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모르는 '코로나 대학생' 반전 일상

“혼자가 편해…만나기 싫어요”

[일요시사 취재 1팀] 김서정 기자 =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는 ‘공존’ 문화가 익숙하다. 서러운 ‘꼰대’로 이뤄진 그들은 여전히 공존 속 안정감을 느낀다. 반면 코로나19로 단체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들은 대면이 불편하다. 

2년 전 한양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 A씨는 줌(zoom)을 통해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과제 역시 온라인으로 제출한다.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이후로 입학 후 축제와 MT, 동아리 행사 등 모든 공식 일정도 취소됐다. 그는 현재 같은 학과 친구들의 얼굴도 모른 채 졸업 준비를 시작했다. 경영학 전공인 그는 금융권 입성을 목표로 하지만, 막상 사람을 대면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생긴 지 오래다. 

친구 몰라

대학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 확진을 막으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를 겪은 이들을 ‘코로나 대학생’으로 일컫는다. 단체생활을 중시하는 기존 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동기, 선·후배를 비대면으로 보는 게 익숙하다. 학창 시절 꿈꾸던 ‘캠퍼스 라이프’는 아직도 꿈일 뿐이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면서 사회관계 형성과 문화 체득 기회가 박탈되고, 향후 새로운 세대격차 문제가 초래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에 재학 중인 대학교 3학년 B씨는 음악을 전공한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이 별로 그립지 않다. 동기, 선후배와 어울리는 단체생활로 지장받던 자기계발을 할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혼자 연습실에 가고, 저녁엔 좋아하는 오페라 영상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불편하고 과음하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기보다는 음악에 빠져 홀짝이는 맥주 한 캔이 주는 평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일각에선 속칭 ‘코로나 대학생’이 사회에 나왔을 때 생길 세대 간 격차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관계 형성과 사회문화 체득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이 사회로 진출할 경우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 대학가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MT 성지’인 대성리로 가는 ITX청춘 열차는 설레는 마음이 가득한 대학생으로 붐볐다. 대학가는 선·후배, 동기가 모여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가 밤낮 없이 이어졌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문화를 접하며 자연스레 ‘성인’의 사회문화를 배울 수 있던 것이 ‘대학생활’이었다. 

코로나가 불러온 관계절벽
공존 문화 완전히 사라지나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어진 비대면 기조는 모든 것을 바꿔놨다. 지난해 입학해 이제 곧 3학년을 앞두고 있지만 대학 캠퍼스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첫 새내기가 된 20학번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한 번 뿐인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군 복무 중 입시를 준비해 꿈꾸던 대학에 입학한 C씨는 “늦은 나이에 입학한 만큼 내년 조기졸업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러다가는 대학가 한 번 못 가보고 졸업하게 생겼다”며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한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대로 사회에 나가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지난 1학기 기말고사 때 처음으로 학생들을 만나 큰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지에 교수 이름을 적는 칸을 아예 비워둔 학생들이 절반가량이나 됐던 것이다.

그는 “주변 교수들에게 말하니 이번 학기에 교수 이름을 아예 틀리게 적는 학생도 많다면서 제대로 모르면 아예 빈칸으로 남겨두는 게 배려일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속칭 ‘코로나 대학생’으로 지칭되는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지속적 불안감을 느끼며 ‘비대면 수업’ 등으로 폐쇄된 사회관계 속에서 이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서적 교류 축소는 곧 우울감, 분노 등으로 표출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될 때 생길 문제가 우려된다. ‘대학생활’은 실수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며 “제때 성인으로서 사회문제를 체득하지 못하면 기존 세대들과 잦은 갈등을 빚을 텐데 정서적 불안정성이 큰 코로나 대학생 세대가 이를 현명히 헤쳐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실제 우울함을 호소하는 대학생도 대폭 증가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지난 8월16일부터 같은 달 25일까지 대학생 37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1학기 대학생 비대면 수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이나 정신건강 문제가 걱정돼 관련 정보를 검색하거나 자가진단을 해봤다’는 응답이 30.9%에 달했다.

7.2%는 ‘전문가의 상담 또는 치료를 받았다’은 것으로 조사됐다.

너도나도 우울감 호소
대면 확대 전망은 글쎄

지난달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 분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도별 연령대별 우울증 환자 현황’에 따르면 늘어난 우울증 환자 중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20대였다. 2016년 6만4497명에서 지난해 14만6977명으로 2.28배 많아졌다.

이에 정부도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비대면 수업 지속으로 대학생들이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른바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 현상이 확산되자 대학생들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대학생 마음건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모든 대학에 학생 상담센터 설치’와 ‘대학생 마음 건강 지원 관련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 운영’ ‘대학 평가에 학생 마음 건강 지원 현황 반영’ 등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정서 회복을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 맞춤형 의료서비스 등을 강화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비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불안 등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심리·정서 회복을 위한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본질적인 타개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동구 소재의 한 정신건강 전문의는 “이미 부분적으로 대면 강의가 실시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대면 수업과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에선?

현재 교육부는 대학에 전 국민 백신 접종률 70% 달성에 따른 대면 수업 확대 권고를 내렸다. 이에 각 대학은 대면 수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이달부터 대면 수업을 점진적 이행하고 오는 18일부터 대학별 가용 자원 범위 내 대면 수업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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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