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메스 든 김현준 LH 사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03 15:13:51
  • 호수 1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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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데려와 조직 혁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LH는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직 내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을 외부에서 수혈해왔다. 바로 최연소 국세청장으로 잘 알려진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퇴임한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넘게 공석이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임명됐다.

김현준 신임 LH 사장은 ‘대국민 사과’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그는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저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는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깊은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혁신추진단
설치해 운영

김 사장은 조직 내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 이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전체를 개혁하고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계·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LH 혁신위원회’와 실무 전담조직인 ‘LH 혁신추진단’을 설치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LH 혁신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와 이행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청렴하고 공정·투명한 조직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국민 제안을 받아들여 LH 혁신방안에 반영하고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그간의 부조리, 불합리한 관행들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적극적으로 쇄신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LH를 ▲청렴한 조직 ▲공정·투명한 조직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조직 ▲소통·화합·협력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 사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차질 없는 정책 수행 중요성도 강조했다. 2·4 주택공급 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LH에 주어진 정책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공공임대·전세·자가·분양 등 다양한 방식의 주택을 공급해 시장 안정화에 최대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LH 투기 파문…기강 잡을 적임자?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 공급 예정

공정·투명·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업무 혁신 방안도 제시했다. 내부정보로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무관용으로 엄단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업무혁신도 병행할 계획이다. 

또 LH가 수행하는 토지조성과 주택공급 등 모든 국책사업을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공익성과 효율성 조화를 이뤄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본립도생, 즉 기본이 바로 서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인다”며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LH를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공기업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간 곳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터진 광명·시흥 지구였다. 지난달 28일, 김 사장은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LH가 정부의 핵심 주택공급 대책인 2·4 대책을 주도하는 만큼 조속히 성과를 창출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신혼부부 등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분들이 3기 신도시와 2·4 대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이른 시일 안에 원하는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야당 의원 
융단 폭격

지난달 27일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는 법안 심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소집됐지만, LH 사태로 인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하듯 김 신임 사장에 대한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질의는 주로 야당 의원들이 쏟아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국세청장 출신으로, LH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실무 전문가이기 때문에 존폐위기에 놓인 LH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며 김 사장의 전문성 문제를 거론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도 “처음 뵙는데, 좋은 말씀을 못 드려 죄송하다”며 “LH가 워낙 위중하고 온 국민이 LH를 보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LH에 대해)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연이은 질의에 “유념하겠다”며 “내부 직원들의 투기 행위 등이 근절되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LH가 비리 백화점처럼 여러 측면에서 비리가 발생해 LH의 구조개혁에 대해 사장으로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유념하겠다”며 적극 수긍했다. 

“본인이 왜 이 자리에 오셨다고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질의에 김 사장은 “국세청장으로 규모가 큰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쇄신을 위해 노력한 것이 있다”며 조직 쇄신에 대한 임무를 갖고 사장으로 발탁됐음을 밝혔다. 

같은 당 김희국 의원은 LH 사장이 알아야만 하는 사업과 관련해 요목조목 물었다.

김 의원은 LH의 부채 및 원인, 민간주택과 공공주택의 비율 등의 질문을 퍼부었다. 김 사장이 투기 자금 규모 등에 대해 뚜렷한 답을 하지 못하자 김 의원은 “투기꾼의 숫자도 모르고 투기 자금 규모도 모르고 단속 실적도 모르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이 투기꾼 때문이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며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투기가 왜 문제냐’는 질의에 김 사장이 “(투기에서)세금을 탈루하는 행위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다시 “세금을 탈루하면 부동산 투기냐”고 질문을 이어갔고, 김 사장은 “투기에 대해선 법 관련해 자세한 규정한 내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날 자신에 대한 전문성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과거 부동산 정책에도 일정 부문 관여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송석준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깊이 관여했느냐고 묻자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부동산 관련 대책 회의에 참석도 하고 국토부와 협업했다”고 답했다.

LH 사장 자리는 작년 12월까지 1년7개월 동안 변 전 국토부 장관(당시 LH 사장) 퇴임 후 4개월간 공석이었다. 

변 전 장관 퇴임 직후 LH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발 빠르게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하면서 수장 공백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달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장 선임 절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투기 의혹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청와대와 국토부에서는 기존에 검토하던 후보들로는 이번 사태 수습이 어렵다며 강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물색했다.

사태 수습할
강한 리더십

김 사장이 LH에 필요한 리더십이 부동산·주택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봤다.


김 사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은 변 전 장관이다. 변 전 장관(당시 LH 사장)은 지난해 12월9일 국토부장관 인사청문회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LH 사장직을 내려놨다. 청문회 준비로 인해 사실상 LH 사장 역할을 병행하기 어려운 데다, 3기 신도시 등 추진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인 LH의 새 수장 인선 작업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결국 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퇴임했다. 같은 해 11월10일 취임한 지 고작 109일 만이었다. 국토부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후임으로 집값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공급대책’을 주도할 전문가로 주목받았지만, LH 투기 논란과 함께 ‘역대 세 번째 단명 국토부 장관’이라는 불명예로 퇴진했다. 

통상 후임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정식 취임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지만, 변 장관은 이례적으로 후임 장관이 지명된 당일에 바로 퇴임했다. 지난달 LH 땅 투기 사태를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변 장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2·4대책 후속 입법의 기초 작업을 마무리하라”며 시한부로 유임시킨 터였다.

LH는 자산규모 180조원, 직원 1만여명, 사업본부만 9개인 공룡 조직이다. 국민 주거복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기관인 만큼 수장 자리를 놓고 항상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 2013년 LH 사장 공모 때는 20명이 넘는 후보자가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동안 LH 사장은 주로 국토부 등 관료 출신 사장이 많았지만 정치인, 교수 등을 지내다 선임된 사례도 종종 있었다.

국세청장 시절 부동산 관련 회의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인사 경험

다만 주택 문제를 총괄하는 수장 자리인 만큼 다주택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과거에 비해 후보자가 적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LH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1968년 10월10일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35회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해 세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을 거친 국세청 내 조사전문가로 꼽힌다. 노무현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 기관 행정관으로 일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김 사장은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발탁돼 당시 한승희 국세청장과 호흡을 맞춰 부동산 투기에 관한 세무조사를 추진했다. 과거 국세청의 조사권 남용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국세행정개혁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중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군사정권 시절을 제외하면 역대 최연소 국세청장이었다. 부지런하고 명석하며 생각을 깊게 하는 스타일이다. ‘워커홀릭’ ‘노력하는 수재’라는 평도 있었다.

최연소
차관 임명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5월 서울지방국세청장인 김현준을 차관급에 해당하는 국세청장 후보로 지명했었다. 한편 2019년 6월26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책 위주로 무난하게 진행됐다. 청문회 자리에서 김 후보자는 대기업과 자산가의 조세회피와 부당한 부 축적에 관해 엄정한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정 집행의 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비정기 세무조사 선정을 투명화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현준 신임 LH 사장의 똘똘한 한 채?
2년 동안 10억 올랐다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도 2년 새 10억원이 오른 ‘똘똘한 한 채’ 소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소유주다. 이 곳은 최근 조합 설립이 완료된 곳이다.

지난달 23일 공직자 재산공개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면적 82㎡를 보유한 1주택자다.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사장은 국세청 기획조정관과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국세청장을 역임했다.

LH 사장은 통상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이나 주택·토지 관련 전문가 등이 임명돼왔다.

초대 사장직을 맡았던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 대표이사 출신이었고, 박상우 전 사장과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도 각각 국토부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출신이었다.

김 신임 사장의 임명을 두고 LH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원래 배우자 명의로 분당 아파트 1채를 더 보유한 2주택자였지만, 지난 2019년 5월24일 분당 아파트를 처분했다.

같은 달 5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사장을 국세청장으로 내정하기 직전이다.

당시 김 사장은 분당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2억8000만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지난 2006년 9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금융위기로 폭락한 집값이 처분 시점인 2019년까지 회복되지 않으면서 6억5000만원에 매도했다. 

하지만 그 대신 ‘똘똘한 한채’로 남긴 압구정 현대 아파트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현대3차 전용 82㎡의 시세는 지난 2019년 5월 기준 20억7500만원에서 지난 4월 27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매입 3년 후 시점인 2004년 1월 시세(6억750만원)과 비교하면 20억 이상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에는 압구정 현대3차 아파트 같은 면적이 3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2년 새 10억원가량 값이 뛴 셈이다.

세무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분당 아파트는 손해를 보고 매도했지만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유효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봤다.

한편 압구정동 현대3차가 속한 압구정3구역은 지난 19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1~7차 아파트와 10·13·14차 아파트, 대림빌라트 등 총 4065가구로 구성된 압구정 최대 정비구역이다.

압구정3구역에는 최근 80억원 실거래가를 찍어 유명세를 탄 현대7차 전용 245㎡도 포함돼있다. 서울시는 해당 주택 매매를 이상 거래로 보고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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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