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④> 김정은 밑으로 집합! 북한 권력서열 TOP7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25 10:17:31
  • 호수 12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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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위중설 김 다음 누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확인 결과 사실 무근이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99% 사망설’을 제기한 이들은 모두 탈북자 출신 통합당 인사들로 밝혀졌다. 현재 북한서 김정은 다음으로 권력을 잡고 있는 실세 7명을 뽑아봤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후계자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흘러나오곤 했다. 김 국무위원장을 제외한 북한 내 권력 서열을 정리했다.

2인자
최룡해

최룡해는 지난달 11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과 함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에 올랐다. 북한서 국무위원회는 김 국무위원장이 직접 담당하는 핵심 국정기구다. 

특히 최룡해가 이번에 맡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그동안 북한 직제상 없던 직위였다. 기존 국무위원회 편제에서는 최룡해와 박봉주 전 내각총리가 함께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서 북한이 헌법을 ‘수정보충’하면서 새로 만든 자리로 보인다. 최 제1부위원장이 노동당에 이어 국가기구서도 김 국무위원장의 다음 인물로 공식화된 것이다.

그동안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최 제1부위원장이 맡게 됐다. 올해 91세인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은 지 21년 만에 자리서 물러났다.


북한 ‘빨치산 혈통’의 대표 인물로 알려진 최룡해는 2017년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 이후 노동당 간부·당원을 포함해 전 주민에 대한 장악·통제와 인사권을 가진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아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최 제1부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2선으로 물러났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남은 유명무실했다. 김영남은 북한 정권의 ‘얼굴마담’일 뿐이었다. 

하지만 최 제1부위원장이 김영남과 달리 많은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모 책임연구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서 “최룡해가 2인자냐 3인자냐를 떠나서 김 국무위원장 유일통치 구조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고, 가장 필요한 조연”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 제1부위원장은 최근 ‘깜깜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이 그의 마지막 공개 활동이다. 19일 기준, 34일째 북한 관영 매체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 제1부위원장의 이 같은 잠행은 그와 함께 ‘북한 핵심 3인방’으로 평가되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의 활발한 활동과 대비되며 주목받고 있다.

3인자
김여정

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정치적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을 뒤에서 보좌하던 역할서 벗어나 북한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여타 인물이나 집단에 비해 여러 측면서 후계자 후보로서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활동영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김여정은 ‘김정은 문고리 비서’ 역할만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김정은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을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사진 앞줄 왼쪽부터)김재룡 내각총리,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만건 노동당 부위원장

이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행사 준비를 주관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사상 첫 남북미 판문점 정상 회동서 김 국무위원장을 공식 수행하는 한편, 같은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 환담을 하는 등 외교무대에 공식 등장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공식 직책인 1부부장 명의로 대남·대미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룡해, 없던 자리 만들어 임명
김여정, 외교안보 총괄 역할 부여

이로써 김여정이 북한 내 최고 핵심부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어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지난 2월말 당 정치국 확대회의서 부정부패 등의 이유로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서 해임됨에 따라, 김여정이 제1부부장으로서 사실상 조직지도부장을 대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북한의 군사 훈련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에 보낸 친서를 평가하는 내용의 두 차례의 담화를 내놓기도 했다. 그가 김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함으로써 자신을 한미 정상급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수령의 유일영도체계 실현을 보장하는 당 조직지도부는 통상적으로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대한 담화를 내지는 않는다. 이는 선전선동부도 마찬가지다. 결국 두 차례의 담화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역할도 부여됐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고 하는 김여정의 소속과 직책, 역할에 대해서는 현재 정보당국도 특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인자
박봉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이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다음으로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꼽힌다. 그는 최근 평양 방직공장과 백화점 시찰 등 공개활동에 나선 바 있다.

김 국무위원장뿐만 아니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등 북한 수뇌부의 공개 활동 보도가 좀처럼 없는 상황서 북한의 대표적 경제 관료인 박봉주 부위원장의 공개  활동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당 당중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박봉주 동지가 김정숙 평양방직공장, 평양 제1백화점과 광복지구 상업중심 등 평양시 안의 상업봉사 단위들을 현지 요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박봉주 부위원장은 ‘염색종합직장, 직포종합직장을 비롯한 생산현장들을 돌아보면서 인민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색깔의 천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과 함께, 정화시설을 보다 현대화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무적인 대책들을 강구했다’고 한다.

또 ‘평양 제1백화점과 광복지구 상업 중심서 일꾼들과 종업원들이 상품보장 사업을 실속 있게 짜고 들고 봉사방법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면 인민의 참된 봉사자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 나가는 데 대하여 언급했다’고 전했다.

5인자
김재룡

북한서 김재룡은 경제 수장으로 불린다. 중국과 인접한 변방인 자강도를 맡고 있던 김재룡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서 북한의 ‘경제사령탑’인 내각 총리로 깜짝 발탁됐다. 김 국무위원장 집권 초기 북한 경제 회생과 기업소·농업 부문 경제자율권 확대, 시장화를 이끌었던 전임 박봉주 총리는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북한매체는 ‘지난 20일 김재룡 내각총리가 함경남도 단천항과 단천제련소 등을 살펴봤다’고 보도했다. 김 국무위원장이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19일째 잠행에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 총리는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재룡 동지는 단천항과 단천제련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고원탄광, 수동탄광을 돌아보면서 현행 생산을 늘리고 철길공사, 능력 확장 공사를 비롯한 여러 대상 건설을 다그치는 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협의·대책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김 총리가 함경남도 여러 부문 사업을 현지서 요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김 총리가 용성기계연합기업소, 2·8비날론연합기업소,  흥남전극공장 등에서 ‘대중의 정신력과 생산 잠재력을 최대로 분출시켜 대상 설비, 제품의 질과 량을 철저히 보장할 데 대해 강조했다’고도 했다.

신문은 ‘국가과학원 함흥분원과 흥남제약공장 등을 둘러보며 과학연구사업에 계속 힘을 넣으며 의약품 생산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더욱 완비할 데 대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밀 작황을 마련하고 있는 고원군 상산협동농장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투쟁을 고무해줬다’고 선전했다.

신문은 ‘현지서 진행된 협의회들에서는 수령의 유훈 관철전, 당정책 옹위전의 불길 드높이 생산과 건설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이룩하며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를 실현하고 연관단위들에서 석탄과 설비, 자재 등을 책임적으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대책적 문제들이 강구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 보도 기준, 김 총리는 이달 들어 총 네 차례(5월 4일, 9일 10일, 20일)의 공개 행보를 가졌다. 이번 함경남도 시찰 전 그는 지난 10일 모내기철을 맞아 황해남도 물길 여러 곳을 둘러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경제사령탑으로 평가받는 김 총리의 공개 행보가 늘어난 것은 북한 역시 코로나19 국면이라는 점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고지도자의 공개 활동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김 총리의 경제 행보 등이 자연스레 늘어났다는 얘기다.

6인자
리설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예전부터 리설주는 평양제약공장 시찰, 신형 무궤도전차 시승식에 김 국무위원장과 동행하면서 공개석상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한때 제기됐던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불화설은 사그라졌다.

도리어 리설주는 이전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와 다르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자주 나타내며 ‘힘’을 과시했다. 특히 리설주는 모란봉악단 결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최고 인기그룹으로, 김 국무위원장의 칭찬이 자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정치 감각보다는 패션 감각이 두드러졌다. 크리스티앙 디오르, 프라다, 레드 발렌티노 등 해외 명품을 좋아해 해당 브랜드의 의상을 입거나 핸드백을 든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북한 여성들 사이에선 리설주가 패션 리더로 꼽힌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이 유행하고, ‘짝퉁 열풍’이 불게 된 것도 바로 리설주 때문이라는 평가다.

7인자
김평해

북한서 권력자를 찾으려면 인사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김평해는 노동당 내각, 보위성, 보안성, 중앙재판소, 검찰소, 무력성, 총참모부, 총정치국의 책임 일꾼, 즉 중앙당 정치국에 비준하는 가장 높은 레벨의 간부 임명을 맡고 있다. 

김평해 부위원장 밑의 부부장, 과장들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중앙당 비서국 비준 대상 간부 임명을 담당한다. 김 부위원장은 모든 고위급 간부들의 해임, 임명, 조동 등을 김 국무위원장에게 건의하고 또 지시를 받는다.

김 부위원장은 당정군의 모든 고위간부들의 재임 기간, 미배치 간부 등을 꿰고 있다가 김정은의 히스테릭한 인사 조치에 맞게 적합한 인물을 선발해 건의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자랑했다.

김평해, 인사권 쥐고 있는 인물
현송월, 인물정보에 이름 등재

중앙당서 오래 일한 사람을 지방에 파견하거나 그 반대의 순환 경력을 갖게 한다거나 또는 보안, 보위, 군의 당 사업 경력이 없는 간부들이 해당 경력을 갖추게 할 시점을 정한다거나 하는 등의 ‘경력과정안’도 그가 정한다. 간부 스펙 관리까지 하는 셈이다.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서 전격 해임됐다. 후로 올해 초부터 ‘김평해 일당’ 숙청작업이 시작됐다. 김정은 시대에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에 이어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대숙청이 시작된 것.

올해 2월 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서 리만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담당 부위원장이 해임된 사실은 국내 언론서 크게 다뤘지만, 김 부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알고 보면 리만건과 박태덕 모두 김 부위원장이 키운 사람들이다.
 

▲ (사진 왼쪽부터)최룡해, 박봉주, 김재용

김평해는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평안북도 도당 조직비서, 책임비서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도당 책임비서는 노동당 비서와 동급의 고위직이다. 도당 책임비서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평안북도다.

도 소재지인 신의주에 북한의 각 중앙기관 산하의 무역회사들이 밀집돼있기 때문에 큰 명절 때마다 최소 수십만달러를 뇌물로 받을 수 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평안북도를 쥐고 있던 시기엔 폐철, 폐알루미늄, 구리, 철광석, 산림자원 등이 중국에 대거 팔려 나갈 때였다. 북한 무역일꾼들은 1995∼2005년을 외화벌이 황금기로 평가한다. 이런 시기에 ‘황금의 자리’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지만 김평해는 20년을 장기 집권했다. 이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처세술이 비상한지 알 수 있다.

당연히 김 부위원장은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그러나 김정일이 ‘충신 중의 충신’이라고 조용한 감사 인사까지 전한 것을 보면 혼자 챙기는 것보다 많은 액수를 상납했을 것으로 보인다.

8인자
현송월

현송월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올해 처음 ‘북한인물정보’에 이름을 올리며 여성 고위급 인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인물정보에 따르면 1·2차 북미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행사 등에서 김 국무위원장을 밀착 보좌해 ‘김정은의 그림자’라고 불려온 현 부부장은 1977년 평양 출생으로 파악됐다.

현재 당 부부장·당 중앙위원회 위원·모란봉악단장·삼지연관현악단장을 맡고 있다. 다만 소속은 ‘선전선동부 추정’으로 표기됐다. 현 부부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예술단 공연 사전점검 차 방남할 때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2019년 4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당 중앙위 위원에 올랐고, 올해엔 지난 3월 김 국무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4월 당 정치국 회의 동행 등의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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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