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포스코 새 선장 정준양 회장 내정자의 과제

식어가는 ‘용광로’ 녹슬어가는 ‘쇠’가 짓누르는 어깨 무겁다

‘거함’ 포스코를 이끌어갈 차기 선장에 정준양(61) 포스코건설 사장의  내정이 확정됐다. 이제부터 정 신임 회장 내정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거친 풍랑을 맞아 포스코호를 이끌고 헤쳐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현재 포스코는 어느 때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정 차기 회장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란 얘기다. 정 차기 회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29일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 계획과 비전,경제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면접 등을 거쳐 정 사장을 신임 포스코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 후보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공식 추천 절차를 거친 뒤 내달 27일 주주총회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게 될 포스코에 현재의 철강시황은 최근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정 차기 회장 앞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20만톤 감산에 돌입한데 이어 올 1월에도 37만톤을 감산했다. 올해도 감산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영업이익 목표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물러나는 이구택 회장도 지난 1월15일 열린 ‘2008 포스코 CEO 포럼’에서 “올해 사업계획은 짜둔 상태지만 상황이 불투명해서 예측이 힘들다”며 “상반기가 바닥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올해 철강경기가 심상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올해 조강생산 목표량을 지난해(3310만톤)보다 최대 400만톤가량 줄어든 2900만~3200만톤으로 잡았다.
제품 판매량도 전년대비 최대 470만톤 줄어든 3000만~3300만톤으로 계획하고 있다.
더구나 매출규모도 지난해보다 최대 3조6000억원가량 줄어든 27조~30조원으로 낮춰 잡아둔 상태다.
해외 철강시황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수익성 하락을 막아야 하는 정 차기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동안 철강재 생산이 전년동기 대비 16.9% 급감한 뒤 하반기에 감소세가 둔화돼 연간 9.5% 감소할 것”이라면서 “올해 4분기 이후에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시황은 2010년 1분기에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철강시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적임자로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정 사장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사장은 판매확대방안과 원가절감 등 내외실을 모두 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올해 사상 최대의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는 국내에만 6조원에 해외(1조5000억원)를 포함해 최대 7조5000억원까지 투자, 현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국내 투자는 ▲광양 후판공장(연산 200만톤 규모) ▲포항 신제강공장 ▲광양 자동차강판 공장(전략제품)에 들어간다. 국내 생산 역량을 4000만톤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해외 투자는 그동안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자원개발과 해외철강사 M&A 등에 쓰일 예정이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 전격 사퇴 이후 정준양 회장 체제 구축
글로벌경제 위기상황 타개…와해된 사내 조직정비 숙제로 남아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때 거액의 투자를 계획한 만큼 투자효과 극대화를 이뤄 낼 수 있을지도 정 차기 회장이 넘어야 할 난제다. 그만큼 냉철한 경영 판단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며 CEO로서 추진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정 차기 회장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인도 일관제철소 건립 작업 등 기존의 대형 프로젝트를 매듭짓는 일도 떠안게 됐다. 인도 사업은 이미 착공이 수차례 연기된 사업. 아직도 부지 확보를 위한 현지 거주민 설득작업이 진행될 만큼 진척이 더디다. 제철소 건설의 핵심 요건인 광산탐사 역시 아직 시작도 못했다. 더구나 글로벌 제철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 필수적인 서아시아와 유럽진출의 교두보 확보도 안 된 상태다.
신임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일단 이구택 회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년 뒤 또 한 차례 CEO 연임 여부를 놓고 조직이 흔들릴 가능성을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전문가들은 ‘외풍’에 약한 포스코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리 후계자를 키우고 가시화해 회장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외압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영화가 이뤄졌음에도 말이다. 그러므로 포스코가 더 이상 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고 안정적인 경영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정 차기 회장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와 함께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을 치유하는 것도 정 사장의 몫이다. 오너가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인 포스코가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 구성원들의 합심이 필수. 그러므로 차기 CEO 경쟁자였던 윤석만 사장을 높게 평가했던 임직원들도 적지 않았던 만큼 잠재적인 내부갈등을 풀어야 한다. 
아울러 포스코가 친환경 경쟁력을 크게 높여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도 정 차기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는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에 들어갈 것은 자명한 사실. 그렇게 되면 포스코의 경쟁환경은 지금과 달라지게 된다. 이미 전 세계는 그린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포스코도 주력은 철강이지만 친환경 등에서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정준양은 누구?
30년간 현장 지킨 ‘아이언맨’

신임 포스코 회장직을 두고 윤석만 사장과 2파전을 벌이던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지난달 29일 제7대 포스코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됐다. 이로써 포스코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출신 회장 계보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981년 포스코 회장직이 생긴 뒤 지금까지 선임된 회장들은 1994년 김만제 전 회장이 외부 출신인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엔지니어 출신의 내부 인사였다
정 사장은 이사회 등의 임명 승인 절차를 밟아 세계 2위권 철강기업 포스코를 이끌게 된다. 1948년 수원 출생인 정 회장 내정자는 서울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공업교육과를 졸업했다. 지난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에 입사한 정 내정자는 줄곧 생산현장에서 보낸 ‘아이언맨’으로 제강부 부장, 생산기술 부장, 기술연구소 부소장, EU 사무소장, 광양제철소장 등을 역임했다.
입사 27년 만인 지난 2002년 임원으로 더딘 승진을 보인 정 내정자는 2년 뒤엔 전무, 2006년 부사장, 2007년 2월부터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생산기술부문장)에 오르며 뒤늦게 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기면서 밀려나는 듯했으나 이번에 회장직에 추대됐다.
정 내정자는 푸근한 인상에 특유의 친화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업무중심적이고 실용적인 성품을 지녔다는 평이다. 지난 2004년부터 3년간 광양제철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보상문제와 지역 민원을 해결해야 했고,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모두 관장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정 내정자는 고급 자동차강판 국산화를 주도하며 최신예 설비 신증설과 조업기술 개발을 이끌어 자동차 강판 연간 650만톤 생산체제 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독창적인 자원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술과 친환경 신기술로 평가되는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5월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철강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포스코 산학 장학제도를 신설해 포스코의 기술 경쟁력을 높인 주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정 내정자는 한 달에 5~10권가량의 독서를 할 만큼 독서광이며 역사와 과학 등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내정자는 부장과 상무 시절에는 유럽연합(EU) 사무소장으로 세계 철강산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축적해 엔지니어이면서 국제적 안목도 탄탄하다는 평이다. 
한편, 대외활동으로 정 내정자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타 이사 ▲전경련 한호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대한금속재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 물갈이 되나?
현 사외이사 8명중 3명이상 교체 될 듯


차기 포스코 회장에 정준양 포스코 건설 사장이 내정되면서 향후 포스코 이사진에도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가 정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대함에 따라 현 사외이사 8명 중 3명 이상이 이번에 교체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 사외이사는 서윤석 이사회 의장(이화여대 교수)을 비롯해 박원순 변호사,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손욱 농심 회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박상용 전 한국증권연구원장이 맡고 있다.
우선 이구택 현 회장은 다음달 27일 주주총회 당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상임 이사를 추대해야 한다. 게다가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 3명은 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 3월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중도 사임한데 따른 공석도 있다. 여기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박원순 변호사의 자리까지 합치면 총 5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될 수 있다.
또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성식 부사장과 이동희 부사장의 재임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편, 이번 정 회장 선임이 특히 주목받는 점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추천위원회를 통해 외부의 간섭 없이 선발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3월 도입된 CEO추천위의 회장 인선은 이구택 회장이 지난 2007년 3월 연임 때 첫 행사를 한 뒤 이번이 두 번째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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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