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올해는 서울에 봄이 올까요”

[일요시사 정치부] 김정수 기자 = 남북,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주도했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남북 관계 경색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국면에 맞춰져 단행된 인사인 만큼, 서울의 봄을 재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 왼쪽)과 신임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전격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목이 집중된 곳은 외교부였다. 지난 2018년 서울의 봄이 무색할 정도로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외교 라인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개각 단행
외교 박차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됐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자를 외교·안보 최고 전문가로 소개했다.

정 수석은 “정 후보자는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과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후보자를 “외교·안보 현안들에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다”고 평가하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동맹 강화, 주요국과의 원만한 관계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신남방·신북방정책’은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두는 사안이라며 이를 정 후보자가 확고히 정착·발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후보자 내정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정 후보자는 외교관료 출신이다. 1946년 4월14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5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 영어 토론대회에서 선발된 정 후보자는 한 미국 신문사가 주최한 세계 청소년 토론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외교관의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서울의 봄부터 북미정상회담 주도 
외교관-국회의원-국가안보실장 거쳐

정 후보자는 1974년 주캐나다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사회에 첫 발을 뗐다. 이후 외무부장관 비서관, 외무부 통상정책과장을 지나 주태국대사관 참사관,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등을 지냈다.

그는 1993년 외무부 통상국장을 시작으로 주미 대사관 경제통상담당 공사, 주이스라엘 대사 등을 역임했다. 1998년에서 2001년까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을 수행했던 정 후보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2004년에는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0번으로 당선되면서 정치 경력도 쌓았다. 정계 입문에는 정동영 의원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후보자가 지난 1990년 외교부 공보관으로 재직할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였던 정 의원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지난 2007년 정동영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여수세계박람회유치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간사장, 한미일 3국의원협의회 간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정 후보자는 의원 시절 국회 내 외교통으로 통했다. 특히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포럼을 꾸려 한미 FTA 체결을 지원했다. 다만 17대 국회 마지막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전원이 불참해 한미 FTA 비준안 상임위 통과가 무산됐다.

외교관 출신
정치 경력도

정 후보자는 2008년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의원연맹 회장으로 선출됐고, 2009~2013년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2011~2016년 한화투자증권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단장으로 활동했다. 국민아그레망은 정 후보자 등 전직 외교관 24명으로 구성돼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 기조의 밑그림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주변 4강에 특사를 파견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는데, 국민아그레망을 이끈 정 후보자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대선 전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비롯해 주한 중국 대사, 주한 일본 대사, 주한 러시아 대사 등과 접촉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외교안보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외교 공백을 메꿨다.

정 후보자는 20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게 됐다. 민간 출신 첫 안보실장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정 후보자는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기여한 공로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 후보자가 대북 특사를 맡아 북한, 미국 등을 오가며 대화의 물꼬를 튼 덕분이다.

정 후보자는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지난 2018년 3월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은 추가 도발 중지와 북미 대화 여건 조성에 합의했다.

남북·북미 
회담 주도

정 후보자는 그해 9월 미국으로 넘어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관계 정상화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향을 밝혔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4월27일)과 한미정상회담(5월22일), 2차 남북 정상회담(5월26일), 북미정상회담(6월12일) 등이 개최됐다. 동시에 이뤄진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정 후보자의 기여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주도하는 실무자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자질 면에서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북미 관계의 개선을 위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긴밀히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로도 꼽힌다.

정 후보자 내정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지명됐다. 최근 블링컨 지명자는 기존 대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그의 외교정책 라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해 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셈이다.

정 후보자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외교라인 재정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다시 움직일까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19일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을 높이는 데 어떤 선택지가 효과적일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지난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우리 외교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직후보자 지명을 겸허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우선은 국회 청문회 일정이 있기 때문에 그 일정이 무난히 끝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을 ‘적시적재’라고 표현했다.

무거운 어깨
산적한 숙제

정 전 장관은 이날 “정 후보자는 지난 2018년 서울의 봄 당시 남북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준비를 세 번 다 했다.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언급했다. 정 후보자는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체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뒷말 많은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으로 각각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황희 의원과 민주당 권칠승 의원을 내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자질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양천갑 재선 의원이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언론 담당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민주당 홍보위원장, 원내부대표 등을 지냈다.

청와대는 황 후보자를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며 소통 역량을 발휘해왔다”고 소개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도의원으로 시작한 경기 화성병 재선 의원이다. 권 후보자 역시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청와대는 권 후보자를 “중소기업 관련 현안에 이해가 깊고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등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튿날 야권에서는 이들을 두고 ‘부엉이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가 친문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 출신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쇄신 개각 하랬더니 보신 개각을 했다”며 “지혜의 상징인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 뜬다는데, 어디서 나타난 ‘짬짜미 부엉이들’이 정권 말기에 떴다”고 말했다.

지금은 해체된 당내 친문계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까닭은 이들의 전문성에 비해 친문 인사라는 요소가 더 우위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는 해당 부처와 관련된 뚜렷한 정치 이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친문 핵심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노·친문 정치인이다. 그는 1997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3년부터 4년간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황 후보자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총무본부 부본부장을 맡았으며 부엉이 모임에서는 간사였다. 부엉이 모임 해체 이후, 지난해 11월 민주정부 4기 어젠다 준비가 필요하다며 당내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을 주도적으로 조성했다. 현재 민주주의 4.0은 민주당 최대 친문 모임으로 여겨진다.

황 후보자는 자질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가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황 후보자는 문화·체육·관광 분야보다 부동산에 전문성을 보인다.

황 후보자는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도시계획 전문가다.  

그는 민주당 부동산 안정 및 서민주거복지TF 위원,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 위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대부분 부동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문체부와 관련된 경력으로는 지난 2011년 국기원 홍보마케팅위원회 위원장 활동이 전부다.

권 후보자 역시 중소·벤처기업 관련 분야에 뚜렷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고 있지 않다. 관련 분야 전문가로 보기 어렵지만 황 후보자와 비교했을 때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청와대·지방의회·국회를 두루 거친 정무 능력과 업무 돌파력을 높이 평가받는다.

권 후보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그 뒤 동부화재에서 일하며 노동조합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정계에 발을 들인 시기는 황 후보자와 비슷하다. 그는 199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기획단에 합류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이었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민정비서관이었다.

권 후보자는 황 후보자와 달리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권 후보자 역시 부엉이 모임을 거쳐 민주주의 4.0에도 참여하고 있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현역 국회의원 장관은 최대 6명으로 늘어난다. 현역 의원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각 지난해 7월과 12월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현역 의원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직 의원이다.

여당 의원들이 내각을 채우면서 문재인정부 후반기 당정 연결고리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번 정권 후반기마다 반복된 정책 원동력 약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의원 내각제’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도 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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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