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파헤친다" 가상자산 칼 대는 국세청 표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07 13:39:50
  • 호수 13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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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돈 끝까지 쫓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어떤 이에게 가상화폐는 취미이자 재테크 수단이다. 가상화폐로 인한 부작용이 늘어나면서 국세청은 가상자산 관련 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식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상화폐는 관련 책 출간을 비롯해 유튜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에 빠진 직장인이 늘었다. 

늘어나는 
범죄 악용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로 눈에 보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렇다 보니 가상자산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 피해액은 수천억원대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 금액(추정치)은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 지난해 213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해도 지난 1~4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피해액은 942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경찰이 수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관련 범죄 건수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41건(126명)이었던 가상자산 관련 범죄 단속 건수는 지난해 333건(560명)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가상화폐와 관련이 있는 6개 정부 부처가 피해 사례에 대해 한 번도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손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1년으로 기간을 좁혀도 가상화폐는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지난 1년간 마약사범 가운데 20%가 가상화폐로 마약을 판매하는 등 가상화폐가 마약, 탈세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한 20·30대가 관련 범죄에도 함께 연루되고 있다. 

코인 부작용↑ 1월 TF 신설
신종탈세유형·과세정보 수집 

지난 1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한 뒤 다크웹(일반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웹사이트)과 가상화폐로 유통·판매한 4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가상화폐를 송금해 마약류를 매수·투약한 472명도 적발했다.

경찰은 지난 5월까지 약 1년간 수사해 총 521명을 검거했다. 다크웹·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 사범은 같은 기간(2020년 5월~2021년 4월) 서울청이 검거한 전체 마약 사범(2658명) 중 19.6%에 해당됐다. 전체 마약 사범 5명 중 1명이 가상화폐로 마약을 사거나 팔았다는 의미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사범 수법은 이른바 가상화폐 세탁을 통해 마약 대금을 현금화한 것이다. 대개 마약 구매자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 등을 검색한 뒤 채팅을 신청해 흥정한다.

구매자가 거래를 결정하면 대금 지급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통해 진행된다. 판매자는 지정한 코인 지갑에 송금됐는지를 확인하고 구매자가 가져갈 수 있는 곳에 마약을 던진다.

판매자는 이후 최초에 어떤 사람에게 가상화폐를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이른바 ‘코인 믹싱(세탁)’ 작업을 한 뒤 이를 현금화한다. 코인 믹싱은 코인이 지갑 A에서 지갑 B로 이동할 때 고유번호가 바뀐다는 점을 이용한 ‘가상화폐 세탁’ 작업이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1비트코인을 다양한 비율로 쪼개 수차례 다른 지갑으로 입금한 뒤 마지막으로 인출용 지갑에 모으는 방식이다. 지갑 이동 횟수만큼 고유번호가 바뀌어 이동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장 처음의 고유번호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마약 판매자들은 본인이 직접 믹싱 작업을 하지 않고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가상화폐는 마약 판매 수단으로뿐만 아니라 탈세에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불법행위
집중단속

국세청은 지난달 25일 치과의사 A씨가 고가의 비보험 현금 매출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이를 숨기기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실을 적발했다. A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은 수십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구입한 뒤 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유학자금을 사용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가 늘자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월, 서울청장 직할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에 가상자산TF를 신설했다. TF는 가상자산 연구·검증, 과세 정보 수집 등 과세를 위한 준비하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신종 탈세 유형, 사이버거래 자료, 탈세 금융정보, 국제거래 관련 자료의 수집·분석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최신 탈세 기법을 분석하고 그 추적 방안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서울지방국세청에만 있는 기구다. 신종 탈세 유형, 사이버거래 관련 자료, 탈세 관련 금융정보, 국제거래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재계 저승사자로 유명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만큼이나 전국에서 영향력을 갖는 조직이다.  

이미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탈세 방법도 적발한 바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 1월 “코로나19로 반사적 이익을 누리면서도 정당한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경우는 공정성 관점에서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관련 조직 운영은 지난 3월 가상자산에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 2416명을 적발해 정부 부처 최초로 약 366억원을 강제징수한 사실을 공개하며 암시됐다. 당시 국세청은 재산 은닉행위에 대해 새로운 기획분석을 추진하고, 외부기관 자료수집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징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담당 조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조세 회피 사례도 지난 3월 이후 거의 매달마다 소개해왔다.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생활 중인 C씨는 체납액 27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수입 금액을 가상자산으로 39억원가량 은닉했다가 현금 징수를 당했다.

내년부터
과세 적용

정부는 오는 사업자 신고유예 기간 도중 불법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6월까지로 예정된 ‘범부처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불법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 해킹, 피싱·스미싱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가상자산 거래로 이익을 거뒀다면 내년부터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를 유예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상화폐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은 그동안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 개선 등을 담당할 주무부처가 명확하지 않았다. 앞으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맡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관련 기구와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불법 행위가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국무조정실에서 가상자산 관계부처 태스크포스(이하 TF)를 운영하고, TF에 국세청과 관세청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불법 행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거래 투명성은 높이면서도 블록체인 기술발전 및 산업육성은 계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 부처로서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소득분부터 적용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 간 형평성, 해외 주요국 과세 동향 등을 고려했다고 국조실은 설명했다.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 세율로 분리과세(기본 공제 금액 250만원)를 하게 되며, 2023년 5월부터 종합소득세 신고 때 첫 납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 수익이 발생할 경우 기본 공제액 250만원을 뺀 750만원에 대해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걷는다.

1000만원 벌면 150만원 세금
“주식보다 더 많다” 비판도

과세 시 1년간 여러 가상자산에서 낸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 통산을 적용하지만 이월공제는 적용치 않는다. 국세청은 거래소와 실시간 협업으로 개인별 거래자료를 파악하고 과세 대상자를 걸러내는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오는 2023년부터 주식이나 채권 거래를 통한 양도차익은 ‘금융투자소득세’를 적용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5000만원까지 공제한 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린다.

일각에서는 주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간 형평성, 주요국 과세 동향을 고려한 것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자산 과세 논란과 관련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들에서는 조세 형평성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선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과세와 관련해 국세청 직원들은 가상화폐 공부에 돌입했다. 국세청 직원 50명은 6월부터 7월까지 가상화폐 집중 교육을 받는다.

국세청은 6월 중 ‘암호 화폐 이해와 활용, 세무’ 위탁 교육 과정을 개설하기로 하고, 최근 조달청 용역 입찰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교육과정 수행 업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국세청 가상화폐 교육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조사국은 조사 요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 매년 15개 정도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데, 올해 초 직원들에게 교육 수요를 조사했더니 가상자산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청, 세무서에서 가상자산 분야를 주로 맡을 직원들을 선발해 온라인 수업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해당 분야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지식을 오래 가용할 수 있는 30·40대 젊은 직원들 위주로 교육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조사요원
공부 열풍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1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이 열리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으로 인한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문재인정부 기조와 다른 입장이다. 이어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1년 때문에 젊은이에게 상실감이나 억울함을 줄 필요가 있나 싶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양도차익에 과세를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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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