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잡는' 잠룡들의 이미지 컨설팅

사람 좋아 보이게 ‘캐릭터 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야 대권주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미지는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스타일은 상징적 메시지를 남겨 표심과 직결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예만 봐도 그렇다. 그는 취임식에 유대인 이민자 출신이 일군 랠프 로런 브랜드의 옷을 입어 아메리칸 드림을 역설했다.

변신은
무죄!

이미지메이킹의 중요성은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TV토론이 실시됐던 1960년의 일이다. 케네디 후보는 그을린 피부로 태닝해 건강함을 부각시켜 노쇠한 이미지의 닉슨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당시 닉슨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한참 떨어졌던 케네디의 전략적 승리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남은 시점, 여야 후보들 모두 이미지메이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다소 무게감 있는 이미지로 변신 중이다.

1964년생인 이 지사는 대권후보 중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기본소득, 수술실 CCTV 설치 등의 정책을 제시해 정계에 큰 파급력을 낳았다. 다만 대통령직을 맡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 인지도를 높였지만, 정치인의 품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이 지사는 백발 스타일링을 유지 중이다. 줄곧 검은색으로 염색했던 이 지사는 유력 주자로 부상한 후 머리색을 회갈색으로 바꿨다. 중후하고 무게감 있게 스타일링하기 위해 매달 염색한다는 후문이다.

의상 역시 어두운 색의 양복을 즐겨 입고 있다. 저돌적인 모습보다 선두주자로서 안정감, 무게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안경 역시 얇은 금속테로 교체했다. 온화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이 지사 특유의 거만한 제스처가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사는 평소 책상에 팔을 괴고 비스듬한 어깨로 목을 쭉 빼고 언쟁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는 카메라 정면을 응시했고, 어깨 역시 교정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령의 주자들은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를 가진 이 대표는 최근 패턴이 들어간 밝은색 옷을 장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겁고 중후한 이미지를 벗고 밝은 느낌으로 호감을 얻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스타일 또 다른 메시지…후보들 전략은?
무게감 덜한 이, ‘백발’로 중후함 강조

특히 부쩍 밝은 회색 정장을 입는 빈도도 늘었다. 회색은 중도, 포용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최근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시력이 나쁜 그가 찡그리는 표정을 자주 짓는 것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각종 행사에 청바지,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며 e스포츠 관련 일정에서는 프로게이머 옷을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2030 세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개그맨 강유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ASMR 콘텐츠를 제작했다. ASMR은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작고 일정한 소음으로 청년층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다.

이 전 대표는 고무장갑 비비는 소리, 파리채 긁는 소리 등 ASMR을 시도하며 청년층에 다가갔다. 가벼운 이미지로 젊은 청년 세대와 접촉면을 늘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 전 총리 역시 노타이 차림에 상·하의 색깔이 다른 콤비 정장을 입는 등 젊은 느낌을 어필하고 있다. 헤어펌을 통해 중후함을 덜고, 푸른 계열 의상을 선택해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연장자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데 공을 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가죽 재킷, 벙거지 모자 차림의 힙합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욕쟁이’ 배우 김수미에게 스파르타 과외를 받았다.

김씨는 “젠틀맨 소리 좀 듣지 말고 나 같은 욕쟁이가 돼라. 너무 빈틈이 없다. 사람이 스캔들도 없다. 털어서 먼지가 안 나니까 사람들이 약 오른다고 한다”며 “먼지가 좀 나야 한다. 먼지 좀 나오게 욕도 좀 하라”고 조언했다.

의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한 후보도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추 전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푸른색 대신 노란색 복장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노란색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자 세월호 리본의 색이기도 하다. 추 전 장관은 본인의 공약을 발표할 때에도 노란색 옷을 입었다. 민주당 본경선 2차 TV 토론회에서도 역시 노란색을 선택했다.

노타이
스니커즈

이는 당내 성골로 꼽히는 ‘친노(친 노무현)’ 세력에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람이 높은 세상’이 저의 캐치프레이즈”라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더 높여가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은 핑크, 하늘색 등을 흰색에 매치하면서 밝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대치로 갖게 된 비호감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신발은 운동화, 하의는 바지를 고수하는 편이다. 일하는 여성의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최연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세대교체론’을 거론한 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해내고 있다. 상·하의 분리 차림을 택하거나 재킷 안에 플로티를 매치한다. 스마트한 외모에 젊고 활기찬 룩을 잘 소화해낸다는 평가다.

그간 박 의원은 양복 정장을 즐겨 입었다. 대권주자로 뛴 이후부터 아내 조언에 따라 캐주얼 차림으로 패션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지난 2018년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뽑은 ‘슈트가 잘 어울리는 정치인 BEST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당 후보들은 어떨까. 야권 1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미지메이킹에 가장 공들이고 있는 후보다. ‘외길 법조인’인 윤 전 총장은 어둡고 무게감 있는 계열의 정장을 입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밝은 색상 양복을 고수하며, 푸른색 넥타이를 자주 매고 있다.

민주당의 색인 푸른색으로 통합과 포용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헤어라인 시술을 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갈색 머리로 염색했다. 권위주의적인 느낌을 탈피하고 젊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의 습관 개선도 큰 과제다. 그는 ‘쩍벌’ 자세와 ‘도리도리’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허벅지 살이 많은 사람은 다리를 붙이고 있기 불편하다”면서 “당연히 지하철 탈 때는 오므린다”고 해명했다.

남녀노소
맞춤형 공략

도리도리 논란은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생겼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셀프 디스’로 유머스럽게 넘기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SNS에 반려견 마리의 ‘쩍벌’ 사진과 함께 “매일 0.1㎝씩 줄여나가기”라는 글을 올리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자신의 허점을 비판하며 본인의 습관을 ‘밈(온라인 유행)’으로 만드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SNS를 통해 딱딱한 모습을 벗고자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민트 초코맛 아이스크림 먹방을 시도하는가 하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요리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검사 특유의 ‘권위주의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역시 숨은 내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속옷 입은 모습 등 사생활이 담긴 내용은 대부분 김씨가 직접 찍어 캠프에 보낸 사진들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인스타그램 문구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LG애드 출신인 광고전문가 유현석씨가 캠프에 합류하며 윤 전 총장 이미지 만들기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달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유씨는 홍보실장 직책을 맡아 윤 전 총장 관련 홍보, SNS 총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같은 ‘신인’으로 묶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이미지메이킹에 힘쓰고 있다. 최 전 원장은 1956년생으로, 윤 전 총장보다 5살이 많다. 이 때문에 그는 좀 더 젊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각진 검은 테 안경을 벗고, 밝은색 셔츠 등을 입는 식이다.

‘엄근진’ 벗는 고령주자들 청년층 공략
갈 길 먼 야권 1강 윤, SNS 소통 주력

백발을 어두운 빛으로 염색하고 파마를 하기도 했다. SNS 배경에는 청바지와 체크셔츠를 입은 사진을 내걸었다.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 계정에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지인과 함께 탁구를 치는 동영상 등을 업로드 하는 등 ‘젊은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인스타그램 부계정은 현재 최 전 원장의 큰딸인 최지원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 계정엔 최 전 원장이 컵라면 뚜껑을 접시 삼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나 손주들과 공놀이를 하는 모습, 반려묘 ‘민들레’의 사진 등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원씨는 첫 게시물을 올리며 “아버지가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큰 결심을 하셨는데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아버지가 정말 좋은 사람인데, 많은 분께 아버지의 자연스럽고 멋진 모습을 알려 드리고 싶어 인스타를 열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과 같이 최 전 원장이 부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모두 법조인 출신으로 ‘초엘리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엄근진 이미지를 탈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부계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는 타 야권후보들 역시 이미지트레이닝에 나섰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파란색 넥타이와 마스크를 즐겨 착용하고 있다. ‘레드홍’의 별명을 가졌던 그가 ‘블루홍’으로 바뀐 셈. 강경 보수 이미지를 불식하고 통합의 이미지를 선보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낙 빨간색을 좋아하니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집스럽다고 해서 바꿔본 것”이라며 “꼰대 이미지도 바꿔보려 한다. 국민들이 싫어하니 싫어하는 것은 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눈썹 문신을 해왔으나 ‘앵그리버드’ 논란에 더 이상은 안 한다고 한다.

색에 따라…
통합과 포용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노타이 차림에 캐주얼 정장을 즐겨 입는다. 오래된 정치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친근감을 어필하는 패션이다. ‘임차인 연설’로 유명세를 탄 윤희숙 의원은 공식 석상에서는 검정색과 흰색 조끼를 즐겨 입는다. 윤 의원도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학자다.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윤 의원은 25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자 의원직 사퇴 및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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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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