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탱커형' 예능인 왜?

엄청 웃기는데…다들 어디 갔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오랫동안 장수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이른바 '탱커형 예능인'의 유무다. MBC <무한도전> 정준하와 같은 포지션을 점한 예능인이 있느냐다. 적당히 빈틈이 있으면서, 주위로부터 어떤 놀림을 받아도 유쾌하게 받아치는 센스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예능인이 존재할 때 프로그램은 힘을 받는다. 요즘 국내 예능계에는 눈에 띄는 탱커형 예능인이 보이지 않는다.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나 트위치 등에서 활동하는 BJ들 중에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구독자를 가진 이들이 있다. 어딘가 모자라고 실수도 많이 하며, 악성 댓글이 몰아치는 BJ인데도 꾸준한 사랑이 이어진다. 

길티 플레저

다소 험악한 말을 뱉을 뿐 아니라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켜도 그들을 향한 대중의 애정은 굳건하다. 다양한 BJ들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놀림을 받는다. 

지식이 부족한 게 드러날 뿐 아니라 매우 당황스럽거나 수치스러운 치부도 공개된다. 술 먹방을 하다가 너무 취하다 못해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일종의 밈이 되고 또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된다. 

이들을 향한 꾸준한 인기의 근원은 '길티 플레저'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행동'이라는 의미인데,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마빡이'의 출연진이 바보 같은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하는 것이 길티 플레저를 자극하는 형태다. 다소 가학적이기는 하나 웃음 폭발력은 유달리 강하다.

공개코미디가 대본과 연출을 통해 꾸며진 웃음이라면, 온라인에서 BJ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장면은 다큐멘터리다. 자극의 정도가 다르다. 너무 웃기다 못해 충격을 주기도 한다. 

코미디뿐 아니라 버라이어티나 토크쇼, 관찰 예능에서도 길티 플레저가 작동한다. 코미디보다는 더 자연스러운 상황에 발생한다. 이러한 장면은 주로 탱커(방어)형 예능인이 만들어낸다. 

예능의 역할을 굳이 구분하면, 총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유재석, 신동엽, 박미선과 같은 진행을 도맡는 예능인이 한 축, 탁재훈과 김희철, 이수근, 전소민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강력한 웃음을 창출하는 딜러(공격)형이 다른 한 축이다.

또 한 축은 이광수, 조세호, 지석진과 같은 탱커형이다. 

진행과 딜러형은 대체자가 적지 않은 편이다. 딜러형들이 얼마든지 진행을 맡기도 하며, 진행을 주로 맡는 예능인이 게스트로 나오면 딜러형이 된다. 많은 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하는 이경규가 MBC <라디오스타>와 같은 곳에 게스트로 출연할 때 롤이 바뀌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탱커형 예능인은 대체자가 적다. 주위로부터 놀림을 받을만한 빈틈이 존재해야 한다. 상식 퀴즈 영역에서 기대 이하의 지식수준이 드러난다거나, 어딘가 허술한 행동을 하는 이미지도 필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탱커형 예능인으로서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리액션이 좋다는 얘기다. 너무 안 아프게 맞으면 재미가 없고, 너무 타격감이 강하게 놀림을 당하면 놀린 사람이 논란이 된다"며 "그 미묘한 선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 이광수, 조세호, 지석진과 같은 예능인"이라고 말했다.

정준하부터 이광수까지 '탱커형' 계보
패턴 읽힌 롤플레이쇼…설 자리 없다

최근 <런닝맨>에서 하차한 이광수는 국내 예능 역사상 최고의 탱커형 방송인으로 평가된다. 이광수는 고정 패널은 물론 게스트도 편히 생각하면서 그를 놀린다. 서운해하고 억울해하는 연기가 매우 자연스러우며, 어떤 놀림에도 기분 나쁘지 않게 웃음으로 되받아친다.

때로는 매우 공격적인 언사로 반격을 가하기도 한다. 이광수가 <런닝맨>에서 하차한 이후 폐지를 걱정하는 팬들이 늘어난 건 그만큼 그의 도드라진 활약상 덕분이다. 

조세호도 대표적인 탱커형 예능인이다. tvN <유퀴즈 온더 블록>에서 조세호는 유재석뿐 아니라 일반인 출연자들로부터도 놀림을 당한다. 당황해하는 그의 표정이 킬링 포인트다. 최근 'MSG워너비' 오디션을 진행 중인 MBC <놀면 뭐하니?>에서 후배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지석진과 김정민도 같은 맥락이다. 

KBS2 <1박2일>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독보적인 바보 캐릭터로 웃음을 준 김종민, 설명이 필요없는 <무한도전>의 정준하, 각종 프로그램에서 '치트키'로 통하는 김흥국 등도 있다. 이들로부터 탱커형 예능인의 계보가 시작한 셈이다. 

MBC <나혼자 산다>에서는 기안84와 헨리가 탱커형 예능인에 가깝다. 기안84는 기인에 가까운 일상생활이 놀림을 받는 포인트다. 밥 먹는 것과 생각하는 것 등 아주 단순한 행위조차 예상을 벗어난다. 기안84가 진지하게 행하는 모든 모습이 웃음을 준다. 

여자들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일상을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기안84의 퍼포먼스는 많은 시청자의 길티 플레저를 자극하면서 사랑을 받는다. 멀끔한 인상의 헨리 역시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빈틈을 보이며 그만의 웃음을 창출한다.

이 외에도 황제성과 안일권, 김용명, 홍진경 정도가 탱커형 예능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탱커형 예능인의 설 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캐릭터 플레이 쇼 자체가 높아진 대중의 눈에 읽히면서 강도 높은 웃음을 만들기 어려워졌다. 또 롤플레이류의 예능은 가학성을 띠는데, 출연진의 쇼가 리얼리티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건전함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웃음을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놀림 포인트

정 평론가는 "이미 시청자들이 게임 용어인 딜러형, 탱커형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버라이어티의 패턴이 읽힌 상태다. 시청자의 높아진 수준을 맞추면서 논란이 생기지 않는 예능을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롤플레이류의 쇼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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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