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시 서는 '봉달이' 이봉주

달리고 싶은 국민 마라토너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이봉주는 지난해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병을 진단받았다. 1년8개월간 투병 생활을 한 그는 성공 확률이 낮다는 수술을 결정했고, 지난 7일 7시간에 가까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수술을 마친 이봉주는 근황을 알리며 다시 달리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봉주의 쾌유를 기원하며 동료 스포츠 선수들과 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섰다. 응원에 힘입은 이봉주는 “꿋꿋하게 이겨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봉주는 한국 마라톤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수많은 마라톤 대회들에 출전하며 큰 족적을 남긴 그는 예능 방송에도 출연하며 순수한 매력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근육 이상
투병 생활

지난해에 그는 고정 예능 <뭉쳐야 찬다> 출연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봉출귀몰’ ‘무한체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예능에서도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직 야구선수 양준혁은 “경기를 뛰는 40분 동안 자신은 정말 조금 뛰는데 이봉주는 10km를 뛴다”며 “카메라가 어디를 잡아도 항상 앵글에 잡혀 이봉주가 언제나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 마라토너답게 근성 축구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봉주는 지난해 2월 훈련을 위해 떠난 사이판에서 출연자들과 폐타이어를 허리에 끼고 하는 훈련을 진행한 뒤 몸에 무리가 생겼다. 처음에는 가벼운 부상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부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프로그램을 쉬면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봉주는 복귀할 수 없었다. 좀처럼 회복에 차도가 없어서다.

이후 <뭉쳐야 찬다> 마지막 회에서 지팡이를 짚고 나와 근황을 알렸다. 그의 투병 소식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가 밝힌 병명은 ‘근육긴장이상증’이다. 근육긴장이상증은 뇌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명령 체계에 문제가 생겨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스스로 긴장, 수축하는 질환을 말한다. 몸을 펼 수 없고, 근육이 비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주로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세다.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봉주의 경우 증세가 심해 치료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의 몸에는 몸을 지지하기 위해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다.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 한방, 경락 마사지 등까지 시행했다.

그러나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일어설 수도, 제대로 걷기도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는 결국 휠체어에 앉아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일상생활은 중단됐고, 활동을 중단하면서 수입도 끊기는 어려움에 처했다. 오랜 기간 치료한 탓에 심신장애까지 겪게 됐다. 

길어진 투병 생활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위축돼 사람들을 피해서 숨어 다녔다는 이봉주는 방송 출연을 결심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병을 알려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은 물론, 자신처럼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근육긴장 이상증 진단…고통의 나날
어려운 수술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

1년이 넘게 병을 앓던 이봉주는 전과는 다르게 살이 5kg 빠진 채 스틱을 짚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방송에 출연한 이봉주는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했지만, 여전히 부축을 받거나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통증은 줄었지만 여전히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봉주는 한 예능에 출연해 “현재 제일 중요한 고비인 것 같다”며 “고비를 현명하게 잘 넘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을 정말 잘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마라톤을 해왔듯이 마라톤처럼 하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늘 그렇듯 정신력으로 버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상황과 반드시 완치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특히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서는 “아프게 되니 육상의 기본을 가르쳐 준 코치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성공적인 마라토너 인생의 토대를 만들어 준 코치님을 만나면 큰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방송을 통해 근황을 전하며 전해지자, 팬들은 이봉주를 위해 모금운동을 하고, 천안시는 이봉주를 응원하는 마라톤대회까지 개최하는 등 주변에서도 그를 지속적으로 응원했다. 이런 가운데 희소식이 전해졌다.

유튜브를 통해 근육긴장이상증의 발병 원인을 찾았다는 것. 

고민 끝에
수술 결정

척추 6, 7번 쪽에 낭종이 생겨 신경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다만 당시에는 원인 자체를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비치료와 수술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봉주는 수술을 마지막 선택으로 여겼다. 수술을 하게 되면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따르면 낭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척추에 1.5cm에 달하는 구멍을 뚫어 현미경으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또 척추에 바늘만 넣어서 하는 수술이 아니라 살을 열어서 하는 수술이다. 

이봉주는 “저보다도 안사람이 수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며 “수술이든 일반 치료든 고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 상태에 대해서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완치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발병 초기에는 누워서 잠을 자기도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잠도 충분히 자고 허리가 조금은 펴진 느낌이라는 것.

신경이 눌리지 않을 때 한 번씩 허리가 펴져 과거 허리를 바르게 세웠던 느낌이 있다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후 이봉주는 CT촬영을 진행한 뒤 낭종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을 앞둔 이봉주는 다시 봉주르 라이프를 외치고 싶고, 반드시 일어나 자신의 발로 뛰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약 7시간의 수술을 마친 이봉주는 수술 후 전처럼 머리와 배가 뛰지 않는다며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수술이 성공적이었음을 알렸다. 수술 당일 배 쪽에 미세한 경련이 남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복근 경련도 멈췄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도 경과가 좋지만, 앞으로 회복·관리를 잘 할 필요가 있다며 이봉주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을 시사했다.

쾌유 기원
모두 응원

이봉주는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고 응원해줬기 때문에 수술을 잘 받았다”며 “반드시 달리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봉주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는 사진을 게시하며 한층 더 회복된 상태의 이봉주의 근황을 알렸다.

앞서 천안시체육회는 이봉주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되자, 지난 4월 이봉주의 고향을 방문해 시민과 공무원 등으로부터 모금한 성금을 그에게 전달한 바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과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은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이봉주 선수의 고향 집을 찾아가 격려했다.

박 시장은 “이봉주가 병마와 싸워 이기고 다시 일어나 힘차게 다시 뛸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봉주가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곳은 자신의 고향인 천안이다.

명실상부 한국 마라톤 레전드로 평가받는 그는 한국 마라톤의 역사를 다시 쓴 주역 중 하나다. 어려서부터 달리기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왕복 12km의 거리를 오가며 평소에도 스스로를 단련했다.

평발과 짝발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노력과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날씨가 궂은 날에도 굴하지 않고 새벽 4시면 일어나 개인훈련을 했다. 한창 연습할 시기에는 6개월 동안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2.195km를 40번 완주해냈다. 

평균 하루 반에 한 꼴로 풀코스를 완주한 셈이다. 당시에도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 육상부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는 중에도 이봉주는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이봉주의 재능을 알아본 팀에서 스카웃 뒤, 전국체전에 출전해 2위를 달성해 승승장구하는 듯싶었으나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부상까지 겹쳐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며 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록 역시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봉주는 평소처럼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아파도 이웃 위해 봉사
주변서 많은 도움 손길

그 결과 1993년 호놀룰루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침체기에서 벗어났다. 1995년 동아마라톤대회 우승을 하며 통해 이름도 알려졌다.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국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마라톤은 이봉주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만큼의 업적들을 달성하는 등 이봉주 시대의 문을 열었다.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분류되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1위와는 불과 3초밖에 차이나지 않았을 만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올림픽 마라톤 사상 최소 차이의 격차다. 

이봉주는 2001년 출전한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많은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2009년에 전국체전에 출전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봉주는 40세에 은퇴하기까지 국제대회에서 44번 도전해 41번 완주를 했다. 훈련을 통해 완주한 거리까지 합치면 그가 뛴 거리는 지구 4바퀴에 이를 만큼 많은 시간을 달렸다. 현재까지도 이봉주가 세운 한국 신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은퇴 이후에는 지도자 생활 제의도 받았으나 거절하고 치킨집, 홍보대사 등을 하며 마라톤 꿈나무를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는 제2, 제3의 이봉주 탄생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소 해오던 봉사활동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수술을 받기 전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통해 이봉주의 인간적인 면모가 주목받았다.

전설의 귀환
“기다릴게요”

이봉주는 자신이 아픈 것은 방송국 탓이 아니라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뜻을 밝혔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7월부터 시작 예정인 재활 프로그램을 충실히 수행하고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육상 발전을 위해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봉주의 예능 도전
순수한 매력으로 시청자 사로잡다

이봉주의 첫 예능 도전은 2011년 출연했던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다. 봉달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이봉주는 의외의 댄스 실력과 입담을 뽐냈다. 

당시 봉달이 아저씨의 반란이라며 시청자들에게도 예능인으로써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출발 드림팀>에서는 조커 분장으로 분장만으로 스태프를 폭소시키는 가하면, <무한도전>에 출연해서도 ‘순수함’으로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자기야 백년손님> 출연을 통해서도 장인어른과의 케미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이봉주의 어눌한 말투가 시청자들과 한층 더 교감할 수 있었던 정겨움의 상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뭉쳐야 찬다> 고정 출연을 통해 스포츠 스타 특유의 진솔함과 순수함을 뽐내며 예능 대세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관측이 있다. 또 마라토너 특유의 ‘근성’과 ‘열정’을 뽐내며 역시 마라톤 레전드답다는 평가도 있다.

<뭉쳐야 찬다>를 통해 동네 초등학생까지 알아보며 이봉주에게 싸인 요구를 한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확실한 예능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에 나오는 이봉주의 성격과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며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성격으로 앞으로도 많은 예능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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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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