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가해자 에이프릴과 공모자 DSP

종말의 기로에 선 에이프릴·DSP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걸그룹 최악의 왕따 사태가 발생했다. 멤버 간의 따돌림 문제를 넘어서 소속사까지 개입한 정황이 엿보인다. 왕따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진실을 협박으로 뭉개고 넘어가려는 연예기획사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걸그룹뿐 아니라 소속사의 존폐마저 흔들린다. 악질적인 대형 기획사가 진실을 가진 고등학생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셈이다. 걸그룹 에이프릴과 핑클, 카라 등을 배출한 DSP 엔터테인먼트의 얘기다. 
 

▲ ▲▲ 나은-현주-진솔 ⓒDSP, 현주 인스타그램

집단이 개인을 따돌리는 이른바 ‘왕따’ 피해자는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은 알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다.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대인기피증을 겪고, 우울증에 빠진다. 심하게 되면 목숨까지 내던진다. 왕따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기에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산다. 수십 년이 지나도 괴로움이 옭아맨다. 피해자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남는다. 

트라우마

7년 차 걸그룹 에이프릴에게서 왕따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전 멤버 현주다. 가해자는 다른 멤버였던 총 다섯명(소민·진솔·나은·채원·예나)이다. 

지난달 28일 현주의 동생이라고 밝힌 A는 현주가 에이프릴 합숙 생활을 하던 시절 5명의 멤버로부터 왕따를 당했으며, 이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DSP엔터테인먼트(이하 DSP)는 왕따 사건을 전면 부인했다. 현주가 자발적으로 에이프릴에서 탈퇴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현주가 평소 체력 및 정신적 문제로 인해 팀 활동에 성실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전형적인 2차 가해성 입장문이다.

DSP의 반박문을 본 A는 다시 한 번 글을 남겼다. 두 번째 글은 폭로 수위가 높았다.

합숙 생활 도중 어떤 괴롭힘이 있었는지 요목조목 설명했다.

할머니가 선물로 남긴 텀블러에 현주가 먹지 못하는 청국장을 담은 사실, 현주 신발이 여러 차례 사라진 것, 평소 멤버들이 어떤 식으로 현주를 조롱했는지 등이 담겨있다. 

아울러 A는 DSP 관계자들이 현주 왕따 사건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현주가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감추기에 바빴다고 밝혔다. 

DSP 역시 곧바로 반박했다. A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포장했으며 일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해프닝이었다고 했다. 

이어 에이프릴의 전 스태프, 에이젝스 윤영 등도 나서 에이프릴에 잘못이 없으며, 현주가 생활하는 도중에 민폐를 끼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소속사 의견에 힘을 보탰다.

피해자가 왕따 당할만했다는 식이었다.

공방이 이어지자 A가 꺼낸 카드는 응급실 진료 확인서였다. 현주가 2016년 5월11일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진단서다. 진단명에 적힌 F190은 급성 약물중독으로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짓말로 진실을 가리고 있던 DSP와 그 관계자들이 ‘카운터 펀치’를 맞은 셈이다. DSP에 그 진단서는 더는 도망칠 곳 없는 외통수였다. 대중의 분노는 급격히 일어났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드러나자 대중은 에이프릴 멤버들의 잘못을 뒤지기 시작했다. 곧 DSP와 에이프릴 멤버들이 저지른 잘못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약자 현주 향한 지속적인 괴롭힘
분노한 대중 급기야 불매운동까지

에이프릴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에이프릴이 간다’ 영상에서는 멤버들이 현주를 은근하게 괴롭히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현주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현주보다 세 살 어린 진솔이 표정과 언어로 현주를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러 장면에서 현주는 동료들로부터 조롱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무대 영상에서는 춤을 추고 있는 상황에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모습도 드러났다. 그 영상만 보더라도 현주가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었는지 짐작된다. 

현주 탈퇴 이후에 합류한 채경은 합류 초반 기존 멤버들의 텃세가 심했다는 공개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농담이 아닌 진지한 어투여서 팬들이 오히려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 걸그룹 에이프릴

채경이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채경 역시도 왕따의 피해자가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중론이다. 

놀라운 점은 DSP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대목이다. 집단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돼 병실에 있는 현주에게 활동을 요구하기만 했을 뿐, 멤버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를 조율하고자 하는 노력은 없었다. 

자살을 시도한 뒤 현주는 소속사 관계자들과 만나 에이프릴에서 탈퇴하겠다고 요구했다. 더 이상 자신을 따돌리는 멤버들과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를 받아들인 소속사는 왕따 사실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 현주에게 탈퇴 이유로 ‘연기자 전향’이라는 내용의 손편지까지 적게 하며, 팬들까지 속이게 했다.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추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고 밝힌 현주는 어른들의 겁박에 못 이겨 에이프릴 팬들로부터 배신자의 낙인까지 찍혀야 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나자 DSP에는 ‘악마 기획사’라는 이미지가 씌워졌다. 왕따 문제야 다른 소속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DSP가 보인 대처는 악의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회사의 수입원인 에이프릴을 보호하기 위해 약자인 현주를 멸시하는 태도를 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왕따 문제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대중은 급기야 에이프릴 불매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에이프릴과 관련된 모든 방송 및 광고 등에서 이들을 퇴출하길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개인 활동이 활발한 나은이 직격탄을 맞았다. 나은이 참여한 광고와 방송이 줄줄이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나은이 최근 출연한 SBS <맛남의 광장>은 최대한 편집하겠다고 밝혔으며, 나은이 모델인 동서식품, 삼진제약, 제이에스티나, 무학 등 모든 광고도 중단된다. 

또 에이프릴을 중심으로 제작한 게임 ‘퀸즈 아이돌’은 출시도 전에 사라지게 될 위기에 놓였으며, 현주 탈퇴 이후 합류한 채경과 레이첼은 아무런 잘못 없이 피해자가 됐다. 마치 악행에 대한 처벌이 부메랑처럼 돌아간 듯한 모양새다.

부메랑
 
DSP는 2차 해명문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부끄러움이 없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닐까. 또 과거의 과오에 대한 처절한 반성도 필요해 보인다.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대형 기획사의 종말은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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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