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잡는' 잠룡들의 이미지 컨설팅

사람 좋아 보이게 ‘캐릭터 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야 대권주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미지는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스타일은 상징적 메시지를 남겨 표심과 직결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예만 봐도 그렇다. 그는 취임식에 유대인 이민자 출신이 일군 랠프 로런 브랜드의 옷을 입어 아메리칸 드림을 역설했다.

변신은
무죄!

이미지메이킹의 중요성은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TV토론이 실시됐던 1960년의 일이다. 케네디 후보는 그을린 피부로 태닝해 건강함을 부각시켜 노쇠한 이미지의 닉슨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당시 닉슨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한참 떨어졌던 케네디의 전략적 승리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남은 시점, 여야 후보들 모두 이미지메이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다소 무게감 있는 이미지로 변신 중이다.

1964년생인 이 지사는 대권후보 중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기본소득, 수술실 CCTV 설치 등의 정책을 제시해 정계에 큰 파급력을 낳았다. 다만 대통령직을 맡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 인지도를 높였지만, 정치인의 품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이 지사는 백발 스타일링을 유지 중이다. 줄곧 검은색으로 염색했던 이 지사는 유력 주자로 부상한 후 머리색을 회갈색으로 바꿨다. 중후하고 무게감 있게 스타일링하기 위해 매달 염색한다는 후문이다.

의상 역시 어두운 색의 양복을 즐겨 입고 있다. 저돌적인 모습보다 선두주자로서 안정감, 무게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안경 역시 얇은 금속테로 교체했다. 온화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이 지사 특유의 거만한 제스처가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사는 평소 책상에 팔을 괴고 비스듬한 어깨로 목을 쭉 빼고 언쟁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는 카메라 정면을 응시했고, 어깨 역시 교정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령의 주자들은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를 가진 이 대표는 최근 패턴이 들어간 밝은색 옷을 장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겁고 중후한 이미지를 벗고 밝은 느낌으로 호감을 얻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스타일 또 다른 메시지…후보들 전략은?
무게감 덜한 이, ‘백발’로 중후함 강조

특히 부쩍 밝은 회색 정장을 입는 빈도도 늘었다. 회색은 중도, 포용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최근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시력이 나쁜 그가 찡그리는 표정을 자주 짓는 것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각종 행사에 청바지,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며 e스포츠 관련 일정에서는 프로게이머 옷을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2030 세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개그맨 강유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ASMR 콘텐츠를 제작했다. ASMR은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작고 일정한 소음으로 청년층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다.


이 전 대표는 고무장갑 비비는 소리, 파리채 긁는 소리 등 ASMR을 시도하며 청년층에 다가갔다. 가벼운 이미지로 젊은 청년 세대와 접촉면을 늘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 전 총리 역시 노타이 차림에 상·하의 색깔이 다른 콤비 정장을 입는 등 젊은 느낌을 어필하고 있다. 헤어펌을 통해 중후함을 덜고, 푸른 계열 의상을 선택해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연장자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데 공을 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가죽 재킷, 벙거지 모자 차림의 힙합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욕쟁이’ 배우 김수미에게 스파르타 과외를 받았다.

김씨는 “젠틀맨 소리 좀 듣지 말고 나 같은 욕쟁이가 돼라. 너무 빈틈이 없다. 사람이 스캔들도 없다. 털어서 먼지가 안 나니까 사람들이 약 오른다고 한다”며 “먼지가 좀 나야 한다. 먼지 좀 나오게 욕도 좀 하라”고 조언했다.

의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한 후보도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추 전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푸른색 대신 노란색 복장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노란색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자 세월호 리본의 색이기도 하다. 추 전 장관은 본인의 공약을 발표할 때에도 노란색 옷을 입었다. 민주당 본경선 2차 TV 토론회에서도 역시 노란색을 선택했다.

노타이
스니커즈

이는 당내 성골로 꼽히는 ‘친노(친 노무현)’ 세력에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람이 높은 세상’이 저의 캐치프레이즈”라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더 높여가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은 핑크, 하늘색 등을 흰색에 매치하면서 밝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대치로 갖게 된 비호감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신발은 운동화, 하의는 바지를 고수하는 편이다. 일하는 여성의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최연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세대교체론’을 거론한 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해내고 있다. 상·하의 분리 차림을 택하거나 재킷 안에 플로티를 매치한다. 스마트한 외모에 젊고 활기찬 룩을 잘 소화해낸다는 평가다.

그간 박 의원은 양복 정장을 즐겨 입었다. 대권주자로 뛴 이후부터 아내 조언에 따라 캐주얼 차림으로 패션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지난 2018년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뽑은 ‘슈트가 잘 어울리는 정치인 BEST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당 후보들은 어떨까. 야권 1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미지메이킹에 가장 공들이고 있는 후보다. ‘외길 법조인’인 윤 전 총장은 어둡고 무게감 있는 계열의 정장을 입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밝은 색상 양복을 고수하며, 푸른색 넥타이를 자주 매고 있다.


민주당의 색인 푸른색으로 통합과 포용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헤어라인 시술을 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갈색 머리로 염색했다. 권위주의적인 느낌을 탈피하고 젊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의 습관 개선도 큰 과제다. 그는 ‘쩍벌’ 자세와 ‘도리도리’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허벅지 살이 많은 사람은 다리를 붙이고 있기 불편하다”면서 “당연히 지하철 탈 때는 오므린다”고 해명했다.

남녀노소
맞춤형 공략

도리도리 논란은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생겼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셀프 디스’로 유머스럽게 넘기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SNS에 반려견 마리의 ‘쩍벌’ 사진과 함께 “매일 0.1㎝씩 줄여나가기”라는 글을 올리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자신의 허점을 비판하며 본인의 습관을 ‘밈(온라인 유행)’으로 만드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SNS를 통해 딱딱한 모습을 벗고자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민트 초코맛 아이스크림 먹방을 시도하는가 하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요리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검사 특유의 ‘권위주의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역시 숨은 내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속옷 입은 모습 등 사생활이 담긴 내용은 대부분 김씨가 직접 찍어 캠프에 보낸 사진들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인스타그램 문구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LG애드 출신인 광고전문가 유현석씨가 캠프에 합류하며 윤 전 총장 이미지 만들기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달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유씨는 홍보실장 직책을 맡아 윤 전 총장 관련 홍보, SNS 총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같은 ‘신인’으로 묶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이미지메이킹에 힘쓰고 있다. 최 전 원장은 1956년생으로, 윤 전 총장보다 5살이 많다. 이 때문에 그는 좀 더 젊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각진 검은 테 안경을 벗고, 밝은색 셔츠 등을 입는 식이다.

‘엄근진’ 벗는 고령주자들 청년층 공략
갈 길 먼 야권 1강 윤, SNS 소통 주력

백발을 어두운 빛으로 염색하고 파마를 하기도 했다. SNS 배경에는 청바지와 체크셔츠를 입은 사진을 내걸었다.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 계정에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지인과 함께 탁구를 치는 동영상 등을 업로드 하는 등 ‘젊은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인스타그램 부계정은 현재 최 전 원장의 큰딸인 최지원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 계정엔 최 전 원장이 컵라면 뚜껑을 접시 삼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나 손주들과 공놀이를 하는 모습, 반려묘 ‘민들레’의 사진 등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원씨는 첫 게시물을 올리며 “아버지가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큰 결심을 하셨는데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아버지가 정말 좋은 사람인데, 많은 분께 아버지의 자연스럽고 멋진 모습을 알려 드리고 싶어 인스타를 열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과 같이 최 전 원장이 부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모두 법조인 출신으로 ‘초엘리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엄근진 이미지를 탈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부계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는 타 야권후보들 역시 이미지트레이닝에 나섰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파란색 넥타이와 마스크를 즐겨 착용하고 있다. ‘레드홍’의 별명을 가졌던 그가 ‘블루홍’으로 바뀐 셈. 강경 보수 이미지를 불식하고 통합의 이미지를 선보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낙 빨간색을 좋아하니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집스럽다고 해서 바꿔본 것”이라며 “꼰대 이미지도 바꿔보려 한다. 국민들이 싫어하니 싫어하는 것은 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눈썹 문신을 해왔으나 ‘앵그리버드’ 논란에 더 이상은 안 한다고 한다.

색에 따라…
통합과 포용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노타이 차림에 캐주얼 정장을 즐겨 입는다. 오래된 정치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친근감을 어필하는 패션이다. ‘임차인 연설’로 유명세를 탄 윤희숙 의원은 공식 석상에서는 검정색과 흰색 조끼를 즐겨 입는다. 윤 의원도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학자다.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윤 의원은 25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자 의원직 사퇴 및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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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