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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26일 17시51분

<스타를 만나다> 21세기형 히피 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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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다운 음악을 만들었어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보컬 선생님 ‘유미쌤’으로 잘 알려진 신유미의 정체성은 싱어송라이터다.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을 직접 한다. 독창적인 음악을 구현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보컬 트레이너보다는 가수의 길을 걷고 싶은 그가 두 번째 EP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Laid Back Like Hippie)’를 발매했다. “흑마술 같은 음악”이라 평가받은 그의 작품은 더 정교해졌다. 

안개가 자욱하고 서리가 군데군데 껴 있는 느낌이다. 차갑고 어둡다. 검은색이 섞인 보라색이 떠오르며, 처절하고 치열하다. 진하고 끈적끈적하다. 신유미의 첫 번째 EP앨범 ‘소 어딕티드 유(So Addicted You)’를 듣고 떠오른 이미지다.

흑마술

처절한 사랑을 주제로 했던 첫 번째 앨범에서부터 신유미가 가진 음악적 색감이 뚜렷하다.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보여준 따뜻하고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는 대척점에 있다. 음악의 선배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가수 윤상은 그의 음악을 두고 ‘흑마술’이라 칭했다. 

첫 음반을 내고 여러 활동을 하던 신유미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작업에만 몰두했다. 어떤 음악을 입혀도 자신의 색감으로 소화하는 여러 선배 가수처럼,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을 만들기 위해 자신과 싸웠다. 

무려 1년간 작사와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하며 수많은 곡을 듣고 또 듣고,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 0.1초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도록 갈고 닦았다. 그렇게 2년 만에 탄생한 새 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Laid Back Like Hippie)’는 기존의 색감은 묻어 있는 가운데 더 리드미컬해졌다.

이번 앨범을 두고 “내 음악을 가장 잘 알려주는 앨범”이라고 칭했다. 

“한 1년 동안은 음반 작업에만 매달렸어요. 사실은 10곡 넘는 정규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정규앨범은 너무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5곡 정도의 EP앨범을 낸 거죠. 거의 모든 곡에 제 생각이 담겨있어요. 음반 작업 외에는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싸움이었죠.”

음반 발매는 비용이 발생한다. 아무리 작사와 작곡을 한다고 해도, 다양한 세션이 필요하고, 뮤직비디오 촬영 및 홍보 등 여러 부분에서 돈이 필요하다. 아무리 비용을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혼자 감내하기엔 쉽지 않다.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대중성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갈구하는 뮤지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신유미는 콘텐츠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에 참여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수십명의 뮤지션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으로 경쟁했다. 명성을 얻은 신유미에겐 어려운 도전이었다. 

EP앨범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 발매
“1년 넘게 혼자만의 처절한 싸움 있었죠”

“사실 큰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곡 작업이 여름에 마무리됐는데,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콘텐츠진흥원에서 하는 뮤지션 지원사업 ‘뮤즈 온(Muse On)’에 도전했죠. 수십팀 중 열 다섯팀을 뽑는 건데, 오랜만에 힘을 주고 무대에서 노래하니 만만치 않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압박감 속에서 노래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지치더라고요.”

M.net <보이스코리아2> TOP4 출신으로 오디션에서 상당한 재능을 발휘한 그에게도 평가를 받는 자리는 여전히 익숙치 않은 듯하다. 심사위원으로도 손색없는 그에게도 어려운 행보였다고. 특히 음악적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 무대에서 크게 떨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제가 많이 떤다는 걸 알았어요. 아무래도 좀 다른 분들의 기대치가 생기다 보니까, ‘더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커지더라고요. 사실 아이돌을 가르쳐본 사람이잖아요. 그런 입장이었다가 평가를 받으니,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힘겨운 싸움을 극복하고 입상에 성공했다. 지원비를 받고 그 돈을 새 앨범 비용에 투자했다. ‘레이드 백 라이크 히피’는 그렇게 혼자만의 싸움을 이겨내고 만들어진 앨범이다. ‘히피처럼 리듬을 천천히’라는 앨범의 본뜻처럼 자유롭게 그리고 자기와의 싸움을 거치며 한 계단씩 밟아 만들었다. 

이전에는 처절한 사랑이 주제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자유와 편견 없는 음악을 표현했다.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곡을 완성했다. 타인의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굳혀 나아가며 힘든 일이 있다면, 잠시 훌훌 털었으면 하는 의식이 앨범 전반에 담겨있다. 

“제 색채는 유지한 채, 이전보다는 조금 더 빠른 템포의 리듬을 주고자 어반 알앤비를 레퍼런스로 뒀어요. 이전 앨범보다는 확실히 빨라졌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 이번 앨범 같아요. 가장 저를 잘 알려주는 앨범이랄까요. 전반적으로 역동적이고 리듬의 힘이 많이 생겼어요. 더 신나는 느낌이에요. 어반 알앤비를 흡수하되 저만의 느낌은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1년 동안
음반 작업만

이번 앨범 역시 독창적이다. 여전히 몽환적인 느낌이 유지된다. 리듬감이 빨라지면서 처절한 색채는 덜해졌다. 가사도 현실적이다. 사랑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삶 전반에 대해 메시지를 전한다. 공감과 위로가 바탕에 있고, 누구나 행복하게 멋있게 살길 바라는 신유미의 존중이 묻어 있다.

“좀 웃긴 말이긴 한데, 제가 자유롭고 제한이 없고 편견이 없는 음악을 강조해요. 트랙을 쓰기 시작한 것도 보컬로만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걸 100% 할 수가 없어서예요. 부족하더라도 내 노래를 내가 써보자고 해서 앨범이 만들어진 거예요. 음악 안에서 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그중 통일성이 있는 곡이 모여 앨범이 됐죠.”

단순히 자유를 말한다고 해서 자유로움이 곡 안에 배는 것이 아니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태도로 살아야 음악에 신유미라는 존재가 묻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완전한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사도 나왔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보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김현철 선배는 시티팝을 주로 하시는데, 발라드를 불러도 선배만의 라인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가진 무드와 분위기가 묻어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고생하나 봐요.”

2020년 신유미 눈에 비친 세상은 ‘코로나 블루’였다. 저녁에 누구와 만나는 시간은 10시로 제한됐고, 4인 이상 모이기도 어렵게 됐다. 일주일에 몇 개씩 되는 저녁 약속을 잡았었는데, 약속 하나를 만드는 것도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된다.

예전처럼 술 한 잔 하며 북적북적 웃고 떠드는 광경은 생경해졌다. 놀고 싶은 본능을 억제해야만 하는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본능이 제한된다는 건 활력소가 사라진다는 걸 말한다. 

사람들은 예민해진다. ‘마스크 좀 쓰세요’라는 말에 화가 치밀고 갑작스럽게 다투기도 한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이 나는 기현상도 생겨났다. 일상에서 규제가 강해졌고, 여행을 가도 완전한 해방감을 느끼기 어렵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애를 담고 싶었어요. 근데 너무 거창하잖아요. 그런 건 아니고 흔히 말하는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는 해방감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 모두 속박돼 살고 있잖아요. 특히 3번 트랙인 ‘둥글게’는 이 시국에 꼭 내고 싶은 노래였어요. 다들 예민해지고 알게 모르게 지쳐가고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마음으로요. 음악으로라도 자유로운 기운을 느껴봤으면 해요.”

진취적
능동적

지금이야 싱글앨범을 내는 추세다 보니, 앨범 내 스토리라인을 고민하는 일이 적어졌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가수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곡의 순서였다. 노래마다 담고 있는 의미를 여러 방면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라인을 만드는 것. 신유미의 이번 앨범에는 정통 앨범에 통용되는 스토리라인이 있다. 

“작은 자유부터 넓은 자유로 확장되는 의미가 있어요. 1번 ‘유 기브 미 버터 블라이즈(You give me butterflies)’는 규제에서의 자유, 2번 트랙 ‘히치하이커(Hitchhiker)’는 인생에서의 자유, 3번 트랙 ‘둥글게’는 관계에서의 자유, 4번 트랙 ‘두 유 러브 유어셀프(Do you love yourself? (Feat. iHwak))’는 불안에서의 자유, 5번 트랙 ‘페일 블루 도트(Pale blue dot)’는 존재에서의 자유랄까요. 1번부터 5번까지는 자유와 해방, 편견에 대한 저항 같은 키워드로 연결돼요.”

대부분 일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국 드라마의 대사나 신유미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표현, 주위 사람들의 모습, 평소에 관심 있던 과학 분야 유튜브 영상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냈다. 특히 5번 트랙인 ‘페일 블루 도트’는 매우 철학적이다.

“과학자 칼 세이건이 우주에서 지구를 봤을 때 한 말이 ‘페일 블루 도트’예요.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뜻이에요. 지구가 엄청나게 크지만, 우주에서 보면 단 하나의 점이라는 거죠. 수십억 인구가 오돌토돌 모여 치열하게 사는 지구가 파란 점이란 얘기도 되잖아요. 우리 하나하나가 모여 빛을 내면서 푸른색 빛깔을 내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홀로 음반을 내는 것이 익숙하지만 4번 ‘두 유 러브 유어셀프’는 글로벌 프로듀서 아이확의 도움을 받았다. 곡 중간까지 써냈는데, 그 이상이 어려워 문의를 했던 것. 실력파 뮤지션인 아이확은 단번에 신유미의 속내를 읽어낸다.

<프로듀스 101> 보컬 선생님으로 유명
“친구들이 왜 보컬 학원 안 차리냐고…”

“노래를 만드는데 어느 이상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확에게 부탁을 했죠. 너무 신기하게도 뒷부분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지 알고 정확하게 곡을 준 거예요. 제가 협업을 하면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인데, 듣자마자 제가 원하는 걸 딱 알아챈 느낌이더라고요. 여러 모로 큰 도움을 받았죠.”

두 번째 EP앨범을 내는 데 영혼을 갈아 넣은 신유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 전달하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그득하다.


“요즘 불현듯 떠오른 건 조롱에 대한 조롱이예요. 미국에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전형적인 인간을 두고 표현하는 건데요. 예컨대 백인 여자인데 금발의 머리 색에 분홍색 바지를 입은, 이름은 제니나 스테파니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아이가 이른바 ‘스테레오 타입’으로 불려요. 사람들이 정해놓은 이미지에 걸맞게 하고 사는 사람이죠. 조롱하는 뜻이에요. 저는 그 조롱을 조롱하고 싶어요. 스테레오 타입도 어찌 보면 그 사람이 가진 정체성이잖아요. 흔하다고 해서 또 무시 받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유미 유명세를 준 건 <프로듀스 101>이다. 연습생들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실력이 향상되는 데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많은 사람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유미에게 보컬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의 이름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나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직장인으로 치면 직장을 잃은 셈이다.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가 갈라진 것. 하지만 신유미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음악 작업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은 다르게 보더라고요. 저보고 록커래요. 그 이유가 자기라면 보컬학원을 차렸을 거래요. 그랬으면 떼돈 벌었을 거라고. 저를 존경한다면서 한 말이긴 해요. 근데 저는 ‘그걸 하면 과연 난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레슨을 하더라도 제자랑 친해져야 하고, 음악에 대한 태도도 결이 맞아야 편해요. 음악이 아닌 스타가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하곤 작업하기 어렵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돈을 좀 못 벌어도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해요. 전 열심히 일하고 월에 1000만원 받는 것보다, 백수로 월에 100만원 버는 걸 더 원하거든요. 시간에 가치를 더 두는 거죠.”

음반 발매 후 방송과 무대활동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완벽을 지나치게 추구해온 그는 최근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음악에 접근하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 

다음 구상은…
조롱을 조롱

“사람들이 저보고 너무 완벽주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놀라시는 분도 있어요. 최근에 유튜브 채널 ‘대부님’이라는 방송에 나갔는데, 제가 음악에 너무 진지하니까 탁재훈 선배께서 ‘그래서 음악 안 하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하시더라고요. 뭔가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너무 제가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죠. 이제부터라도 거창하지 않고, 편안하게 먹방을 하듯 음악을 하려고 해요. 그러면 또 다른 제 음악이 탄생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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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1년' 공수처 논란의 시간들 풀스토리

'초라한 1년' 공수처 논란의 시간들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첫 생일을 맞았다. 지난 1년,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출범 전부터 제기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폐지론까지 나왔다. 문제는 뚜렷한 돌파구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 공수처의 지난 1년을 되짚어봤다. 많은 정부기관이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 출범한다. 그러다 보니 기관 신설에는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진통이 뒤따른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관련 기관의 의견이 부딪친다. 새 정부기관은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닻을 올린다. 요란한 출발 결국 빈수레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관심 속에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 21일 1주년을 맞았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 독점 체제를 허물고 사법권력을 분산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공수처의 행보는 국민적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 수사 능력 부족 등 공수처 출범 전부터 예상됐던 우려만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야심찬 시작과 반비례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에서는 존재 이유를 다시 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출범 1년 만에 폐지론까지 등장한 것이다. 공수처는 여야 간 힘겨운 줄다리기 끝에 출범했다. 공수처 설립의 시작은 1996년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안 입법 청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1호 공약으로 공수처 설립을 내세웠다. 공수처 설립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개혁의 한 축으로 여겨졌다. 실제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권은 여기에 발맞춰 공수처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공수처장 추천 시 야당의 비토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8개월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수정한 내용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에 대한 수사권과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갖는다. 대통령 1호 공약, 여당 전폭 지원 출범 전부터 개정안 ‘누더기법’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경 등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을 담았다. 당시 통보 의무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공수처법 통과 이후 공수처장 추천 부분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당초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7명 가운데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한다고 명시했다. 그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구조다. 추천위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 2명과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다시 말해 야당에서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비토권을 행사할 경우 추천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로 인해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자 여권에서는 2020년 12월10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추천위 의결 정족수를 3분의 2 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초대 공수처장으로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지명됐다. 청와대는 김 처장의 다양한 경력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처장은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도 특검 수사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법 바꿔 처장 임명 지난해 1월21일 첫 논의가 이뤄진 이후 20여년 만에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다. 김 처장은 취임식에서 “헌법과 법, 그리고 양심에 따른 결정인지 항상 되돌아보겠다”며 “수사와 기소라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인지 항상 되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을 꼽았다. 정치로부터의 중립, 기존 사정기구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받은 권력형 비리 전담기구로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그로부터 1년. ‘김진욱호’는 난파 직전까지 몰렸다. 새로 출범한 기관의 시행착오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많은 논란이 공수처를 뒤흔들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 수사 능력 부족, 특정 인물에 대한 표적수사 의혹 등 많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법 제정 단계부터 삐걱거리던 게 실무에 돌입하면서 문제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법은 이미 출범 전에 개정안이 나올 정도로 ‘누더기’라는 비판이 있었다. 법조문에 해석의 여지가 많아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잦은 갈등이 야기됐다.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권을 이첩하는 과정에서 나온 ‘유보부 이첩’ 개념이 대표적이다. 사건은 검찰로 이첩하되 기소는 공수처에서 맡는다는 것이다. 유보부 이첩과 관련한 보완입법이 발의되긴 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잠들어 있다. 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공수처가 여전히 떼어내지 못한 꼬리표다. 출범 초기에는 인력 구성이 덜 됐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비판의 구실을 주고 있다. 사건 처리는 물론 피의자 신병 확보 등에 있어 연달아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부실 수사 과잉 수사 이 같은 우려는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으로 지명됐을 때부터 나왔다. 김 처장은 2인자인 차장으로 판사 출신의 여운국 당시 변호사를 지명했다. 김 처장과 여 차장 모두 수사 지휘 경험은 거의 없다. 여 차장은 고발 사주 의혹 피의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스스로 공수처를 ‘아마추어’라 칭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앞서 공수처는 체포영장 1번, 구속영장 2번 등 세 차례에 걸쳐 손 검사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과잉 수사, 부실 수사 등의 비판이 빗발쳤다. 여기에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신호탄이 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 압수수색도 절차적 문제로 법원이 취소했다. 수사 대상 선정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는 표류 상태를 넘어 좌초 단계에 이르렀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12건(사건번호로는 24건)을 입건했지만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특채 의혹’만 종결했고 나머지는 수사 중이다. 그마저도 두고두고 뒷말이 나왔다. 교육감은 공수처의 기소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소는 0건이다. 다른 사건 수사는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이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그 파고가 더 크다. 공수처는 출범 2개월 만인 지난해 3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혐의를 받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공개로 면담하고 기초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 12건 중 기소 0건 ‘아마추어’ 저인망식 통신 조회 사찰 논란까지 이 고검장을 공수처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인 CCTV 영상이 언론이 공개된 것이다. 이 고검장은 문재인정부에서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수사기관장이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인사를 직접 만나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점 등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불을 지핀 사건이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공수처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윤 후보를 둘러싼 4건의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 의혹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지난해 6월) ▲고발 사주 의혹(지난해 9월)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지난해 10월) 등이 있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하고 있는 12건 중 3분의 1이 윤 후보와 관련된 사건인 셈이다. 공수처를 ‘윤수처’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대선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공수처가 사건과 관련해 어떤 결과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수사 과정에서 ‘저인망식’으로 과도하게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통신 수사 방식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피의자의 통화·카카오톡 대화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뒤, 이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에 ‘통신 자료 조회’를 요청하는 과정을 거친다. 검경 모두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만 공수처는 그 범위가 과도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야당 의원과 언론사 기자에 대한 통신영장에서 비롯된 통신 자료 조회로 국민의힘 의원과 언론 관련자 수백명이 집중적으로 조회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공수처는 사면초가 상태에 처했다. 공수처는 적법 절차에 따라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음이 있을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공수처는 출범 1주년 행사를 외부 인사 초대 없이 조촐하게 치렀다. 당초 계획했던 김 처장의 기자간담회도 열리지 않았다. 공수처는 그 존재만으로 검찰을 견제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간 공수처의 2주년 행사는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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