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③부산 기장군 이터널저니

나만의 취향을 찾아 떠나는 책 여행

부산 기장군에 조성된 휴양 단지 아난티코브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아난티힐튼호텔과 더불어 카페, 레스토랑, 스파 등으로 구성된 아난티타운 중심에 자리한 ‘이터널저니(Eternal Journey)’는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 아니라 책과 함께 쉬어 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더불어 책으로 누리는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벗하며 색다른 책 여행을 떠나보자.

이터널저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어른 키만 한 책과 마주한다. 펼쳐진 페이지 사이에 서 있으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그 너머로 잘 정돈된 서가와 카페, 전시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다. 서가는 중후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마치 누군가의 서재에 초대받은 듯 설렘과 기대감으로 들뜬다.

고급스런 분위기

무엇보다 책을 진열한 방식이 눈길을 끈다. 대다수 서점이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가 아니면 책등이 보이게 꽂는데, 이터널저니는 모든 책을 표지가 보이도록 놓았다. 책장마다 알록달록한 표지가 가득하니 책을 고르는 마음이 환해진다. 빽빽이 꽂힌 책을 일일이 꺼내지 않아도 자신이 선호하는 책을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책이 한눈에 담기니 평소 관심 두지 않던 분야에도 흥미가 생긴다. 1855㎡ 규모인 이곳에는 2만권 남짓한 책이 있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서점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수량이지만, 진열된 책의 밀도가 낮아 책에 집중하기 쉽고 서가가 훨씬 여유 있어 보인다.

이터널저니는 150개가 넘는 책장 가운데 신간 코너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베스트셀러와 신간 도서의 비중이 작다. 대형 서점이 으레 갖춘 도서 검색대는 물론, 자기 계발서와 전문 도서가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대신 환경과 바다, 인물 등 다양한 주제로 서가를 꾸며 관심사나 취향에 따라 책을 골라 보기 좋다. 인물을 주제로 한 경우, 작가의 작품과 그에 연관된 책을 모아 작품 세계와 삶을 일목요연하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배려했다.

갖가지 주제로 채운 서가를 따라가다 보면 오랫동안 잊고 있었거나 자신도 모르던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매개로 자신을 재발견하는 것, 이터널저니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다. 서가는 보통 3~6  개월 단위로 주제를 바꿔 진열해, 신선한 제철 과일을 맛보듯 시즌이나 계절에 따라 새로운 책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가 사이에는 책을 고르는 것과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진열대가 있다. 아기자기한 문구나 생활 소품, 다양한 제품이 자꾸 지갑을 만지작거리게 한다. 서점 한쪽에는 때마다 작은 전시가 열리고, 부산 지역 작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책과 함께 쉬어 가는 즐거움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키즈 존은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어린이 책은 물론 장난감과 소품을 함께 배치해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터치스크린으로 책을 직접 고르고 보는 재미를 느끼도록 돕는 서비스도 있다. 때때로 재미난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니, 아이들과 여행한다면 방문 전에 문의하자.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내 서재에서 책을 읽는 듯한 편안함이다. 책으로 둘러싸인 푹신한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한 독서 시간을 갖기 좋다. 책을 읽다가 출출하면 서점 안 카페에서 간단히 빵과 음료를 주문하면 된다. 책과 소소한 전시를 즐기고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벗어난 쉼을 누리는 것이 이터널저니의 장점이다.

서점을 나서면 눈부시게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너른 잔디밭과 새파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책 속으로 떠난 여행이 더 넓은 세상으로 확장할 수 있게 잇는다. 독서의 계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터널저니는 최고 여행지다. 혹여 책에 관심이 없어도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내면에 있던 자신의 취향을 새롭게 발견할지 모른다. 이터널저니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 주말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다.

바닷가 암반 위에 세운 해동용궁사가 이터널저니와 가깝다. 대다수 사찰이 울창한 숲이나 산속에 자리해 고즈넉한 것과 달리, 이곳은 사방에 짙푸른 바다가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인다. 경내로 이어진 108개 계단을 내려가면 나지막이 경전 읽는 소리가 들려오고, 파도가 끊임없이 철썩대며 장단을 맞춘다. 국내 3대 관음 성지 가운데 하나로, 정성을 다하면 무슨 소원이든 하나는 꼭 이뤄준다는 전설이 깃들었다. 평소 마음에 품은 소원이 있다면 간절한 바람을 담아 기도해보자.

작은 어촌 죽성리에는 일명 ‘죽성성당’이라 불리는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SBS 드라마 〈드림〉을 촬영한 곳으로, 청량한 바다와 이국적인 성당 건물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드라마가 방영한 지 10  년이 훌쩍 넘었지만, 죽성드림세트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선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해동용궁사

용소웰빙공원도 사진 촬영 명소다. 고속도로가 바라보이는 공원에는 아담한 용소골저수지와 숲속 오솔길, 출렁다리 등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다. 공원 둘레를 따라 조성된 덱 탐방로를 따라 산책해보자. 탐방로 끝에 이르면 저수지를 가로지른 출렁다리가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늦은 오후 햇살이 길게 이어지며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 길을 따라 가을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이터널저니→해동용궁사→죽성드림세트장→용소웰빙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이터널저니→해동용궁사→대변항→죽성드림세트장
둘째 날: 용소웰빙공원→일광해수욕장→아홉산숲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기장군청 문화관광 www.gijang.go.kr/tour/index.gijang
- 이터널저니 ananti.kr/kr/cove/eternal_list.asp
- 해동용궁사 www.yongkungsa.or.kr

문의 전화
- 기장군청 문화관광과 051)709-4000
- 이터널저니 051)604-7222
- 해동용궁사 051)722-7744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7~28회(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교대역, 동해선 환승, 오시리아역 하차, 이터널저니까지 택시 이용(약 2.7㎞).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교통공사 1544-5005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하루 50~60회(05:15~22:51)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교대역, 동해선 환승, 오시리아역 하차, 이터널저니까지 택시 이용(약 2.7㎞).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부산교통공사 1544-5005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 동부산 IC→동부산·오시리아관광단지 방면 오른쪽 출구→2㎞ 이동, 교차로에서 대변항 방면 좌회전→1.2㎞ 이동, 아난티힐튼호텔 방면 우회전→350m 이동, 이터널저니

숙박 정보
- 아난티힐튼호텔: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509-1114
- 베스트루이스해밀턴호텔 기장점: 기장읍 반송로, 1588-0128
- 타이드어웨이풀빌라: 기장읍 기장해안로, 0507-1354-6443
- 일광라고마르펜션: 일광면 학리길, 051)723-0848

식당 정보
- 더이스트인부산(대게 요리):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722-2000
- 다모임(뷔페): 기장읍 기장해안로(아난티힐튼호텔 내), 051)509-1361
- 이화장횟집(멸치회·생선회):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723-1819

주변 볼거리
곰내연밭, 사라수변공원, 송정해수욕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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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