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21세기형 히피 신유미

“가장 나다운 음악을 만들었어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보컬 선생님 ‘유미쌤’으로 잘 알려진 신유미의 정체성은 싱어송라이터다.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을 직접 한다. 독창적인 음악을 구현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보컬 트레이너보다는 가수의 길을 걷고 싶은 그가 두 번째 EP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Laid Back Like Hippie)’를 발매했다. “흑마술 같은 음악”이라 평가받은 그의 작품은 더 정교해졌다. 

안개가 자욱하고 서리가 군데군데 껴 있는 느낌이다. 차갑고 어둡다. 검은색이 섞인 보라색이 떠오르며, 처절하고 치열하다. 진하고 끈적끈적하다. 신유미의 첫 번째 EP앨범 ‘소 어딕티드 유(So Addicted You)’를 듣고 떠오른 이미지다.

흑마술

처절한 사랑을 주제로 했던 첫 번째 앨범에서부터 신유미가 가진 음악적 색감이 뚜렷하다.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보여준 따뜻하고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는 대척점에 있다. 음악의 선배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가수 윤상은 그의 음악을 두고 ‘흑마술’이라 칭했다. 

첫 음반을 내고 여러 활동을 하던 신유미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작업에만 몰두했다. 어떤 음악을 입혀도 자신의 색감으로 소화하는 여러 선배 가수처럼,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을 만들기 위해 자신과 싸웠다. 

무려 1년간 작사와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하며 수많은 곡을 듣고 또 듣고,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 0.1초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도록 갈고 닦았다. 그렇게 2년 만에 탄생한 새 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Laid Back Like Hippie)’는 기존의 색감은 묻어 있는 가운데 더 리드미컬해졌다.


이번 앨범을 두고 “내 음악을 가장 잘 알려주는 앨범”이라고 칭했다. 

“한 1년 동안은 음반 작업에만 매달렸어요. 사실은 10곡 넘는 정규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정규앨범은 너무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5곡 정도의 EP앨범을 낸 거죠. 거의 모든 곡에 제 생각이 담겨있어요. 음반 작업 외에는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싸움이었죠.”

음반 발매는 비용이 발생한다. 아무리 작사와 작곡을 한다고 해도, 다양한 세션이 필요하고, 뮤직비디오 촬영 및 홍보 등 여러 부분에서 돈이 필요하다. 아무리 비용을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혼자 감내하기엔 쉽지 않다.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대중성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갈구하는 뮤지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신유미는 콘텐츠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에 참여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수십명의 뮤지션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으로 경쟁했다. 명성을 얻은 신유미에겐 어려운 도전이었다. 

EP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 발매
“1년 넘게 혼자만의 처절한 싸움 있었죠”

“사실 큰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곡 작업이 여름에 마무리됐는데,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콘텐츠진흥원에서 하는 뮤지션 지원사업 ‘뮤즈 온(Muse On)’에 도전했죠. 수십팀 중 열 다섯팀을 뽑는 건데, 오랜만에 힘을 주고 무대에서 노래하니 만만치 않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압박감 속에서 노래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지치더라고요.”

M.net <보이스코리아2> TOP4 출신으로 오디션에서 상당한 재능을 발휘한 그에게도 평가를 받는 자리는 여전히 익숙치 않은 듯하다. 심사위원으로도 손색없는 그에게도 어려운 행보였다고. 특히 음악적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 무대에서 크게 떨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제가 많이 떤다는 걸 알았어요. 아무래도 좀 다른 분들의 기대치가 생기다 보니까, ‘더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커지더라고요. 사실 아이돌을 가르쳐본 사람이잖아요. 그런 입장이었다가 평가를 받으니,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힘겨운 싸움을 극복하고 입상에 성공했다. 지원비를 받고 그 돈을 새 앨범 비용에 투자했다.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는 그렇게 혼자만의 싸움을 이겨내고 만들어진 앨범이다. ‘히피처럼 리듬을 천천히’라는 앨범의 본뜻처럼 자유롭게 그리고 자기와의 싸움을 거치며 한 계단씩 밟아 만들었다. 

이전에는 처절한 사랑이 주제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자유와 편견 없는 음악을 표현했다.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곡을 완성했다. 타인의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굳혀 나아가며 힘든 일이 있다면, 잠시 훌훌 털었으면 하는 의식이 앨범 전반에 담겨있다. 

“제 색채는 유지한 채, 이전보다는 조금 더 빠른 템포의 리듬을 주고자 어반 알앤비를 레퍼런스로 뒀어요. 이전 앨범보다는 확실히 빨라졌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 이번 앨범 같아요. 가장 저를 잘 알려주는 앨범이랄까요. 전반적으로 역동적이고 리듬의 힘이 많이 생겼어요. 더 신나는 느낌이에요. 어반 알앤비를 흡수하되 저만의 느낌은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1년 동안
음반 작업만

이번 앨범 역시 독창적이다. 여전히 몽환적인 느낌이 유지된다. 리듬감이 빨라지면서 처절한 색채는 덜해졌다. 가사도 현실적이다. 사랑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삶 전반에 대해 메시지를 전한다. 공감과 위로가 바탕에 있고, 누구나 행복하게 멋있게 살길 바라는 신유미의 존중이 묻어 있다.

“좀 웃긴 말이긴 한데, 제가 자유롭고 제한이 없고 편견이 없는 음악을 강조해요. 트랙을 쓰기 시작한 것도 보컬로만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걸 100% 할 수가 없어서예요. 부족하더라도 내 노래를 내가 써보자고 해서 앨범이 만들어진 거예요. 음악 안에서 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그중 통일성이 있는 곡이 모여 앨범이 됐죠.”

단순히 자유를 말한다고 해서 자유로움이 곡 안에 배는 것이 아니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태도로 살아야 음악에 신유미라는 존재가 묻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완전한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사도 나왔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보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김현철 선배는 시티팝을 주로 하시는데, 발라드를 불러도 선배만의 라인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가진 무드와 분위기가 묻어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고생하나 봐요.”

2020년 신유미 눈에 비친 세상은 ‘코로나 블루’였다. 저녁에 누구와 만나는 시간은 10시로 제한됐고, 4인 이상 모이기도 어렵게 됐다. 일주일에 몇 개씩 되는 저녁 약속을 잡았었는데, 약속 하나를 만드는 것도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된다.

예전처럼 술 한 잔 하며 북적북적 웃고 떠드는 광경은 생경해졌다. 놀고 싶은 본능을 억제해야만 하는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본능이 제한된다는 건 활력소가 사라진다는 걸 말한다. 

사람들은 예민해진다. ‘마스크 좀 쓰세요’라는 말에 화가 치밀고 갑작스럽게 다투기도 한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이 나는 기현상도 생겨났다. 일상에서 규제가 강해졌고, 여행을 가도 완전한 해방감을 느끼기 어렵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애를 담고 싶었어요. 근데 너무 거창하잖아요. 그런 건 아니고 흔히 말하는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는 해방감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 모두 속박돼 살고 있잖아요. 특히 3번 트랙인 ‘둥글게’는 이 시국에 꼭 내고 싶은 노래였어요. 다들 예민해지고 알게 모르게 지쳐가고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마음으로요. 음악으로라도 자유로운 기운을 느껴봤으면 해요.”

진취적
능동적

지금이야 싱글앨범을 내는 추세다 보니, 앨범 내 스토리라인을 고민하는 일이 적어졌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가수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곡의 순서였다. 노래마다 담고 있는 의미를 여러 방면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라인을 만드는 것. 신유미의 이번 앨범에는 정통 앨범에 통용되는 스토리라인이 있다. 

“작은 자유부터 넓은 자유로 확장되는 의미가 있어요. 1번 ‘유 기브 미 버터 블라이즈(You give me butterflies)’는 규제에서의 자유, 2번 트랙 ‘히치하이커(Hitchhiker)’는 인생에서의 자유, 3번 트랙 ‘둥글게’는 관계에서의 자유, 4번 트랙 ‘두 유 러브 유어셀프(Do you love yourself? (Feat. iHwak))’는 불안에서의 자유, 5번 트랙 ‘페일 블루 도트(Pale blue dot)’는 존재에서의 자유랄까요. 1번부터 5번까지는 자유와 해방, 편견에 대한 저항 같은 키워드로 연결돼요.”

대부분 일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국 드라마의 대사나 신유미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표현, 주위 사람들의 모습, 평소에 관심 있던 과학 분야 유튜브 영상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냈다. 특히 5번 트랙인 ‘페일 블루 도트’는 매우 철학적이다.


“과학자 칼 세이건이 우주에서 지구를 봤을 때 한 말이 ‘페일 블루 도트’예요.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뜻이에요. 지구가 엄청나게 크지만, 우주에서 보면 단 하나의 점이라는 거죠. 수십억 인구가 오돌토돌 모여 치열하게 사는 지구가 파란 점이란 얘기도 되잖아요. 우리 하나하나가 모여 빛을 내면서 푸른색 빛깔을 내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홀로 음반을 내는 것이 익숙하지만 4번 ‘두 유 러브 유어셀프’는 글로벌 프로듀서 아이확의 도움을 받았다. 곡 중간까지 써냈는데, 그 이상이 어려워 문의를 했던 것. 실력파 뮤지션인 아이확은 단번에 신유미의 속내를 읽어낸다.

<프로듀스 101> 보컬 선생님으로 유명
“친구들이 왜 보컬 학원 안 차리냐고…”

“노래를 만드는데 어느 이상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확에게 부탁을 했죠. 너무 신기하게도 뒷부분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지 알고 정확하게 곡을 준 거예요. 제가 협업을 하면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인데, 듣자마자 제가 원하는 걸 딱 알아챈 느낌이더라고요. 여러 모로 큰 도움을 받았죠.”

두 번째 EP앨범을 내는 데 영혼을 갈아 넣은 신유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 전달하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그득하다.

“요즘 불현듯 떠오른 건 조롱에 대한 조롱이예요. 미국에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전형적인 인간을 두고 표현하는 건데요. 예컨대 백인 여자인데 금발의 머리 색에 분홍색 바지를 입은, 이름은 제니나 스테파니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아이가 이른바 ‘스테레오 타입’으로 불려요. 사람들이 정해놓은 이미지에 걸맞게 하고 사는 사람이죠. 조롱하는 뜻이에요. 저는 그 조롱을 조롱하고 싶어요. 스테레오 타입도 어찌 보면 그 사람이 가진 정체성이잖아요. 흔하다고 해서 또 무시 받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유미 유명세를 준 건 <프로듀스 101>이다. 연습생들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실력이 향상되는 데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많은 사람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유미에게 보컬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의 이름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나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직장인으로 치면 직장을 잃은 셈이다.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가 갈라진 것. 하지만 신유미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음악 작업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은 다르게 보더라고요. 저보고 록커래요. 그 이유가 자기라면 보컬학원을 차렸을 거래요. 그랬으면 떼돈 벌었을 거라고. 저를 존경한다면서 한 말이긴 해요. 근데 저는 ‘그걸 하면 과연 난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레슨을 하더라도 제자랑 친해져야 하고, 음악에 대한 태도도 결이 맞아야 편해요. 음악이 아닌 스타가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하곤 작업하기 어렵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돈을 좀 못 벌어도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해요. 전 열심히 일하고 월에 1000만원 받는 것보다, 백수로 월에 100만원 버는 걸 더 원하거든요. 시간에 가치를 더 두는 거죠.”

음반 발매 후 방송과 무대활동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완벽을 지나치게 추구해온 그는 최근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음악에 접근하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 

다음 구상은…
조롱을 조롱

“사람들이 저보고 너무 완벽주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놀라시는 분도 있어요. 최근에 유튜브 채널 ‘대부님’이라는 방송에 나갔는데, 제가 음악에 너무 진지하니까 탁재훈 선배께서 ‘그래서 음악 안 하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하시더라고요. 뭔가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너무 제가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죠. 이제부터라도 거창하지 않고, 편안하게 먹방을 하듯 음악을 하려고 해요. 그러면 또 다른 제 음악이 탄생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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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