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논란만 던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입맛만 다시다 끝난 ‘벼슬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어깨는 늘 무거운 법이다. 리더십 뿐 아니라 다양한 덕목을 갖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덕목을 갖추지 못한 수장에게는 ‘지인 찬스’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면서 일었던 논란이 수습되는 양상이다.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냈던 황씨가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전문성 결여
어떻게 입성?

황씨는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칼럼니스트다. <농민신문> 기자로서 식품 등에 관한 기획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칼럼니스트가 됐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방송계에도 진출해 꾸준히 이름을 알렸다. 

tvN 프로그램 <수요미식회> <알쓸신잡> 등에 출연한 뒤에는 더욱 유명해졌다.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당시 맛 칼럼니스트로서 요식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황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황씨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저격한 데 이어 음식에 대한 배경지식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격한 발언과 행보도 문제가 됐다. 과거 황씨는 혼밥러(혼자 밥 먹는 사람)를 ‘자폐아’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 불고기가 일본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해 역사관 비판도 받았다.


현재 그는 <우리가 남이가> 예능방송에 고정출연이라고 전해진다. 황씨는 방송계가 아닌 본업 경력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부위원장 등 방남단이 한국을 찾았을 때 식사 메뉴 선정을 돕기도 했다. 

2019년 평양공동선언 1주년 행사 당시에는 이북음식과 관련된 토크쇼도 진행한 바 있다. 경기도와 지속적으로 일해 온 황씨는 최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내정됐다.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가 100% 투자한 공기업으로 사장직은 경기도지사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동규 전 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면서 9개월가량 공석인 상태다. 

사장 선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경기관광공사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사장직을 공개 모집했다. 서류전형을 거쳐 4명이 면접을 치렀으며 이 중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황씨도 그중 한 명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 지명
‘이재명 찬스’ 보은 인사 뒷말

경기관광공사는 심사기준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점수를 매긴 뒤 고득점자 3명을 선정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채용 심사기준은 ▲전문적 지식 및 경험 ▲조직경영 경험 및 능력 ▲자질 ▲리더십 ▲윤리관 ▲인품 등이 있다. 이는 공기업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이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여겨진다. 

경기관광공사의 역대 사장 대부분은 고위 공무원이나 전문 경영인들이 역임했다. 2002년 5월 경기관광공사 김종민 초대사장은 문화체육부 차관 등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전문 경영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 2대 신현태 사장은 오랜 기간 개인사업체를 운영했고, 4대 김명수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러나 전직 사장들과는 다른 이력을 가진 황씨가 후보로 지명되자 문제가 불거졌다. 황씨는 공사의 조직 및 인사 관리, 사업 기획 및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였다. 그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과거 경기관광공사에 비공직자, 비경영인 출신이 사장직에 임명됐던 사례는 이선명 전 사장이 유일하다. 이 전 사장은 이 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사직했다. 

황씨의 취임은 처음부터 논란을 촉발했다. 인사청문회 야당 패싱 문제가 나와서다. 청문위원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황씨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은 경기도 의원 15명으로 구성돼있었다. 

이 중 14명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나머지 1명은 비교섭단체인 민생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은 청문위원에 들어가지 못해 청문회 자료를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민주당이 경기도의회의 유일한 교섭단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교섭단체는 의원 12명 이상이 소속돼있어야 한다. 경기도의회는 전체 142석 중 민주당 132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2명, 민생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있다.

자격 있나?
어떤 기준?

황씨 임명에 동의하는 청문 결과보고서 채택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경기도의회 측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의원 비율로 청문위원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민생당 도의원이 청문위원으로 포함된 이유로는 “공공기관장 인사청문 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의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황씨의 내정에 대해 “경기관광공사 이름을 ‘경기맛집공사’로 바꿔야 한다”며 “(황씨 지명은)관광 전문가들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전문성 논란이 커지자 경기관광공사는 “공개모집을 통해 절차대로 진행한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 캠프는 “황씨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중요 만찬도 기획했다”며 “전문성이 있다”고 엄호에 나섰다.
여론도 황씨 임명을 반대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경기도민 청원사이트에 임명 취소하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원에는 황씨가 경영이나 관광에 대한 경력과 지식 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문성 논란은 보은 인사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앞서 황씨는 과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두고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보은 인사 논란은 황씨의 유튜브 채널에 이 지사가 출연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문제가 된 이유는 이 지사의 출연 시점 때문이다. 

영상이 공개되고 약 일주일 뒤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황씨가 평소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점과 이 지사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를 통해 드러낸 점이 보은 인사 의혹을 촉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커지자 황씨는 “‘황교익 TV’는 다른 정치인에게도 열려 있다”며 “다른 대선 예비후보에게도 이 지사처럼 황교익TV 출연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논란을 회피했다.

경험 없고
자질 부족

한편으로는 친분에 의한 내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황씨와 이 지사는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황씨는 “동문회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단체로 차 한 잔 한 사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연이어 황씨를 향해 날을 세웠다. 황씨가 일본음식을 좋게 평가했다고 비판하며 ‘친일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황씨가 일본 관광공사로 적합하다”고 강도 높은 공세도 이어갔다. 


해당 발언을 두고 황씨는 “본인에게 던진 친일 프레임을 이낙연에게 돌려주겠다”며 “이낙연은 일본 총리가 어울린다”고 맞받아쳤다. 황씨는 청문회 전까지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며 결기를 드러냈다.

또 이 지사를 공격하는 극렬 문파를 ‘악마’에 비유했다. 이 전 대표에게는 사과까지 요구했다. 이 지사 캠프는 즉각 황씨 엄호에 나섰다. 논평을 내고 관련 의혹들을 반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지속될 경우 이 지사 행보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TV토론에서도 황씨 내정에 관한 공격을 받았다. 황씨는 보은 인사 등의 의혹을 제기하는 여권 지지율 2위 경쟁주자인 이 전 대표 측과 연일 공방을 벌이며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황씨의 발언들이 선을 넘었다며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황씨의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도 황씨를 ‘이재명의 싸움 개’로 비유하며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이어 “황씨가 자질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협공에도 황씨는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며 입장을 견고히 했다.

이낙연과 붙었다가…
결국 사과하고 자진사퇴

이 지사 캠프 내부서도 ‘철회’와 ‘유지’를 두고 입장이 나뉘었다. 캠프 특보를 맡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황씨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황씨가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제력을 상실한 발언으로 여론을 등 돌리게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내정을 결정한 이 지사 본인만 황씨 지명철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과 공방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해찬 전 대표가 직접 나선 이유는 황씨를 둘러싼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여권의 대선레이스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황씨는 문정부 탄생부터 총선 등 민주당 승리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제가 대신 위로 드린다. 마음을 푸시라”고 말했다. 또 황씨에게 직접 전화해 위로도 건넸다.

이낙연 전 대표도 한 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힌 셈이다.

황씨는 이 전 대표의 사과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일 프레임의 막말을 내게 직접 한 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생명’ 등을 언급한 점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격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연일 수위를 넘나든 발언과 사퇴하지 않는다는 발언과 대비되게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황씨가 심경 변화를 시사하자 여권에서는 “자진사퇴로 사태가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가 황씨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해 ‘황교익 리스크’로 위기에 몰린 이 지사에게 퇴로를 마련해주면서 여권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선 넘은 언행 
여권 리스크 

연이은 사퇴 압박에 황씨는 지난 20일 후보직을 내려놨다. 그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선 “청문회를 통해 검증했으면 됐는데 위기를 자초해 사퇴까지 이어졌다”며 “황씨가 성급했던 탓에 이 지사까지 이미지가 추락하는 계기가 된 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쿠팡물류센터 화재 이재명 대처 논란
황교익과 유튜브 먹방?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쿠팡물류센터 사고 당일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와 촬영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화재는 센터 전체로 번졌을 만큼 대형 사고였다. 또한 고 김동식 소방구조대장이 진화를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센터 안에서 고립됐다. 이틀이 지난 뒤 김 구조대장은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소방관이 순직한 화재 현장에 이 지사가 바로 가지 않았다며 비판에 나섰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전 국민이 김 구조대장의 생사에 대한 걱정을 할 때 이재명은 황교익TV에 (출연)한다”고 비판했다. 

남은 일정 취소하고 복귀
다음날 되서야 현장으로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이 지사는 재난 책임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화재가 발생 하자마자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지사는 6월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 1단계 해제’보고를 받고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다”며 “이천 쿠팡 화재 당시 이 지사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말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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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