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올해는 서울에 봄이 올까요”

[일요시사 정치부] 김정수 기자 = 남북,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주도했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남북 관계 경색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국면에 맞춰져 단행된 인사인 만큼, 서울의 봄을 재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 왼쪽)과 신임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전격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목이 집중된 곳은 외교부였다. 지난 2018년 서울의 봄이 무색할 정도로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외교 라인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개각 단행
외교 박차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됐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자를 외교·안보 최고 전문가로 소개했다.

정 수석은 “정 후보자는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과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후보자를 “외교·안보 현안들에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다”고 평가하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동맹 강화, 주요국과의 원만한 관계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신남방·신북방정책’은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두는 사안이라며 이를 정 후보자가 확고히 정착·발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후보자 내정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정 후보자는 외교관료 출신이다. 1946년 4월14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5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 영어 토론대회에서 선발된 정 후보자는 한 미국 신문사가 주최한 세계 청소년 토론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외교관의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서울의 봄부터 북미정상회담 주도 
외교관-국회의원-국가안보실장 거쳐

정 후보자는 1974년 주캐나다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사회에 첫 발을 뗐다. 이후 외무부장관 비서관, 외무부 통상정책과장을 지나 주태국대사관 참사관,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등을 지냈다.

그는 1993년 외무부 통상국장을 시작으로 주미 대사관 경제통상담당 공사, 주이스라엘 대사 등을 역임했다. 1998년에서 2001년까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을 수행했던 정 후보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2004년에는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0번으로 당선되면서 정치 경력도 쌓았다. 정계 입문에는 정동영 의원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후보자가 지난 1990년 외교부 공보관으로 재직할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였던 정 의원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지난 2007년 정동영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여수세계박람회유치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간사장, 한미일 3국의원협의회 간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정 후보자는 의원 시절 국회 내 외교통으로 통했다. 특히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포럼을 꾸려 한미 FTA 체결을 지원했다. 다만 17대 국회 마지막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전원이 불참해 한미 FTA 비준안 상임위 통과가 무산됐다.

외교관 출신
정치 경력도

정 후보자는 2008년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의원연맹 회장으로 선출됐고, 2009~2013년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2011~2016년 한화투자증권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단장으로 활동했다. 국민아그레망은 정 후보자 등 전직 외교관 24명으로 구성돼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 기조의 밑그림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주변 4강에 특사를 파견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는데, 국민아그레망을 이끈 정 후보자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대선 전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비롯해 주한 중국 대사, 주한 일본 대사, 주한 러시아 대사 등과 접촉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외교안보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외교 공백을 메꿨다.

정 후보자는 20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게 됐다. 민간 출신 첫 안보실장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정 후보자는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기여한 공로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 후보자가 대북 특사를 맡아 북한, 미국 등을 오가며 대화의 물꼬를 튼 덕분이다.

정 후보자는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지난 2018년 3월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은 추가 도발 중지와 북미 대화 여건 조성에 합의했다.

남북·북미 
회담 주도

정 후보자는 그해 9월 미국으로 넘어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관계 정상화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향을 밝혔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4월27일)과 한미정상회담(5월22일), 2차 남북 정상회담(5월26일), 북미정상회담(6월12일) 등이 개최됐다. 동시에 이뤄진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정 후보자의 기여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주도하는 실무자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자질 면에서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북미 관계의 개선을 위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긴밀히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로도 꼽힌다.

정 후보자 내정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지명됐다. 최근 블링컨 지명자는 기존 대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그의 외교정책 라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해 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셈이다.

정 후보자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외교라인 재정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다시 움직일까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19일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을 높이는 데 어떤 선택지가 효과적일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지난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우리 외교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직후보자 지명을 겸허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우선은 국회 청문회 일정이 있기 때문에 그 일정이 무난히 끝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을 ‘적시적재’라고 표현했다.

무거운 어깨
산적한 숙제

정 전 장관은 이날 “정 후보자는 지난 2018년 서울의 봄 당시 남북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준비를 세 번 다 했다.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언급했다. 정 후보자는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체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뒷말 많은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으로 각각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황희 의원과 민주당 권칠승 의원을 내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자질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양천갑 재선 의원이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언론 담당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민주당 홍보위원장, 원내부대표 등을 지냈다.

청와대는 황 후보자를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며 소통 역량을 발휘해왔다”고 소개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도의원으로 시작한 경기 화성병 재선 의원이다. 권 후보자 역시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청와대는 권 후보자를 “중소기업 관련 현안에 이해가 깊고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등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튿날 야권에서는 이들을 두고 ‘부엉이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가 친문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 출신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쇄신 개각 하랬더니 보신 개각을 했다”며 “지혜의 상징인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 뜬다는데, 어디서 나타난 ‘짬짜미 부엉이들’이 정권 말기에 떴다”고 말했다.

지금은 해체된 당내 친문계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까닭은 이들의 전문성에 비해 친문 인사라는 요소가 더 우위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는 해당 부처와 관련된 뚜렷한 정치 이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친문 핵심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노·친문 정치인이다. 그는 1997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3년부터 4년간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황 후보자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총무본부 부본부장을 맡았으며 부엉이 모임에서는 간사였다. 부엉이 모임 해체 이후, 지난해 11월 민주정부 4기 어젠다 준비가 필요하다며 당내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을 주도적으로 조성했다. 현재 민주주의 4.0은 민주당 최대 친문 모임으로 여겨진다.

황 후보자는 자질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가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황 후보자는 문화·체육·관광 분야보다 부동산에 전문성을 보인다.

황 후보자는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도시계획 전문가다.  

그는 민주당 부동산 안정 및 서민주거복지TF 위원,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 위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대부분 부동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문체부와 관련된 경력으로는 지난 2011년 국기원 홍보마케팅위원회 위원장 활동이 전부다.

권 후보자 역시 중소·벤처기업 관련 분야에 뚜렷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고 있지 않다. 관련 분야 전문가로 보기 어렵지만 황 후보자와 비교했을 때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청와대·지방의회·국회를 두루 거친 정무 능력과 업무 돌파력을 높이 평가받는다.

권 후보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그 뒤 동부화재에서 일하며 노동조합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정계에 발을 들인 시기는 황 후보자와 비슷하다. 그는 199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기획단에 합류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이었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민정비서관이었다.

권 후보자는 황 후보자와 달리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권 후보자 역시 부엉이 모임을 거쳐 민주주의 4.0에도 참여하고 있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현역 국회의원 장관은 최대 6명으로 늘어난다. 현역 의원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각 지난해 7월과 12월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현역 의원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직 의원이다.

여당 의원들이 내각을 채우면서 문재인정부 후반기 당정 연결고리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번 정권 후반기마다 반복된 정책 원동력 약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의원 내각제’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도 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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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