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나뉘는 신 계급사회 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9.27 15:15:30
  • 호수 1342호
  • 댓글 0개

잘살아도 얼굴 못생기면 강등…명문대 나와도 대머리는 감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현대판 신분 계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국민을 갈라놨다. 서열을 나누는 등급표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젊은 세대들은 차별과 혐오를 부르는 등급표 놀이에 왜 빠진 것일까.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국민을 위로하고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88%이며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소득에 따라 지급 기준도 달라졌다. 

현대판
골품제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 등급표’라는 글이 공유됐다. 작성자는 이번 국민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성골(상위 3%), 진골(상위 7%), 6~4두품(상위 12%), 평민(상위 90%), 노비(상위 100%) 등 계급을 총 5개로 분류했다.

재산세 과세표준 기준 초과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성골이다. 금융 소득 기준 초과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진골, 보험료 기준 추가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6~4두품에 비유됐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은 ‘평민’이나 ‘노비’로 부르고 있다.

재난지원금 유무에 따라 계급을 나눈 것이다.


이 등급표가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은 주로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테면 ‘지원금을 받았지만, 평민이어서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노비였구나’ 등이었다. 

또 직장인 커뮤니티나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른바 ‘자부심상’ 게시물도 회자됐다. ‘고소득자’가 수여자인 이 상은 “위 사람은 평소 돈을 많이 벌었기에 재난지원금 대신 자부심상을 드립니다”라고 쓰여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재난기에도 전혀 소득이 줄지 않았던 고소득자들한테는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 자부심을 돌려드릴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을 비꼬아 만든 것이다.

해당 등급표를 두고 우스운 장난쯤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계급을 분류하는 이 등급표가 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현대판 골품제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등급표를 만들어 공유하는 놀이는 예전부터 있었다. 외모, 직업, 패딩, 핸드폰 등을 계급별로 분류했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계급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 계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 결혼정보 회사에서 사용한다는 등급표에서다. 

결혼 등급표에는 직업과 학벌, 재산, 외모 등이 구체적이다. 일부 결혼정보 회사는 이 등급표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 뒤 고객을 분류했다. 

예를 들어 키 185㎝, 몸무게 75㎏으로 보기 심한 흉터가 없고 집안 재산이 100억원이 이상인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 판사는 A+ 등급으로 최상위 상품에 가입이 가능하다.


반면 키 166㎝, 몸무게 73㎏에 머리가 벗겨졌고 집안도 넉넉하지 않으며 2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중소기업 직원이라면 D 등급이 된다. 이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상대의 폭은 좁아진다.

등급표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법대 출신 판사는 1등급,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와 서울대 행정고시 합격자, 비 서울대 포함해 5대 로펌 변호사는 2등급이다. 같은 판·검사라도 비 서울대라면 3등급으로 매겨진다.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와 같은 등급이다. 해외파 스포츠 스타는 5등급에 위치한다. 

“평민이냐 노비냐” 차별 부르는 등급표 
외모, 세금, 직업, 핸드폰 등으로 분류

서울·연세·고려대 외국계 대기업 재직자나 금융권 공기업 재직자도 5등급이다. 최고경영자(이하 CEO)라도 직원이 몇 명 있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300명 이상 CEO는 4등급, 100명 이상 CEO는 7등급, 10명이상 CEO는 9등급이다.

초·중·고 교사, 단순 대기업 재직자, 공무원 9급 합격자는 하위권에 속했다. 전체 15등급 가운데 2년제 대학 출신의 남성 등급은 가장 아래에 있었다. 

1등급은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로 100점을 주고 그 아래 등급부터 3점씩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되며, 2등급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 97점, 3등급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94점 등으로 매긴다.  

직업과 출신학교를 같이 묶어 놓고도 학부 졸업 학력은 따로 분류했다.

서울대·카이스트대·포항공대·미국 명문대는 1등급으로 분류하고 연세대·고려대·미국 100위권 대학교는 2등급으로 분류했다. 그 다음부터는 등급이 확 벌어진다. 기타 서울·수도권 4년제는 7등급, 지방 4년제 9등급, 2년제 대학은 10등급이다. 

재산은 부모와 본인 것을 구분하지 않았다. 부동산, 주식, 현금 등을 모두 포함시켜 무조건 많으면 후한 점수를 줬다. 100억원 이상은 1등급, 60억~100억원은 2등급, 10억~20억원은 7등급, 3억~5억원은 9등급에 속한다. 

이 같은 등급을 받으려면 얼굴과 몸매가 ‘무난하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어야 한다. 만약 선호하는 외모가 아니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머리일 경우 10점 차감, 흉터는 5점 차감한다. 

여성의 경우 부모 직업과 재산, 자신의 미모 등이 등급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몇 해 전 유출된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에 따르면, 전체 점수 100점 만점에 외모가 40점이나 배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집안 배경, 직업, 학벌도 조금 떨어진다 해도 외모에 대한 가중치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등급표를 만들어 공유했다. 가치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다 보니 청소년들은 등급표에 과몰입해 사회적인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적나라한
결혼 등급

예를 들면 고가의 롱패딩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패딩 계급표’가 유행했다. 가격과 브랜드에 따라 등급을 나눈 것이다. 50만원 이상 해외 브랜드 제품은 1등급, 아이돌 그룹이 모델이 된 30만~50만원대 국내 브랜드 제품은 2등급으로 매겨졌다.

다운패딩·롱패딩·플리스 등 고가 제품 유행이 모방 심리에서 비롯하면서 또래 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패딩 브랜드가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부모 등골을 빼먹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패딩 계급론’으로 인해 학생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돼 고가 패딩 구입을 희망하기도 했다. 

실제 고가의 패딩 때문에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지난해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의 가해 학생이 구속 당시 피해 학생의 패딩점퍼를 입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한창 유행했던 2012년 부산의 중학교 3학년생 5명이 친구들에게 폭행을 가해 120만원 상당의 패딩 네 벌을 빼앗아 입고 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바람직한 소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것으로 사는 것이지만 패딩 계급론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합리적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계급론에 불을 지핀 건 수저 계급표였다. 자본 상태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심지어 흙수저라는 말로 나뉘며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자산 2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원 이상일 경우 ‘금수저’, 자산 1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1억원 이상일 경우 ‘은수저’, 자산 5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5500만원 이상일 경우 ‘동수저’ 등으로 나뉜다. 흙수저는 여기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다.

구체적으로는 자산 5000만원 미만 또는 가구 연 수입 2000만원 미만인 가정 출신이다.

수저 계급표가 화제로 떠오르자 같은 시기에 ‘흙수저 빙고 게임’도 유행했다. 가로 다섯 칸, 세로 다섯 칸짜리 표에 흙수저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가정환경이 쓰여있다.

차별·배제
의미 내포

‘여름에 에어컨을 잘 안 틀거나 에어컨 자체가 없음’ ‘TV가 브라운관이거나 30인치 이하 평면TV’ 등 가전제품 유무나 연식, 크기를 따지는 칸부터 ‘고기를 물에 넣고 끓이는 요리로 해먹음’ ‘부모님이 정기 건강검진 안 받음’ 등 구체적인 생활양식이 기재돼있는 칸까지 해당 사항도 다양했다.

내용에 동그라미를 더 많이 칠수록 흙수저에 가깝다. 

취업준비생 A씨는 “요새 취업하려면 해외 연수·인턴·면접 등 거쳐야 하는 단계가 늘어났고, 자연히 단계마다 탈락하는 청년도 많다”며 “수저 계급표를 보고서 더욱 비관하게 됐다”고 했다.

왜 젊은 세대는 이토록 가혹한 ‘등급 분류’를 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88만원 세대’ ‘3포세대’ 등으로 불리며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2030 청춘들이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자조 끝에 등급 분류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저계급 등 말이 난무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폭력적으로 변화한 결과”라고 현 상태를 진단했다. 신 교수는 “개인들이 생존을 해결해야 하는 위험하고 불안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구성원들이 협력해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날수록 고급 교육과 다양한 어학 능력을 갖춰 취업까지 유리하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취직이 어렵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하루하루 빚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비교하기·자랑하기 문화가 등급을 나누는 데 있어 한 몫을 차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인해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자신의 삶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 분류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출신·재산으로 구분되는 위치
타인과 비교·자랑 문화 기인

이처럼 계급을 나누려는 이유는 의존심리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등급표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소속감에 행복을 느끼고 타인과 비교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취하기도 한다. 외부 환경요인을 찾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 있어 등급으로 나뉘어 계급화시키는 형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계급화는 곧 차별을 의미한다. 어느 사회든 계급화에 따른 차별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배척해야 할 젊은 세대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건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등급표에는 가난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의미가 내재돼있다. 어른들의 빈자 혐오가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시대라며, 아이들이 차별과 배제를 지양하도록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아이들은 사고가 단순해 차별을 자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되는 상대편은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부모들의 심경도 매우 힘들 것”이라며 “일상에서, 가정에서 아이와 부모가 대화하는 자리에서부터 상대방을 계급화해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언사와 행위를 조심해야 하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급에 따른 차별이나 과시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될 수 있다”며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급을 구분 짓는 것은 서열을 나눈다는 의미다. 서열이 생기면 혐오와 차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불평등의 피라미드에서 한 칸이라도 나은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계급에 집착할 수 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쓴 오찬호 작가는 “학교 서열, 직업, 브랜드 등이 모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승자’의 개념으로 보이는데 이는 차별적 보상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만들어진 정당한 보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서열화를 하면 누군가는 결국 멸시받고 조롱받게 되는데 그에 대한 죄책감도 사라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학교는 그런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하는데, 학교조차 서열화에 앞장서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20·30대가 자꾸 계급도를 만드는 현상과 관련해, 젊은 층들이 이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인정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이중성을 지적했다.

불평등
피라미드

오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줄을 세워서 쟤는 어디에 있는지 딱딱 이해하는 게 굉장히 익숙하다”며 “자꾸 세분화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 또는 친구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기보다 뒤처진 계급을 보면서 안심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