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돌아온 예능승부사 강호동

이제 ‘강남스타일’은 잊어라 ‘강(호)동스타일’이 온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 강호동의 연예계 복귀가 임박했다. 지난해 각종 탈세와 투기의혹으로 잠정은퇴를 선언한 이후 약 1년만이다. 그는 “방송을 통해 국민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는 게 최선을 다하는 길”이라며 조심스레 복귀소감을 전했지만 항간에서는 그의 복귀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C 강호동이 방송재개를 알렸다. 지난 17일 강호동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SM C&C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송복귀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가 정확히 언제 어떤 작품으로 컴백할 지는 아직 예정된 바가 없다. 그러나 파워풀하고 시원했던 MC 강호동의 진행을 갈망했던 수많은 대중과 방송제작자들은 그의 빠른 복귀를 환영하고 나섰다.   

씨름 천하장사 제패 후
연예대상까지 천하통일

197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강호동은 마산중·고등학교를 거쳐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중퇴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씨름판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추어 씨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고교졸업과 동시에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키 182㎝에 몸무게 120kg이었던 그는 괴력과 승부근성을 함께 갖춘 ‘소년장사’로 평가 받았다. 이후 훈련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며 막강 씨름꾼으로 거듭났다. 1990년 불과 19세의 나이로 제18회 천하장사씨름대회에서 씨름계의 거장인 이만기를 제압하고 최연소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1990년 한해에만 백두?천하장사 3연패에 성공한 강호동은 이후 두 차례 더 천하장사에 오른 뒤 1992년 민속씨름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선수은퇴 선언 후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던 강호동은 ‘예능계의 맏형’이라 불리는 개그맨 이경규의 추천에 힘입어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뽑혀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경규는 씨름선수 시절부터 유머감각이 남다르고 코미디에 관심이 많던 강호동을 눈여겨 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그의 방송계 입문은 씨름선수의 외도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강호동은 커다란 덩치, 어울리지 않는 순발력, 익살스런 말투와 애교를 무기삼아 1994년 MBC방송대상 코미디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빠른 속도로 연예계에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천하장사 타이틀 과감히 버리고 연예계 발걸음
유재석·신동엽과 함께 3대 국민MC로 자리 잡아


2000년대를 맞이하며 그는 MC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공포의 쿵쿵따>, SBS <뷰티풀 선데이>를 통해 예능MC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SBS <실제상황 토요일> <야심만만> <X맨 일요일이 좋다> 등을 거치면서 개그계를 주름잡았던 신동엽, 남희석, 이경규 등을 하나둘씩 제치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나갔다.

그는 SBS <스타킹>, MBC <황금어장>,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진행하고 있던 2007년에는 SBS연예대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한발 나아가 KBS와 MBC의 연예대상을 양손에 거머쥐었다. 이어 2009년과 2010년 KBS연예대상과 SBS연예대상을 각각 수상하며 모두 5번의 연예대상을 손에 넣었다. 이를 통해 강호동은 유재석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국민MC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언제까지나 승승장구 할 것만 같던 강호동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과세대상을 피하기 위해 교묘히 탈세조작을 해왔던 것. 이는 국세청의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언론에 낱낱이 공개됐다.

수십억 추징금에
평창땅 투기 의혹도

지난해 국세청은 강호동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수십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5월 신고된 강호동의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을 모조리 분석한 뒤 탈세 의혹이 있다고 판단하고 세무조사에 착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따르면 강호동은 당시 필요경비(기획사와의 배분, 개인 매니저 및 코디 임금, 방송의상 구입비, 보약 등)를 지나치게 많이 계상하고 실수입은 적게 신고해 과세대상소득을 축소한 혐의를 받았다. 탈세의혹을 제기한 국세청은 “강호동의 탈세가 이중장부나 고의탈세가 아닌 것으로 보고 별다른 고발조치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그의 탈세혐의는 ‘무혐의’가 아닌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강호동의 탈세혐의는 곧 언론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여론의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다시는 얼굴 내밀지 말라” “영원히 연예계를 떠나라” 등 온라인상은 네티즌들의 수많은 악성댓글로 도배됐다. 여기에 그의 명의로 돼 있었던 평창 땅에 대한 투기의혹이 더해지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이에 강호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추징된 세금을 충실히 납부하겠다. 이유와 과정이 어찌됐든 강호동을 사랑하는 팬, 나아가 국민 여러분께 우려의 시선을 받은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라는 공식사과문과 동시에 잠정은퇴를 선언하며 당시 활동하고 있던 SBS <스타킹> <강심장>, MBC <황금어장>,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등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잠정은퇴선언 이후 그는 칩거생활에 돌입했으며 이경규를 제외한 외부와의 접촉은 일절 피했다. 올해 초 들어서 조금씩 그의 칩거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방송으로 복귀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친분이 있는 연예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가족이나 지인과의 만남을 통해 대중과 융화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었다.

그는 또 평창 땅 투기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소유하고 있던 강원도 평창 토지를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해당 토지는 농지와 임야를 합쳐 가격이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풍채만큼 통 큰 기부에 칭찬여론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방송복귀를 노린 계획적인 기부라며 비판하는 여론도 적잖았다.


하지만 비판여론도 잠시였다. MBC의 장기 파업과 때 아닌 예능계의 주춤 현상으로 인해 강호동을 그리워하는 대중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길에서 우연히 그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네티즌은 인증샷을 포털사이트에 올려 게재하거나 강호동 은퇴철회 전문카페도 만들어 방송복귀를 종용하기도 했다. 
   
방송복귀 위한 수순
차근차근 밟아와

그 이유로는 강호동이 지난 18년 동안 대중에게 보여준 철저한 자기관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진행방식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탈세와 투기의혹만 제외하면 연예계의 단골사건인 음주운전이나 폭행, 대마초 흡연 등 입에 오르내릴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해 게스트와 시청자를 장악하는 그의 활기 넘치는 진행은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소재도 재미있게 포장할 수 있었다.  

그는 사생활 노출을 꺼리고 항상 이미지 관리에 신경 썼으며, 제작진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 해왔다. <1박2일>에서 수시로 ‘버라이어티 정신’을 강조하며 동료 연예인들이 시청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줘 그가 잠정은퇴선언을 했을 때 대중의 실망감은 역력했다.

2007년부터 지상파 3사 연예대상 꾸준히 재패
탈세·투기혐의로 잠정은퇴 선언했다 1년 만에 복귀

그러다 지난 17일 강호동의 방송복귀 소식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환영 섞인 응원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오르내렸다. 그는 “국민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는 길이 최선”이라며 방송복귀를 알렸는데 새로 둥지를 튼 회사가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SM C&C라는 점 때문이었다. 실제로 강호동이 SM C&C와 전속계약을 맺자 일각에서는 이미 증권가에서 흘러나왔던 얘기라며 그가 가을개편에 맞춰 연예계에 복귀하는 것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말들이 떠돌았다.

이미 올 초 증권가에서는 강호동이 SM C&C와 계약할 것이란 소문이 퍼져 SM C&C의 주식을 마구잡이로 사들였다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SM C&C가 강호동 영입으로 개장 초 주가가 최대 4895원까지 솟구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로 인해 강호동은 ‘은퇴 중 이미 SM C&C와 계약을 맺은 후 마음 놓고 편하게 복귀를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불편한 의혹이 뒤따르게 됐다.

‘강호동표’
재미와 감동 기대

약 1년 만에 전격 방송복귀를 선언한 강호동. 그의 복귀에 대중들은 칼날 같은 비난을 뒤로한 채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여러 포털사이트와 언론사에서 게재한 강호동 복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이 무려 70%가 넘는 결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강호동에게도 자숙기간 자체가 여론을 의식한 쇼가 아닌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을 뒤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으로 간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아직 이른 복귀가 아니냐는 세인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잠재우기 위한 것도 그가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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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