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재벌들 화려한 비상 막전막후

고래 삼킨 새우 ‘배 터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얼굴 없는 재벌’들이 굵직한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모두 중견기업이라는 데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일각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대명화학이 로젠택배를 품었다. 연결 매출 1조3000억원에 이르는 대명화학과 수십여개 투자 브랜드, 자회사 코웰패션이 운영하는 모다아울렛은 모두 이번 로젠택배 인수로 물류 경쟁력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숨은 강자들
손 뻗기 시작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코웰패션은 지난 7월9일 종속회사 씨에프인베스트먼트가 로젠택배 주식 1482만3496주를 34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코웰패션은 대명화학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로젠은 택배업계 점유율 4위 업체다. 코웰패션은 이번 인수 목적이 “온라인 경쟁력 강화 및 신규사업 진출”이라고 밝혔다.

대명화학의 핵심 계열사이자 상장사인 코웰패션은 아디다스, 리복, 푸마 등 속옷 라이선스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으며 주로 홈쇼핑을 통해 유통시키는 회사다. 거느린 종속회사의 수만 12개에 달한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패션업계 혹한에도 코웰패션은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8% 증가한 4264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5% 증가한 801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대명화학 역시 지난해 매출은 1조3000억원으로 전년도 1조1000억원에서 2000억원 늘었다. 그러면서 2019년 107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490억원으로 38% 껑충 뛰었다.

패션 재벌로 성장한 대명화학이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는 평가다. 회계사 출신 권오일 회장이 지분의 90% 이상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도다. 대명화학은 2015년 코웰패션을 인수하며 패션업계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수십여개에 잇달아 투자해 대박을 내면서 M&A(인수·합병)와 투자의 귀재로 알려졌다.

중견 건설사들도 사세 확장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3400억 로젠택배 품은 ‘패션재벌’ 대명화학
호남 중견 건설사들 ‘파격’ 대우건설 인수전

대우건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도 모두 중견기업다. 지난 7월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지분 50.75%)는전날 중흥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중흥건설은 최종 경쟁자인 스카이레이크-DS네트웍스-IPM 컨소시엄을 모두 제치고 국내 시공 능력 순위 6위의 대우건설을 품에 안는 이변을 연출했다. 


중흥건설을 보유한 중흥건설그룹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시평) 35위 중흥건설을 포함해 15위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모두 30여개에 이르는 주택·건설·토목 부문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자산총액도 9조2070억원으로 재계 47위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M&A 결과를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시평 6위 대우건설을 계열사로 편입시키면 중흥건설그룹은 시평 순위가 5위 안팎으로 수직상승하게 된다.

피튀는 난투
최종 승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법적 소송설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되,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DS네트웍스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예비협상대상자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인수에서는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KDB인베와 중흥건설은 상세실사를 거쳐 연말까지 매각 절차를 종료할 계획이다.

DS네트웍스는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해외 인프라 투자사 IPM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전했다. 첫 본입찰 당시 대우건설 지분 50.75% 가치로 1조8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했다. 2조3000억원을 낸 중흥건설이 수정 제안을 요청하자 DS네트웍스도 2조원 안팎으로 가격을 냈다.

중흥건설도 가격을 낮추면서 양측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만 중흥건설은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에 대한 보상 조건을 내걸지 않았고,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이를 요구하면서 KDB인베는 중흥건설을 낙점했다.

DS네트웍스는 2017년에도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했고, 두산건설 인수를 추진했다가 부실 사업장 처리에 대한 이견으로 중단했다. 시행사로 출발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등 금융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시평 21위의 중견건설사 동부건설도 46위 한진중공업과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4월 한진중공업 주주협의회 보유지분 5567만 2910주를 매입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매매 주식 지분율 66.85%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강력 후보 낙방
업계 우려는?

현재 본계약을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며, 3분기에 완료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한진중공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동부건설은 국내 건설시장에서 경쟁력 확대와 함께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조선업과 친환경 분야도 적극 활용하는 사업 다각화를 노린다. 특히, 건설 분야에서 동부건설은 서울·수도권에서, 한진중공업은 경남에서 지역 브랜드의 강점을 갖고 있다.


또, 동부건설은 해상 풍력과 해상 태양광 같은 해양플랜트 신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어, 한진중공업의 해상 플랜트 기술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성정도 기적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성정은 지난 6월17일, 이스타항공 우선 매수권을 행사해 중견기업 쌍방울그룹을 제치고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성정은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변방의 향토기업에서 일약 재계 메인무대로 나설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정이 충남 향토기업인 데다 비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역시 ‘자금 조달 가능’ 여부다. 충남 부여군에 본사를 둔 성정은 토공 사업과 골프장 관리용역업, 부동산 관련업 등을 하는 종합건설업체다.

관계사로는 2008년 개장한 27홀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을 두고 있다.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의 대표는 형남순 회장이며, 성정은 장남인 형동훈 대표가 운영한다.

이스타 인수한 성정 ‘기적의 스토리’
‘대이변’ KH그룹의 알펜시아 공매 낙찰


성정·백제컨트리클럽·대국건설산업 모두 부채가 적은 알짜배기로 알려졌다. 1994년 세워진 대국건설산업은 건설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할만큼 유동성이 좋다. 대전경찰청 청사 신축, 전남 일로~몽탄 도로 확장 공사 등을 진행했다. 

다만 지난해 매출 59억원에 영업이익이 5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대목에서 재계 일각에서는 성정이 관계사 매출을 모두 합쳐도 400억원 정도인 만큼 부채만 200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을 품을 수 있을 지 물음표가 남아있는 상태다. 

여기에 KH 강원개발은 알펜시아리조트 공매 낙찰자로 선정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KH 강원개발은 알펜시아 인수를 위해 ‘KH 필룩스’와 ‘KH 일렉트론’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는 각각 전자부품 소재와 이어폰 등 음향기기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KH 그룹의 계열사들이다. 

이 중 KH필룩스는 4376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으로, 지난 1분기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KH 일렉트론은 코스닥 상장 업체다. KH 강원개발이 속한 KH 그룹은 2019년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인수한 곳으로, 자산규모는 약 2조원이다. KH 강원개발은 지난해 10월 알펜시아리조트 1차 입찰과 6차 수의계약에 참여하는 등 확고한 인수 의지를 보였다.

한우근 KH 강원개발 대표는 “지난 1년간 인수 준비와 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많은 인원과 비용을 투입했다”며 “기존 리조트 사업을 강화해 대한민국 최고의 리조트로 발돋움하겠다”고 했다.

기대 반 
우려 반

KH 강원개발이 강원도, 강원도개발공사와 알펜시아리조트 양도·양수 기본협약을 맺기는 했으나 매각이 완료된 것은 아닌 만큼 인수자금 조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H 강원개발은 앞으로 실사 등을 거쳐 오는 23일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알펜시아리조트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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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