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진짜 배우를 만나다 김명민

“사랑 받은 캐릭터는 숙제, 그 숙제 풀어야 사랑 받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에게 있어 매우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는 오히려 새로운 숙제가 된다. 유명 작품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인기를 얻은 캐릭터를 극복하지 못한 배우들이 적지 않다. 자신이 세운 장벽을 스스로 넘지 못한 경우다. 배우 김명민도 큰 숙제가 있는 배우다. MBC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로 극복한 김명민은 JTBC <로스쿨>을 통해 양종훈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남겼다.

로맨스 장르에 강세를 보이던 국내 드라마 시장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대중성 면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장르물이 많아진 것을 넘어서 범람하고 있다. 채널마다 범죄·스릴러 장르 드라마를 방영한다.

장준혁·강마에
그리고 양종훈

법 체제가 강자와 약자에게 차별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인지한 국민의 울분이 투영된 현상이다. 용서받기 힘든 범죄자를 더 악랄한 방식으로 처단한 tvN <빈센조>나, 초능력으로 악귀와 맞선 OCN <경이로운 소문>, ‘사적 복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SBS <모범택시> 등이 시청자들의 울분을 대변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기득권이 저지르는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해갈했다. 해당 드라마의 시청률은 20%에 육박했고, 인기는 대단했다. 이 드라마들 외에도 JTBC <언더커버> tvN <마우스> OCN <타임즈> 등 장르물이 호평을 받았다.

배우 김명민이 주인공으로 나선 <로스쿨>은 장르적 특성이 짙은 작품이기는 하나 위에 거론된 드라마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악인에 대한 사적 복수가 아닌 법 체제 안에서 법으로 벌을 주는 방식이 차별화의 포인트다. 


‘법은 많이 알고 있는 사람한텐 편이 되고, 법을 모르는 사람에겐 적이 된다’는 원리를 이용하는 ‘법꾸라지’들이 어떻게 법망을 뚫고 악행을 저지르는지를 보여주며,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법조인이 법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법이 정의의 편에 설 수도, 불의의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아무래도 법 자체가 용어도 어렵고 내용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법리적 판단 역시 입장마다 다르기 때문에 법을 깊게 다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1화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진입하기엔 장벽이 높다. 

<로스쿨> 또 하나의 걸작 탄생 
“아들 친구가 사인 부탁하더라”

자극적인 소재나 장면, 맛깔 나는 대사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 법의 본질을 좇는다. 속도감도 비교적 느리다. 최근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드라마 화법과는 성질이 다르다. 게다가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고 작품성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깔린 선택이다.

<로스쿨> 제작진은 스스로 선택한 어려운 길을, 시청자들이 어떻게든 복잡·미묘한 법의 세계에 따라올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극복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선 완벽한 연기자가 필요했다. 고심 끝에 선택된 배우가 김명민이다. 

<로스쿨>에서 법의 선생님이자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인물이 극중 한국대학교 로스쿨 형법 교수인 양종훈(김명민 분)이다. 교수로서 강의할 때나, 법원에서 판사 또는 배심원들에게 어려운 법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사실상 시청자들에게 법의 의미를 전달하는 셈이다. 

단순히 설명만 해도 어려운 임무인데, 자신만의 원칙에 있어서 철두철미할 뿐 아니라 차원이 다른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냉정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의 색을 띠면서 표현해야 했다.


<로스쿨>은 강의실과 법정 등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이 매우 많을뿐더러,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법률 대사들이 즐비하게 나온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정의로운 강자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연기적 기술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제작진으로선 김명민 외에 대체자를 생각조차 못했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은 김석윤 PD가 연출하기로 한 작품이 아니었어요. 다른 PD가 내정돼있었는데, 저를 찾아온 거죠. 정통 드라마의 성질을 가진 <로스쿨>이 좋기는 했지만, 아무나 연출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가 역으로 제안했죠. 이 작품을 소화할 사람은 김석윤 PD라고요. PD님이 한다면 믿고 따르겠다고 했어요. 원래 김 PD님은 다른 작품을 하기로 했는데, 그걸 미루고 <로스쿨>을 먼저 하게 됐죠.”

“최소 10배는 
힘들었어요”

배우가 오히려 연출자를 선택한 셈이다. 이쪽 업계에선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배우가 제작진에게 갑질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영화 <조선 명탐정> 시리즈를 함께 작업하면서 얻은 신뢰에서 비롯된 에피소드다.

김명민은 김석윤 PD에게 무한한 신뢰가 있었다. 

“다른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김 PD에게 무한한 신뢰가 있어요. 배우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보여요. 다른 감독님들은 같은 대사와 장면을 동서남북으로 찍고 위·아래를 다 찍어요. 같은 대사를 반복하면 진이 빠지고, 힘을 어디에 줘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져요. 그런데 김 PD는 카메라 4대를 활용해요. 이게 정말 힘든 거예요. 동선, 조명 다 고려해야 해서 매우 어렵죠. 완벽하지 않으면 한 대를 쓰느니만 못해요. 감독님은 그런 콘티를 사전에 철저하게 해 와요. ‘배우들 힘들지 않게 우리가 절지 말자’는 말을 스태프들에게 해요. 그 말 자체가 굉장한 믿음으로 다가와요.”

서로를 향한 신뢰로 <로스쿨>이 출발했다. 김명민이 연기한 양종훈은 학생들로부터 ‘양크라테스’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이라는 질문을 학생에게 던진 뒤 그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양종훈의 강한 압박에 말문이 막힌 학생을 쥐 잡듯이 다그친다. 교수의 압박을 못 이긴 학생이 구토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학생들과는 밥을 절대 같이 먹지 않는다’는 기이한 원칙을 지키려 하면서 거리를 두는 듯 하지만, 누구보다도 제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인물이다. 뒤에서는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세련된 츤데레’다.

“제가 양종훈을 연기해서 그런지 정말 사랑스러워요. 미운 구석이 하나도 없어요. 누가 보기에 따라서 재수없다고 느낄 수 있는데, 겨우 그 정도인 거죠. 사실 그래도 될 것처럼 잘났잖아요. 어쩔 수 없는 부분 같기도 해요. 만약 이런 스승이 저에게도 있었다면, 김명민은 다른 인물이 됐을 것 같아요. 혹자는 양종훈이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속에 있는 것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인 거예요.”

학생들의 존경심을 받는 스승이자, 국내 최고의 법 전문가에 정의로운 강자였다. 이 모든 것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야 했다. 연기적인 면에서 국내 최고의 내공을 가진 그에게도 버거운 미션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가장 괴로웠다
결과는 ‘A+’


“다른 연기를 할 때보다 10배 이상은 노력한 것 같아요. 한 페이지 대사 분량을 똑같이 외워도 10배 이상 시간이 들어요. 잠깐 딴짓하고 나면 까먹고 그래요. 잠꼬대하듯이 외웠어요. 옆구리 찌르면 딱 나올 정도로요. 아무리 대사를 외워도 내용을 모르면 정확히 표현이 안 돼서 법률 사전이나 판례를 찾아보고 했어요. 그래야 진정성 있는 연기가 나오니까. 그래서 힘들었고 괴로웠어요.”

이제껏 출현 작품들 중에 가장 괴로웠다고 토로했지만, 그 결과물은 최상급이다. 정통 드라마에 목말라했던 시청자들은 <로스쿨>을 보면서 갈증을 해소했다. 특히 유튜브에 올라온 <로스쿨> 제작과정 영상 속 4분30초가량 진행된 강솔A(류혜영 분)와의 대사 장면을 보면 김명민의 재능이 얼마나 위대한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매우 어려운 대사와 다양한 제스처, 표정, 동선 등을 단 한 번에 진행한다. 연극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장면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처리한다. 김 PD의 ‘컷 오케이’가 끝남과 동시에 후배 배우들은 존경심을 가득 담은 채 손뼉을 친다.

완벽함을 도모한 그의 노력이 유의미하게 작동한 장면이다. 비단 이 장면뿐이 아닐 테다.

“될 때까지 했습니다. 법정에서의 장면을 보면 저 역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사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었어요. 양종훈이 출연진에게 얘기하기 전에 시청자들을 납득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 또한 양종훈을 통해 법정물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연기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그래야 했던 것이 제 몫이었어요. 집사람 앞에서 연기했어요. 그리고는 ‘무슨 말인지 알겠어?’라고 되묻기도 했죠. 반복적으로 연습했습니다.”

<로스쿨>은 비록 <하얀거탑>이나 <베토벤 바이러스>처럼 신드롬을 낳지는 못했지만, 체감 시청률이 매우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시청률은 약 7%, 넷플릭스에서는 국내 인기 콘텐츠 상위 10위 안에 속한 작품이다. 난도 높은 미션을 가진 장르물로서는 호성적이다.


“강마에와 비슷, 기시감 극복하려 했지만…”
“평생 양종훈의 가치 떠올리며 살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의 친구가 “너희 아빠 멋있다”며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은 첫 작품이기도 하다. 서민적인 연기보다 연극적인 연기에서 더욱 탁월한 힘을 발휘해온 김명민의 능력이 다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김명민에게는 이것조차도 또 다른 숙제로 다가왔다.

“제가 클리셰를 안 좋아하는데, 대본부터 너무 비슷한 거예요. 특히 강마에랑 많이 비슷했죠. 일부로 그렇게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과거의 김명민을 보고 싶어 한다고요. 김명민을 접하지 못한 요즘 세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시다고요. 그렇다고 똑같이 할 수는 없잖아요. 기시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말투나 어미를 쓰인 대본대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일각에서는 양종훈을 ‘김명민 연기’의 한 예로 치부한다. 상대적으로 힘을 뺀 캐릭터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부분에서 오는 냉혹한 평가이거나, 워낙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김명민에게 모든 면에서 완벽하길 바라는 기대심일 수도 있다.

“캐릭터 고민은 항상 있는 거죠. 장준혁, 강마에, 양종훈. 기시감을 극복해야 하는 건 배우에 있어서 항상 숙제예요. 그런데 <로스쿨> 같은 작품처럼, 시청자들이 원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 5년에 한 번씩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어요. 그렇다고 자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잘하는 것만 하면 지겨울 테니까요.”

원칙과 소신으로 매사 정의에 대해 질문하며, 부조리를 일삼는 강한 세력과 다퉈온 양종훈은 그를 연기한 김명민에게도 새로운 에너지가 됐다. 선배 배우로서, 어른으로서 갖춰야 할 성숙함을 양종훈에게서 배웠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양종훈을 계속 떠올릴 것 같아요. 제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 혹은 지향점이 양종훈의 삶과 일맥상통해요. 양종훈을 통해 해갈한 부분도 있어요. 소신 있게 작품에 임하며, 배우로서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지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정립이 된 것 같아요.”

<로스쿨>이 끝나고 시청자들에게서 나온 반응은 시즌2 제작이었다. 이런 반응은 무겁고 난해한 주제와 대화가 시청자들의 마음에 통했다는 의미다. 김명민 역시 시즌2 제작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원칙과 소신
새로운 에너지

“진정성과 정통성이 있는 드라마에 많은 분이 공감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시즌2에 대한 반응이 나오는 듯 합니다. <로스쿨>은 쉽게 나올 수 없는 장르물이라고 봐요. 쉽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는 작품이니, 기획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피되는 드라마겠죠. 그래서 더 반가웠던 것 아닌가 싶어요. 제작진을 만나면 시즌2를 꼭 추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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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