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잡는' 잠룡들의 이미지 컨설팅

사람 좋아 보이게 ‘캐릭터 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야 대권주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미지는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스타일은 상징적 메시지를 남겨 표심과 직결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예만 봐도 그렇다. 그는 취임식에 유대인 이민자 출신이 일군 랠프 로런 브랜드의 옷을 입어 아메리칸 드림을 역설했다.

변신은
무죄!

이미지메이킹의 중요성은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TV토론이 실시됐던 1960년의 일이다. 케네디 후보는 그을린 피부로 태닝해 건강함을 부각시켜 노쇠한 이미지의 닉슨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당시 닉슨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한참 떨어졌던 케네디의 전략적 승리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남은 시점, 여야 후보들 모두 이미지메이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다소 무게감 있는 이미지로 변신 중이다.

1964년생인 이 지사는 대권후보 중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기본소득, 수술실 CCTV 설치 등의 정책을 제시해 정계에 큰 파급력을 낳았다. 다만 대통령직을 맡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 인지도를 높였지만, 정치인의 품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이 지사는 백발 스타일링을 유지 중이다. 줄곧 검은색으로 염색했던 이 지사는 유력 주자로 부상한 후 머리색을 회갈색으로 바꿨다. 중후하고 무게감 있게 스타일링하기 위해 매달 염색한다는 후문이다.

의상 역시 어두운 색의 양복을 즐겨 입고 있다. 저돌적인 모습보다 선두주자로서 안정감, 무게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안경 역시 얇은 금속테로 교체했다. 온화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이 지사 특유의 거만한 제스처가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사는 평소 책상에 팔을 괴고 비스듬한 어깨로 목을 쭉 빼고 언쟁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는 카메라 정면을 응시했고, 어깨 역시 교정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령의 주자들은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를 가진 이 대표는 최근 패턴이 들어간 밝은색 옷을 장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겁고 중후한 이미지를 벗고 밝은 느낌으로 호감을 얻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스타일 또 다른 메시지…후보들 전략은?
무게감 덜한 이, ‘백발’로 중후함 강조

특히 부쩍 밝은 회색 정장을 입는 빈도도 늘었다. 회색은 중도, 포용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최근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시력이 나쁜 그가 찡그리는 표정을 자주 짓는 것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각종 행사에 청바지,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며 e스포츠 관련 일정에서는 프로게이머 옷을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2030 세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개그맨 강유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ASMR 콘텐츠를 제작했다. ASMR은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작고 일정한 소음으로 청년층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다.


이 전 대표는 고무장갑 비비는 소리, 파리채 긁는 소리 등 ASMR을 시도하며 청년층에 다가갔다. 가벼운 이미지로 젊은 청년 세대와 접촉면을 늘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 전 총리 역시 노타이 차림에 상·하의 색깔이 다른 콤비 정장을 입는 등 젊은 느낌을 어필하고 있다. 헤어펌을 통해 중후함을 덜고, 푸른 계열 의상을 선택해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연장자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데 공을 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가죽 재킷, 벙거지 모자 차림의 힙합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욕쟁이’ 배우 김수미에게 스파르타 과외를 받았다.

김씨는 “젠틀맨 소리 좀 듣지 말고 나 같은 욕쟁이가 돼라. 너무 빈틈이 없다. 사람이 스캔들도 없다. 털어서 먼지가 안 나니까 사람들이 약 오른다고 한다”며 “먼지가 좀 나야 한다. 먼지 좀 나오게 욕도 좀 하라”고 조언했다.

의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한 후보도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추 전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푸른색 대신 노란색 복장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노란색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자 세월호 리본의 색이기도 하다. 추 전 장관은 본인의 공약을 발표할 때에도 노란색 옷을 입었다. 민주당 본경선 2차 TV 토론회에서도 역시 노란색을 선택했다.

노타이
스니커즈

이는 당내 성골로 꼽히는 ‘친노(친 노무현)’ 세력에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람이 높은 세상’이 저의 캐치프레이즈”라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더 높여가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은 핑크, 하늘색 등을 흰색에 매치하면서 밝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대치로 갖게 된 비호감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신발은 운동화, 하의는 바지를 고수하는 편이다. 일하는 여성의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최연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세대교체론’을 거론한 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해내고 있다. 상·하의 분리 차림을 택하거나 재킷 안에 플로티를 매치한다. 스마트한 외모에 젊고 활기찬 룩을 잘 소화해낸다는 평가다.

그간 박 의원은 양복 정장을 즐겨 입었다. 대권주자로 뛴 이후부터 아내 조언에 따라 캐주얼 차림으로 패션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지난 2018년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뽑은 ‘슈트가 잘 어울리는 정치인 BEST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당 후보들은 어떨까. 야권 1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미지메이킹에 가장 공들이고 있는 후보다. ‘외길 법조인’인 윤 전 총장은 어둡고 무게감 있는 계열의 정장을 입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밝은 색상 양복을 고수하며, 푸른색 넥타이를 자주 매고 있다.


민주당의 색인 푸른색으로 통합과 포용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헤어라인 시술을 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갈색 머리로 염색했다. 권위주의적인 느낌을 탈피하고 젊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의 습관 개선도 큰 과제다. 그는 ‘쩍벌’ 자세와 ‘도리도리’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허벅지 살이 많은 사람은 다리를 붙이고 있기 불편하다”면서 “당연히 지하철 탈 때는 오므린다”고 해명했다.

남녀노소
맞춤형 공략

도리도리 논란은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생겼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셀프 디스’로 유머스럽게 넘기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SNS에 반려견 마리의 ‘쩍벌’ 사진과 함께 “매일 0.1㎝씩 줄여나가기”라는 글을 올리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자신의 허점을 비판하며 본인의 습관을 ‘밈(온라인 유행)’으로 만드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SNS를 통해 딱딱한 모습을 벗고자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민트 초코맛 아이스크림 먹방을 시도하는가 하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요리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검사 특유의 ‘권위주의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역시 숨은 내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속옷 입은 모습 등 사생활이 담긴 내용은 대부분 김씨가 직접 찍어 캠프에 보낸 사진들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인스타그램 문구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LG애드 출신인 광고전문가 유현석씨가 캠프에 합류하며 윤 전 총장 이미지 만들기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달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유씨는 홍보실장 직책을 맡아 윤 전 총장 관련 홍보, SNS 총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같은 ‘신인’으로 묶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이미지메이킹에 힘쓰고 있다. 최 전 원장은 1956년생으로, 윤 전 총장보다 5살이 많다. 이 때문에 그는 좀 더 젊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각진 검은 테 안경을 벗고, 밝은색 셔츠 등을 입는 식이다.

‘엄근진’ 벗는 고령주자들 청년층 공략
갈 길 먼 야권 1강 윤, SNS 소통 주력

백발을 어두운 빛으로 염색하고 파마를 하기도 했다. SNS 배경에는 청바지와 체크셔츠를 입은 사진을 내걸었다.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 계정에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지인과 함께 탁구를 치는 동영상 등을 업로드 하는 등 ‘젊은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인스타그램 부계정은 현재 최 전 원장의 큰딸인 최지원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 계정엔 최 전 원장이 컵라면 뚜껑을 접시 삼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나 손주들과 공놀이를 하는 모습, 반려묘 ‘민들레’의 사진 등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원씨는 첫 게시물을 올리며 “아버지가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큰 결심을 하셨는데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아버지가 정말 좋은 사람인데, 많은 분께 아버지의 자연스럽고 멋진 모습을 알려 드리고 싶어 인스타를 열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과 같이 최 전 원장이 부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모두 법조인 출신으로 ‘초엘리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엄근진 이미지를 탈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부계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는 타 야권후보들 역시 이미지트레이닝에 나섰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파란색 넥타이와 마스크를 즐겨 착용하고 있다. ‘레드홍’의 별명을 가졌던 그가 ‘블루홍’으로 바뀐 셈. 강경 보수 이미지를 불식하고 통합의 이미지를 선보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낙 빨간색을 좋아하니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집스럽다고 해서 바꿔본 것”이라며 “꼰대 이미지도 바꿔보려 한다. 국민들이 싫어하니 싫어하는 것은 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눈썹 문신을 해왔으나 ‘앵그리버드’ 논란에 더 이상은 안 한다고 한다.

색에 따라…
통합과 포용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노타이 차림에 캐주얼 정장을 즐겨 입는다. 오래된 정치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친근감을 어필하는 패션이다. ‘임차인 연설’로 유명세를 탄 윤희숙 의원은 공식 석상에서는 검정색과 흰색 조끼를 즐겨 입는다. 윤 의원도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학자다.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윤 의원은 25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자 의원직 사퇴 및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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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