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재벌들 화려한 비상 막전막후

고래 삼킨 새우 ‘배 터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얼굴 없는 재벌’들이 굵직한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모두 중견기업이라는 데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일각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대명화학이 로젠택배를 품었다. 연결 매출 1조3000억원에 이르는 대명화학과 수십여개 투자 브랜드, 자회사 코웰패션이 운영하는 모다아울렛은 모두 이번 로젠택배 인수로 물류 경쟁력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숨은 강자들
손 뻗기 시작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코웰패션은 지난 7월9일 종속회사 씨에프인베스트먼트가 로젠택배 주식 1482만3496주를 34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코웰패션은 대명화학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로젠은 택배업계 점유율 4위 업체다. 코웰패션은 이번 인수 목적이 “온라인 경쟁력 강화 및 신규사업 진출”이라고 밝혔다.

대명화학의 핵심 계열사이자 상장사인 코웰패션은 아디다스, 리복, 푸마 등 속옷 라이선스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으며 주로 홈쇼핑을 통해 유통시키는 회사다. 거느린 종속회사의 수만 12개에 달한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패션업계 혹한에도 코웰패션은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8% 증가한 4264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5% 증가한 801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대명화학 역시 지난해 매출은 1조3000억원으로 전년도 1조1000억원에서 2000억원 늘었다. 그러면서 2019년 107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490억원으로 38% 껑충 뛰었다.

패션 재벌로 성장한 대명화학이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는 평가다. 회계사 출신 권오일 회장이 지분의 90% 이상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도다. 대명화학은 2015년 코웰패션을 인수하며 패션업계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수십여개에 잇달아 투자해 대박을 내면서 M&A(인수·합병)와 투자의 귀재로 알려졌다.

중견 건설사들도 사세 확장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3400억 로젠택배 품은 ‘패션재벌’ 대명화학
호남 중견 건설사들 ‘파격’ 대우건설 인수전

대우건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도 모두 중견기업다. 지난 7월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지분 50.75%)는전날 중흥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중흥건설은 최종 경쟁자인 스카이레이크-DS네트웍스-IPM 컨소시엄을 모두 제치고 국내 시공 능력 순위 6위의 대우건설을 품에 안는 이변을 연출했다. 


중흥건설을 보유한 중흥건설그룹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시평) 35위 중흥건설을 포함해 15위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모두 30여개에 이르는 주택·건설·토목 부문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자산총액도 9조2070억원으로 재계 47위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M&A 결과를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시평 6위 대우건설을 계열사로 편입시키면 중흥건설그룹은 시평 순위가 5위 안팎으로 수직상승하게 된다.

피튀는 난투
최종 승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법적 소송설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되,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DS네트웍스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예비협상대상자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인수에서는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KDB인베와 중흥건설은 상세실사를 거쳐 연말까지 매각 절차를 종료할 계획이다.

DS네트웍스는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해외 인프라 투자사 IPM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전했다. 첫 본입찰 당시 대우건설 지분 50.75% 가치로 1조8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했다. 2조3000억원을 낸 중흥건설이 수정 제안을 요청하자 DS네트웍스도 2조원 안팎으로 가격을 냈다.

중흥건설도 가격을 낮추면서 양측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만 중흥건설은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에 대한 보상 조건을 내걸지 않았고,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이를 요구하면서 KDB인베는 중흥건설을 낙점했다.

DS네트웍스는 2017년에도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했고, 두산건설 인수를 추진했다가 부실 사업장 처리에 대한 이견으로 중단했다. 시행사로 출발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등 금융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시평 21위의 중견건설사 동부건설도 46위 한진중공업과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4월 한진중공업 주주협의회 보유지분 5567만 2910주를 매입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매매 주식 지분율 66.85%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강력 후보 낙방
업계 우려는?

현재 본계약을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며, 3분기에 완료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한진중공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동부건설은 국내 건설시장에서 경쟁력 확대와 함께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조선업과 친환경 분야도 적극 활용하는 사업 다각화를 노린다. 특히, 건설 분야에서 동부건설은 서울·수도권에서, 한진중공업은 경남에서 지역 브랜드의 강점을 갖고 있다.


또, 동부건설은 해상 풍력과 해상 태양광 같은 해양플랜트 신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어, 한진중공업의 해상 플랜트 기술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성정도 기적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성정은 지난 6월17일, 이스타항공 우선 매수권을 행사해 중견기업 쌍방울그룹을 제치고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성정은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변방의 향토기업에서 일약 재계 메인무대로 나설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정이 충남 향토기업인 데다 비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역시 ‘자금 조달 가능’ 여부다. 충남 부여군에 본사를 둔 성정은 토공 사업과 골프장 관리용역업, 부동산 관련업 등을 하는 종합건설업체다.

관계사로는 2008년 개장한 27홀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을 두고 있다.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의 대표는 형남순 회장이며, 성정은 장남인 형동훈 대표가 운영한다.

이스타 인수한 성정 ‘기적의 스토리’
‘대이변’ KH그룹의 알펜시아 공매 낙찰


성정·백제컨트리클럽·대국건설산업 모두 부채가 적은 알짜배기로 알려졌다. 1994년 세워진 대국건설산업은 건설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할만큼 유동성이 좋다. 대전경찰청 청사 신축, 전남 일로~몽탄 도로 확장 공사 등을 진행했다. 

다만 지난해 매출 59억원에 영업이익이 5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대목에서 재계 일각에서는 성정이 관계사 매출을 모두 합쳐도 400억원 정도인 만큼 부채만 200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을 품을 수 있을 지 물음표가 남아있는 상태다. 

여기에 KH 강원개발은 알펜시아리조트 공매 낙찰자로 선정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KH 강원개발은 알펜시아 인수를 위해 ‘KH 필룩스’와 ‘KH 일렉트론’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는 각각 전자부품 소재와 이어폰 등 음향기기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KH 그룹의 계열사들이다. 

이 중 KH필룩스는 4376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으로, 지난 1분기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KH 일렉트론은 코스닥 상장 업체다. KH 강원개발이 속한 KH 그룹은 2019년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인수한 곳으로, 자산규모는 약 2조원이다. KH 강원개발은 지난해 10월 알펜시아리조트 1차 입찰과 6차 수의계약에 참여하는 등 확고한 인수 의지를 보였다.

한우근 KH 강원개발 대표는 “지난 1년간 인수 준비와 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많은 인원과 비용을 투입했다”며 “기존 리조트 사업을 강화해 대한민국 최고의 리조트로 발돋움하겠다”고 했다.

기대 반 
우려 반

KH 강원개발이 강원도, 강원도개발공사와 알펜시아리조트 양도·양수 기본협약을 맺기는 했으나 매각이 완료된 것은 아닌 만큼 인수자금 조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H 강원개발은 앞으로 실사 등을 거쳐 오는 23일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알펜시아리조트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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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