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와 함께 ②강화 전등사 죽림다원·도솔미술관

한옥 마당에 차향은 머물고

차향은 마당 깊숙이 머문다. 꽃향기에 수수한 한옥 향까지 어우러져 완연한 휴식이 찾아든다. 강화초지대교와 맞닿은 강화도 길상면에는 전통찻집 두 곳이 따사롭다. 온수리(전등사로) 전등사 죽림다원과 장흥리(길상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기대 전통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이른 오전에 찾은 전등사는 고즈넉함이 더하다. 아침 햇살이 산사의 여백을 채우는 사색의 시간이다. 죽림다원은 마당 너머 천년 고찰 전등사를 품에 안고 있다. 달각거리는 다기 소리와 목탁 소리가 간간이 뒤섞이는 이 시간이 평화롭다.

죽림다원은 20여년 전에 문을 열었다. 신도들이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 가는 휴식 공간이 본격적인 찻집으로 모습을 바꿨다. 나무 탁자로 채운 다원 마당에는 전등사 대조루와 종루가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대조루 계단 너머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이 수줍게 담겨 있다.

14가지 한약재

한옥 찻집 죽림다원은 단청과 커다란 서까래가 운치 있다. 내부에는 형형색색 도자기들이 전시되고, 탁자마다 놓인 화분이 봄 분위기를 더한다. 한가한 시간에 들르면 창가 자리에 앉아 전등사를 만끽해도 좋다. 벚꽃이 지고 나면 수선화, 백리향, 작약, 돌단풍, 철쭉, 매발톱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당에는 작은 연못도 있다.

죽림다원에서는 직접 만든 차를 내놓으며, 쌍화탕과 연잎차가 인기다. 쌍화탕은 14가지 한약재를 이틀간 우려 깊은 맛을 낸다. 연잎차는 전등사 승려와 보살들이 가마솥에 덖은 연잎으로 만든다. 이 밖에 모과차, 생강레몬차, 쑥차 등이 주요 메뉴이며 쑥떡과 연꿀빵도 맛볼 수 있다. 


차향을 음미한 뒤에는 여유로운 호흡으로 전등사를 둘러보자. 고구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지켜낸 사찰로 알려졌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내온 느티나무와 대웅보전 지붕을 떠받치는 나부상이 전등사의 흥미로운 볼거리다.

죽림다원 운영 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이다(연중무휴). 찻집 직원이 추천하는, ‘감동의 차 한잔’을 기울이는 시간대는 저녁 예불 무렵이다. 전등사 입장료(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500원)는 찻값(5000~8000원)과 별도다.

장흥리 온수천 변에 자리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들어선 갤러리 겸 찻집이다. 고택을 재현한 이곳은 깊은 마당에 유연하게 굽은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대청과 사랑방, 안방 등을 전시 공간이자 차 마시는 차방으로 꾸며 어느 곳이든 차향과 한옥, 작품이 함께한다.

30여년 동안 조경업에 종사한 관장이 취미인 그림을 소재로 2015년 한옥 찻집을 열었다. 행랑채와 누마루를 끌어들이고, 대형 서까래에 기와를 올렸다. 일반인도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문턱 낮은 미술관이 이곳의 모토다.

미술관은 1~2층 전시실 외에도 별채, 뜰안채 등으로 구성된다. 갤러리에는 매달 새로운 작품이 내걸린다. 한지 공예, 민화, 서양화, 사진, 도자기 등 소재에 제한은 없다. 

신도의 휴식공간에서 찻집으로 
전통차를 마시며 작품 감상을

이곳 찻집의 대표 메뉴는 수제 대추차와 단호박식혜다. 대추차는 말린 대추를 씨와 껍질째 끓여 으깬 뒤 5시간 우려 깊은 맛이 난다. 단호박식혜는 찐 단호박을 갈아 식혜에 넣고 끓인 뒤 얼려 살얼음이 뜬 채로 낸다. 직접 담근 오미자청으로 만든 오미자차와 찰보리 가루로 구운 보리빵, 약식 등도 인기다.


봄볕이 좋을 때는 마당과 뜰안채에서 차를 마시고, 미술관 뒤쪽이나 누마루에서 강화의 들판을 바라보며 차향에 취할 수 있다. 찻집의 귀염둥이로 사랑받는 고양이 ‘레오’, 반려견 ‘별이’와 시간을 보내도 좋다. 미술관에서 작가들의 손길이 깃든 기념품도 판매한다.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즉석에서 컵에 입히는 체험이 흥미롭다. 한옥 앞마당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도 가능하다.

도솔미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 입장료는 8000원(차·음료 포함)이다. 친절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해질 무렵 미술관 풍경도 운치 있다.

한옥의 여운은 강화 읍내로 이어진다. 강화도는 최근 강화읍 원도심 걷기 여행이 인기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적 424호)은 원도심 여행의 대표 건축물이다.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으로, 1900년 궁궐 도편수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옛 목재로 단장한 성당 내부와 중층 한옥 위에 십자가를 세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삼문과 내삼문, 대형 종이 있고, 성당 뒤쪽에 한옥으로 지은 사제관이 보인다. 강화성당 내부 관람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용흥궁공원에서 바라보면 자태가 더욱 멋스럽다. 용흥궁공원은 강화의 직물 산업을 이끈 심도직물이 있던 터다. 공원 한쪽에 옛 굴뚝과 직조기가 전시되고 주변에 목화가 심겨 있으며, 강화삼일독립운동기념비도 있다.

용흥궁공원 옆의 용흥궁(인천유형문화재 20호)은 조선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거주한 가옥이다.

강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간직한 고장이다. 강화 고인돌은 7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 137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길이 6.4m에 무게가 75t이나 된다. 선사시대 고인돌은 부근리 외에 고천리와 오상리 일대에 흩어져 있으며, 강화나들길 17코스(고인돌탐방길)로 연결된다.

강화 고인돌

강화도 동쪽 해안은 치열한 역사의 현장을 담은 돈대가 줄지어 있다. 광성보에 속하는 용두돈대는 강화해협을 지켜낸 요새 중 한 곳이다. 용머리처럼 바다를 향해 돌출된 암반 위에 세워진 모습이 독특하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이곳에서 치열한 포격전이 전개됐다. 용두돈대로 향하는 길은 해안 언덕을 따라 솔숲 산책로가 이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전등사 죽림다원→대한성공회 강화성당→강화 부근리 지석묘→용두돈대→도솔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전등사 죽림다원→대한성공회 강화성당→용흥궁→용두돈대 
둘째 날: 도솔미술관→강화 부근리 지석묘→교동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강화군 문화관광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
- 죽림다원(전등사) www.jeondeungsa.org
- 도솔미술관 blog. naver.com/joung5237

문의 전화
-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566
- 전등사 죽림다원 032) 937-7791
- 도솔미술관 070-4125-1232
-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032)934-6171
- 용두돈대(광성보) 032)930-7070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화, 수도권전철 9호선 염창역 2·3번 출구 염창역·서울도시가스 정류장에서 3000번 직행버스·88번 일반버스(20분 간격 운행) 이용, 약 1시간30분 소요. 강화터미널 정류장에서 70번 간선버스 이용, 전등사 동문 정류장 하차, 전등사 죽림다원까지 도보 약 10분. 강화터미널 정류장에서 42번·44번·50번 지선버스 이용, 온수리 정류장 하차, 도솔미술관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032)933-2533 강화군교통정보안내 www.ganghwa.go.kr/open_content/main/part/traffic/guide_area.jsp

자가운전
전등사 죽림다원: 올림픽대로 김포 방면→양곡로→대명항로→강화초지대교→전등사로→전등사 
도솔미술관: 올림픽대로 김포 방면→양곡로→대명항로→강화초지대교→해안동로→온수천 앞에서 좌회전→도솔미술관

숙박 정보
- 라르고빌리조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화도면 해안남로2845번길, 032)555-8868 
- 옛날에금잔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내가면 강화서로225번길, 070-8262-6731 
- 강화평화빌리지: 송해면 상도숭뢰길, 032)930-7058
- 호텔에버리치: 강화읍 화성길50번길, 032)934-1688

식당 정보
- 국화호수(참게탕): 강화읍 강화대로440번길, 032)933-8264
- 서문김밥(김밥): 강화읍 강화대로430번길, 032)933-2931
- 대청마루한상(돼지숯불구이정식): 선원면 시리미로42번길, 032)932-8831 
- 신아리랑(젓국갈비): 강화읍 강화대로409번길, 032)933-2025 
- 편가네된장(강된장비빔밥): 화도면 가능포로89번길, 032)937-6479


주변 볼거리
조양방직, 선수포구,강화 고려궁지,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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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