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메스 든 김현준 LH 사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03 15:13:51
  • 호수 1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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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데려와 조직 혁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LH는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직 내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을 외부에서 수혈해왔다. 바로 최연소 국세청장으로 잘 알려진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퇴임한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넘게 공석이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임명됐다.

김현준 신임 LH 사장은 ‘대국민 사과’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그는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저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는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깊은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혁신추진단
설치해 운영

김 사장은 조직 내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 이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전체를 개혁하고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계·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LH 혁신위원회’와 실무 전담조직인 ‘LH 혁신추진단’을 설치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LH 혁신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와 이행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청렴하고 공정·투명한 조직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국민 제안을 받아들여 LH 혁신방안에 반영하고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그간의 부조리, 불합리한 관행들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적극적으로 쇄신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LH를 ▲청렴한 조직 ▲공정·투명한 조직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조직 ▲소통·화합·협력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 사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차질 없는 정책 수행 중요성도 강조했다. 2·4 주택공급 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LH에 주어진 정책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공공임대·전세·자가·분양 등 다양한 방식의 주택을 공급해 시장 안정화에 최대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LH 투기 파문…기강 잡을 적임자?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 공급 예정

공정·투명·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업무 혁신 방안도 제시했다. 내부정보로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무관용으로 엄단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업무혁신도 병행할 계획이다. 

또 LH가 수행하는 토지조성과 주택공급 등 모든 국책사업을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공익성과 효율성 조화를 이뤄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본립도생, 즉 기본이 바로 서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인다”며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LH를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공기업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간 곳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터진 광명·시흥 지구였다. 지난달 28일, 김 사장은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LH가 정부의 핵심 주택공급 대책인 2·4 대책을 주도하는 만큼 조속히 성과를 창출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신혼부부 등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분들이 3기 신도시와 2·4 대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이른 시일 안에 원하는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야당 의원 
융단 폭격

지난달 27일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는 법안 심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소집됐지만, LH 사태로 인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하듯 김 신임 사장에 대한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질의는 주로 야당 의원들이 쏟아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국세청장 출신으로, LH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실무 전문가이기 때문에 존폐위기에 놓인 LH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며 김 사장의 전문성 문제를 거론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도 “처음 뵙는데, 좋은 말씀을 못 드려 죄송하다”며 “LH가 워낙 위중하고 온 국민이 LH를 보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LH에 대해)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연이은 질의에 “유념하겠다”며 “내부 직원들의 투기 행위 등이 근절되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LH가 비리 백화점처럼 여러 측면에서 비리가 발생해 LH의 구조개혁에 대해 사장으로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유념하겠다”며 적극 수긍했다. 

“본인이 왜 이 자리에 오셨다고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질의에 김 사장은 “국세청장으로 규모가 큰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쇄신을 위해 노력한 것이 있다”며 조직 쇄신에 대한 임무를 갖고 사장으로 발탁됐음을 밝혔다. 

같은 당 김희국 의원은 LH 사장이 알아야만 하는 사업과 관련해 요목조목 물었다.

김 의원은 LH의 부채 및 원인, 민간주택과 공공주택의 비율 등의 질문을 퍼부었다. 김 사장이 투기 자금 규모 등에 대해 뚜렷한 답을 하지 못하자 김 의원은 “투기꾼의 숫자도 모르고 투기 자금 규모도 모르고 단속 실적도 모르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이 투기꾼 때문이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며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투기가 왜 문제냐’는 질의에 김 사장이 “(투기에서)세금을 탈루하는 행위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다시 “세금을 탈루하면 부동산 투기냐”고 질문을 이어갔고, 김 사장은 “투기에 대해선 법 관련해 자세한 규정한 내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날 자신에 대한 전문성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과거 부동산 정책에도 일정 부문 관여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송석준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깊이 관여했느냐고 묻자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부동산 관련 대책 회의에 참석도 하고 국토부와 협업했다”고 답했다.

LH 사장 자리는 작년 12월까지 1년7개월 동안 변 전 국토부 장관(당시 LH 사장) 퇴임 후 4개월간 공석이었다. 

변 전 장관 퇴임 직후 LH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발 빠르게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하면서 수장 공백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달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장 선임 절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투기 의혹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청와대와 국토부에서는 기존에 검토하던 후보들로는 이번 사태 수습이 어렵다며 강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물색했다.

사태 수습할
강한 리더십

김 사장이 LH에 필요한 리더십이 부동산·주택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봤다.


김 사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은 변 전 장관이다. 변 전 장관(당시 LH 사장)은 지난해 12월9일 국토부장관 인사청문회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LH 사장직을 내려놨다. 청문회 준비로 인해 사실상 LH 사장 역할을 병행하기 어려운 데다, 3기 신도시 등 추진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인 LH의 새 수장 인선 작업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결국 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퇴임했다. 같은 해 11월10일 취임한 지 고작 109일 만이었다. 국토부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후임으로 집값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공급대책’을 주도할 전문가로 주목받았지만, LH 투기 논란과 함께 ‘역대 세 번째 단명 국토부 장관’이라는 불명예로 퇴진했다. 

통상 후임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정식 취임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지만, 변 장관은 이례적으로 후임 장관이 지명된 당일에 바로 퇴임했다. 지난달 LH 땅 투기 사태를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변 장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2·4대책 후속 입법의 기초 작업을 마무리하라”며 시한부로 유임시킨 터였다.

LH는 자산규모 180조원, 직원 1만여명, 사업본부만 9개인 공룡 조직이다. 국민 주거복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기관인 만큼 수장 자리를 놓고 항상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 2013년 LH 사장 공모 때는 20명이 넘는 후보자가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동안 LH 사장은 주로 국토부 등 관료 출신 사장이 많았지만 정치인, 교수 등을 지내다 선임된 사례도 종종 있었다.

국세청장 시절 부동산 관련 회의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인사 경험

다만 주택 문제를 총괄하는 수장 자리인 만큼 다주택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과거에 비해 후보자가 적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LH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1968년 10월10일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35회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해 세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을 거친 국세청 내 조사전문가로 꼽힌다. 노무현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 기관 행정관으로 일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김 사장은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발탁돼 당시 한승희 국세청장과 호흡을 맞춰 부동산 투기에 관한 세무조사를 추진했다. 과거 국세청의 조사권 남용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국세행정개혁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중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군사정권 시절을 제외하면 역대 최연소 국세청장이었다. 부지런하고 명석하며 생각을 깊게 하는 스타일이다. ‘워커홀릭’ ‘노력하는 수재’라는 평도 있었다.

최연소
차관 임명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5월 서울지방국세청장인 김현준을 차관급에 해당하는 국세청장 후보로 지명했었다. 한편 2019년 6월26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책 위주로 무난하게 진행됐다. 청문회 자리에서 김 후보자는 대기업과 자산가의 조세회피와 부당한 부 축적에 관해 엄정한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정 집행의 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비정기 세무조사 선정을 투명화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현준 신임 LH 사장의 똘똘한 한 채?
2년 동안 10억 올랐다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도 2년 새 10억원이 오른 ‘똘똘한 한 채’ 소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소유주다. 이 곳은 최근 조합 설립이 완료된 곳이다.

지난달 23일 공직자 재산공개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면적 82㎡를 보유한 1주택자다.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사장은 국세청 기획조정관과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국세청장을 역임했다.

LH 사장은 통상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이나 주택·토지 관련 전문가 등이 임명돼왔다.

초대 사장직을 맡았던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 대표이사 출신이었고, 박상우 전 사장과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도 각각 국토부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출신이었다.

김 신임 사장의 임명을 두고 LH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원래 배우자 명의로 분당 아파트 1채를 더 보유한 2주택자였지만, 지난 2019년 5월24일 분당 아파트를 처분했다.

같은 달 5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사장을 국세청장으로 내정하기 직전이다.

당시 김 사장은 분당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2억8000만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지난 2006년 9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금융위기로 폭락한 집값이 처분 시점인 2019년까지 회복되지 않으면서 6억5000만원에 매도했다. 

하지만 그 대신 ‘똘똘한 한채’로 남긴 압구정 현대 아파트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현대3차 전용 82㎡의 시세는 지난 2019년 5월 기준 20억7500만원에서 지난 4월 27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매입 3년 후 시점인 2004년 1월 시세(6억750만원)과 비교하면 20억 이상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에는 압구정 현대3차 아파트 같은 면적이 3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2년 새 10억원가량 값이 뛴 셈이다.

세무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분당 아파트는 손해를 보고 매도했지만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유효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봤다.

한편 압구정동 현대3차가 속한 압구정3구역은 지난 19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1~7차 아파트와 10·13·14차 아파트, 대림빌라트 등 총 4065가구로 구성된 압구정 최대 정비구역이다.

압구정3구역에는 최근 80억원 실거래가를 찍어 유명세를 탄 현대7차 전용 245㎡도 포함돼있다. 서울시는 해당 주택 매매를 이상 거래로 보고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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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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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