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파헤친다" 가상자산 칼 대는 국세청 표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07 13:39:50
  • 호수 13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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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돈 끝까지 쫓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어떤 이에게 가상화폐는 취미이자 재테크 수단이다. 가상화폐로 인한 부작용이 늘어나면서 국세청은 가상자산 관련 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식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상화폐는 관련 책 출간을 비롯해 유튜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에 빠진 직장인이 늘었다. 

늘어나는 
범죄 악용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로 눈에 보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렇다 보니 가상자산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 피해액은 수천억원대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 금액(추정치)은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 지난해 213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해도 지난 1~4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피해액은 942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경찰이 수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관련 범죄 건수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41건(126명)이었던 가상자산 관련 범죄 단속 건수는 지난해 333건(560명)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가상화폐와 관련이 있는 6개 정부 부처가 피해 사례에 대해 한 번도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손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1년으로 기간을 좁혀도 가상화폐는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지난 1년간 마약사범 가운데 20%가 가상화폐로 마약을 판매하는 등 가상화폐가 마약, 탈세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한 20·30대가 관련 범죄에도 함께 연루되고 있다. 

코인 부작용↑ 1월 TF 신설
신종탈세유형·과세정보 수집 

지난 1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한 뒤 다크웹(일반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웹사이트)과 가상화폐로 유통·판매한 4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가상화폐를 송금해 마약류를 매수·투약한 472명도 적발했다.

경찰은 지난 5월까지 약 1년간 수사해 총 521명을 검거했다. 다크웹·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 사범은 같은 기간(2020년 5월~2021년 4월) 서울청이 검거한 전체 마약 사범(2658명) 중 19.6%에 해당됐다. 전체 마약 사범 5명 중 1명이 가상화폐로 마약을 사거나 팔았다는 의미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사범 수법은 이른바 가상화폐 세탁을 통해 마약 대금을 현금화한 것이다. 대개 마약 구매자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 등을 검색한 뒤 채팅을 신청해 흥정한다.

구매자가 거래를 결정하면 대금 지급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통해 진행된다. 판매자는 지정한 코인 지갑에 송금됐는지를 확인하고 구매자가 가져갈 수 있는 곳에 마약을 던진다.

판매자는 이후 최초에 어떤 사람에게 가상화폐를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이른바 ‘코인 믹싱(세탁)’ 작업을 한 뒤 이를 현금화한다. 코인 믹싱은 코인이 지갑 A에서 지갑 B로 이동할 때 고유번호가 바뀐다는 점을 이용한 ‘가상화폐 세탁’ 작업이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1비트코인을 다양한 비율로 쪼개 수차례 다른 지갑으로 입금한 뒤 마지막으로 인출용 지갑에 모으는 방식이다. 지갑 이동 횟수만큼 고유번호가 바뀌어 이동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장 처음의 고유번호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마약 판매자들은 본인이 직접 믹싱 작업을 하지 않고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가상화폐는 마약 판매 수단으로뿐만 아니라 탈세에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불법행위
집중단속

국세청은 지난달 25일 치과의사 A씨가 고가의 비보험 현금 매출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이를 숨기기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실을 적발했다. A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은 수십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구입한 뒤 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유학자금을 사용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가 늘자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월, 서울청장 직할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에 가상자산TF를 신설했다. TF는 가상자산 연구·검증, 과세 정보 수집 등 과세를 위한 준비하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신종 탈세 유형, 사이버거래 자료, 탈세 금융정보, 국제거래 관련 자료의 수집·분석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최신 탈세 기법을 분석하고 그 추적 방안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서울지방국세청에만 있는 기구다. 신종 탈세 유형, 사이버거래 관련 자료, 탈세 관련 금융정보, 국제거래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은 재계 저승사자로 유명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만큼이나 전국에서 영향력을 갖는 조직이다.  

이미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탈세 방법도 적발한 바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 1월 “코로나19로 반사적 이익을 누리면서도 정당한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경우는 공정성 관점에서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관련 조직 운영은 지난 3월 가상자산에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 2416명을 적발해 정부 부처 최초로 약 366억원을 강제징수한 사실을 공개하며 암시됐다. 당시 국세청은 재산 은닉행위에 대해 새로운 기획분석을 추진하고, 외부기관 자료수집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징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담당 조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조세 회피 사례도 지난 3월 이후 거의 매달마다 소개해왔다.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생활 중인 C씨는 체납액 27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수입 금액을 가상자산으로 39억원가량 은닉했다가 현금 징수를 당했다.

내년부터
과세 적용

정부는 오는 사업자 신고유예 기간 도중 불법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6월까지로 예정된 ‘범부처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불법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 해킹, 피싱·스미싱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가상자산 거래로 이익을 거뒀다면 내년부터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를 유예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상화폐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은 그동안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 개선 등을 담당할 주무부처가 명확하지 않았다. 앞으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맡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관련 기구와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불법 행위가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국무조정실에서 가상자산 관계부처 태스크포스(이하 TF)를 운영하고, TF에 국세청과 관세청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불법 행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거래 투명성은 높이면서도 블록체인 기술발전 및 산업육성은 계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 부처로서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소득분부터 적용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 간 형평성, 해외 주요국 과세 동향 등을 고려했다고 국조실은 설명했다.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 세율로 분리과세(기본 공제 금액 250만원)를 하게 되며, 2023년 5월부터 종합소득세 신고 때 첫 납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 수익이 발생할 경우 기본 공제액 250만원을 뺀 750만원에 대해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걷는다.

1000만원 벌면 150만원 세금
“주식보다 더 많다” 비판도

과세 시 1년간 여러 가상자산에서 낸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 통산을 적용하지만 이월공제는 적용치 않는다. 국세청은 거래소와 실시간 협업으로 개인별 거래자료를 파악하고 과세 대상자를 걸러내는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오는 2023년부터 주식이나 채권 거래를 통한 양도차익은 ‘금융투자소득세’를 적용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5000만원까지 공제한 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린다.

일각에서는 주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간 형평성, 주요국 과세 동향을 고려한 것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자산 과세 논란과 관련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들에서는 조세 형평성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선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과세와 관련해 국세청 직원들은 가상화폐 공부에 돌입했다. 국세청 직원 50명은 6월부터 7월까지 가상화폐 집중 교육을 받는다.

국세청은 6월 중 ‘암호 화폐 이해와 활용, 세무’ 위탁 교육 과정을 개설하기로 하고, 최근 조달청 용역 입찰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교육과정 수행 업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국세청 가상화폐 교육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조사국은 조사 요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 매년 15개 정도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데, 올해 초 직원들에게 교육 수요를 조사했더니 가상자산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청, 세무서에서 가상자산 분야를 주로 맡을 직원들을 선발해 온라인 수업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해당 분야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지식을 오래 가용할 수 있는 30·40대 젊은 직원들 위주로 교육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조사요원
공부 열풍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1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이 열리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으로 인한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문재인정부 기조와 다른 입장이다. 이어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1년 때문에 젊은이에게 상실감이나 억울함을 줄 필요가 있나 싶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양도차익에 과세를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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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