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올해는 서울에 봄이 올까요”

[일요시사 정치부] 김정수 기자 = 남북,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주도했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남북 관계 경색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국면에 맞춰져 단행된 인사인 만큼, 서울의 봄을 재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 왼쪽)과 신임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전격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목이 집중된 곳은 외교부였다. 지난 2018년 서울의 봄이 무색할 정도로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외교 라인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개각 단행
외교 박차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됐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자를 외교·안보 최고 전문가로 소개했다.

정 수석은 “정 후보자는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과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후보자를 “외교·안보 현안들에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다”고 평가하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동맹 강화, 주요국과의 원만한 관계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신남방·신북방정책’은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두는 사안이라며 이를 정 후보자가 확고히 정착·발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후보자 내정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정 후보자는 외교관료 출신이다. 1946년 4월14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5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 영어 토론대회에서 선발된 정 후보자는 한 미국 신문사가 주최한 세계 청소년 토론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외교관의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서울의 봄부터 북미정상회담 주도 
외교관-국회의원-국가안보실장 거쳐

정 후보자는 1974년 주캐나다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사회에 첫 발을 뗐다. 이후 외무부장관 비서관, 외무부 통상정책과장을 지나 주태국대사관 참사관,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등을 지냈다.

그는 1993년 외무부 통상국장을 시작으로 주미 대사관 경제통상담당 공사, 주이스라엘 대사 등을 역임했다. 1998년에서 2001년까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을 수행했던 정 후보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2004년에는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0번으로 당선되면서 정치 경력도 쌓았다. 정계 입문에는 정동영 의원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후보자가 지난 1990년 외교부 공보관으로 재직할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였던 정 의원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지난 2007년 정동영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여수세계박람회유치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간사장, 한미일 3국의원협의회 간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정 후보자는 의원 시절 국회 내 외교통으로 통했다. 특히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포럼을 꾸려 한미 FTA 체결을 지원했다. 다만 17대 국회 마지막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전원이 불참해 한미 FTA 비준안 상임위 통과가 무산됐다.

외교관 출신
정치 경력도

정 후보자는 2008년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의원연맹 회장으로 선출됐고, 2009~2013년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2011~2016년 한화투자증권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단장으로 활동했다. 국민아그레망은 정 후보자 등 전직 외교관 24명으로 구성돼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 기조의 밑그림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주변 4강에 특사를 파견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는데, 국민아그레망을 이끈 정 후보자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대선 전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비롯해 주한 중국 대사, 주한 일본 대사, 주한 러시아 대사 등과 접촉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외교안보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외교 공백을 메꿨다.

정 후보자는 20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게 됐다. 민간 출신 첫 안보실장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정 후보자는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기여한 공로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 후보자가 대북 특사를 맡아 북한, 미국 등을 오가며 대화의 물꼬를 튼 덕분이다.

정 후보자는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지난 2018년 3월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은 추가 도발 중지와 북미 대화 여건 조성에 합의했다.

남북·북미 
회담 주도

정 후보자는 그해 9월 미국으로 넘어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관계 정상화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향을 밝혔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4월27일)과 한미정상회담(5월22일), 2차 남북 정상회담(5월26일), 북미정상회담(6월12일) 등이 개최됐다. 동시에 이뤄진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정 후보자의 기여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주도하는 실무자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자질 면에서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북미 관계의 개선을 위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긴밀히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로도 꼽힌다.

정 후보자 내정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지명됐다. 최근 블링컨 지명자는 기존 대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그의 외교정책 라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해 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셈이다.

정 후보자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외교라인 재정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다시 움직일까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19일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을 높이는 데 어떤 선택지가 효과적일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지난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우리 외교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직후보자 지명을 겸허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우선은 국회 청문회 일정이 있기 때문에 그 일정이 무난히 끝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을 ‘적시적재’라고 표현했다.

무거운 어깨
산적한 숙제

정 전 장관은 이날 “정 후보자는 지난 2018년 서울의 봄 당시 남북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준비를 세 번 다 했다.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언급했다. 정 후보자는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체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뒷말 많은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으로 각각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황희 의원과 민주당 권칠승 의원을 내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자질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양천갑 재선 의원이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언론 담당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민주당 홍보위원장, 원내부대표 등을 지냈다.

청와대는 황 후보자를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며 소통 역량을 발휘해왔다”고 소개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도의원으로 시작한 경기 화성병 재선 의원이다. 권 후보자 역시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청와대는 권 후보자를 “중소기업 관련 현안에 이해가 깊고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등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튿날 야권에서는 이들을 두고 ‘부엉이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가 친문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 출신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쇄신 개각 하랬더니 보신 개각을 했다”며 “지혜의 상징인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 뜬다는데, 어디서 나타난 ‘짬짜미 부엉이들’이 정권 말기에 떴다”고 말했다.

지금은 해체된 당내 친문계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까닭은 이들의 전문성에 비해 친문 인사라는 요소가 더 우위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는 해당 부처와 관련된 뚜렷한 정치 이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친문 핵심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노·친문 정치인이다. 그는 1997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3년부터 4년간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황 후보자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총무본부 부본부장을 맡았으며 부엉이 모임에서는 간사였다. 부엉이 모임 해체 이후, 지난해 11월 민주정부 4기 어젠다 준비가 필요하다며 당내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을 주도적으로 조성했다. 현재 민주주의 4.0은 민주당 최대 친문 모임으로 여겨진다.

황 후보자는 자질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가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황 후보자는 문화·체육·관광 분야보다 부동산에 전문성을 보인다.

황 후보자는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도시계획 전문가다.  

그는 민주당 부동산 안정 및 서민주거복지TF 위원,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 위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대부분 부동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문체부와 관련된 경력으로는 지난 2011년 국기원 홍보마케팅위원회 위원장 활동이 전부다.

권 후보자 역시 중소·벤처기업 관련 분야에 뚜렷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고 있지 않다. 관련 분야 전문가로 보기 어렵지만 황 후보자와 비교했을 때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청와대·지방의회·국회를 두루 거친 정무 능력과 업무 돌파력을 높이 평가받는다.

권 후보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그 뒤 동부화재에서 일하며 노동조합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정계에 발을 들인 시기는 황 후보자와 비슷하다. 그는 199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기획단에 합류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이었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민정비서관이었다.

권 후보자는 황 후보자와 달리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권 후보자 역시 부엉이 모임을 거쳐 민주주의 4.0에도 참여하고 있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현역 국회의원 장관은 최대 6명으로 늘어난다. 현역 의원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각 지난해 7월과 12월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현역 의원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직 의원이다.

여당 의원들이 내각을 채우면서 문재인정부 후반기 당정 연결고리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번 정권 후반기마다 반복된 정책 원동력 약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의원 내각제’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도 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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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