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논란만 던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입맛만 다시다 끝난 ‘벼슬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어깨는 늘 무거운 법이다. 리더십 뿐 아니라 다양한 덕목을 갖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덕목을 갖추지 못한 수장에게는 ‘지인 찬스’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면서 일었던 논란이 수습되는 양상이다.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냈던 황씨가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전문성 결여
어떻게 입성?

황씨는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칼럼니스트다. <농민신문> 기자로서 식품 등에 관한 기획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칼럼니스트가 됐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방송계에도 진출해 꾸준히 이름을 알렸다. 

tvN 프로그램 <수요미식회> <알쓸신잡> 등에 출연한 뒤에는 더욱 유명해졌다.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당시 맛 칼럼니스트로서 요식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황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황씨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저격한 데 이어 음식에 대한 배경지식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격한 발언과 행보도 문제가 됐다. 과거 황씨는 혼밥러(혼자 밥 먹는 사람)를 ‘자폐아’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 불고기가 일본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해 역사관 비판도 받았다.


현재 그는 <우리가 남이가> 예능방송에 고정출연이라고 전해진다. 황씨는 방송계가 아닌 본업 경력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부위원장 등 방남단이 한국을 찾았을 때 식사 메뉴 선정을 돕기도 했다. 

2019년 평양공동선언 1주년 행사 당시에는 이북음식과 관련된 토크쇼도 진행한 바 있다. 경기도와 지속적으로 일해 온 황씨는 최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내정됐다.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가 100% 투자한 공기업으로 사장직은 경기도지사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동규 전 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면서 9개월가량 공석인 상태다. 

사장 선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경기관광공사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사장직을 공개 모집했다. 서류전형을 거쳐 4명이 면접을 치렀으며 이 중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황씨도 그중 한 명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 지명
‘이재명 찬스’ 보은 인사 뒷말

경기관광공사는 심사기준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점수를 매긴 뒤 고득점자 3명을 선정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채용 심사기준은 ▲전문적 지식 및 경험 ▲조직경영 경험 및 능력 ▲자질 ▲리더십 ▲윤리관 ▲인품 등이 있다. 이는 공기업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이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여겨진다. 

경기관광공사의 역대 사장 대부분은 고위 공무원이나 전문 경영인들이 역임했다. 2002년 5월 경기관광공사 김종민 초대사장은 문화체육부 차관 등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전문 경영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 2대 신현태 사장은 오랜 기간 개인사업체를 운영했고, 4대 김명수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러나 전직 사장들과는 다른 이력을 가진 황씨가 후보로 지명되자 문제가 불거졌다. 황씨는 공사의 조직 및 인사 관리, 사업 기획 및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였다. 그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과거 경기관광공사에 비공직자, 비경영인 출신이 사장직에 임명됐던 사례는 이선명 전 사장이 유일하다. 이 전 사장은 이 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사직했다. 

황씨의 취임은 처음부터 논란을 촉발했다. 인사청문회 야당 패싱 문제가 나와서다. 청문위원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황씨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은 경기도 의원 15명으로 구성돼있었다. 

이 중 14명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나머지 1명은 비교섭단체인 민생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은 청문위원에 들어가지 못해 청문회 자료를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민주당이 경기도의회의 유일한 교섭단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교섭단체는 의원 12명 이상이 소속돼있어야 한다. 경기도의회는 전체 142석 중 민주당 132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2명, 민생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있다.

자격 있나?
어떤 기준?

황씨 임명에 동의하는 청문 결과보고서 채택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경기도의회 측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의원 비율로 청문위원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민생당 도의원이 청문위원으로 포함된 이유로는 “공공기관장 인사청문 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의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황씨의 내정에 대해 “경기관광공사 이름을 ‘경기맛집공사’로 바꿔야 한다”며 “(황씨 지명은)관광 전문가들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전문성 논란이 커지자 경기관광공사는 “공개모집을 통해 절차대로 진행한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 캠프는 “황씨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중요 만찬도 기획했다”며 “전문성이 있다”고 엄호에 나섰다.
여론도 황씨 임명을 반대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경기도민 청원사이트에 임명 취소하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원에는 황씨가 경영이나 관광에 대한 경력과 지식 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문성 논란은 보은 인사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앞서 황씨는 과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두고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보은 인사 논란은 황씨의 유튜브 채널에 이 지사가 출연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문제가 된 이유는 이 지사의 출연 시점 때문이다. 

영상이 공개되고 약 일주일 뒤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황씨가 평소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점과 이 지사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를 통해 드러낸 점이 보은 인사 의혹을 촉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커지자 황씨는 “‘황교익 TV’는 다른 정치인에게도 열려 있다”며 “다른 대선 예비후보에게도 이 지사처럼 황교익TV 출연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논란을 회피했다.

경험 없고
자질 부족

한편으로는 친분에 의한 내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황씨와 이 지사는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황씨는 “동문회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단체로 차 한 잔 한 사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연이어 황씨를 향해 날을 세웠다. 황씨가 일본음식을 좋게 평가했다고 비판하며 ‘친일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황씨가 일본 관광공사로 적합하다”고 강도 높은 공세도 이어갔다. 


해당 발언을 두고 황씨는 “본인에게 던진 친일 프레임을 이낙연에게 돌려주겠다”며 “이낙연은 일본 총리가 어울린다”고 맞받아쳤다. 황씨는 청문회 전까지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며 결기를 드러냈다.

또 이 지사를 공격하는 극렬 문파를 ‘악마’에 비유했다. 이 전 대표에게는 사과까지 요구했다. 이 지사 캠프는 즉각 황씨 엄호에 나섰다. 논평을 내고 관련 의혹들을 반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지속될 경우 이 지사 행보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TV토론에서도 황씨 내정에 관한 공격을 받았다. 황씨는 보은 인사 등의 의혹을 제기하는 여권 지지율 2위 경쟁주자인 이 전 대표 측과 연일 공방을 벌이며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황씨의 발언들이 선을 넘었다며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황씨의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도 황씨를 ‘이재명의 싸움 개’로 비유하며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이어 “황씨가 자질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협공에도 황씨는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며 입장을 견고히 했다.

이낙연과 붙었다가…
결국 사과하고 자진사퇴

이 지사 캠프 내부서도 ‘철회’와 ‘유지’를 두고 입장이 나뉘었다. 캠프 특보를 맡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황씨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황씨가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제력을 상실한 발언으로 여론을 등 돌리게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내정을 결정한 이 지사 본인만 황씨 지명철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과 공방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해찬 전 대표가 직접 나선 이유는 황씨를 둘러싼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여권의 대선레이스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황씨는 문정부 탄생부터 총선 등 민주당 승리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제가 대신 위로 드린다. 마음을 푸시라”고 말했다. 또 황씨에게 직접 전화해 위로도 건넸다.

이낙연 전 대표도 한 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힌 셈이다.

황씨는 이 전 대표의 사과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일 프레임의 막말을 내게 직접 한 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생명’ 등을 언급한 점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격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연일 수위를 넘나든 발언과 사퇴하지 않는다는 발언과 대비되게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황씨가 심경 변화를 시사하자 여권에서는 “자진사퇴로 사태가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가 황씨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해 ‘황교익 리스크’로 위기에 몰린 이 지사에게 퇴로를 마련해주면서 여권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선 넘은 언행 
여권 리스크 

연이은 사퇴 압박에 황씨는 지난 20일 후보직을 내려놨다. 그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선 “청문회를 통해 검증했으면 됐는데 위기를 자초해 사퇴까지 이어졌다”며 “황씨가 성급했던 탓에 이 지사까지 이미지가 추락하는 계기가 된 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쿠팡물류센터 화재 이재명 대처 논란
황교익과 유튜브 먹방?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쿠팡물류센터 사고 당일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와 촬영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화재는 센터 전체로 번졌을 만큼 대형 사고였다. 또한 고 김동식 소방구조대장이 진화를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센터 안에서 고립됐다. 이틀이 지난 뒤 김 구조대장은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소방관이 순직한 화재 현장에 이 지사가 바로 가지 않았다며 비판에 나섰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전 국민이 김 구조대장의 생사에 대한 걱정을 할 때 이재명은 황교익TV에 (출연)한다”고 비판했다. 

남은 일정 취소하고 복귀
다음날 되서야 현장으로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이 지사는 재난 책임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화재가 발생 하자마자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지사는 6월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 1단계 해제’보고를 받고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다”며 “이천 쿠팡 화재 당시 이 지사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말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