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이번 추석 밥상서 무슨 얘기 오갈까?

대선·코로나·부동산…민심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민족대명절’ 추석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됐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명절 연휴는 가족 간의 의견 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때다. 정치권 속설로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잡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6일, 추석 연휴 특별 방역대책을 포함, 일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했다. 다음달 3일까지 4주간 이어지는 이번 조치의 결과에 따라 ‘위드 코로나’ 가능성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접종 포함
최대 8인

수도권 4단계와 비수도권 3단계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유지하되 사적모임 허용 인원 등을 일부 완화했다. 장기간 이어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도, 추석 연휴 등을 고려한 조치다.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에서 식당·카페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됐다. 모임 인원도 백신 접종 완료자가 낮에는 2인, 오후 6시 이후에는 4인 이상 포함될 경우로 한정해 최대 6인까지 모일 수 있다. 3단계 지역은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접종 완료자 4인을 포함, 최대 8명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다. 

지난 설 명절과 비교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추석 연휴에는 국민들의 이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RT 운영사 SR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기간(18~22일) STR 예매율은 72.9%를 기록, 지난 설 연휴기간 53.2%보다 19.7%포인트 급증했다.


지난해 추석 예매율 66.7%보다도 6.2%포인트 오른 수치다. 

가족 모임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 화두로 떠올랐다. 명절에는 도시와 지방으로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화제에 오르는 주제에 따라 민심의 향방이 크게 요동친다.

정치권에서 명절을 앞두고 밥상머리에 오를 주제와 올라서는 안 될 주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명절은 그 어느 때보다 민심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굵직한 정치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부동산 문제 등 민생 관련 이슈도 많은 상황이다. 벌써부터 명절 밥상머리 민심의 승자를 점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설날보다 이동 많을 듯

▲‘6개월 앞으로’ 대선= 내년 3월9일 20대 대선이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는 대선후보 선출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면서 경선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이번 추석은 각 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전 마지막 명절이다. 가족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어떤 후보의 이름이 더 언급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요동칠 수도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에 참여한 예비후보 12명을 1차 컷오프에서 8명, 2차 컷오프에서 4명으로 압축하기로 결정했다. 1차 컷오프를 통한 8명의 예비후보는 추석 연휴 전인 15일에 결정된다. 국민의힘은 명절 연휴 기간 동안 8명의 예비후보를 최대한 띄우겠다는 생각이다. 이후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를 거쳐 오는 11월9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홍준표 의원의 맞대결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명절 민심에 따라 ‘굳히기’와 ‘뒤집기’가 결정될 수 있다. 두 달여간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첫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명절 전후
표심 변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집토끼’ TK(대구·경북) 공략에 나선다. 일단 전국 순회 행보 중인 홍 의원은 최종 목적지를 TK로 두고 있다. 추석 전까지 이 두 곳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추석 연휴 동안 민심을 다잡아 ‘골든크로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윤 전 총장 역시 TK 방문을 통해 홍 의원의 기세를 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홍 의원의 지지율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민주당 경선 일정도 추석 연휴와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인 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 다음달 1일 제주, 2일 부산·울산·경남, 3일 인천 지역 전국 대의원·권리당원 순회 경선을 개최한다. 이어 다음달 9일과 10일 각각 경기와 서울에서 마지막 경선을 펼친 뒤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민주당의 경우 최대 분수령으로 손꼽히는 호남 지역의 투표가 당초 8월에서 추석 연휴 이후로 밀리면서 후보들은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한다면 본 경선서의 승리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연휴 기간 내내 호남지역을 돌면서 표밭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랜 기간 침묵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8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후보들이 참여하는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를 제안했다. 사실상 제3지대를 연 것이다. 양당 경선 레이스와 함께 제3지대 후보의 등장으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가족 모임은 일종의 ‘민심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들어 남녀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등 ‘갈라치기’ 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각각 지지하는 후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추석 연휴 이후 민심 흐름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써 2년’ 코로나19= 지난해 1월20일 국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왔다. 그로부터 1년8개월이 지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다시는 감염병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던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의 말처럼 사회는 완전히 바뀌었다.

마스크는 생필품이 됐고,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에 제한이 생겼다.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정부는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재난지원금’이 화제가 될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7월23일 재난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80%’에서 고소득자를 제외한 약 88% 수준으로 확대,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 전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속도전을 펼쳤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지난 6일부터 시작돼, 시행 첫 주에는 출생년도 끝자리에 따라 신청하는 5부 요일제를 적용했다. 신청 다음날 카드 등을 통해 지급되며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사용처 등이 화제가 됨에 따라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지원금
여전한 주제

특히 재난지원금 지원과 관련해 소득이 높지 않음에도 상위 12%로 잡혀 지급받지 못한 국민들의 불만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도 논란거리다.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백신 수급, 접종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민들을 들끓게 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수십일 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추석 연휴 전까지 백신 1차 접종 인원을 국민의 7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모더나, 화이자 등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10월 말까지는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달했고, 국민들도 1년 넘게 지속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추석 민심의 향방에 따라 ‘위드 코로나’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한 것이 위드 코로나 시험 단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향후 정부의 대응책을 결정할 전망이다. 

경선 일정 겹친 정치권
연휴 기간 동안 총력전

▲‘문제는 경제’ 부동산= 경제 이슈는 명절의 단골 이야깃거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더더욱 그렇다. 20~30대는 취업, 40~50대는 노후 대비, 60대 이상은 노후 빈곤이 골칫거리다. 

특히 이번에 화두가 될만한 주제는 바로 ‘부동산’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동안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부동산 대란이 일어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벼락거지(부동산, 주식 수익의 증가로 상대적인 빈곤을 느끼게 된 처지를 자조하는 단어) 등의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여러 규제를 내놨지만 그럴수록 20~30대 젊은 층을 비롯한 국민들은 ‘내 집 마련’에 뛰어들었다. 

문재인정부로선 추석 밥상에 부동산이 주제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악재다. 정부는 임기 초부터 집값 안정을 목표로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요동을 치는 등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8·2 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9년 11월에도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신년사와 8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실제 시장 현실과는 괴리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후로 올해 신년사에 이르러서야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여기에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이른바 LH 사태가 불거졌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동산 민심이 험악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임기 내내 견고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경찰을 중심으로 합동특별수사단을 꾸리는 등 LH 사태의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 번 타오른 민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LH 사태의 여파는 4·7 재보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핵심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에 압승을 거두는 파란이 일어났다. 전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시작된 재보선이라는 점에서 여당이 불리함을 안고 진행한 선거이긴 했지만 격차가 예상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면서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4·7 재보선의 완패로 검찰개혁 등 문재인정부의 몇몇 정책들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부동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더 타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모인 자리에서 모두가 ‘신세한탄’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제라는 뜻이다.

여기에 장작을 넣듯 ‘LH발’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의 재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미리 확보해 투기한 LH 직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이 일대 주택 43채를 사들여 150여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들은 성남시 수진 1동과 신흥 1동 일대가 LH와 성남시의 재개발 사업에 포함된다는 내부정보를 미리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LH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직위해제된 직원 40명에게 지난 수개월간 수백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대의 급여를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직위해제가 되더라도 기본급의 80~90%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보수 규정 때문이다.

정부는 LH의 이런 규정을 손보지 않았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국민과 정부 모두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며 “정치권에 대한 청년 여러분의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폭등으로 악화된 민심에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몸을 낮췄다. 

무용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일각에서는 ‘명절 밥상머리 민심’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명절에 가족 모두가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SNS 등을 통한 여론몰이가 더 영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가 변화한 것도 무용론에 힘을 더한다. 과거와 달리 명절에 가족 모두가 모이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 그럼에도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가 ‘명절 민심 잡기 총력전’에 나서는 걸 보면 속설은 아직 틀리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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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