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부동산 구원투수’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11:52:14
  • 호수 1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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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필패’ 누가 와도 도긴개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러나고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새 장관으로 내정됐다. 과거 도덕적인 논란에 휩싸였던 변 후보의 김 전 장관 후임 자격 적절성 여부에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정부가 신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했다. 업계에선 주택정책 실무 책임자를 끌어올려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현재 복잡하게 꼬여있는 주택문제 해결을 바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L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사업 비중이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환매조건부 
사회주의적?

지난 7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한 변 후보자는 주택공급과 관련해 “주택 공급 확대는 (현행)정책 취지에 맞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일단 보고를 받고 청문회에서 검증을 받은 다음에 구체적으로 정책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가 주택공급확대 정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여러 방향을 정하고 있어서 그런 취지에 맞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변 후보자는 이날 김현미 국토부 장관보다 규제가 더 강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나중에 한번 보시라”고 말했다. 정책의 일관성을 중시한 소신에 비춰보면 최소한 수요억제책이라는 큰 틀은 유지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정책과 괴리가 있는지 미세하게 살펴볼 것”이라며 기존 정책 노선을 틀 여지는 뒀다.

학자 출신의 변 후보자는 과거 토지 공개념과 재개발·재건축 이익 환수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취임 이후에는 이미 규제 일변도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추가로 ‘좌클릭’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 후보자가 공동 저자로 집필한 서적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맡은 칼럼인 ‘기로에 선 주거 불평등 문제와 개선 과제’에서 고령자의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은 것은 보수 정권이 집값을 올려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변 후보자는 “2014년 기준으로 40세 미만 가구의 자가주택 보유율은 32.8%에 불과하지만 60세 이상 가구의 보유율은 73.9%에 이른다”며 “자가주택 보유율이 높을수록 주택 가격 하락에 저항하는 보수적 성향을 띨 확률이 높다”고 썼다. 

공공 재개발·재건축 가속화 예상
국민의힘 “김현미보다 더할 사람”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고령자일수록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과거의 경제성장 경험과 지역 기반 네트워크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보수정당일수록 각종 개발사업과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 자신들의 주택 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세대 간 주거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청년층이 노인 세대보다 주거문제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촉구하는 의도로 보이지만, 자가 보유자나 고령자에 대한 정치적 편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변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재인정권 4년 가까이 엉망이 된 국정을 고칠 의지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며 “너무 늦었다” “24번의 실패로 이미 부동산 시장은 수습 불가한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규탄했다.

같은 당 이혜훈 전 의원도 SNS를 통해 “변창흠 내정자는 김현미보다 더할 사람”이라며 “김현미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정해주는 대로 따라 했다면, 변창흠은 문정부 부동산 정책의 이론가요 뒷배였으니, 김현미가 종범이라면 변창흠은 주범 격”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에도 변 후보자와 관련해 “개각이 묘하고, 시기와 대상이 묘하다”며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현하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끝까지 따지겠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 변창흠 국토부장관 내정자

또 변 후보자는 과거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이 제기한 의혹으로, 변 후보자가 LH 사장에 취임한 이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등 현 정부 실세들이 소속된 특정 학회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8일 국정감사에서 “변 후보자가 LH사장 취임 이후 1년 반 만에 LH에서 11건, 36억원 규모의 연구용역 수의계약이 체결됐다”며 “전임자가 3년간 8건, 17억원 체결한 것과 비교하면 금액적으로 217%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24번 실패
수습 불가”

그러면서 변 후보자가 일감을 몰아준 몸통으로 ‘사단법인 한국공간환경학회’를 지목했다. 한국공간환경학회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10대 학회장), 조명래 환경부장관(5대 학회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9대 학회장)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을 대거 포함한다. 

변 후보자는 이에 대해 “(한국공간환경학회는)주거복지 및 지역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우연하게 모인 학회”라며 “학회가 어떻게 이권단체가 될 수 있겠는가, 학회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눠줬다’ 또는 ‘부동산 마피아’라고 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해명한 바 있다. 

‘서초구 아파트’ 재산 축소신고 의혹은 변 후보자가 올해 초 자신 소유의 서울 서초구 아파트(전용 129.73㎡)를 6억원도 안 되는 가격에 신고해 제기된 의혹이다. 변 후보자는 2019년 7월 재산신고 당시에는 ‘실거래가’ 항목 아래 5억9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비고란에 ‘공시가격 변동없음’이라며, 동일하게 5억9000만원을 적었다. 

해당 아파트는 한 동짜리 아파트로 최근 거래내역이 없어 정확한 시세 파악은 힘든 상황이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선 현재 10억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야당에서는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가격변동이 없고, 주변 시세와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재산 축소신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최초 매입 후 거래가 없어 불가피하게 국토부 공시가를 기준으로 신고한 것으로, 재산신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의혹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지난 2017년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당시 국감에서는 SH공사가 주요 간부들의 정치적인 성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의 친분 여부에 따라 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에 반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 국감에서 야당은 ‘SH 인사조직 책임자 풀’ 문건을 언급하며 변 후보자(당시 SH사장)를 소위 박 전 시장 라인으로 평가하고, SH를 정치 성향의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 후보자가 당시 1급 임원을 외부에서 9명 영입하는 등 ‘변창흠 사단’ 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당시 변 후보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리스트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분류되는 사람들이 실제 대부분 승진했거나 임원직을 맡고 있으며, 문건 작성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외부 인사도 새롭게 시작한 도시재생 등 사업을 위해 영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직원들과의 불화 의혹도 있다. 실제로 과거 근무했던 조직으로부터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SH의 경우 노조가 변 후보자의 인사 전횡 의혹을 제기하며 대립한 사례가 있다. 당시 SH에서는 내부 인사가 승진하던 기획경영본부장(상임이사) 자리에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했다.

그런데 노조는 변 후보자가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때 벌어진 변 후보자와 노조의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변 후보자가 근무했던 LH 직원들의 혹평도 나온다.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앱을 통해 “(변 후보자는)본인이 사장이면서 진주 본사에 안 내려오려고 온갖 핑계를 대서라도 한 주 내내 서울에서 버텼다”며 “팩트를 기반으로 한 보고서는 불편하다고 태클을 걸고 내용을 숨기라 지시하기 일쑤였다. 직원들이 하는 말을 절대로 안 들음”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또 “회사 다니면서 이만큼 최악인 윗선을 못 봤는데 국토부 장관으로 올라갔다. 정말 신기한 나라”라고 주장했다. 


변 후보자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도시 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도시개발공사 선임연구원과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세종대 교수 등을 지냈고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인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맡아 주거복지와 도시 빈곤 분야의 정책 대안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2기 시절인 2014년부터 3년 임기의 SH 사장을 역임하며 행정가로서 경험을 쌓았다. 당시 서울연구원 원장이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하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의 초석을 닦았다.

김 전 실장과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연구원의 전신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SH·LH 사장 거친 ‘주택전문가’
방배 아파트 재산 축소신고 의혹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과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국토 균형 발전과 도시재생 정책에도 관여했다. 지난해 4월에는 LH 사장으로 취임해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현장에서 시행했다.

변 후보자는 지난 3월 재산공개 당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129.73㎡ 아파트를 1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아파트는 동이 하나인 ‘나홀로 아파트’로, 올해 3월 기준 공시가격은 5억9000만원이다. 이 아파트를 2006년 매입한 뒤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후보가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공공자가 주택’이 본격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분양가를 낮추면서 개발 이익 사유화를 방지해 ‘로또 청약’ 논란도 잠재울 방안으로 그가 제시해온 개념이다.

공공자가 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한 뒤 일정 기간 토지 임대료를 저렴하게 받는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 후 일정 기간 내 집을 팔 때 반드시 LH 등 공공기관에 되팔아야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 두 가지를 묶어서 이른다. 

변 후보자는 “공공 분양과 공공임대 등 2개 제도만으로는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자가주택이면서 분양가가 낮을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개발 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공공자가 주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변 후보자가 2007년 세종대 교수 시절부터 강조해온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구상은 최근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며 입법 절차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일 국회와 국토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최근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집을 매각할 때 LH 등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토지임대부
급물살 예상

과거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명박정부에서 시범 도입된 적 있으나 분양 후 약 10년 뒤 시장에서 분양가 대비 5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며 ‘로또 아파트’ 논란에 휩싸였다. 전매를 허용한 탓에 저렴한 분양 가격과 주변 주택의 높은 시세 간 차익이 고스란히 분양받은 이들의 불로소득으로 귀결됐다.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고 변 내정자가 국토부 수장이 되면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도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3조 공기업’ LH 신임 사장은?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내정되면서 공석이 될 LH의 신임 사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조만간 LH 사장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 준비로 인해 사실상 LH 사장 역할을 병행하기 어려운 데다, 3기 신도시 등 추진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인 LH의 신임 수장 인선 작업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도록 한다는 취지다.

변 후보자의 사표가 수리되면 LH의 후임 사장 인선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LH는 이후 임원추천위원회를 성해 신임 사장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원서를 접수받은 뒤 이를 토대로 후보자 검증과 면접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임원추천위원회가 보자 중 2~3배수를 추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추천하면 공운위가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국토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신임 사장이 선임된다.

공공기관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184조3249억원, 직원은 9567명에 달한다.

또 올해 예산이 23조855억원에 이르고 작년 공사 발주금액만 16조6504억원에 달한다. 

LH가 국내 최대 공기업인 데다 국민 주거복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기관인 만큼 수장 자리를 놓고 항상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 2013년 LH 사장 공모 때는 20명이 넘는 후보자가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동안 LH 사장은 주로 국토부 등 관료 출신 사장이 많았지만 정치인, 교수 등을 지내다 선임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관가에서는 최근까지 국토부 제1차관을 지낸 박선호 전 차관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손발을 맞춰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온 데다 소통에 능하고 정무감각이 뛰어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 전직 공무원이나 학자, 정치인 등 다수의 인물이 LH 사장 공모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주택 문제를 총괄하는 수장 자리인 만큼 다주택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과거에 비해 후보자가 적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H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차기 LH 사장의 임무도 막중하다. 수도권 공급 확대를 위한 3기 신도시 조성 사업 시행자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데도 일조해야 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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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