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황정민이 차려놓은 밥상 ‘인질’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저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여명 정도가 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러면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국내 수많은 시상식 중 여전히 가장 전설로 남는 최고의 수상 소감은 2005년 26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황정민의 소감이다. 이른바 ‘밥상론’으로 대두되는 그의 소감은 그 영역에서 16년이 넘도록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필감성 감독은 신작 <인질>에서 첫 테이크로 이 장면을 쓴다. 과감한 선택이다. 황정민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 장면은 사실상 온갖 미디어에서 차용된 터라 진부함을 주기도 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제작진이 굳이 이 장면을 정면에 내놨다는 건 분명한 의도가 있어서다.

<인질>은 황정민이 차려놓은 밥상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극중 황정민은 유일하게 배역 이름이 없다. 황정민이다. 역할도 배우다. 말투나 톤, 의상, 헤어 스타일도 크게 변화가 없다. 대중이 알고 있는, 인간 황정민으로 나온다. 이 같은 선택은 현실성을 위해서다. 

신작 <인질>은 배우가 범죄 조직으로부터 납치를 당한다는 설정이다. 범죄 조직 면면은 1994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존파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에 이른바 ‘필리핀 납치 사건’ 등 여러 조직의 특성을 끼워 넣은 느낌이다. 


범인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해진 경찰의 과학수사로 인해 연쇄살인이 불가능해졌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유명 배우가 실종된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황정민이 직접 현실 그 자체가 됐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신작 <냉혈한>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 스태프들과 술 한 잔 걸치고 집에 오는 길, 편의점에 들른 황정민은 젊은 남성들과 시비가 붙는다. 남의 차에 대놓고 올라와 있는 모습에 한소리를 했는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이 가관이다.

알려진 얼굴 때문에 최대한 부드럽게 대해주려 하지만, 위아래 없는 모습에 성질을 내고 집으로 간다. 

집 앞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차 한 대가 선다. 그리고 아까 그놈들이 내린다. 몸을 붙잡고 전기 충격기를 댄다. 깨고 일어나니 이상한 곳에 묶여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묶여있다. 납치를 당한 것. 최소한의 인성이 없는 이들은 폭력과 살인에 죄책감이 없다. 황정민은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유명 배우가 실종됐다는 설정의 이 영화에서 황정민은 밥상을 차리는 역할을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좀처럼 보기 힘든 범죄 조직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기 위해 희생한 셈이다. 최대한 안정적인 연기로 현실성을 부여잡는다. 황정민이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떠먹게 된 건 아직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후배 배우들이다. 

범죄 조직의 두목 최기완 역의 김재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염동훈 역의 류경수, 황정민의 찐팬인 용태 역 정재원, 총을 잘 다루는 여성인 샛별이 역 이호정, 말없이 강력한 힘을 드러내는 고영록 역의 이규원, 황정민보다 먼저 실종된 반소연 역 이유미가, 황정민의 밥상에 숟가락을 든 배우들이다. 

황정민이 차려놓은 진수성찬을 맛있게 다 먹는 배우도 있고, 주어진 만큼 못 채운 배우도 있다. 먼저 염동환 역의 류경수, 반소연 역의 이유미, 용태 역의 정재원은 차기작이 기다려질 만큼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JTBC <이태원 클라쓰>에서 준수한 연기를 보인 류경수는 성미 급한 염동환의 광기를 정확히 짚어낸다. 유일하게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되지 않는다. 어떤 미친 짓이든 할 수 있어 보인다. 지속해서 텐션이 높은데도 과잉된 느낌은 안 준다. 

충무로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려진 이유미는 위기의 순간에 보이는 두려움을 표현한다. 힘든 순간에도 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꽤 고통스러운 장면이 많았을 법하다. 인물의 극한 내면을 표현하는 인물을 당분간 독차지할 것 같은 연기력이다. 

용태는 <인질>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다. 잔인하고 괴로운 장면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용태의 유머가 숨통을 틔운다. 고난이도 상황 유머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어눌하면서도 바보 같지만, 그 안에 숨은 순수함을 그려낸다. 색감이 분명하다. 

반대로 두목 최기완 역의 김재범은 다소 아쉽다. 연기를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광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광기를 ‘연기’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가장 미친놈’이어야 하는데, 어딘가 덜 미친 느낌이다. 상대의 의도를 너무 빨리 알아채는 황정민에게 놀아나기만 한다. 인질범과 두목 간의 서스펜스가 약하다. 

샛별이 역의 이호정은 어색하다. 온전한 광기가 아닌 듯하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다소 쳐진 느낌이다. 가장 연기가 아쉬운 건 경찰 반장과 박성웅이다. 부자연스럽다. 리얼리즘이 강한 영화 톤에 맞지 않는 연극적인 연기다. 분량이 적은데도 흐름을 깬다. 

일부 차이가 있을 뿐 영화의 완성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도 현실성을 잡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대중이 잘 아는 배우가 나오면, 영화 내에 존재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가짜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 

최소한의 인격이 무너진 범죄 조직의 충격적인 행태는 영화를 충분히 몰입하게 만든다.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크게 잔인한 장면 없이 그로테스크한 맛을 준다. 영화를 잘 만드는 제작사 외유내강의 저력이 느껴진다. 비교적 적은 단위의 제작비인 80억원을 투입하고, 색감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아이디어 하나로 밀어붙이는 힘이 상당하다. 

경찰을 무능하게 만들어서 억지로 답답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경기도 평택 내 시골을 범죄의 본원으로 삼은 점이 특히 영리하다.

올해 나온 영화 중 신선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만듦새도 훌륭해 오락 영화로 출중한 편이다. 중심을 잘 잡은 황정민의 공로가 돋보인다. 일부 배우들의 연기는 숨막힌다. ‘황정민 영화는 뻔하다’는 공식을 깬다. 런닝 타임은 93분이다. 기본적으로 시간이 짧은 데다가 몰입도가 높아 시간이 훅 지나간다. 스릴러 장르물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분명한 쾌감을 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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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