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영원한 현대맨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51년’ MK시대 막 내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지난해 10월 공식 은퇴를 선언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 등기 이사직 사임을 마지막으로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정 명예회장은 51년간 현대자동차를 이끌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경영권은 아들 정의선 회장에게 넘겼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정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은 현장경영, 품질경영, 뚝심경영이다. 이를 통해 그는 현대자동차를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5위에 이르기까지 끌어올리며 세계적인 그룹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통 통한
현장경영

정 명예회장은 1970년 현대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1974년에 현대자동차 서비스의 사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경영인의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부품 조달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트럭에 자동차 부품을 싣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때부터 그는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경험을 얻고 해결책을 찾았다. 

일을 마치는 저녁 시간에는 서비스센터 한쪽에 놓인 드럼통에 삼겹살을 굽고 직원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애로사항에 대해 듣고 소통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과의 소통이 현장 경영을 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여겼다.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현장을 찾아 직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입사원 연수에 빠짐없이 참석해 새내기들의 손을 잡고 “회사의 미래를 잘 부탁한다”고 말을 전하기도 했다. 


현장에 직접 가서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한 그는 1977년에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설립했다. 현대정공은 컨테이너 사업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30%를 차지하는 등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정 명예회장을 경영인으로서 인정하게 된 계기라고 전해진다.

현대정공은 사업 내용에 자동차 제조판매업을 추가해 갤로퍼를 생산했고, 이는 정 명예회장이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다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게 했다. 갤로퍼의 성공을 앞세워 ‘포니 정’이라 불리던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에게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을 이어받고 독립해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경영 위기에 처한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자동차 관련 지식이 많았던 그는 기아의 발전을 위해 엔진공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엔진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중요하게 생각해 현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불꽃 튀는 위험한 현장까지 
직접 발로 뛰는 현장경영 

정 명예회장은 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 반드시 현장으로 갔다. 보고서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을 방문해 개선을 촉구했다.

현장경영을 중요하게 여겨 해외 출장도 잦았다. 미국, 인도 등 해외 공장으로 가 직원들에게 현장의 문제점을 옆에서 듣고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 해결하고 돌아왔다. 

그의 현장 경영철학은 과거 제철소 사업 추진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는 정 명예회장이 애정을 갖고 있던 곳이다. 그는 임원에게 “양재동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당진이 아른거린다. 자려고 누워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장이 보인다.”며 3일에 한 번은 반드시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정 명예회장의 현장경영으로 제철소는 3년 만에 착공을 완료해 연간 400만톤 이상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춰 자체적으로 강판과 후판을 생산했다. 정 명예회장이 갑작스럽게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일이 잦다 보니 직원들도 현장을 챙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전해진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불꽃이 튀고, 철골구조가 많은 위험한 현장에 경영자가 직접 나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건설책임자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맡은 분야를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현장경영과 더불어 정 명예회장이 강조한 것은 품질경영이다. 미국에 현대자동차가 처음 진출한 시기는 1986년이다. 저렴한 자동차로 주목받았지만, 품질과 성능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차량 판매 역시 적자 상태였다.

심지어 1998년 10월 미국의 한 토크쇼에서 진행자가 “우주에서 장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출연자는 “우주선 계기판에 현대자동차 로고를 붙이면 우주 비행사가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농담하기까지 했다.

파격적
품질경영

미국 언론 역시 현대의 영문 로고를 두고 ‘저렴하지만 운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Hope You Understand Nothing’s Driveable And Inexpensive)’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자동차에 대한 품질 경영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의 자동차는 무상보증 기간을 3년·5만마일에서 10년·10만마일로 바꿨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현대자동차가 품질에서 뒤처져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으나 정 명예회장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장과 임원을 모아 노동자 옆에서 배우게 해 자동차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의 미국 판매량은 1998년 9만대에서 2003년 40만대로 늘었다.

차량 전체 누적 판매량은 1999년 2100만대에서 20년이 지난 현재 5배가 넘는 1억1000만대로 늘었다. 팔렸다. 매출 역시 현대자동차가 기업으로 분리하기 이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 자동차는 품질 평가 부문에서 2000년 37개 자동차 회사 중 34위에서 2006년 3위로 상승, 2016년은 포르셰를 제치고 1위를 달성했다.

품질을 강조한 그의 경영정신은 남양연구소 투자에서도 드러난다. 남양연구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소로, 현대의 울산연구소와 기아의 소하리공장을 하나로 통합한 곳이다.
 

▲ 현대기아차 사옥 ⓒ고성준 기자

정 명예회장이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그는 남양연구소에 투자한 이유로 “연구개발 역량과 효율 극대화를 통해 품질을 높여 세계 5대 자동차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제철소만큼 남양연구소를 자주 방문해 직접 주행 테스트 등에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실제로 오피러스의 성능 시험 중 정 명예회장의 귀에 소음이 포착된 적이 있다. 


스피드
뚝심경영

임원들은 소음이 차량 운행에 전혀 문제가 없고, 소음 문제를 해결하면 차량의 선적 날짜에 맞출 수 없다고 전했지만 그는 “이대로 팔 수 없다”며 소음 제거를 위한 팀을 꾸려 완벽한 자동차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정 명예회장은 부족한 차량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개선했고, 오피러스는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품질 개선에 힘을 쏟자 세계는 현대자동차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수상해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200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비즈니스위크 자동차 부문 최고의 경영인에 선정됐다.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과 경영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다. 모두가 힘들 것이라 예측해도 그는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일을 진행시켜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전력의 부지 입찰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과감한 투자를 했던 성향이 그렇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15년 세계 유가 하락과 미국의 경제 보복으로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받았을 때, 그가 직접 러시아 공장을 방문해 “러시아에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며 시장에서 철수하는 다른 업체와 다르게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기아자동차를 인수했을 때도 비슷하다.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은 삼성그룹과 기아자동차의 인수를 두고 경쟁하고 있었다. 계속된 유찰로 3차까지 간 입찰경쟁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아자동차의 부채 7조4000억원과 1조1781억원 인수 비용을 모두 떠안았다. 임원들은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위기라며 정 명예회장을 말렸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여겨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도 공장을 확장하고, 중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해 사업을 확장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 건설에 관련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국내 부품업체와 공동 진출을 하는 방법을 적용해 협력업체의 성장을 꾀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경제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위기가 기회“ 공격적 투자
부친 닮은 과감한 사업운영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 산업이 점차 발달하자 뚝심경영을 발휘한다. 바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만드는 행보를 선택한 것이다. 당시 경제 대침체로 인해 미국 자동차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는 소극적인 다른 업체와 달리 고급 자동차 제작에 주력했다.

제철소 건립으로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주요 자동차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 자체 개발 및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기초 소재 단계부터 차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차체 주행 성능, 디자인 등에서 모든 준비를 끝냈다. 

당시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를 두고 업계 전문가는 “견고한 차체를 기반으로 한 차량의 5대 기본성능(동력, 승차감, 안전성, 내구성, 정숙성)과 디자인이 높은 수준의 자동차”라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수소 자동차의 초석도 정 명예회장이 마련했다. 오일쇼크와 외환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줄자, 발 빠르게 수소·전기 자동차 개발에 착수한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 시험용 산타페 수소 전기차를 선보였다. 
 

정 명예회장은 마북연구소를 찾아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도 자동차를 굴려야 한다”며 “하고 싶은 기술을 마음껏 다 적용해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개발을 지시했다. 정 명예회장의 지시와 연구 개발 끝에 2013년 투싼 수소 전기차가 세계 최초 출시됐다. 

정 명예회장은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단기간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세계시장으로 손을 뻗어 생산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을 내수기업에서 세계 자동차 경쟁업체들과 경쟁하는 기업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현대 스피드’라는 수식어로 정 명예회장의 추진력과 과감함을 높게 평가한다.

그의 좌우명은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로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새벽부터
대책 마련

정 명예회장은 새벽 6시30분에 출근해 하루 종일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현장과 제품 품질을 직접 챙기며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업계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퇴임으로 경영 환경과 방식이 바뀌고 있지만, 현장에서 쌓은 그의 경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결정에 대해 정 명예회장이 자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차 3세 정의선 청사진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현대 자동차가 완벽한 정의선 체제로 새 출발한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의선 회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단계가 남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하는 안건도 함께 의결했다.

주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 기업 실적이 양호한 것 같다”며 “형식만 갖춘 준비가 아니라 제대로 된 개선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로운 사업의 한 축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관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첫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부진했던 중국 시장에 재진출해 그룹의 위상을 회복하고 상용차 분야 수익성을 높여, 미래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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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