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연애에 빠진 요즘 예능프로그램 리얼 후기

대놓고 바람 피고 내놓고 음주방송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PC주의가 국내 미디어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나 동물 학대, 지나친 선정성, 범죄의 묘사, 술·담배 등의 장면에는 어김없이 냉혹한 여론이 형성된다. 여러 제재가 있음에도, 국내 방송계는 여전히 금기에 도전 중이다. 특히 술을 소재로 한 예능이 범람하고 있으며, 연애 예능도 이전에는 없었던 독한 맛으로 승부하고 있다. 

애주가로 불리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예능인 신동엽이 녹화 끝나고 스태프들과 늘 한 잔씩 기울이는 애주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tvN <신서유기>의 규현은 술을 좋아해 ‘조정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외에도 많은 스타가 술을 즐기는 것을 편히 말했다. 

금기와 
대리만족

1년에 36억병의 소주를 먹는 국내 정서에 술을 즐기는 라이프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편안함과 익숙함이 무기인 예능인들에게 술로 인한 큰 문제가 없었다면 대체로 친숙한 이미지를 준다. 

tvN <인생술집>은 이러한 대중의 코드를 읽어내며 방송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연예게 대표 주당인 신동엽을 MC를 전면에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술을 통해 연예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호평과 동시에 음주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018년 12월17일 <인생술집>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줬다. 방심위는 당시 “출연자 간의 대화보다 음주 장면을 지나치게 부각해 자칫 시청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거나 음주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비록 비판 의견이 있긴 했으나 2016년 1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장수한 프로그램이다. <인생술집>의 안정적인 성공 이후 술 예능이 생겼다. 채널 십오야의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는 규현이 지인들과 술 한 잔하는 장면을 관찰 예능으로 공개했다. 

규현은 막걸리 소주, 옛날 양주, 전통주 등 술을 가리지 않고 마셨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고, 새로운 게임을 배우기도 했으며, 각종 술과 어울리는 안주를 찾기도 했다. 유튜브 조회수 200~300만을 기록하는 등 웬만한 예능프로그램보다 더 강력한 화력을 보였다. 

규현은 이를 통해 단독 MC로서도 손색없는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서유기>에서 친분을 맺은 뒤 출연진의 특성을 개발하는 데 특출한 능력을 가진 나영석 사단의 재기가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술 예능이 호평을 받자 갑작스럽게 대다수 채널에서 술 예능을 론칭한다. 술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대거 나왔다. 술을 소재로 저마다 조금씩 내용을 비튼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를 한다. 

먼저 지난 9일 KBS 웹 예능 <조세호의 와인바>가 술 예능의 시동을 걸었다. 조세호가 ‘조믈리에’라는 부캐로 바(Bar)를 차린다는 콘셉트의 예능이다. 와인이나 샴페인 등에는 문외한인 조세호가 실제로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붙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지인 혹은 게스트와 함께 즐기는 방송이다.

먹고 취하고 즐기는 취중 프로    
지상파·OTT 가리지 않고 제작

외국 술을 알고 싶지만 정확하게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첫 화 게스트로는 차태현이 등장했다. 아직까지는 1회까지밖에 나오지 않아 프로그램의 정확한 기획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채널 S의 <신과 함께>는 지난 16일 시즌2를 맞이했다. 신동엽을 비롯해 성시경, 이용진, 박선영, 시우민 등 연예계 애주가들이 특별한 날 어떤 술과 안주를 먹을지 고민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조합의 안주를 추천해주는 포맷이다.

시즌1은 주문자들의 사연에 맞춘 주식을 선보이며 애주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MC들은 술을 마시며 더욱 솔직한 토크로 웃음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는 26일에는 IHQ, 디스커버리 채널의 새 예능프로그램 <마시는 녀석들>이 첫 방송된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인 <마시는 녀석들>은 그동안 먹방계의 블루오션이었던 ‘안주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으로 주류에 따라 페어링하기 좋은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이다. 

<마시는 녀석들>은 무분별한 음주 문화를 지양하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스포츠, 친목 등 야외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미식가와 애주가들의 대리만족을 선사할 예정이다.

다채로운 매력의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높고 건전한 애주가로 알려진 배우 이종혁, 코미디언 장동민, 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 골든차일드 이장준이 출연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앞둔 <백스피릿>도 새로 론칭하는 술 예능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마주 앉아 술 한 잔 기울이며 술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다. 

나영석 PD부터 ‘배구 여제’ 김연경, 배우 김희애 등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으로 이미 소문이 났다.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했던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박희연 PD가 백 대표와 다시 손잡았다.

이렇듯 술 예능이 늘어난 배경에는 최근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했다는 데 기인한다. 과거 지상파와 일부 케이블 채널 등 이른바 올드 미디어가 채널의 전부였던 때에는 집단이 미디어를 소비한다는 마인드로 인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술을 소재로 하는 건 터부시됐다. 

채널 개인화
아이템 오버

하지만 최근 채널의 개인화가 이뤄지면서 누구나 즐기는 술을 예능으로 활용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문화로 번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도 술 예능이 한창 나왔었다.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았는데, tvN <삼시세끼>나 SBS <미운우리새끼> 등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조금씩 나오면서 비판 의식이 옅어졌다”며 “사실 술은 누구나가 즐기는 소재라서 금기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청소년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는 제작되는 게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술과 함께 또 하나 범람하고 있는 예능 소재가 있다. 바로 연애 예능이다. MBC <사랑의 스튜디오>를 비롯해 SBS <짝>, 채널A <하트시그널> 등 국내 연애 예능 계보가 존재한다. 

최근 들어 각종 채널에서 연애 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다만 뻔한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금기시 되는 부분을 갖고 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와 tvN <환승연애>다.

먼저 <체인지 데이즈>는 위기의 세 커플이 제주도 팬션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다른 커플의 이성과 데이트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겹도록 다투면서 소통이 되지 않기도 하고, 너무 오랜 기간 연인으로 지내다 보니 설렘이 완전히 사라진 커플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인연과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게 포인트다. 

다만 내 연인, 그리고 상대의 연인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이성과 스킨십이나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탄다. 타인에 대한 인의예지를 강조하는 국내 사회에서 그야말로 ‘금기’에 해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공개된다. 

그 과정에서 내 연인이 이성과 잘 지내는 것이 못마땅해 괜히 다른 이성과 더 잘 지내보려는 노력이 꼭 예뻐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성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닌 그저 본능에 이끌리는 것 같은 장면도 눈에 띈다.

출연자에게 너무 리스크가 큰 설정 탓에 자신의 업종에서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들기도 한다. 

강력한 본능
판단력 상실

일각에서는 <체인지 데이즈>가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대리만족감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애하면서 다른 연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냐는 추측에서 비롯된다. 비록 옳다고 할 수 없겠지만,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는 게 <체인지 데이즈>의 묘미라는 것. 

<환승연애>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귀었다가 헤어진 네 커플이 한 곳에서 지내며 새로운 인연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다만 커플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내 연인이 누군지 밝히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포맷이다. 달라진 건 한 번 헤어진 커플이라는 것.

이른바 ‘마라맛’이라 불릴 정도로 독한 설정을 끌고 왔다. 정작 방송은 이별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건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랑의 속도가 서로 다르듯 이별 앞에서도 각자 다른 시계가 흘러간다.

이미 헤어짐을 완전히 받아들인 남자와 아직 헤어진 것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다가 전 남자친구를 만나고 이별했다는 것을 깨달은 여자,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여전히 미련이 있다는 것을 안 여자와 미련이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마음이 굳어버린 남자 등 현실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이별 이야기를 생중계 보듯 관찰하게 된다. 

다른 연애 예능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 대신 이별의 슬픔에 공감하며 눈물짓게 된다. SBS <룸메이트>의 박상혁 CP와 나영석 사단에서 <삼시세끼> <여름방학> 등 힐링 예능의 선두주자에 있었던 이진주 PD의 합작품이다. 

박상혁 CP는 “새로운 연인의 후기를 전할 때 먼저 만났던 사람에게 후기를 들으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새로운 사람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으니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환승연애>에서는 가능하다”며 “설정은 강하지만 내용에는 힐링이 있다. 이게 가능할 수 있는 건 출연자들의 진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돌싱에 스와핑까지…짝짓기 예능의 변화
‘잠자리 안 돼’ 비틀어 찾는 자극 포인트

두 프로그램이 연애 예능의 새로운 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애 예능이 나오고 있다. IHQ에서 방송된 <리더의 연애>는 최근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리더와 다섯명의 스타가 데이트 시간을 갖고 매칭되는 포맷이다. 

배우 한정수와 배구선수 출신 김요한, 개그맨 이상준, 야구선수 출신 이대형, 격투기 선수이자 가수인 이대원이 여성 리더와 데이트를 한다. 진행은 김구라와 박명수, 한혜진이 맡는다. 

여성 리더를 내세우며 시대의 흐름에 적절히 편승한 느낌이지만, 방송은 어딘가 어수선하다. 마치 데이트가 경쟁하듯이 치러지며, 여성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내쫓기는 형식이다. 모든 데이트 코스는 여성이 정한다. 새로운 방식을 도모했지만, 서로의 교감보다는 누가 더 여성에게 달콤한 남성인가를 겨루는 느낌이다. 

지난 14일 SBS Plus와 NQQ에서 동시 방송된 <나는 SOLO>는 SBS <짝>을 연출한 박규홍 PD의 신작이다. <짝>에서 보여준 사랑의 극사실주의를 보여준 박 PD는 <나는 SOLO>에서도 비슷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다만 사실주의에 너무 치중한 탓인지 로맨틱한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커플 유튜버로 유명한 손민수와 임라라는 새로운 커플의 호스트가 됐다. 왓챠 <러브&조이>를 통해서다. 네 쌍의 남사친(남자사람친구)과 여사친(여자사람친구)들이 출연해,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넘나든다.

친구로만 생각하던 상대방이 실제로 다른 이성과 있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질투를 조금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아니면 그동안 몰랐던 감정이 솟구치게 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체인지 데이즈> <환승연애>의 순한 맛으로 정리된다.

MBN <돌싱글즈>는 이혼의 경험이 있는 8명의 남녀가 이른바 ‘돌싱 빌리지’에서 새로운 연인을 찾아간다는 포맷이다. <하트시그널>의 돌싱 버전이다. 한 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미혼 남녀들과는 달리 훨씬 더 수위 높은 대화가 오간다. 

자녀에 대한 이야기,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이 비교적 자극적이다. 어쩌면 이혼을 경험해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겐 현실적인 조언과 정보가 되기도 한다. 

좀 더 자극적인 연애 버라이어티가 범람하는 이유로 한국식의 자극을 찾고 있는 형태라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미국 연애 버라이어티에는 남녀가 잠자리에 이루는 과정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아직 그 수위까지 갈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자극적인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더 세게
더 강하게

정덕현 평론가는 “요즘 연애 예능은 한국적인 ‘마라맛’을 찾고 있는 느낌이다. 외국 연애 예능은 성적인 부분까지 다 보여주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거기까진 쉽지 않다. 대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걸 찾는 것”이라며 “자극적인 예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한국 연애 예능의 한계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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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