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나뉘는 신 계급사회 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9.27 15:15:30
  • 호수 13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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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도 얼굴 못생기면 강등…명문대 나와도 대머리는 감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현대판 신분 계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국민을 갈라놨다. 서열을 나누는 등급표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젊은 세대들은 차별과 혐오를 부르는 등급표 놀이에 왜 빠진 것일까.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국민을 위로하고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88%이며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소득에 따라 지급 기준도 달라졌다. 

현대판
골품제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 등급표’라는 글이 공유됐다. 작성자는 이번 국민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성골(상위 3%), 진골(상위 7%), 6~4두품(상위 12%), 평민(상위 90%), 노비(상위 100%) 등 계급을 총 5개로 분류했다.

재산세 과세표준 기준 초과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성골이다. 금융 소득 기준 초과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진골, 보험료 기준 추가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6~4두품에 비유됐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은 ‘평민’이나 ‘노비’로 부르고 있다.

재난지원금 유무에 따라 계급을 나눈 것이다.


이 등급표가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은 주로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테면 ‘지원금을 받았지만, 평민이어서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노비였구나’ 등이었다. 

또 직장인 커뮤니티나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른바 ‘자부심상’ 게시물도 회자됐다. ‘고소득자’가 수여자인 이 상은 “위 사람은 평소 돈을 많이 벌었기에 재난지원금 대신 자부심상을 드립니다”라고 쓰여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재난기에도 전혀 소득이 줄지 않았던 고소득자들한테는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 자부심을 돌려드릴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을 비꼬아 만든 것이다.

해당 등급표를 두고 우스운 장난쯤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계급을 분류하는 이 등급표가 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현대판 골품제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등급표를 만들어 공유하는 놀이는 예전부터 있었다. 외모, 직업, 패딩, 핸드폰 등을 계급별로 분류했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계급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 계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 결혼정보 회사에서 사용한다는 등급표에서다. 

결혼 등급표에는 직업과 학벌, 재산, 외모 등이 구체적이다. 일부 결혼정보 회사는 이 등급표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 뒤 고객을 분류했다. 

예를 들어 키 185㎝, 몸무게 75㎏으로 보기 심한 흉터가 없고 집안 재산이 100억원이 이상인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 판사는 A+ 등급으로 최상위 상품에 가입이 가능하다.


반면 키 166㎝, 몸무게 73㎏에 머리가 벗겨졌고 집안도 넉넉하지 않으며 2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중소기업 직원이라면 D 등급이 된다. 이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상대의 폭은 좁아진다.

등급표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법대 출신 판사는 1등급,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와 서울대 행정고시 합격자, 비 서울대 포함해 5대 로펌 변호사는 2등급이다. 같은 판·검사라도 비 서울대라면 3등급으로 매겨진다.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와 같은 등급이다. 해외파 스포츠 스타는 5등급에 위치한다. 

“평민이냐 노비냐” 차별 부르는 등급표 
외모, 세금, 직업, 핸드폰 등으로 분류

서울·연세·고려대 외국계 대기업 재직자나 금융권 공기업 재직자도 5등급이다. 최고경영자(이하 CEO)라도 직원이 몇 명 있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300명 이상 CEO는 4등급, 100명 이상 CEO는 7등급, 10명이상 CEO는 9등급이다.

초·중·고 교사, 단순 대기업 재직자, 공무원 9급 합격자는 하위권에 속했다. 전체 15등급 가운데 2년제 대학 출신의 남성 등급은 가장 아래에 있었다. 

1등급은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로 100점을 주고 그 아래 등급부터 3점씩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되며, 2등급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 97점, 3등급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94점 등으로 매긴다.  

직업과 출신학교를 같이 묶어 놓고도 학부 졸업 학력은 따로 분류했다.

서울대·카이스트대·포항공대·미국 명문대는 1등급으로 분류하고 연세대·고려대·미국 100위권 대학교는 2등급으로 분류했다. 그 다음부터는 등급이 확 벌어진다. 기타 서울·수도권 4년제는 7등급, 지방 4년제 9등급, 2년제 대학은 10등급이다. 

재산은 부모와 본인 것을 구분하지 않았다. 부동산, 주식, 현금 등을 모두 포함시켜 무조건 많으면 후한 점수를 줬다. 100억원 이상은 1등급, 60억~100억원은 2등급, 10억~20억원은 7등급, 3억~5억원은 9등급에 속한다. 

이 같은 등급을 받으려면 얼굴과 몸매가 ‘무난하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어야 한다. 만약 선호하는 외모가 아니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머리일 경우 10점 차감, 흉터는 5점 차감한다. 

여성의 경우 부모 직업과 재산, 자신의 미모 등이 등급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몇 해 전 유출된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에 따르면, 전체 점수 100점 만점에 외모가 40점이나 배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집안 배경, 직업, 학벌도 조금 떨어진다 해도 외모에 대한 가중치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등급표를 만들어 공유했다. 가치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다 보니 청소년들은 등급표에 과몰입해 사회적인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적나라한
결혼 등급

예를 들면 고가의 롱패딩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패딩 계급표’가 유행했다. 가격과 브랜드에 따라 등급을 나눈 것이다. 50만원 이상 해외 브랜드 제품은 1등급, 아이돌 그룹이 모델이 된 30만~50만원대 국내 브랜드 제품은 2등급으로 매겨졌다.

다운패딩·롱패딩·플리스 등 고가 제품 유행이 모방 심리에서 비롯하면서 또래 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패딩 브랜드가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부모 등골을 빼먹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패딩 계급론’으로 인해 학생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돼 고가 패딩 구입을 희망하기도 했다. 

실제 고가의 패딩 때문에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지난해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의 가해 학생이 구속 당시 피해 학생의 패딩점퍼를 입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한창 유행했던 2012년 부산의 중학교 3학년생 5명이 친구들에게 폭행을 가해 120만원 상당의 패딩 네 벌을 빼앗아 입고 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바람직한 소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것으로 사는 것이지만 패딩 계급론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합리적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계급론에 불을 지핀 건 수저 계급표였다. 자본 상태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심지어 흙수저라는 말로 나뉘며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자산 2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원 이상일 경우 ‘금수저’, 자산 1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1억원 이상일 경우 ‘은수저’, 자산 5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5500만원 이상일 경우 ‘동수저’ 등으로 나뉜다. 흙수저는 여기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다.

구체적으로는 자산 5000만원 미만 또는 가구 연 수입 2000만원 미만인 가정 출신이다.

수저 계급표가 화제로 떠오르자 같은 시기에 ‘흙수저 빙고 게임’도 유행했다. 가로 다섯 칸, 세로 다섯 칸짜리 표에 흙수저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가정환경이 쓰여있다.

차별·배제
의미 내포

‘여름에 에어컨을 잘 안 틀거나 에어컨 자체가 없음’ ‘TV가 브라운관이거나 30인치 이하 평면TV’ 등 가전제품 유무나 연식, 크기를 따지는 칸부터 ‘고기를 물에 넣고 끓이는 요리로 해먹음’ ‘부모님이 정기 건강검진 안 받음’ 등 구체적인 생활양식이 기재돼있는 칸까지 해당 사항도 다양했다.

내용에 동그라미를 더 많이 칠수록 흙수저에 가깝다. 

취업준비생 A씨는 “요새 취업하려면 해외 연수·인턴·면접 등 거쳐야 하는 단계가 늘어났고, 자연히 단계마다 탈락하는 청년도 많다”며 “수저 계급표를 보고서 더욱 비관하게 됐다”고 했다.

왜 젊은 세대는 이토록 가혹한 ‘등급 분류’를 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88만원 세대’ ‘3포세대’ 등으로 불리며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2030 청춘들이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자조 끝에 등급 분류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저계급 등 말이 난무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폭력적으로 변화한 결과”라고 현 상태를 진단했다. 신 교수는 “개인들이 생존을 해결해야 하는 위험하고 불안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구성원들이 협력해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날수록 고급 교육과 다양한 어학 능력을 갖춰 취업까지 유리하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취직이 어렵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하루하루 빚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비교하기·자랑하기 문화가 등급을 나누는 데 있어 한 몫을 차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인해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자신의 삶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 분류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출신·재산으로 구분되는 위치
타인과 비교·자랑 문화 기인

이처럼 계급을 나누려는 이유는 의존심리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등급표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소속감에 행복을 느끼고 타인과 비교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취하기도 한다. 외부 환경요인을 찾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 있어 등급으로 나뉘어 계급화시키는 형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계급화는 곧 차별을 의미한다. 어느 사회든 계급화에 따른 차별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배척해야 할 젊은 세대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건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등급표에는 가난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의미가 내재돼있다. 어른들의 빈자 혐오가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시대라며, 아이들이 차별과 배제를 지양하도록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아이들은 사고가 단순해 차별을 자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되는 상대편은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부모들의 심경도 매우 힘들 것”이라며 “일상에서, 가정에서 아이와 부모가 대화하는 자리에서부터 상대방을 계급화해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언사와 행위를 조심해야 하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급에 따른 차별이나 과시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될 수 있다”며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급을 구분 짓는 것은 서열을 나눈다는 의미다. 서열이 생기면 혐오와 차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불평등의 피라미드에서 한 칸이라도 나은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계급에 집착할 수 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쓴 오찬호 작가는 “학교 서열, 직업, 브랜드 등이 모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승자’의 개념으로 보이는데 이는 차별적 보상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만들어진 정당한 보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서열화를 하면 누군가는 결국 멸시받고 조롱받게 되는데 그에 대한 죄책감도 사라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학교는 그런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하는데, 학교조차 서열화에 앞장서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20·30대가 자꾸 계급도를 만드는 현상과 관련해, 젊은 층들이 이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인정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이중성을 지적했다.

불평등
피라미드

오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줄을 세워서 쟤는 어디에 있는지 딱딱 이해하는 게 굉장히 익숙하다”며 “자꾸 세분화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 또는 친구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기보다 뒤처진 계급을 보면서 안심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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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