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결국 쇠고랑 찬 장용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0.19 10:53:47
  • 호수 1345호
  • 댓글 0개

아버지 얼굴 먹칠한 사고뭉치 래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힙합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갱스터랩이 인기가 많다. 과격한 랩 가사를 통해 젊은이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예의범절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래퍼라고 한들 죄를 저지르면 범죄자일 뿐이다. 국회의원 아들로 유명한 래퍼 장용준씨가 연이어 사고를 치고 있다. 

훈훈한 외모, 국회의원 아들, 떠오르는 랩스타, 세인트폴 국제학교 출신. 이토록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장용준씨가 연일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보통 나이가 어린 아티스트들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이후 진심이 담긴 사과를 통해 팬의 마음을 돌린다. 

영장심사 포기
유치장에 입감

하지만 장씨는 음주운전, 경찰관 폭행, 교통사고 후 운전자 바꿔치기 등 다양한 범죄를 일으키며 대중은 물론 힙합 팬들마저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2일, 집행유예 기간에 경찰로부터 음주 측정 요구를 받자 불응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래퍼 장씨가 구속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장씨를 유치장에 입감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장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10시30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성모병원사거리에서 벤츠를 몰다가 다른 차와 접촉사고를 내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하며 경찰관의 머리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찰은 이달 1일 장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무면허 운전·재물손괴)과 상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장씨 측과 면담 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장씨는 변호인을 통해 “많은 분께 정말 죄송하다. 잘못에 대한 죗값을 달게 받겠다”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영장실질심사는 포기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장씨가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면서 법원은 피의자 심문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30여분 만에 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한 만큼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장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예정된 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영장에는 2회 이상 음주 관련 불법행위를 한 경우 처벌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148조의2항, 이른바 ‘윤창호법’이 적시됐다. 장씨가 앞서 음주운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에도 사고를 내고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등 2회 이상 불법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불응으로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씨가 대중들에게 처음 각인된 건 지난 2017년 2월 엠넷의 고등학교 서바이벌 힙합 오디션 <고등래퍼> 1화에 출연했을 때다. 장씨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난 랩을 잘한다. 방송에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나를 알리기 위해 출연했다”고 말했다. 

2년 전 음주운전…운전자 바꿔치기 시도
정신 못 차리고…집행유예 기간 또 사고 

장씨는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에게 “지금 재밌어요?”라고 물었고 관객들은 “예~”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는 장씨가 무대에 오르기 전, 공연 참가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는 “에이~ 거짓말. 지금 재미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한 뒤 뛰어난 랩을 선보였다.

장씨의 랩이 끝나자 심사위원이었던 스윙스는 장씨에게 소속된 회사가 있는지 물은 뒤 “이따가 나랑 얘기하자”라며 장씨의 랩을 인정했다.

방송 직후 장씨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각종 커뮤니티와 댓글에서도 화제가 됐는데 이때 국회의원 장 의원의 아들인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방송 종료 1시간 후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네티즌들에 의해 장씨의 트위터 계정이 발견됐다. 미성년자였던 장씨 계정에 조건만남, 흡연, 패륜적 농담(부모를 욕하는 행위) 등 도덕적인 윤리를 넘어 법적인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흔적이 드러났다. 

장씨가 한 여성에게 “오빠랑 하자”는 캡처 이미지가 공개됐다. 그뿐만 아니라 “조건하고 싶은데 디엠(다이렉트 메시지)하기” 등 성매매를 시도하는 글이 올라왔다. 당시 장씨는 서울 강남구의 세인트폴국제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2017년 당시 장씨의 다른 SNS 계정에서는 “엄마가 일부러 아빠 들으라고 큰소리로 지X함” “담배 피우는 건 뭐라 하지도 않으면서 XX” “네가 와서 때려주면 안 되냐” “우리 엄마 X 때려주라”와 같은 패륜적인 글도 발견됐다.

이외에도 과거 공원에 세워진 여성 조각상에 유사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웃거나, 미성년자 신분으로 흡연하고 음주를 하는 사진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결국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줄곧 1위에 올랐으며 아버지인 장 의원까지 검색어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결국 사흘 뒤 장씨는 <고등래퍼> 하차를 결정했다.

MZ세대
힙합 스타

엠넷은 “장씨는 본인의 어린 시절 저지른 치기 어린 행동에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제작진에 조심스레 프로그램 하차 의견을 전달했다”며 “제작진은 이러한 장용준 군의 뜻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앞으로 음악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장군의 모습을 멀리서 지지하며 지켜보려 한다”며 “고교생의 꿈과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엠넷은 또 장씨의 친필 사과문도 함께 공개했다. 장씨는 편지를 통해 “제 잘못으로 인해 많은 분께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어떠한 말로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사과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학창 시절 철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줬던 친구들과 부모님께 사과드린다”며 “당시 예민한 사춘기를 보내며 옳지 않은 방식으로 친구들과 부모님께 잘못된 언행을 표출한 것 같다.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반성했다.

조건만남 시도 의혹에 대해 그는 “일순간의 호기심으로 트위터를 통해 저급한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어떤 만남을 가져본 적은 결단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그런 글을 올린 것 자체가 너무 큰 잘못이었다”며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캡처본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후 장씨는 프리마 뮤직 그룹에 들어가 데모곡을 음악 업로드 사이트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다가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식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6월 서바이벌 힙합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에 지원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때 ‘노엘’이라는 새로운 랩네임으로 돌아온 장씨는 “길거리에 지나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봤다. 두렵고 무서웠다. 앞으로는 모두에게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며 “실수를 만회하고 싶다. 사람들을 음악으로 설득시키고 싶었다”고 <쇼미더머니6> 참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비판하며 하차를 요구했다. 물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에 과오가 있다고 해서 참가를 제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이었다.

진짜로 
반성?

자숙과 반성의 시간이라기에는 너무 짧았다. 더구나 도덕적인 잘못을 실력으로 덮겠다는 말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의 화제성을 위해 논란이 있는 참가자들을 출연시키는 것이냐”며 장씨에서 <쇼미더머니6> 제작진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장씨는 예선 경연에서 가사 실수를 하는 등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빠른 비트에 맞춰야 하는 랩 장르 특성상 가사 전달이 중요한데 일부 구간을 맞춰 부르지 못하고 허밍으로 일관하면서 탈락했다.

다음 달인 8월 장씨는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다. 타이틀곡에 가수 로꼬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금수저’를 발표하는 등 불미스러운 논란에 정면돌파하는 등 정공법을 선택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노엘! 파이팅! 첫술에 배부르지 않으니, 꾸준히 하고 싶은 음악활동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아들의 데뷔를 응원했다.

그는 2018년 3월, 스윙스가 설립한 레이블 인디고 뮤직에 들어가게 되는데 양홍원, 키드밀리, 저스디스, 재키와이 등 힙합계에서 떠오르는 인재들이 모여 있었다. 같은 해 7월 <쇼미더머니777>에 지원했지만 2차 예선 진출에 그치는 등 이렇다 할 임팩트는 남기지 못했다.

이후 다른 래퍼들을 디스하며 싸움닭 이미지로 변신했다. <고등래퍼2> 출신 래퍼 이로한을 디스하면서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로한의 추임새였던 “드르팍칵”을 두고 조롱하고 또 “(고급 시계)롤렉스 산 걸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기 위해 산 병X”이라고 디스하기도 했다. 

또 인스타그램 라이브 중인 래퍼 레디를 캡처해 “너 병X이야, 시X”이라고 욕설까지 했다. 레디와 장씨는 15살 차이다.

게시물을 올린 후 10분도 되지 않아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이미 많은 팬이 스토리를 캡처해서 레디의 DM으로 소식을 전했고 그는 “말 함부로 하지 말라”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인스타에 박제시켰다. 

소속사 사장인 스윙스는 인스타에 댓글로 직접 ‘#장용준병X’이라고 달았다. 스윙스도 해당 사건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장씨에게 진지한 충고와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장씨에게 이번 논란은 해프닝에 불과했다.

2019년 9월7일 새벽 2시경 장씨는 취한 상태로 동승자와 함께 자신 소유의 고급차를 타고 가다 광흥창역 인근에서 오토바이와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현금을 주며 합의를 시도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고 밝혔다.

<고등래퍼> 출연해 ‘의원님 아들’ 화제
조건만남 시도 의혹에 잇단 말·글 도마

장씨는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으나 1~2시간 이후에 모친과 함께 경찰서에 나타나 자수했다. 당시 장씨는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12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의 음주 교통사고에 대해 인디고뮤직은 공식 SNS 계정에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서울서부지법에 지난해 1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상) 위반,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위반, 범인 도피교사, 보험사기특별방지법 위반 혐의로 공소를 제기해 2020년 3월27일 공판기일이 지정됐으나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재판이 4월9일로 연기됐다.

4월9일 있었던 재판에서 장씨는 직업을 ‘프리랜서’라고 밝혔으며,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보험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양형을 요청하고 검찰은 추가로 증인을 신청해 첫 공판은 10여분 만에 종료, 다음 공판은 5월7일로 정해졌다. 

5월7일에 있었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했으나, 실제 운전한 사실을 속이려 했던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또 “자신이 운전을 했다”고 주장해 범인을 도피시키는 등 혐의를 받는 선배 지인인 A씨에게는 벌금 500만원,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다가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받는 B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한 달 뒤인 6월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부장판사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 제한 속도를 초과해 운전해 사고를 냈다”며 장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 준법 운전 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했다.

이어 “사고 당시 지인이 운전한 것으로 신고한 점은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고 합의했으며 피해자가 선처해달라고 탄원한 점, 보험 사기가 미수에 그쳤고 피고인이 이전에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음주운전 외에도 장씨는 SNS를 통해 망언을 일삼기도 했다. 지난 4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도중 “앨범 나오면 사람들 또 욕 X나 할 텐데. 저는 댓글 안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겠다. 저를 까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깨문(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를 비하하는 말)”이라고 했다. 또 “대깨문은 사람이 아니다. 벌레들”이라는 막말을 쏟아내 논란이 됐다. 

욕먹고
또 먹어도…

지난달 자신이 발표한 ‘이미 다 하고 있어’ 음원에 악플이 달리자 “재난지원금 받으면 좋아서 공중제비 도는 X끼들이 인터넷에선 X나 센 척하네”라는 막말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수령 대상자인 국민을 싸잡아 비하해 논란이 됐다. 파문이 커지자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고 프로필 사진마저도 지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