤비를 레퍼런스로 뒀어요. 이전 앨범보다는 확실히 빨라졌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 이번 앨범 같아요. 가장 저를 잘 알려주는 앨범이랄까요. 전반적으로 역동적이고 리듬의 힘이 많이 생겼어요. 더 신나는 느낌이에요. 어반 알앤비를 흡수하되 저만의 느낌은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1년 동안
음반 작업만

이번 앨범 역시 독창적이다. 여전히 몽환적인 느낌이 유지된다. 리듬감이 빨라지면서 처절한 색채는 덜해졌다. 가사도 현실적이다. 사랑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삶 전반에 대해 메시지를 전한다. 공감과 위로가 바탕에 있고, 누구나 행복하게 멋있게 살길 바라는 신유미의 존중이 묻어 있다.

“좀 웃긴 말이긴 한데, 제가 자유롭고 제한이 없고 편견이 없는 음악을 강조해요. 트랙을 쓰기 시작한 것도 보컬로만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걸 100% 할 수가 없어서예요. 부족하더라도 내 노래를 내가 써보자고 해서 앨범이 만들어진 거예요. 음악 안에서 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그중 통일성이 있는 곡이 모여 앨범이 됐죠.”

단순히 자유를 말한다고 해서 자유로움이 곡 안에 배는 것이 아니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태도로 살아야 음악에 신유미라는 존재가 묻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완전한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사도 나왔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보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김현철 선배는 시티팝을 주로 하시는데, 발라드를 불러도 선배만의 라인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가진 무드와 분위기가 묻어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고생하나 봐요.”

2020년 신유미 눈에 비친 세상은 ‘코로나 블루’였다. 저녁에 누구와 만나는 시간은 10시로 제한됐고, 4인 이상 모이기도 어렵게 됐다. 일주일에 몇 개씩 되는 저녁 약속을 잡았었는데, 약속 하나를 만드는 것도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된다.

예전처럼 술 한 잔 하며 북적북적 웃고 떠드는 광경은 생경해졌다. 놀고 싶은 본능을 억제해야만 하는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본능이 제한된다는 건 활력소가 사라진다는 걸 말한다. 

사람들은 예민해진다. ‘마스크 좀 쓰세요’라는 말에 화가 치밀고 갑작스럽게 다투기도 한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이 나는 기현상도 생겨났다. 일상에서 규제가 강해졌고, 여행을 가도 완전한 해방감을 느끼기 어렵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애를 담고 싶었어요. 근데 너무 거창하잖아요. 그런 건 아니고 흔히 말하는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는 해방감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 모두 속박돼 살고 있잖아요. 특히 3번 트랙인 ‘둥글게’는 이 시국에 꼭 내고 싶은 노래였어요. 다들 예민해지고 알게 모르게 지쳐가고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마음으로요. 음악으로라도 자유로운 기운을 느껴봤으면 해요.”

진취적
능동적

지금이야 싱글앨범을 내는 추세다 보니, 앨범 내 스토리라인을 고민하는 일이 적어졌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가수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곡의 순서였다. 노래마다 담고 있는 의미를 여러 방면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라인을 만드는 것. 신유미의 이번 앨범에는 정통 앨범에 통용되는 스토리라인이 있다. 

“작은 자유부터 넓은 자유로 확장되는 의미가 있어요. 1번 ‘유 기브 미 버터 블라이즈(You give me butterflies)’는 규제에서의 자유, 2번 트랙 ‘히치하이커(Hitchhiker)’는 인생에서의 자유, 3번 트랙 ‘둥글게’는 관계에서의 자유, 4번 트랙 ‘두 유 러브 유어셀프(Do you love yourself? (Feat. iHwak))’는 불안에서의 자유, 5번 트랙 ‘페일 블루 도트(Pale blue dot)’는 존재에서의 자유랄까요. 1번부터 5번까지는 자유와 해방, 편견에 대한 저항 같은 키워드로 연결돼요.”

대부분 일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국 드라마의 대사나 신유미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표현, 주위 사람들의 모습, 평소에 관심 있던 과학 분야 유튜브 영상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냈다. 특히 5번 트랙인 ‘페일 블루 도트’는 매우 철학적이다.


“과학자 칼 세이건이 우주에서 지구를 봤을 때 한 말이 ‘페일 블루 도트’예요.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뜻이에요. 지구가 엄청나게 크지만, 우주에서 보면 단 하나의 점이라는 거죠. 수십억 인구가 오돌토돌 모여 치열하게 사는 지구가 파란 점이란 얘기도 되잖아요. 우리 하나하나가 모여 빛을 내면서 푸른색 빛깔을 내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홀로 음반을 내는 것이 익숙하지만 4번 ‘두 유 러브 유어셀프’는 글로벌 프로듀서 아이확의 도움을 받았다. 곡 중간까지 써냈는데, 그 이상이 어려워 문의를 했던 것. 실력파 뮤지션인 아이확은 단번에 신유미의 속내를 읽어낸다.

<프로듀스 101> 보컬 선생님으로 유명
“친구들이 왜 보컬 학원 안 차리냐고…”

“노래를 만드는데 어느 이상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확에게 부탁을 했죠. 너무 신기하게도 뒷부분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지 알고 정확하게 곡을 준 거예요. 제가 협업을 하면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인데, 듣자마자 제가 원하는 걸 딱 알아챈 느낌이더라고요. 여러 모로 큰 도움을 받았죠.”

두 번째 EP앨범을 내는 데 영혼을 갈아 넣은 신유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 전달하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그득하다.

“요즘 불현듯 떠오른 건 조롱에 대한 조롱이예요. 미국에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전형적인 인간을 두고 표현하는 건데요. 예컨대 백인 여자인데 금발의 머리 색에 분홍색 바지를 입은, 이름은 제니나 스테파니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아이가 이른바 ‘스테레오 타입’으로 불려요. 사람들이 정해놓은 이미지에 걸맞게 하고 사는 사람이죠. 조롱하는 뜻이에요. 저는 그 조롱을 조롱하고 싶어요. 스테레오 타입도 어찌 보면 그 사람이 가진 정체성이잖아요. 흔하다고 해서 또 무시 받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유미 유명세를 준 건 <프로듀스 101>이다. 연습생들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실력이 향상되는 데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많은 사람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유미에게 보컬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의 이름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나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직장인으로 치면 직장을 잃은 셈이다.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가 갈라진 것. 하지만 신유미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음악 작업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은 다르게 보더라고요. 저보고 록커래요. 그 이유가 자기라면 보컬학원을 차렸을 거래요. 그랬으면 떼돈 벌었을 거라고. 저를 존경한다면서 한 말이긴 해요. 근데 저는 ‘그걸 하면 과연 난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레슨을 하더라도 제자랑 친해져야 하고, 음악에 대한 태도도 결이 맞아야 편해요. 음악이 아닌 스타가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하곤 작업하기 어렵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돈을 좀 못 벌어도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해요. 전 열심히 일하고 월에 1000만원 받는 것보다, 백수로 월에 100만원 버는 걸 더 원하거든요. 시간에 가치를 더 두는 거죠.”

음반 발매 후 방송과 무대활동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완벽을 지나치게 추구해온 그는 최근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음악에 접근하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 

다음 구상은…
조롱을 조롱

“사람들이 저보고 너무 완벽주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놀라시는 분도 있어요. 최근에 유튜브 채널 ‘대부님’이라는 방송에 나갔는데, 제가 음악에 너무 진지하니까 탁재훈 선배께서 ‘그래서 음악 안 하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하시더라고요. 뭔가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너무 제가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죠. 이제부터라도 거창하지 않고, 편안하게 먹방을 하듯 음악을 하려고 해요. 그러면 또 다른 제 음악이 탄생하겠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비선 실세 모임이라고 알려진 ‘한남동 라인’의 실명까지 언급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해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기된 여론조작 의혹을 두고 2년 전 김건희 여사 최측근들이 주도했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조작 논란은 2년 전 사건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해당 논란을 두고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으나 홍 시장을 깎아내리려 한 정황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 관계자들의 여론조작 의혹과 유사하다. 비선 실세 의혹 용산 사면초가 명씨는 영남권 기반의 여론조사 및 선거컨설팅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자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출신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중앙여심위) 등록 기준으로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109개 여론조사를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했다. 그가 대표로 있던 언론사 <시사경남>은 <뉴데일리>와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천 개입 의혹’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명씨를 윤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소개했다. 지난 4월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경남 김해갑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서 배제되면서 실제 ‘공천 개입’으로 이어졌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명씨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직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에게 ‘미공표용’ 여론조사 데이터를 손보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은 지난 2022년 2월28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A씨와의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서 명씨는 A씨가 진행 중이던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네”라고 답했고,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미공표용 여론조사 보고서에는 20~40대 샘플은 줄이고, 50~60대 샘플은 늘린 결괏값이 별도로 존재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와 A씨와의 통화가 이뤄진 당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주제로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와 연령별 가중치를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적용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조사완료 샘플은 3016명이었고, 미래한국연구소는 먼저 이를 실제 인구 구성비(만18세~20대 17.2%, 30대 15.2%, 40대 18.5%, 50대 19.6%, 60대 16.3%, 17세 이상 13.2%)에 따라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60대의 경우 실제 응답한 샘플은 634명(21.0%)이었지만, 492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샘플(3016명)의 16.31%(492명)까지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영남권 선거컨설팅 전문가? “사실상 브로커” 윤석열 부부 수십 차례 연락…국정까지 개입?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는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을 하나 더 만들었다. 직전 대선서 투표장에 나온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다음날인 3월1일이다. 홍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일반 여론조사에 10.27% 이기고도 당원투표에 진 것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고 나는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선거 브로커 명씨가 날뛰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짓”이라며 “검찰에선 조속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사법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최측근들도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정모씨는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 왔다. 지난해 2021년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 왔다. 2022년 6월 본지 단독보도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해당 녹취록서 정씨는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와 함께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정씨가 다른 직원에게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는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라는 식으로 답했다.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정씨는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번만 더 올려달라”며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은 홍 시장과 커뮤니티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홍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대선후보 경선 때 홍 시장의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정씨는 해당 커뮤니티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홍 시장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는 “명씨와 정씨가 직접적으로 여론조작과 관련해 논의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김 여사와 접촉했던 만큼 연락은 취했을 것이다. 다만 단순하게 미팅을 위한 연락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출신 여권 인사도 “대선 직전까지 논란이 많았던 건 맞다. 정씨를 포함해 소위 말해 ‘김건희 라인’이라고 불렸던 인물들이 여론조작까진 모르겠으나 일부 커뮤니티에 타 후보들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김 여사에게 보고했던 건 사실이다.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주로 있었던 일이고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우려가 컸다”고 주장했다. 직원들과 분위기 살펴 김 여사가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자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출범에 속도를 냈다. 아직 김 여사의 집무실과 제2부속실 직원 사무실을 대통령실 내에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출범 시기는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로 거론된다. 제2부속실장으로 내정된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은 실제 업무를 보고 있다. 규모는 장 비서관과 실무급 인원 2명을 충원해 7명이다. 제2부속실은 김 여사의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등으로 이뤄지고 김 여사의 집무실은 윤 대통령 집무실과 다른 층에 설치될 예정이다. 청와대 본관 1층에 있었던 영부인의 집무실과 비교하면 공간은 작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서 경호 및 예우 대상에 대통령 배우자를 포함시키고 있을 뿐 그 밖에 배우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 지난 1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던 대통령실도 “해외국 정상의 2부속실 운영 사례 등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국 대통령 부인의 지위 등 해외 법 규정과 사례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퍼스트레이디’에게도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예산 등이 배정되도록 연방법으로 정하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이 제2부속실 직원으로 채용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일요시사>는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에 채용된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조작 정황 김건희 최측근 행위와 유사 특정 후보 깎아내고 게시물 밀어내기도 김 여사의 또 다른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남동 라인’에 관한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직접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표와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대선 전부터 알고 지냈거나 대선을 도왔던 비서관·행정관 6~7명이 대통령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비선’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서 김 여사에게 수시로 보고한다는 소문 탓에 ‘한남동 라인’이라고도 한다. 대부분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거나 짧은데,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 의견에 우선 귀를 기울인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권에선 언론인 출신인 B, C 비서관, D 전 비서관, 과거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참여한 E 비서관이 김건희 라인으로 거론돼왔다. 대통령실 청년 정책 담당 30~40대 행정관들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황모 행정관은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기업인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 행정관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했는데, 명씨는 그가 운전하는 차를 윤 대통령과 함께 탔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들은 ‘김건희 라인’의 실체가 없다고 반발 중하고 있다. 한남동 라인으로 거론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통령 일가와 사적으로 인연도 없고 공적인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출신 여권 관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중 황 행정관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언급됐음에도 살아남은 사람이자 총애받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서 일부 김건희 라인을 거론하며 “용산은 ‘십상시(박근혜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 같은 몇 사람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그분들이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직무 범위서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들은 공식 라인을 무시하거나 대통령실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주장을 펴며 인사 등 대통령실 내의 주요 업무를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했다는 설명이다. 신 부총장은 “(한남동 라인이)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할 때 이른바 ‘여사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라며 “김 여사께서 직접 그걸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한남동 라인이)호가호위하면서 그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굉장히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