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잡는' 잠룡들의 이미지 컨설팅

사람 좋아 보이게 ‘캐릭터 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야 대권주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미지는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스타일은 상징적 메시지를 남겨 표심과 직결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예만 봐도 그렇다. 그는 취임식에 유대인 이민자 출신이 일군 랠프 로런 브랜드의 옷을 입어 아메리칸 드림을 역설했다.

변신은
무죄!

이미지메이킹의 중요성은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TV토론이 실시됐던 1960년의 일이다. 케네디 후보는 그을린 피부로 태닝해 건강함을 부각시켜 노쇠한 이미지의 닉슨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당시 닉슨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한참 떨어졌던 케네디의 전략적 승리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남은 시점, 여야 후보들 모두 이미지메이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다소 무게감 있는 이미지로 변신 중이다.

1964년생인 이 지사는 대권후보 중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기본소득, 수술실 CCTV 설치 등의 정책을 제시해 정계에 큰 파급력을 낳았다. 다만 대통령직을 맡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 인지도를 높였지만, 정치인의 품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이 지사는 백발 스타일링을 유지 중이다. 줄곧 검은색으로 염색했던 이 지사는 유력 주자로 부상한 후 머리색을 회갈색으로 바꿨다. 중후하고 무게감 있게 스타일링하기 위해 매달 염색한다는 후문이다.

의상 역시 어두운 색의 양복을 즐겨 입고 있다. 저돌적인 모습보다 선두주자로서 안정감, 무게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안경 역시 얇은 금속테로 교체했다. 온화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이 지사 특유의 거만한 제스처가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사는 평소 책상에 팔을 괴고 비스듬한 어깨로 목을 쭉 빼고 언쟁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는 카메라 정면을 응시했고, 어깨 역시 교정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령의 주자들은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를 가진 이 대표는 최근 패턴이 들어간 밝은색 옷을 장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겁고 중후한 이미지를 벗고 밝은 느낌으로 호감을 얻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스타일 또 다른 메시지…후보들 전략은?
무게감 덜한 이, ‘백발’로 중후함 강조

특히 부쩍 밝은 회색 정장을 입는 빈도도 늘었다. 회색은 중도, 포용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최근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시력이 나쁜 그가 찡그리는 표정을 자주 짓는 것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각종 행사에 청바지,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며 e스포츠 관련 일정에서는 프로게이머 옷을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2030 세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개그맨 강유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ASMR 콘텐츠를 제작했다. ASMR은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작고 일정한 소음으로 청년층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다.


이 전 대표는 고무장갑 비비는 소리, 파리채 긁는 소리 등 ASMR을 시도하며 청년층에 다가갔다. 가벼운 이미지로 젊은 청년 세대와 접촉면을 늘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 전 총리 역시 노타이 차림에 상·하의 색깔이 다른 콤비 정장을 입는 등 젊은 느낌을 어필하고 있다. 헤어펌을 통해 중후함을 덜고, 푸른 계열 의상을 선택해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연장자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데 공을 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가죽 재킷, 벙거지 모자 차림의 힙합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욕쟁이’ 배우 김수미에게 스파르타 과외를 받았다.

김씨는 “젠틀맨 소리 좀 듣지 말고 나 같은 욕쟁이가 돼라. 너무 빈틈이 없다. 사람이 스캔들도 없다. 털어서 먼지가 안 나니까 사람들이 약 오른다고 한다”며 “먼지가 좀 나야 한다. 먼지 좀 나오게 욕도 좀 하라”고 조언했다.

의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한 후보도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추 전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푸른색 대신 노란색 복장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노란색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자 세월호 리본의 색이기도 하다. 추 전 장관은 본인의 공약을 발표할 때에도 노란색 옷을 입었다. 민주당 본경선 2차 TV 토론회에서도 역시 노란색을 선택했다.

노타이
스니커즈

이는 당내 성골로 꼽히는 ‘친노(친 노무현)’ 세력에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람이 높은 세상’이 저의 캐치프레이즈”라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더 높여가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은 핑크, 하늘색 등을 흰색에 매치하면서 밝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대치로 갖게 된 비호감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신발은 운동화, 하의는 바지를 고수하는 편이다. 일하는 여성의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최연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세대교체론’을 거론한 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해내고 있다. 상·하의 분리 차림을 택하거나 재킷 안에 플로티를 매치한다. 스마트한 외모에 젊고 활기찬 룩을 잘 소화해낸다는 평가다.

그간 박 의원은 양복 정장을 즐겨 입었다. 대권주자로 뛴 이후부터 아내 조언에 따라 캐주얼 차림으로 패션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지난 2018년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뽑은 ‘슈트가 잘 어울리는 정치인 BEST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당 후보들은 어떨까. 야권 1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미지메이킹에 가장 공들이고 있는 후보다. ‘외길 법조인’인 윤 전 총장은 어둡고 무게감 있는 계열의 정장을 입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밝은 색상 양복을 고수하며, 푸른색 넥타이를 자주 매고 있다.


민주당의 색인 푸른색으로 통합과 포용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헤어라인 시술을 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갈색 머리로 염색했다. 권위주의적인 느낌을 탈피하고 젊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의 습관 개선도 큰 과제다. 그는 ‘쩍벌’ 자세와 ‘도리도리’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허벅지 살이 많은 사람은 다리를 붙이고 있기 불편하다”면서 “당연히 지하철 탈 때는 오므린다”고 해명했다.

남녀노소
맞춤형 공략

도리도리 논란은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생겼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셀프 디스’로 유머스럽게 넘기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SNS에 반려견 마리의 ‘쩍벌’ 사진과 함께 “매일 0.1㎝씩 줄여나가기”라는 글을 올리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자신의 허점을 비판하며 본인의 습관을 ‘밈(온라인 유행)’으로 만드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SNS를 통해 딱딱한 모습을 벗고자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민트 초코맛 아이스크림 먹방을 시도하는가 하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요리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검사 특유의 ‘권위주의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역시 숨은 내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속옷 입은 모습 등 사생활이 담긴 내용은 대부분 김씨가 직접 찍어 캠프에 보낸 사진들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인스타그램 문구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LG애드 출신인 광고전문가 유현석씨가 캠프에 합류하며 윤 전 총장 이미지 만들기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달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유씨는 홍보실장 직책을 맡아 윤 전 총장 관련 홍보, SNS 총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같은 ‘신인’으로 묶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이미지메이킹에 힘쓰고 있다. 최 전 원장은 1956년생으로, 윤 전 총장보다 5살이 많다. 이 때문에 그는 좀 더 젊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각진 검은 테 안경을 벗고, 밝은색 셔츠 등을 입는 식이다.

‘엄근진’ 벗는 고령주자들 청년층 공략
갈 길 먼 야권 1강 윤, SNS 소통 주력

백발을 어두운 빛으로 염색하고 파마를 하기도 했다. SNS 배경에는 청바지와 체크셔츠를 입은 사진을 내걸었다.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 계정에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지인과 함께 탁구를 치는 동영상 등을 업로드 하는 등 ‘젊은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인스타그램 부계정은 현재 최 전 원장의 큰딸인 최지원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 계정엔 최 전 원장이 컵라면 뚜껑을 접시 삼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나 손주들과 공놀이를 하는 모습, 반려묘 ‘민들레’의 사진 등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원씨는 첫 게시물을 올리며 “아버지가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큰 결심을 하셨는데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아버지가 정말 좋은 사람인데, 많은 분께 아버지의 자연스럽고 멋진 모습을 알려 드리고 싶어 인스타를 열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과 같이 최 전 원장이 부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모두 법조인 출신으로 ‘초엘리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엄근진 이미지를 탈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부계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는 타 야권후보들 역시 이미지트레이닝에 나섰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파란색 넥타이와 마스크를 즐겨 착용하고 있다. ‘레드홍’의 별명을 가졌던 그가 ‘블루홍’으로 바뀐 셈. 강경 보수 이미지를 불식하고 통합의 이미지를 선보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낙 빨간색을 좋아하니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집스럽다고 해서 바꿔본 것”이라며 “꼰대 이미지도 바꿔보려 한다. 국민들이 싫어하니 싫어하는 것은 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눈썹 문신을 해왔으나 ‘앵그리버드’ 논란에 더 이상은 안 한다고 한다.

색에 따라…
통합과 포용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노타이 차림에 캐주얼 정장을 즐겨 입는다. 오래된 정치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친근감을 어필하는 패션이다. ‘임차인 연설’로 유명세를 탄 윤희숙 의원은 공식 석상에서는 검정색과 흰색 조끼를 즐겨 입는다. 윤 의원도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학자다.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윤 의원은 25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자 의원직 사퇴 및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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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