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파헤친다" 가상자산 칼 대는 국세청 표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07 13:39:50
  • 호수 13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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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돈 끝까지 쫓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어떤 이에게 가상화폐는 취미이자 재테크 수단이다. 가상화폐로 인한 부작용이 늘어나면서 국세청은 가상자산 관련 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식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상화폐는 관련 책 출간을 비롯해 유튜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에 빠진 직장인이 늘었다. 

늘어나는 
범죄 악용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로 눈에 보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렇다 보니 가상자산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 피해액은 수천억원대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 금액(추정치)은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 지난해 213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해도 지난 1~4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피해액은 942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경찰이 수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관련 범죄 건수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41건(126명)이었던 가상자산 관련 범죄 단속 건수는 지난해 333건(560명)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가상화폐와 관련이 있는 6개 정부 부처가 피해 사례에 대해 한 번도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손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1년으로 기간을 좁혀도 가상화폐는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지난 1년간 마약사범 가운데 20%가 가상화폐로 마약을 판매하는 등 가상화폐가 마약, 탈세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한 20·30대가 관련 범죄에도 함께 연루되고 있다. 

코인 부작용↑ 1월 TF 신설
신종탈세유형·과세정보 수집 

지난 1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한 뒤 다크웹(일반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웹사이트)과 가상화폐로 유통·판매한 4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가상화폐를 송금해 마약류를 매수·투약한 472명도 적발했다.

경찰은 지난 5월까지 약 1년간 수사해 총 521명을 검거했다. 다크웹·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 사범은 같은 기간(2020년 5월~2021년 4월) 서울청이 검거한 전체 마약 사범(2658명) 중 19.6%에 해당됐다. 전체 마약 사범 5명 중 1명이 가상화폐로 마약을 사거나 팔았다는 의미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사범 수법은 이른바 가상화폐 세탁을 통해 마약 대금을 현금화한 것이다. 대개 마약 구매자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 등을 검색한 뒤 채팅을 신청해 흥정한다.

구매자가 거래를 결정하면 대금 지급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통해 진행된다. 판매자는 지정한 코인 지갑에 송금됐는지를 확인하고 구매자가 가져갈 수 있는 곳에 마약을 던진다.

판매자는 이후 최초에 어떤 사람에게 가상화폐를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이른바 ‘코인 믹싱(세탁)’ 작업을 한 뒤 이를 현금화한다. 코인 믹싱은 코인이 지갑 A에서 지갑 B로 이동할 때 고유번호가 바뀐다는 점을 이용한 ‘가상화폐 세탁’ 작업이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1비트코인을 다양한 비율로 쪼개 수차례 다른 지갑으로 입금한 뒤 마지막으로 인출용 지갑에 모으는 방식이다. 지갑 이동 횟수만큼 고유번호가 바뀌어 이동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장 처음의 고유번호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마약 판매자들은 본인이 직접 믹싱 작업을 하지 않고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가상화폐는 마약 판매 수단으로뿐만 아니라 탈세에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불법행위
집중단속

국세청은 지난달 25일 치과의사 A씨가 고가의 비보험 현금 매출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이를 숨기기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실을 적발했다. A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은 수십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구입한 뒤 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유학자금을 사용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가 늘자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월, 서울청장 직할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에 가상자산TF를 신설했다. TF는 가상자산 연구·검증, 과세 정보 수집 등 과세를 위한 준비하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신종 탈세 유형, 사이버거래 자료, 탈세 금융정보, 국제거래 관련 자료의 수집·분석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최신 탈세 기법을 분석하고 그 추적 방안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서울지방국세청에만 있는 기구다. 신종 탈세 유형, 사이버거래 관련 자료, 탈세 관련 금융정보, 국제거래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재계 저승사자로 유명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만큼이나 전국에서 영향력을 갖는 조직이다.  

이미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탈세 방법도 적발한 바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 1월 “코로나19로 반사적 이익을 누리면서도 정당한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경우는 공정성 관점에서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관련 조직 운영은 지난 3월 가상자산에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 2416명을 적발해 정부 부처 최초로 약 366억원을 강제징수한 사실을 공개하며 암시됐다. 당시 국세청은 재산 은닉행위에 대해 새로운 기획분석을 추진하고, 외부기관 자료수집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징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담당 조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조세 회피 사례도 지난 3월 이후 거의 매달마다 소개해왔다.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생활 중인 C씨는 체납액 27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수입 금액을 가상자산으로 39억원가량 은닉했다가 현금 징수를 당했다.

내년부터
과세 적용

정부는 오는 사업자 신고유예 기간 도중 불법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6월까지로 예정된 ‘범부처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불법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 해킹, 피싱·스미싱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가상자산 거래로 이익을 거뒀다면 내년부터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를 유예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상화폐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은 그동안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 개선 등을 담당할 주무부처가 명확하지 않았다. 앞으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맡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관련 기구와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불법 행위가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국무조정실에서 가상자산 관계부처 태스크포스(이하 TF)를 운영하고, TF에 국세청과 관세청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불법 행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거래 투명성은 높이면서도 블록체인 기술발전 및 산업육성은 계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 부처로서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소득분부터 적용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 간 형평성, 해외 주요국 과세 동향 등을 고려했다고 국조실은 설명했다.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 세율로 분리과세(기본 공제 금액 250만원)를 하게 되며, 2023년 5월부터 종합소득세 신고 때 첫 납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 수익이 발생할 경우 기본 공제액 250만원을 뺀 750만원에 대해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걷는다.

1000만원 벌면 150만원 세금
“주식보다 더 많다” 비판도

과세 시 1년간 여러 가상자산에서 낸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 통산을 적용하지만 이월공제는 적용치 않는다. 국세청은 거래소와 실시간 협업으로 개인별 거래자료를 파악하고 과세 대상자를 걸러내는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오는 2023년부터 주식이나 채권 거래를 통한 양도차익은 ‘금융투자소득세’를 적용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5000만원까지 공제한 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린다.

일각에서는 주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간 형평성, 주요국 과세 동향을 고려한 것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자산 과세 논란과 관련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들에서는 조세 형평성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선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과세와 관련해 국세청 직원들은 가상화폐 공부에 돌입했다. 국세청 직원 50명은 6월부터 7월까지 가상화폐 집중 교육을 받는다.

국세청은 6월 중 ‘암호 화폐 이해와 활용, 세무’ 위탁 교육 과정을 개설하기로 하고, 최근 조달청 용역 입찰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교육과정 수행 업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국세청 가상화폐 교육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조사국은 조사 요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 매년 15개 정도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데, 올해 초 직원들에게 교육 수요를 조사했더니 가상자산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청, 세무서에서 가상자산 분야를 주로 맡을 직원들을 선발해 온라인 수업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해당 분야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지식을 오래 가용할 수 있는 30·40대 젊은 직원들 위주로 교육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조사요원
공부 열풍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1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이 열리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으로 인한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문재인정부 기조와 다른 입장이다. 이어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1년 때문에 젊은이에게 상실감이나 억울함을 줄 필요가 있나 싶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양도차익에 과세를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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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