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대로?’ 검찰 무리한 기소 내막

결론 내고 수사 시작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성이 난처한 입장에 직면했다.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건 다행이지만, 검찰의 총수에 대한 불구속 기소 결정이 제법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과의 지리멸렬한 공방전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비관론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성준 기자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년9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과잉, 표적…
무성한 논란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서 "이재용 부회장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며 "이를 위해 각종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불리한 중요 정보는 은폐했으며 다양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8년 12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의혹을 고발한 이후 수사를 이어왔다.

유례없는 장기간의 수사 기간 동안 50여차례의 압수수색, 300여명에 대한 860회 상당 조사 및 면담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은 기소 강행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지난 6월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지만 당시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합병비율 조작이 이뤄진 건 최소 비용에 의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확보라는 목적서 이뤄졌음을 재차 강조하며 불구속 기소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부정 거래 행위·시세 조종·업무상배임 행위가 뒤따랐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이 부회장 이외에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6명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고, 장충기 전 차장(사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1년9개월 질질 끌더니…불구속 기소 처분
무리수를 두면서 강행…개운치 않은 뒷맛

이 부회장에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또 검찰은 최 전 실장과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 5명도 그룹 수뇌부의 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정당한 절차임을 강조한 검찰과 달리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를 ‘표적수사’라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불구속 기소가 결정된 지난 1일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의 태도는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을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건 이미 소명됐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뿐 아니라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서의 모든 절차는 이미 적법 판단을 받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 ⓒ고성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검찰과 상반된 입장을 전달했다.


변호인단은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수차례 번복됐고, 12명의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법원 역시 증선위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및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영장심사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고 무시
이럴거면 왜?

검찰은 불구속 기소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강행한 불구속 기소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무엇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앞서 수심위는 ‘10 대 3’ 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를 내놓았지만, 검찰은 수심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수심위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소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심위 의견을 거부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1년9개월간 끌어온 수사서 기소에 실패하면 엄청난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며 ”무리해서라도 기소하고 법원에 책임을 떠 넘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기간 동안 한 번도 언급된 바 없는 업무상 배임죄를 기소 과정서 새로 추가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및 시세 조종, 업무상배임, 외부감사법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최악 시나리오 피했지만…
삼성 향한 서슬 퍼런 칼날

업무상배임은 지난 6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당시나 수심위가 개최될 때를 비롯해 장기간에 걸친 수사 과정서 한 번도 거론된 바 없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 측은 추가 수사나 반론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에야 업무상 배임죄가 포함된 사실을 알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2015년 4∼5월 삼성물산 및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 합병 시점·비율의 적정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등의 충실·선관 의무에 위배해 이재용과 미전실의 전단적 결정에 따라 합병을 실행했다“며 ”이로써 물산 및 물산 주주들에게 물산 기업가치가 반영된 적정한 합병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성준 기자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삼성은 총수의 경영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 부회장은 3년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국정 농단 사건과 더불어 또 다른 재판을 함께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재판으로 이어지면 최소 2∼3년서 길게는 4∼5년 혹은 그 이상까지 걸릴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물론 수십명 임직원들이 같은 사안에 대해 소환 조사, 심리 등을 모두 다시 받아야 한다. 

재계에선 사법리스크가 삼성의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삼성은 미·중 대치 심화, 한·일 외교갈등,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명확한 타깃
예고된 수순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삼성을 타깃으로 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며 이른바 삼성 해체 시나리오가 가동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속 기소가 아니라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지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해야 하는 만큼 경영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며 “정권 초기에 회자됐던 삼성 압박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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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