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7년 만에 빅리거 김하성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1.01.04 09:56:42
  • 호수 13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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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서 월드시리즈 정조준!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평화왕자’ 김하성이 꿈을 이뤘다. KBO리그 최고 유격수를 꼽는 각종 토론에서 이견 없는 최고 유격수로 뽑혀 평화왕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김하성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행선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이다. 올해 야구팬의 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 7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김하성

야구팬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MLB닷컴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각)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입단에 합의했다. 아직 구단은 계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피지컬 테스트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 규모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MLB닷컴 외에도 수많은 외신들이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입단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국내 최고
유격수 출격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 기자는 현지 취재진 중 가장 먼저 자신의 트위터에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입단에 합의했다”고 썼고,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역시 트위터를 통해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최소 4년 이상의 계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2020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30홈런을 치며 유격수와 3루수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포스팅 시스템(자유계약 자격이 없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소속 구단의 동의를 얻는 제도)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5번째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첫 번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 류현진 투수. 한화 이글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류현진은 지난 2012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다저스가 지불한 포스팅 비용 2573만7373달러33센트(한화 약 280억원)를 합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는 국내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류현진 이후 야수인 강정호와 박병호가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투수인 김광현 역시 지난 2019년 12월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며 연착륙했다.

김하성이 선배들의 뒤를 이어 역대 5번째로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이다. 지난 2014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는 2차 3라운드 29순위로 김하성을 지명했다.

역대 5번째 포스팅 통해 MLB 직행
꾸준한 성장, 강정호 넘을 만하다!

입단 첫해 김하성은 백업 내야수와 대주자 요원이었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는 강정호라는 거대한 산이 위치하고 있었다. 강정호는 2014년 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6(4위), 40홈런(2위), 117타점(3위)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다. 장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는 전체 1위였다.

반면 김하성은 단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8,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부진한 데뷔 시즌에도 구단은 김하성을 차기 주전 유격수로 점찍었다. 강정호는 2014년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했기 때문이다. 당시 히어로즈를 이끌던 염경엽 감독과 홍원기 코치는 김하성을 지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강정호는 결국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김하성에게 기회가 열린 것이다. 2015시즌부터 김하성은 팀의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김하성은 그해 140경기에서 타율 0.290, 19홈런, 73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아쉽게 신인왕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구단의 기대에는 충분히 부응했다.

이후 김하성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통해 힘을 키웠다. 이를 통해 2016년 시즌에 20홈런, 28도루를 수확,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2017년에는 타율 0.302, 23홈런, 114타점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넘어섰다. 
 

2018년에는 타율 0.288, 20홈런, 84타점의 성적으로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9년에도 타율 0.307, 19홈런, 104타점을 올리며 다시 한 번 골든글러브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하성은 강정호를 이어 30홈런 이상 치는 유격수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이는 2020년 시즌에 현실이 됐다. 그해 김하성은 타율 0.306, 30홈런, 109타점이라는 개인 최고 시즌을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에디슨 러셀이 시즌 중 합류함으로써 김하성은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부진한 데뷔
강정호 가고…

김하성이 7시즌 동안 기록한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이다. 이는 강정호가 9시즌 동안 기록한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강정호의 뒤를 이어 진출에 성공한 김하성에 대해서도 메이저리그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케 하는 이유다.

김하성은 국제대회에서도 활약했다. 2017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그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시작으로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금메달 획득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가장 최근 국제대회인 2019 WBSC 프리미어12에서도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김하성은 포스팅 시스템 참가 자격인 데뷔 시즌 1군 등록일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포스팅 시스템을 거칠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제대회 출전으로 1군 등록일수 혜택을 받은 덕분이다. 결국 김하성은 지난 11월 말, 소속팀 키움을 통해 메이저리그 포스팅 공시를 요청하며 꿈을 향해 나아갔다. 

복수의 구단이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등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구단들이 달려들었다. 결국 김하성은 내셔널리그(아메리칸리그와 함께 메이저리그의 양대 리그 중 하나) 서부 지구에 속해 있는 샌디에이고의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꿈을 펼칠 전망이다.

김하성은 피 튀기는 경쟁을 앞두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으로 꼽는 내야진을 갖춘 팀이다. 3루수 매니 마차도는 올스타로 네 차례나 뽑힌 슈퍼스타다. LA 다저스 소속이던 마차도는 지난 2019년 샌디에이고와 계약 기간 10년, 총액 3억달러(약 3385억원)에 계약했다. 이는 김하성의 계약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메이저리그는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연봉이 높은 선수를 우선 기용한다.

스타군단
일원으로

1루는 에릭 호스머가 차지하고 있다. 9시즌 통산 타율 0.278, 176홈런, 770타점을 거둔 팀의 주포다. 파워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4번의 골드글러브(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수에게 주는 상)를 받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한다. 이런 성적을 앞세워 호스머는 샌디에이고와 지난 2018년에 계약 기간 8년, 총액 1억4400만달러(약 1700억원)에 계약했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는 빅리그 2년 차에 ‘최정상급 내야수’로 성장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자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유망주로 평가받던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임에도 59경기 타율 0.277, 17홈런, 45타점이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는 타티스 주니어가 될 예정이다.

결국 김하성은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2루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크로넨워스는 지난 시즌 54경기 타율 0.285, 4홈런, 20타점을 기록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8경기(39이닝)에 출전해 3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 탈삼진 24개를 따냈음에도 신인왕 투표 최종 순위에 오르지 못한 김광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크로넨워스가 버티고 있지만, 김하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존재한다. 바로 크로넨워스의 부진한 좌투수 상대 성적이다. 우투좌타인 크로넨워스는 지난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은 0.218에 불과하다. 만약 제한된 기회 속에서 김하성이 좌투수 상대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출전기회는 시즌이 지날수록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지션을 변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야수로의 전향이다. 이는 김하성과 크로넨워스 두 선수 모두에게 해당된다. 디애슬레틱 데니스 린 기자는 “샌디에이고는 크로넨워스뿐 아니라 김하성에게까지 외야수로의 포지션 변경을 고려할 것이다. 크로넨워스는 내야수가 아닌 포지션은 거의 경험해 보지 못했다. 김하성 역시 공식적으로 외야수로 뛴 적이 없다. 지명타자 도입이 가장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팀내 주전 경쟁 불가피
‘타도 다저스’ 선봉장?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의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시즌을 치렀다. 시즌 초반에는 내셔널리그 감독 및 선수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후 오히려 지명타자 제도를 내셔널리그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인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투수도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는 오랜 규칙에 집착했었지만, 지금은 지명타자 제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버드 블랙 감독 역시 “내셔널리그의 지명타자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 (과거에 비해) 구속이 빨라지고 변화구가 날카로워졌다. 타석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다음 시즌에서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할지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만약 지명타자 제도가 내셔널리그에 도입된다면 김하성의 출전 시간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샌디에이고는 ‘타도 다저스’를 천명했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반면 샌디에이고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김광현이 속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눌렀지만,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샌디에이고를 꺾은 상대가 바로 다저스였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같은 지구인 다저스를 누르지 않고서는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영입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하성을 영입하기 전 탬파베이 레이스의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스넬은 201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각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 수상자다. 이어서 샌디에이고는 시카고 컵스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와의 트레이드에도 합의했다.

서부 지구
박 터진다

다르빗슈는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를 차지한 에이스다. 

샌디에이고는 여기서 그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신시네티 레즈의 트래버 바우어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현지에서 ‘매드맨’으로 불리고 있다.

만약 샌디에이고가 바우어까지 손에 넣는다면 바우어-다르빗슈-스넬-다넬슨 라멧으로 이어지는 사이영상 투수진이 꾸려진다. 이미 호스머-김하성-크로넨워스-타티스 주니어-마차도로 이어지는 막강 화력의 타선을 구축한 상태다. 당장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만한 로스터 구성이다.

MLB닷컴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각) “즉시 전력감 다수를 영입한 샌디에이고는 새 시즌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며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같은 지구팀인 다저스를 추격했다”고 밝혔다.

과연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기록할 것인가. 야구 예측 시스템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는 “김하성의 2020년 KBO리그 성적을 메이저리그 성적으로 변환하면 타율 0.274, 출루율 0.345, 장타율 0.478, 24홈런, 17도루가 된다”고 내다봤다. 

이는 메이저리그 주전은 물론 올스타를 노려볼만한 성적이다. 김하성은 내년에 만 25세로, 젊은 나이다. 선수로서의 전성기를 시작할 시점이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부상 없이 활약을 꾸준히 펼쳤다. 만약 이러한 기세가 메이저리그에서까지 이어진다면, KBO리그 출신의 타자 중 최초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볼만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 분석가의 김하성 성공요건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미국 현지 매체가 김하성의 성공요건으로 그의 빠른 공 대처 능력을 꼽았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지난해 12월30일 “KBO 리그에는 시속 88~90마일(142~145km)대 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고 드물게 접한 95마일(153km)이 가장 빠른 공이었을 것”이라며 “김하성은 이제 매일 95마일대 강속구를 공략해야 하는데, 적응 기간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짚었다.

타구 속도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시즌 김하성의 가장 빠른 타구 속도는 105마일 정도였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하위권이라는 것.

결국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김하성보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씁쓸하게 KBO 리그로 복귀했다.

다만 이 매체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적응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하성에게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펫코파크가 우타자에게 친화적이라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다만 생소한 경기장 환경으로 김하성이 어느 정도의 수비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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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