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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20일 12시21분

화제의인물

<이슈&인물> '오징어 게임' 로열로더 정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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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에 국민 대다수가 어리둥절하다. 한국적 색깔이 뚜렷한 작품에 세계가 이토록 열광하는데 이유를 찾기 바쁘다. 여러 의견을 내놓지만, 정답은 없다. 나라마다 정서가 다른데도, 하나 같이 뜨겁게 반응하는 것을 관통하는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국민도 이러한데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은 더 얼떨떨할 테다. 데뷔작부터 이러한 성공을 맛본 배우 정호연에게는 아무리 긍정적인 결과라 해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아직 세계적인 인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정호연을 만나 <오징어 게임> 후기를 들어봤다. 

E-스포츠에는 ‘로열로더’라는 말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스타리그가 한창 주가를 높일 때 튀어나온 말이다. ‘황제가 걸어온 길’이라는 의미의 로열로더는 처음 출전한 개인 리그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선수에게 붙여주는 명칭이다.

여유
내공

신인이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까지 차지한다는 건 엄청난 재능이 뒷받침될 때나 가능하다. 그런 능력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커다란 운도 필요하다. 

배우가 작품 내에서 다른 연기자와 경연을 펼치는 건 아니지만, 때론 배우에게도 로열로더라는 수식어를 붙일 상황이 주어진다. 19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벼락스타가 된 차인표가 대표적이다. 1화가 방영된 다은 날 집 앞에 수많은 팬이 와 있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그야말로 데뷔작에서 인생이 뒤바뀐 경험을 한 유일무이한 존재다. 


현재 최고의 연기자로 평가받는 전도연이나 송강호, 이병헌, 전지현 등도 데뷔작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비교적 오랜 무명시절을 겪은 이도 있고, 대부분이 여러 작품을 경험한 뒤 대표작이 나오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은교>의 김고은, <아가씨>의 김태리, <마녀> 김다미, <버닝> 전종서가 그나마 데뷔작부터 두각을 나타낸 배우라 할만하다. 그런 가운데 그야말로 로열로더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재목이 나왔다. 지난달 17일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를 호령한 <오징어 게임>의 새벽 역으로 출연한 배우 정호연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전 세계 팬에게 열광을 받은 작품이 없었다. 영화 <기생충>이 유럽과 북미를 관통했지만,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지에서까지 이토록 인기를 얻지 못했다. 대부분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높은 작품적 완성도로 관심을 받은 것.

대중성 면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기생충>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출연 배우 모두가 얼떨떨한 상황에 정호연과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인물이 말수가 적고,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깊은 터라, 이를 맡은 정호연 역시 진중한 타입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실제 만난 그는 꽤 활발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카메라가 켜지자마자 “기자님들 반가워요”라며 손 하트를 던지고, 머리 위로 하트를 연신 그려냈다. 

넷플릭스 화제작 데뷔…세계가 놀랐다
“인기 실감? 전혀 못 느끼고 있어요”

신인 배우들은 물론 기성 연기자들조차 기자 인터뷰에서 부담감을 느끼는 것에 비해 정호연은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인터뷰 현장의 공기를 자신의 내음으로 바꿔냈다. 20대 초반답지 않은 여유와 내공이 엿보였다.

<오징어 게임>이 가파른 상승세를 넘어 넷플릭스에 가입된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었음에도, 정호연에게 세계적인 인기란 다른 세상의 것이었다. 그저 SNS 팔로워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정도였다.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밖을 돌아다니는 것조차 어려운지라 인기를 실감할만한 물리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오징어 게임>이 인기가 있다는 걸 실감하는 건 지금인 것 같아요.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반응이 뜨거운 걸 알게 되는 상황이어서, 팬들과 직접적으로 만나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어요. 사실 정신도 없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라는 생각만 들어요. 정말 좋은 일이 생겼다는 느낌 정도예요.”


1994년생인 정호연은 2012년 케이블 채널 On Style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1에 이어 2013년 시즌4에도 참가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시즌1에서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시즌4에서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살아남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며 공동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이후 국내는 물론 세계를 넘나들며 모델로서 경력을 쌓아갔다. 모델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스타다. 모델로서 경력을 쌓는 중에도 그의 머릿속 한쪽에는 연기자의 꿈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해외에서 자유시간이 늘어나면서 연기를 직접 배워보기도 했다. 

“모델 일을 하던 중에 ‘모델 그만하고 다음엔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해외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 책을 많이 읽었어요. 또 해외에서 액팅 클래스를 나가봤는데, 영어가 뛰어나지는 않아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여름과 겨울에 들어올 때 한 달씩은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해외에 있을 때 진지하게 연기를 고민했고,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배우가 돼보고 싶었어요.”

마지막 순간
후회 없이…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오징어 게임> 동영상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현 소속사인 사람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소속사로부터 영상을 보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소속사는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대한 빨리 연기하는 영상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최대한 빨리’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오디션 영상을 찍어본 적도 없어서, 3일 동안 모든 에너지를 대본에 쏟아부었어요. 밥 먹는 시간도 빼가면서 최선을 다했어요. 연기에 접근하는 본질을 몰라서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왜 새벽이란 애가 이 말을 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문장으로 나열해보기도 했고요.”

짧지만 집중력 있는 노력이 통해서였을까,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 오프라인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누군가 앞에서 연기를 보여주는 것조차 처음이다 보니,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연기만 선보였다. 온몸에서 심각하게 떨림이 와 좋아하는 커피조차 끊었다.

“오디션을 잘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오디션 막바지에 왔을 때 ‘이 사람들 앞에서 하는 마지막 연기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이미 애덤스가 ‘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고 했는데, 저도 그 마음가짐으로 연기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후회 없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후련했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밥도 못 먹었는데, 마지막 연기를 하고 나서는 편해졌어요. 잠도 잘 잤어요.”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서 마음 편히 있었는데, 덜컥 붙었다. 소속 신인배우가 대작의 중요한 역할에 붙었다는 것에 소속사 식구들이 먼저 축배를 들었다. 정작 본인만 얼떨떨해했다. 


“오디션에 붙었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지고 급기야 공포로 몰려왔어요.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빨리 뛰었어요. 처음 대본 리딩하는 날에는 눈앞이 뿌옇고, 목소리도 너무 떨리더라고요. 나름 세계에서 런웨이도 해봤던 사람인데, 부끄러울 정도로 심하게 떨었어요. 모델하면서 경험한 적 없는 두려움을 느꼈어요.”

지나친 긴장 속에서 정신을 부여잡았다. 긴장감에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압박감도 들었다. 이러다간 자신을 믿고 뽑은 연출진은 물론 다른 배우들에게 큰 민폐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타개할 방법을 찾다 생각해낸 것은 황동혁 감독과의 일대일 대면이었다.

끝없는 탐구
어느덧 몰입

“감독님과 약속을 잡긴 잡았는데, 사실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없었어요. 그저 감독님께서 저를 왜 뽑았는지, 확신을 갖고 싶어서였어요. 감독님께서 ‘너는 이미 새벽이고, 새벽이로 충분해서 뽑은 거다’라고 해주셨는데, 그때 긴장을 좀 내려놓게 됐어요. 내가 연기를 엄청 잘하지는 못해도, 내 나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압박감 때문에 못하면 안 된다고 되뇌었어요. 선배님들에게도 제 연기에 대해 계속 물어봤어요. 많은 대화와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연기에 몰입하고 있더라고요.”

경험이 없는 배우의 첫 연기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준수한 실력이다. 새터민인 새벽은 어디에서도 존중받지 못한 환경을 거쳐왔다. 지옥 같은 삶에서 혼자 떠나고 싶어도, 고아원에서 자라나고 있는 동생 때문에 쉽사리 목숨을 버릴 수도 없는 처지다. 

국적이 다른 이방인으로 늘 편견과 깊은 외로움 속에서 싸워야 하는데, 의지할 대상도 없다. 그러던 중에 456억원이 걸린 서바이벌에 참여한 것. 그 안에서 우정을 느끼고 협동을 배우며 성장한다. 송곳같이 차갑던 성격에 조금씩 인간미가 침투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끝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주인공인 이정재나 박해수보다 더 극적인 서사가 있는 인물이다. 대사로 풀기보다는 눈빛이나 표정 등 비언어적인 이미지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장면이 더 많다. 기성 연기자인 경우에도 쉽게 표현하기 힘든 인물이다. 말 그대로 시나리오에 적힌 새벽이 가진 감성을 모두 받아들여야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 

적어도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정호연은 끊임없이 인물을 탐구했다. 새벽의 내면을 연구하기 위해 늘 일기를 썼고, 숨 쉬듯이 새벽이의 감성을 들여다봤다. 연기적인 기술이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커피도 끊었어요”
“저 아직 부족합니다…노력할 거예요”

“표현 방법은 제가 부족했다고 느껴요. 연기 디렉션을 흡수하는 속도도 느린 편이었어요. 여러 면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건 ‘진심으로 해야겠다’였어요. 이것만이라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배우들이 흔히 말하는 ‘이 배우로 살게 될 것을 기대한다’는 말도 새벽이를 통해 느꼈어요. 그래도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기자들이 한 질문을 곱씹어가며 최대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기본적으로 쾌활한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내면에는 매우 진중한 면모가 대답 속에 담겨있었다. 

그가 연기한 새벽은 텐션 자체가 매우 낮을 뿐 아니라 감정 변화도 적은 인물이다. 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펼쳐 보인 정호연은 새벽과 어떤 점이 닮아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어요. 새벽이를 연기할 땐 새벽이랑 많이 닮았다고 여겼어요. 새벽이가 가진 고독함을 이해하기 쉬웠어요. 스스로 새벽이랑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방송 보면 저는 되게 밝고 하이텐션인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제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결정짓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는 이도 때론 있다. 데뷔작부터 상상을 넘어선 흥행을 거두고 주목을 받게 된 정호연의 경우, 너무 큰 관심에 오히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예도 있다. 

주위에서의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칭찬과 아부가 늘어나기도 하고, 갑자기 굽신대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도 있다. 갑작스레 꽃길 위에 선 정호연에게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꽃길로?
걱정도!

“박해수 선배가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두 발을 땅에 잘 붙이고 있자’는 말이에요. 그게 지금까지도 계속 정신이 혼미해질 때마다 꺼내놓고 생각하는 말이에요.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고 그렇잖아요. 이런 말을 하기엔 제가 아직 어리지만, 그냥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을 소화하면서 살아가려고 해요. 너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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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6·1 보궐선거 지역 중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가장 탐내던 자리가 있다. 바로 송영길 전 대표가 내놓은 인천 계양을이다. 이 지역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곳으로 그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될 때 대들보 역할을 자청하던 곳이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인식 속에 민주당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천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천신청서는 휴지통에 버려져야 했다. 해당 지역구에 이재명 상임고문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확정됐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고문이 연단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열띤 성원을 보냈다. 탐나는 당 대표 마이크를 잡은 이 고문은 지지자들을 향해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 좀 덜 할 걸 그랬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나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실제로 이 고문의 측근들이 그의 출마를 끝까지 말렸다고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고작 두 달가량밖에 안된 시점이기도 했고,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떳떳하지 못한 이 고문에게 두 달의 잠행은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민심은 아직도 좋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문처럼 두 달 만에 정계 복귀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사실 대선주자의 정계 복귀가 대한민국 정계에서 그렇게까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패배 후 복귀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2개월은 너무 짧지 않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통령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적어도 1년 가까운 기간의 숙고를 거친 후에야 정계 복귀를 선택했다. 이 고문의 이례적인 행보는 정치 평론가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게 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모를 리 없는 그에게 ‘왜 지금, 왜 인천에 출마했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가에선 여기에 적어도 세 가지 노림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노림수에 대한 의심은 ‘0선 대권후보’였던 이 고문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 고문은 정치 시작부터 대선 전까지 늘 지방선거에만 출마해왔다. 큰 선거가 있을 때 특정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들은 다수 있었지만, 본인이 당선된 선거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뿐이었다. 이 때문에 세간의 의심은 당 대표 자리에 쏠리고 있다. 이 고문이 진정 원하고 있는 자리는 당 대표라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번에 놓친 대통령 자리를 다음 대선에서 거머쥐기 위해서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이 받쳐주지 못한 대통령 후보는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계양을 출마 확정 고작 2개월 칩거…부정적 여론 더 커 이번 대선에서 그랬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분석한 이재명 캠프 측의 한 인사는 패배 요인 중 ‘민주당의 분열’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겉으로는 하나가 된 척 쇼를 했지만, 실제 내부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친문(친 문재인)파’와 ‘이재명계’간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29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예산 편성권과 공천권을 동시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문이 만일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당내에 있는 ‘반명(반 이재명)계’의 힘을 줄여 놓을 힘이 생긴다. 이후 출마할 대통령선거 전에 발판을 미리 닦아놓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라면 누구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갖는다. 입후보하고 싶은 민주당 권리당원은 기탁금(2020년 기준 8000만원)을 내기만 하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정계에선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는 나왔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며 “장외 선거운동과 장내 선거운동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려면 반명(반 이재명)계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이것을 장외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확실히 민주당 리더의 대세는 현재 이 고문이 맞지만, 대세가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지려면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 민주당 대표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대부분 원내 인사들이었다. 아직은 소수인 ‘이재명계’ 의원들의 결속과 반명계 의원들에 대한 견제 및 포섭까지 하려면 그가 직접 여의도 내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해석이다. 정계가 의심하고 있는 이 고문 출마에 대한 두 번째 노림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대선 전부터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말은 ‘지면 감옥 가는 선거’였다. 방탄의원단 면책특권? 선거 기간 내내 피 튀기는 네거티브 공방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고문은 서로를 향해 고소 고발을 진행하며 대선을 뜨겁게 불태웠다. 윤 대통령에게는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문제가, 이 고문에게는 대장동 리스크와 경기도지사 시절 공금 횡령 문제가 따라다녔다. 대선 후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건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이 고문의 리스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은 이 고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고문이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런 시도는 국민의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대선 과정만 하더라도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의 인연을 강조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고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주장하는 ‘수사 방탄’ 의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44조에 기인한다.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적시돼있다. 2항에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회기 중 체포도, 또 체포 후에 석방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부의 힘이 다소 약하던 시절,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소신발언하고 양심에 따라서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 와서 그 의미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까운 예는 1999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연루된 본인의 측근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7개월간 임시국회를 소집한 일이다. 당시 이 총재와 측근들은 대선을 치르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총재의 측근들은 국세청을 동원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았고,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 끝에 그중 몇몇은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혐의를 의심받던 용의자들이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총재가 임시국회를 여는 바람에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측은 임시국회 소집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 대책 심의 등 다뤄야 할 현안이 많다”고 항변했지만, 당시 여론은 의원들의 체포를 막으려는 ‘꼼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측근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이 총재는 수차례 임시국회를 열어야 했다. 감독서 선수로 언론은 이를 빗대 ‘방탄 국회’라 보도했고 곧 ‘방탄 국회’는 불체포특권에 숨는 의원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 대명사를 최근에야 이 전 대표가 다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이 고문의 출마 의미를 다시 해석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국회의원이 임시국회에 숨어 체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당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되는 일은 그동안 몇 번 있어왔다. 2020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받고 검찰로부터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상태였다. 청주지방법원은 그에게 기소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3030만원을 선고했다. 그의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국회는 정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빠르게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186명의 국회의원 중 16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국 체포됐다. 민주당 측은 정 전 의원처럼 뚜렷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현역 의원이라도 누구든지 체포될 수 있는 게 요즘 국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간의 의심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민주당 측의 주장도 사실이지만 이 고문이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부당한 외압 수사’라며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에 거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 이상인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제1정당이다. ‘야인’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보다 ‘국회의원’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가 한결 어려워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의 세 번째 노림수를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고문의 출마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이재명계’ 지방선거 주자 모두가 공천을 받은 후에 비로소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시점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국회로 들어가려? “시대 변했는데 무슨∼” 공천 잡음을 가장 많이 야기했던 곳은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장은 송 전 대표가 받았다. 이 고문의 대선을 함께 뛰었던 송 전 대표는 “당의 요구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며 “(서울시장 출마는)희생하러 가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단수 공천’ 이야기도 언론에 흘리는 등 그의 선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인천에만 연고가 있는 인사가 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냐는 지적과 함께 투명한 공천룰 도입을 촉구했다. 논란은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미 시장 출사표를 던진 ‘서울 기반의 민주당 의원들’과 반명계 의원들이 합세해 ‘친명(친 이재명)계’ 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는 한때 공천에서 ‘완전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치르며 공천장을 받아든 송 전 대표지만 친명계의 이번 선거 부담은 더욱 가중돼있는 상태다. 경기도지사 공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정도만 약할 뿐이지 여기서도 친명계에 대한 편애를 지적하는 후보가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앞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직에는 이미 조정식·안민석 의원 및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전 부총리의 출마 선언이 나오자 경쟁자들의 총질이 시작됐다. 김 전 총리의 경쟁자들은 공천룰이 부당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후보들의 몇몇 핵심 측근은 이재명 캠프 인력이 대거 김 전 부총리를 돕고 있다고 양심 선언을 하기도 했다. 무난히 공천을 받지 못한 ‘이재명계’ 후보들과 이 고문 본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 시 명장으로 이름을 남기겠지만, 진다면 패장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대선 패배로부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의 패배까지 책임지라고 한다면, 당 대표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그 책임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인이 보선에 뛰어들어서 ‘감독’으로서 역할보단 ‘선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이 고문은 ‘본인의 사람들’이 모두 공천받을 때까지 기다렸고, 모든 퍼즐이 맞춰진 후에야 ‘출마 선언’을 했다. 한걸음 뒤로 책임은 안 져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해석이 모두 맞을 수는 없다. 이런저런 행보를 하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치다. 이 고문의 이번 인천 출마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고, 또 그중에는 오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 고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이 고문이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