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면 나온다’ 강력 사건에 빠진 TV 

“드라마도 예능도 범죄를 좋아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TV 속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핫한 장르는 범죄다. 단순히 사건 사고를 풀이해주는 수준이 아니다. 이 같은 범죄가 왜 일어났으며, 그 이면의 사법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까지 꼬집는다. 범죄물이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범죄를 다룬 장르 드라마가 적지 않았다. 대부분 주인공은 형사나 검사였으며, 범죄 사건의 범인을 찾는 내용이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얼마나 강력한 반전을 주는가가 성패를 갈랐다. 

진화한
범죄물

이 틀을 벗어난 작품이 tvN <비밀의 숲>이다. 단순히 범죄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닌, 범죄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범죄자를 다루는 사법 시스템의 오작동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사법개혁이 불씨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른바 ‘진화한 범죄물’의 시발점이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을 주제로 만든 <비밀의 숲2>까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면서, 범죄 장르물은 급물살을 탔다. JTBC <괴물>과 <로스쿨>, tvN <마우스>와 <빈센조>, SBS <모범택시> 등 인기리에 종영했거나 방영 중인 대다수 드라마가 범죄를 다루고 있다. 

대다수 드라마가 단순한 사건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이면의 문제점을 속속 짚어낸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드라마는 <빈센조>와 <모범택시>, <로스쿨>이다. <빈센조>는 자본이 낳은 괴물을 처치하는 다크 히어로물로 평가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범죄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형태로 풀어낸 참신한 기획과 함께 송중기를 비롯한 배우들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등의 장점만큼 주목받는 건 이른바 ‘사적 복수’ 코드다. 

범죄자를 법의 시스템이 아닌 개인이 직접 나서서 벌을 내린다.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 분)가 거대 경제권력과 그들과 끈끈한 연을 맺고 있는 카르텔을 모조리 박살 낸다는 내용이다. 

극 중 빈센조는 변호사이긴 하지만 법을 정의구현의 방법으로 쓰지도 않을뿐더러, 가능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함정 수사를 펼치거나,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악당의 방식으로 악을 처단한다.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들조차 악행을 저지르는 강자들에 짓밟히다 보니 빈센조의 방식을 따르게 된다. 

<빈센조>와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 <모범택시>다. 사적 복수를 대행해주는 택시기사의 이야기다.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을 단죄한다는 인물을 그린다.

드라마 속 모범택시를 운행하는 무지개 운수는 사적 복수를 대행해주는 조직이다. 김도기(이제훈 분)는 그 사적 복수를 실행하는 인물이고, 장성철(김의성 분) 무지개 운수 대표는 이 조직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사법 시스템’ 불신서 오는 갈증
법보다 주먹이 앞선 드라마 열광

김도기가 악을 대하는 방식은 빈센조의 그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나마 다른 점을 꼽자면 김도기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택한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들을 폭행, 구금하며 강제노동을 일삼은 젓갈 공장 사람들이나, 가난한 친구를 괴롭힌 왕따 가해자들을 그들이 약자를 괴롭힌 방식으로 갚아준다. 

생선이 담긴 대야에 머리를 쑤셔 넣어 물고문하고, 흠씬 두들겨 팬 후 커다란 통에 담아 무지개 운수와 연결된 낙원 신용정보 대모(차지연)가 운용하는 사설 감옥으로 보내버린다. 또, 대마초를 피운 것을 약점 잡아 협박하고 평생 노예 계약을 맺는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라며 우는 가해자에게 “너는 말이 되서 괴롭혔냐”며 반박한다.

4회까지 방영된 <로스쿨>은 법 집행자들의 잘못된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로스쿨>은 극 중 명문대학교인 한국 대학교 법학과 서병주(안내상 분) 교수가 모의법정 중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검사 출신 법학과 교수 양종훈(김명민 분)과 사시 2차까지 합격한 로스쿨 학생 한준휘(김범 분)이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재밌는 포인트는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두 사람은 마치 경찰과 검사를 손바닥 위에 놓고 가지고 노는 대목이다. 법에 통달한 두 사람이 심리전을 펼치면서, 악할 뿐 아니라 무능력한 검사와 경찰을 요리한다. 이들 역시도 법망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등의 악한 방식으로 악을 대한다.

공권력을 조롱하는 두 사람의 행태가 공권력에 대한 분노를 지닌 대중의 갈증을 해소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울러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노골적으로 그려낸다.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기소 전에 언론이나 타인에 미리 알려주는 피의사실 공표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나, 경찰이 초동조치 과정에서 목적을 갖고 증거를 은닉하는 대목, 검사와 범죄자의 은밀한 거래 등 법 집행자들의 잘못된 행태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빈센조>와 <모범택시> <로스쿨>은 가상의 설정을 통해 더 악랄하게 악을 처단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세 드라마 모두 높은 화제성을 보인다. 특히 <빈센조>와 <모범택시>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에 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스타성 있는 배우들의 열연을 바탕으로 다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처단 방식, 그 사이에서 숨통을 틔우는 유머 등이 세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되지만, 그보다 더 밑바탕에 깔린 건 ‘사법 시스템의 불신’이다. 

지강헌이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무려 30여년이 지났지만, 그 말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가진 자들은 부와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 더 큰 부를 축적하는 한편, 약자들은 강자들의 부정한 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벌을 받지 않는 이른바 ‘법꾸라지’들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악용하는 변호사, 대중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과 짧은 형기를 마치고 금세 사회로 돌아온 전과자들이 재차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 같은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얻는다는 건, 대중의 눈에 비친 불편한 현실에서 쌓이는 갈증을 드라마가 풀어주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론칭하는 범죄 장르물이 인기를 얻는 요인은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다. 법조계의 문제점을 대중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사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사적 복수’ 코드는 현실을 반영한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범죄 장르의 본원은 교양국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나 <궁금한 이야기 Y>, MBC <실화탐사대> 등 사건 사고를 다루는 교양 프로그램은 꾸준히 호성적을 이루고 있다.

멀리 내다보면 넷플릭스를 비롯해 영미권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다큐다.

마치 트렌드에 편승하듯 국내 예능계도 범죄와 손을 잡았다. 범죄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속속 론칭하고 있다. 그중 가장 각광 받는 프로그램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와 tvN <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이하 <알쓸범잡>)이다.

완성도↑
몰입도↑

시즌2에 접어든 <꼬꼬무>는 매회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다. 이른바 ‘장트리오’로 불리는 장항준 감독, 방송인 장성규, 장도연이 게스트를 모시고 사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꼬꼬무>는 늦은 시간대에 방영함에도 5% 시청률을 넘겼으며, 유튜브에서는 매회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꼬꼬무>의 주제가 된 사건은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퍼진다. 시청률과 비교해 화제성이 어마어마한 프로그램이다.

시즌1에서는 사건의 줄거리를 푸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2부터는 이야기의 소재가 확장될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매우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다각화됐다.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는 역사를 다루는 방식이다. 역사를 거시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 많았던 반면, <꼬꼬무>는 역사를 한 명의 인물로부터 출발해 사회문제의 이야기로 변형해간다. 이를 통해 당시의 사건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박흥숙 사건을 박흥숙 개인을 중심으로 풀어내다가 자연스럽게 빈민 운동의 관점에서 강남 개발의 역사와 철거민들의 역사를 돌아보는 대목이나, 한 군인의 의문의 죽음을 시작으로 한 이야기가 하나회 소속 군인들이 시스템을 무시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12·12 사태로 확장되는 형태 등이다. 

여대생 살인사건을 통해 한 여대생의 의문의 죽음을 들춰내는 과정을 거쳐, 끝내 사법 기득권과 의료 기득권이 경제권력에 기생하는 현실로 전개되는 대목은 <꼬꼬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준다. 

아울러 단순히 과거의 ‘야만의 시대’에서 불거졌던 사건을 풀어내는 데 멈추지 않는다. 그 사건이 당시에는 어떻게 또는 왜 발생하게 됐는지를 살펴본다. 

당시 사건의 유가족이나 담당 경찰 등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사건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사건으로 인해 사회의 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었는지와 아울러 재발 가능성에 대한 여부까지 깊숙하게 들춰낸다. 

‘야만의 시대’를 들춰내는 예능 
“관심 갖지 않으면 또 발생할지도”

<꼬꼬무>의 유혜승 PD는 “프로그램 회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던지는 질문은 ‘이 아이템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다. 그 질문을 던졌을 때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 아이템은 지나간 이야기일 수 있다”며 “이 이야기가 현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명분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이야기만 풀어내는 건 그 사건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성격도 지닌다.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고, 어떤 문제점을 보완해야 하는지까지 말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과거의 상처를 헤집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제작진이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은 <알쓸범잡>이다. 윤종신이 메인 MC가 돼 과거 <알쓸신잡> 유희열의 롤을 맡았다. 장항준 감독과 박지선 프로파일러,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 김상욱 물리학 박사가 게스트로 나와 범죄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를 나눈다. 

대중 지식인이 된 김상욱 박사를 제외하곤 출연진이 모두 교체됐지만,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출연진이 함께 또는 따로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퍼즐 맞추듯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알쓸신잡>과 비슷하다. 

범죄라는 특정 주제를 잡은 <알쓸범잡>은 박지선 교수와 정재민 심의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엄궁동 사건,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연, 부산의 마약 이야기, n번방 조주빈, 정남규와 유영철을 비롯한 싸이코패스 등을 소개하면서 범죄 관련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꼬꼬무>와 <알쓸범잡>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범죄의 일상성이다. 강력범죄가 남의 일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 주위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는 것. 그래서 더더욱 범죄의 재범을 예방해야 하며, 범죄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범죄의
일상성

<알쓸범잡>의 양정우 PD는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박지선 교수가 ‘왜 당시 아무도 누명 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는가’를 가슴 아파하는 것처럼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같은 사건은 또 벌어질 수도 있다”며 “박 교수의 마음에 다 같이 공감하길 바라며, 그 과정에서 희망도 함께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범죄 예능 스타는 누구? 전문성·재치 갖춘 권일용·박지선 교수
“방송인 못지않게 웃겨요”

범죄와 관련된 예능이 늘어나면서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는 범죄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이 범죄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강력한 자극성이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 가운데 권일용 교수와 박지선 교수가 범죄 예능계의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무수히 출연하면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권 교수와 박 교수는 깊이 있는 지식은 물론 재치있는 언변으로 방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알쓸범잡>에 패널로 맹활약 중이며, 권 교수는 28일 론칭하는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 고정 패널로 출연한다.

한 관계자는 “두 분 모두 오랫 동안 방송활동을 하면서 카메라와 익숙하다. 깊이는 당연하고 여느 방송인 못지않은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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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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