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야구단 품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2.01 11:56:07
  • 호수 13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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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유통+스포츠 야구로 만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야구장에 ‘용진이형’이 뜬다. ‘용진이형’은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을 친근하게 부른 표현이다. 최근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는 프로야구 명문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했다. 이로서 정 부회장은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야구팬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SK와이번스 인수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가 SK텔레콤의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 금액은 훈련장 등 자산을 포함해 총 1352억원이다. 신세계는 코치진을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를 100% 고용 승계한다는 방침이며 연고지도 인천으로 유지한다.

‘용진이형’
1352억원 인수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춰 광적인 집중을 해달라”며 “자신이 속한 사업만 바라보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자”며 사업의 방향성을 넓혔다.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사업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 프로야구 팬과 그룹 고객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고객 경험의 확장’을 꾀할 수 있고, 야구팬들이 모바일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즐기는 야구’를 표방해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야구장을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바꿔 야구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팬과 지역사회,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립해 돔을 비롯한 다목적 시설의 건립 추진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좋은 선수를 발굴·육성하고 선수진의 기량 증가를 돕기 위해 훈련 시설 확충 등 시설 개선에도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만간 구단 이름과 캐릭터를 확정하고 오는 3월 중 정식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야구단 이름으로 새로운 팀 이름 앞에 ‘SSG’를 붙이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나 신세계가 국내에 익히 알려진 터라 야구단 이름에 붙이면 마케팅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SSG는 신세계그룹 온라인 쇼핑 통합 브랜드다. 2014년 브랜드 출범 당시 SSG를 발음 그대로 한글로 옮긴 ‘쓱’을 활용한 TV 광고 등이 화제가 되면서 함께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세계나 이마트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는 이미 높아서 그룹 전체의 온라인 쇼핑 브랜드인 SSG 등을 구단명 앞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야구단 관계자는 “와이번스라는 이름은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그동안 야구단 매각 때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 SK와이번스 인수에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동호회에서 투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는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해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

돔구장·다목적 시설 건립 추진
새로운 경험 제공…즐기는 경기

두터운 야구팬층을 ‘신세계 팬’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는 충성고객이 많은 경쟁사 쿠팡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프로야구단 인수에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크게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야구장은 정 부회장이 유통업의 경쟁상대로 수차례 거론한 곳이다. 그는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향후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신세계그룹과 프로스포츠와의 인연이 좋지 않기 때문에 프로야구 진출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존재한다. 신세계는 여자프로농구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해 1999~2002년 우승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선민의 이적과 주전의 노쇠화 및 구단의 투자 부진 속에 팀 성적은 내리막을 걸었다. 그 뒤로 2012년 4월 팀 해체를 선언했다. 15년간 이끌던 팀을 단번에 없애버린 것이다.

프로 스포츠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비시즌 중에 갑자기 다음 시즌부터 팀을 해체하겠다고 팩스 한 통으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통보했다”며 “사전에 어떤 언질도 없이 팩스 한 통으로 팀 해체를 전하는 모습이 스포츠계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팀을 운영할 때 선수 영입 등에 있어서 굉장히 인색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성적이 나빠지고 모기업에선 굳이 스포츠단을 운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손들고 나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이마트 라이브 ⓒ유튜브

이 때문에 스포츠계에서는 여자농구단을 무책임하게 해체했던 신세계가 프로야구단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스포츠를 무시했던 기업이 야구단을 맡겠다고 하니, 스포츠업계에서는 또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과거 농구단 신세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스포츠업계에 발을 들일 때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1968년 9월19일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정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학창시절 정 부회장을 기억하는 동창들은 이구동성으로 ‘팔방미인’이었다고 말한다. 정 부회장은 활달한 성격인 만큼 친구들을 좋아해 모임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특히 사회에서 만난 인사들보다 초·중·고 동창들과 가깝게 지낸다고 한다. 

경쟁상대로
거론하더니?

호남형의 정 부회장을 시원시원한 성격에 대단한 ‘학구파’였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정 부회장과 같은 반이었다는 한 지인은 “용진이는 학창시절에 공부도 잘했다. 고3 때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다. 남자답고 활달한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1995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신세계 전략기획실에 입사한 후 15년 만에 그룹의 얼굴로 전면 등장한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한 2006년 이후 구학서 부회장의 뒤에서 묵묵히 현장을 돌며 3년여 동안 굵직한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는 등 경영 수업을 받았다.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현장을 중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새로 여는 이마트 개점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백화점 점포도 수시로 들르는 등 현장 경영을 강조한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해외의 선진 유통 현장도 자주 시찰하는 등 풍부한 경험으로 쌓아 다진 전문적인 식견엔 담당 직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달리 ‘꼼꼼함’도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 중 하나로 꼽힌다. 유통업의 특성상 모든 게 잘 돼있어도 사소한 한두 가지 제품이나 서비스가 잘못되면 매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상실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MD(상품기획), 집기 개발, 상품 포장 등 매장 운영에서부터 상품정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지적해 담당자들의 진땀을 빼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원들과 거리를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과거 직원들과 소주에 삼겹살 회식은 물론 이마트 개점 때는 고사에도 참석, 직원들이 건네는 막걸리를 몇 잔이고 받아 마셨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도 꼭 두 손으로 술을 따르며 몸을 낮춘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지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 부회장의 친화적인 성격은 소비자와의 활발한 소통으로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52만9000여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마트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부회장’이라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플루언서로서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 효과를 봤으며 이 같은 정 부회장의 SNS 마케팅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마트 PB브랜드를 소개하면 해당 제품의 매출이 곧바로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지난 1일 ‘이마트LIVE’는 ‘배추밭 비하인드와 시장에서 장 본 이야기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앞서 정 부회장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딴 ‘YJ로그’ 공개를 알린 바 있다.

꼼꼼하고
친밀하게

이날 공개된 영상은 지난해 12월17일 이마트LIVE가 공개한 ‘정용진 부회장이 배추밭에 간 까닭은?’의 촬영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영상은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홍보하는 영상으로, 전남 해남의 한 배추밭에서 배추를 직접 수확하고, 배추를 활용한 요리 역시 직접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정 부회장이 출연한 이마트 홍보 영상은 그가 직접 연기와 내레이션을 한 것이 알려지며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는 125만회(지난달 11일 기준)를 넘기며 이마트 홍보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이날 첫선을 보인 YJ로그는 정 부회장의 공식 유튜버 데뷔인 만큼 ‘마트맨 Y’라는 호칭으로 소개됐다.

영상은 정 부회장의 이마트 홍보영상 촬영 뒷이야기를 주로 담았는데,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직접 배추를 나르고 요리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겼다.

또 배추로 2행시를 짓거나 오일장에서 직접 장을 보는 등 일상 속 모습도 공개됐다. 해남읍 오일장에서 장을 보는 정 부회장에게 상인이 “뭐하시는 분이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 “장사해요”라고 답하며 촬영 스태프들을 웃게 만들었다. 끝내 정 부회장의 정체를 알지 못한 상인이 “셰프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 “네”라고 답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공개된 5분 분량의 YJ로그는 배추밭 광고 촬영의 뒷이야기만 담고 끝났지만, 앞으로 정 부회장의 일상 속 모습을 소개하는 영상이 추가로 업로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예고 영상에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요리하는 모습과 한복을 차려입고 직접 슬레이트를 치는 모습이 담겼지만, 이날 영상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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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취미는 각종 스포츠와 음악이다. 정 부회장은 사석에서 “나는 경영인이 안 됐다면 음악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고 한다. 학창시절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조언에 따라 ‘체르니 40번’까지 피아노를 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식을 좋아해 클래식 음악 파일만 수천개 들어 있는 MP3와 아이팟을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듣고, 국내서 열리는 유명 음악 공연도 빠짐없이 본다고 한다. 

또 자녀들과 함께 첼로를 배우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주량은 소주 2병 정도로 와인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한때 신세계 직원들 사이에 ‘와인 공부를 열심히 하면 비서실로 특채될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인스타그램·유튜브서 활발한 활동
배추 직접 수확하고 요리까지 콜∼

정 부회장이 즐기는 스포츠 가운데 오토바이 레이싱은 수준급이다. 정 부회장은 할리 데이비슨, BMW 등 60여대의 명품 바이크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오토바이 레이싱을 즐기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때 모터사이클 동호회 회장직을 맡아 서울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1000㎞를 달린 적도 있다.

최근에 그룹 전반을 책임지고부터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오토바이는 거의 타지 않는다. 오토바이 외에 요트도 즐기는 편이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만능스포츠맨이지만 호화스포츠만 즐긴다는 지적도 있다.

운동 마니아기도 한 정 부회장은 소문난 ‘몸짱’이다.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매일 거르지 않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있다. 지금도 하루 2~3시간씩 꼭 짬을 내서 몸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력이 밑받침돼야만 좋은 사고도 나온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 실력은 핸디 18,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다. 예전에는 80~85타를 쳤지만 경영에 매진하면서 골프를 거의 못 치고 있다고 한다. 힘이 좋아 250~300야드를 치는 장타자로 소문이 나 있다.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후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꽃이 피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장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고객을 향한 불요불굴(不撓不屈) ▲구성원 간의 원활한 협업과 소통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 등 세 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정 부회장은 ‘결코 흔들리지도 굽히지도 않고 목표를 향해 굳건하게 나아간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불요불굴’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불요불굴의 유일한 대상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장 방문을 꺼리는 고객들을 위해 SSG닷컴의 라이브방송 채널 ‘쓱라이브’와 손을 잡고 화장품 쇼케이스를 기획했던 시도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정 부회장은 고객에게 광적인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One Team, One Company’가 돼야 한다며 온·오프라인 시너지 등 관계사 간, 부서 간의 협업과 소통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음악 좋아하는
만능 스포츠맨

그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리테일 시장의 온라인 전이가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졌다며, 새로운 IT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인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라는 소설가 빅토리아 홀트의 명언을 인용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세계그룹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한 해로 만들어달라”고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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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