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메달보다 값진 4위 높이뛰기 우상혁

작은 키에 짝발 한계를 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이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달 수확에는 실패했으나 우상혁은 경기를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 등으로 더 큰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달을 따지 못한 우상혁을 두고 병역면제 혜택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병역을 면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우상혁이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cm를 2차 시기에서 성공시키며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1996년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

우상혁은 결선 2차 시기에서 2m33cm를 넘으며 역대 한국 선수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또 2m35cm를 넘으며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2m37cm를 실패하고 메달 도전을 위해 2m39cm에 도전했지만 간발의 차로 실패했다. 

결국 우상혁은 4위를 기록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트랙과 필드를 통틀어 개인전 최고순위라는 값진 기록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육상에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우상혁은 군 매체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일, <국방일보>에 따르면 우상혁은 “군은 제 꿈을 이뤄줄 토양”이라며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군 복무를 통해 인내와 포기하지 않는 군인정신을 새기고, 못다 이룬 올림픽 메달을 향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경기 후 거수경례를 한 데 대해 “군인 선수로서 경기의 시작과 끝은 반드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올림픽 마지막 시기에서도 꼭 성공하고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게는 다음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육상 역사 새로 쓰다
경기 즐기는 모습으로 큰 감동

그는 “제가 군인인 것이 자랑스럽기에, 항상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며 “국가와 군이 있었기에 제가 올림픽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축하 전보를 받았다. 서 장관은 지난 4일 축전에서 “우상혁 일병은 명예로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이자 우리 군의 자랑”이라며 “투철한 군인정신과 뛰어난 기량으로 군의 명예를 높이고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우 일병의 노고를 격려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화제가 된 우상혁에게도 어두웠던 시절이 있었다. 2019년 종아리 부상을 입은 우상혁은 거의 매일 훈련을 거르고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 정도로 정말 힘들어했다. 하지만 2020년을 앞두고 김도균 코치를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김 코치는 우상혁에게 세계적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그가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훈련 기간은 물론 도쿄올림픽 기간까지도 김 코치, 진민섭 선수와 함께 생활하며 연습에 전념했다. 우상혁은 “김 코치의 도움으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한육상연맹은 “2020년 6월 11일 시행한 한국 신기록 포상금 지급 기준에 따라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에게 200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한국 육상에서 대한육상연맹이 지급하는 ‘공식 포상금’ 2000만원을 받는 건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가 처음이다. 


어두운 시절
연습에 전념

우상혁의 높이뛰기 선수로서의 신체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탓에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은 ‘짝발’이다 보니 균형감을 찾는 게 큰 숙제였다. 1m88cm의 신장도 다른 높이뛰기 선수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우상혁은 “발 크기가 다르니까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다”며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균형을 잡고 나니 짝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자신만의 도약 루틴이 완전히 몸에 벤 상태다. 우상혁의 기록 추이 등을 몇 년간 분석하고 밀착 지원한 김태완 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2018년 도움닫기 과정에서 도약 진입 속도가 안정적으로 나오다 이듬해 미국 캠프에서 자세 수정 뒤 감속의 폭이 크게 나타났다. 다시 원래 자세를 찾으면서 도약 전 마지막 3~4보에서 감속없이 운동에너지를 도약에 그대로 활용하는 루틴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과거 자세로 돌아간 우상혁은 근력 훈련 등으로 무릎, 발목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도약 지점에서 감속 없이 무릎을 굽히지 않고 편 상태로 하중을 그대로 운동에너지로 바꿔 점프하는 루틴을 갖게 됐다. 마치 바닥에 세게 던져진 볼펜이 더 탄성 있게, 통통 튀어 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24년 만의 한국 신기록으로 세계 4위에 오른 우상혁이지만 결국 병역면제 혜택은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병역을 면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제도 모순
누적점수제 왜?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상혁 선수에게 동메달 혜택을 주세요”라는 글이 올랐다. 청원자는 “메달은 불발됐지만 세계적인 인기 종목인 육상에서, 특히 우수한 신체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높이뛰기 종목에서,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좋은 에너지를 보여준 우상혁 선수가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로 입상하면 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다. 체육요원이 되면 3주 기초군사훈련 후 34개월간 자신의 종목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면서 의무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우면 된다.

현행 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재차 드러나면서 과거 논의됐다가 좌절된 누적점수제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병무청은 2013년 스포츠선수 병역특례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누적점수제 도입을 추진했다. 누적점수제는 각 대회별로 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20점, 은메달 100점, 동메달은 60점으로 정하고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50점, 은메달 25점, 동메달은 15점으로 정해 각종 대회에서 얻은 누적점수가 100점 이상인 선수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하는 식이다.


1cm 위해 4년 훈련 “238도전 계속된다”
후회 없는 4위 “파리올림픽 우승 자신”

이 제도는 한 번의 메달 획득으로 사실상 병역면제의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병역특례의 편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체육계는 대회 참가의 목적이 변질돼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 점수 획득을 위해 많은 대회를 참가함에 따라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 체육계 전반의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스포츠 정신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들어 누적점수제에 반대했다.

이혜정 고려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스포츠선수 병역특례제도(체육요원제도)의 형평성 확보 방안’ 논문에서 “누적점수제를 통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수차례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병역특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선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 등 올림픽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병역특례에 편입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국군체육부대 차원에서 포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13조에 따르면 지휘관은 모범이 되는 공적이 있는 군인에게 10일 범위에서 포상휴가를 줄 수 있다.

우상혁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38도전은 계속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우상혁의 계정 아이디에도 ‘238’이 들어가 있다. 238은 2m38cm로 그에게는 꿈의 기록이다. 도쿄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최종 기록은 2m37cm. 2021시즌 최고 기록도 2m37cm다. 현재 ‘238’ 세계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기록이다.


다음은 항저우
금메달 노린다

우상혁의 시선은 이미 내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향하고 있다. 실력 면에서 이번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30·카타르)과 정면으로 맞붙는 1대1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바르심의 최고기록은 2014년 작성한 2m43cm으로 발복 부상 후유증 등으로 기록이 정체되는 상황이다. 우상혁이 1~2cm만 더 높이면 치열한 ‘한 끗’ 승부가 예상된다. 우상혁은 3년 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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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