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배우 공승연

"가족들도 포기하라 했는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공승연은 대중의 인식 속에 걸그룹 트와이스 정연의 언니로 기억된 배우일 테다. 작품의 숫자도 많지 않으며, 뚜렷한 필모그래피도 없었다. 신작 <혼자 사는 사람들> 출연 전까진 그랬다. 그런 공승연이 연기파 배우로서의 재능을 드러냈다. 절제된 표정에 잔상이 깊다.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혼신이 엿보인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공승연을 만났다. 

배우 공승연이 데뷔한 지 벌써 10년을 채워간다. 2012년 tvN 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외모였던 터라 시작이 좋았다. 드라마와 예능 등에서 공승연을 찾았다. 

아웃사이더

10년 동안 크고 작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씨엔블루 이종현과 가상 결혼을 했고, MBC <풍문으로 들었소>, SBS <육룡이 나르샤>와 같은 규모가 큰 작품에도 출연했다. 

시작이 좋았지만, 연기면에서 깊은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연기력 논란이라고 할 만한 흠이 없었으나, 호평도 딱히 없었다. 가족들마저 '이제 포기해도 된다'는 말을 할 정도로 공승연의 10년은 여백이 컸다. 

그런 그에게 하나의 시나리오가 갔다. 단편영화 <굿파더>로 주목받은 홍성은 감독의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하 <혼사사>)이다. 그에게 주어진 진아라는 역할은 단독 주인공이지만, 대사가 많지 않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는 다른 자발적 고립을 택한 20대 여성이다. 극단적인 아웃사이더에 가깝다. 


말수가 적고 '혼밥'을 즐긴다. 딱히 친구도 없으며, 가족과도 남남처럼 산다. 누가 봐도 화려한 삶을 살아왔을 것 같은 공승연과는 거리감이 있다. '이게 나한테 온 게 맞나?'라는 의문이 생겼단다. 

"스스로를 인사이더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진아와 저는 교집합이 없어요. 제가 집순이기는 한데요. 진아처럼 혼자만 있지는 않아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많이 했었는데, 이번은 너무 새로운 역할이었어요. 차분하고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죠. 그리고 영화도 처음이에요. 모든 것이 불안했어요."

공승연에게 진아라는 숙제를 던져준 홍성은 감독은 그의 목소리가 좋았다. 중저음의 보이스가 혼자 사는 여자의 이미지를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경험이 전무한 그를 과감히 캐스팅했다. 모험의 결과는 성공에 가깝다. 

진아의 직업은 은행의 콜센터 직원이다. 이른바 진상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기계적으로 한다. 최소한의 언어로 진상들의 기분을 풀어준다. 사내 에이스라는 소리를 듣지만, 가까이 지내는 동료는 없다. 신입 후배를 교육하는 일은 최악의 미션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이 가장 어렵다.

10년 만에 연기파 배우 재능 드러내
"이제 자신감 생겨…도전 멈추지 않아"

늘 표정이 없다. 옆집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와서 인사를 걸어도 언제나 무표정이다. 공승연은 극대화된 절제 연기를 매우 준수하게 표현한다. 어색한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연기하면서 진아를 찾아갔던 것 같아요. 미묘한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건 어려웠어요. 순차적으로 촬영을 한 것도 아니라서 설계를 잘해야 했고요. 영화 현장도, 단독 주연도 처음이라서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질문을 늘 던졌던 것 같아요. 감독님만 믿고 질주했어요."


드라마나 영화나 주인공의 역할은 다른 배우들과 다르다. 감독과 가장 많은 소통을 하며, 주위 스태프와 배우 모두를 챙겨야 한다. 감독이 현장에서 아버지라면, 주연배우가 엄마 역할을 한다. 

"예전에 작품을 할 때는 제가 어떻게 보이는지만 고민했어요. 어떻게 연기를 해야 내가 잘하는 건지만 봤죠.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전체를 봤어요. 작은 소품까지도 신경 쓰게 되고요. 모든 스태프와 다 얘기를 했어요. 예전에는 없던 경험이죠. '이 영화는 내 꺼야'라는 마인드로 임했어요."

주인공으로서 '주인 의식'을 알려준 첫 작품이다. 열정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노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느껴진다. 매우 훌륭한 연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 노력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안겨줬다. '뉴스타상' '베스트커플상'은 경험이 있지만, 연기로서는 첫 수상이다.

"제 연기를 처음으로 인정받는 느낌이었어요. 수상소감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어요. 연기를 같이 준비한 친구들도 감격스러운 문자도 남겨줬어요. 새로운 얼굴을 봐서 좋았다고요. <혼사사>가 제게 몇 년동안은 배우로서 원동력을 줄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혼사사> 이후 공승연은 달라졌다. 스스로 노력으로 일궈낸 성취가 자신감이 됐다. 많은 사람의 응원과 인정을 통해 배우로서 목표가 생겼다. 연기자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졌고, 더 좋은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도 시작됐다. 단편영화, 저예산 영화, 단막극 등 새로운 도전 앞에 주저함이 사라졌다. 

스펙트럼

"폭넓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작품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어요. 자신감도 없었고요. 이번 작품 이후로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면 선뜻 고르게 돼요. 저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고 싶고, 한계도 알고 싶어요. '내가 추구하는 배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어요. 지금은 찾는 중이고요. 좋은 배우로, 행복한 사람으로 사는 답을 찾고 있습니다. 찾게 되면 꼭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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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