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②> 특별대담 -보수 향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의 충고

“박근혜가 지폈고 황교안이 부채질”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도 이변은 없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016년 이후 전국 단위 선거서 연속으로 4번 패배하면서 기나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공천 파동, 헌장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보수 분열…. 이제 이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일요시사>는 24주년 창간을 맞아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이자 정치 원로인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 보수가 살아남을 길을 물었다.
 

▲ 창간 24주년 특별대담 갖는 이재오 전 미래통합당 의원 ⓒ고성준 기자

“보수를 궤멸시킨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고 당을 궤멸시킨 건 황교안 전 대표다. 머리 깎고 단식하고 그게 무슨 당 대표가 할 행동인가?”

이재오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행보에 연신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 해체 후 새롭게 창당하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MB(이명박)정권서 못다한 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현정권에 대한 참담한 심정도 함께 밝혔다.

그가 진단한 보수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다음은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21대 총선서 통합당 참패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미래통합당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무너진 게 아닙니다. 선거 전부터 당이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광화문서 데모하고 정부를 종북·친북으로 몰아갔어요. 야당은 중도 실용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극우 쪽으로 점점 향했죠. 선거에 대한 전략과 전술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조국 사태로 분위기가 유리해지니 총선서 무조건 이긴다고 자만했습니다. 총선 전 코로나19가 터지니 여기에 대응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선거 전 후보들의 막말 논란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제대로 정돈된 당이라면 이런 소리가 안 나왔을 겁니다. 선거 막판에 일부 후보자들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 나온 이유는 지도부가 당을 장악할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선대위가 제대로 된 선거 전략을 구상하지 못했고요. 선대위는 선거 위기 상황서 흐름을 바꿔줘야 하는데, 막판에 여권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도 150석이 가능하다는 등 말이 안 되는 소리만 했어요.

-180석의 슈퍼여당이 탄생했는데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 보십니까.

▲의석 수를 많이 얻은 건 득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여당 쪽에서는 이번 총선 승리가 국민들이 문재인정부가 잘한 걸로 평가했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믿으면 문정부가 지금까지 저질러놓은 여러 정책들을 밀고 나갈 과오를 범할 수가 있어요. 남은 2년 동안 잘하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 해체하고 새롭게 창당해야”
중도실용보수로 환골탈태 필수

의석 수 차이는 많이 나지만, 득표수로는 1434만여표와 1191만여표로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500만표 차이로 이겼는데, 집권하고 나서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딪혔습니까. 240만표 차이는 사실 민심서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순 없습니다.

-다음 대선까지 남은 2년, 문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가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탈원전, 주52시간 등은 문정부 임기 2년 안에 수정돼야 합니다. 이는 경제 생태계를 파괴한 것으로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문정부가 3년 동안 잘못해온 것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고칠 생각을 안 하면 대선 정국서 아주 어려울 것입니다. 선거는 원래 총선서 크게 이기면 다음 대선에서는 패하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또 여당이 자만하면 국민들이 낭패 보기 십상입니다.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가면 국민들은 물론이고 특히 없는 사람들이 어려워질 겁니다.

-이번 선거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코로나19죠. 처음에는 정부가 허둥지둥하면서 대책을 제대로 못했어요. 중국인 출입도 막지 않고, 중국에 마스크도 지원해주고. 처음에는 혼란스럽게 사태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확진자가 늘어나고 나서 의료진들이 발 벗고 나섰고 중소기업들이 진단키트를 빠르게 생산했어요. 민간서 코로나19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니깐 정부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거죠. 코로나19 초기에는 조국 사태와 경제 실정에 이어 정부의 대응 때문에 통합당이 무조건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중반기에 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죠.

-통합당의 코로나19 대응, 어떻게 보셨습니까.

▲선거 막판에 정부는 현금살포 계획을 밝혔어요. 사실상 정부가 표를 산겁니다. 이는 결국 국가 빚이잖아요. 야당은 이에 대해 비판해야 하는데 한술 더 떴습니다. 정부는 한 가구에 100만원 준다고 하는데 황교안 대표는 전국민 1인당 50만원 공약을 내세웠어요.

정부가 현금 푸는 걸 막아야 하는데 말려들어간 거죠.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지, 왜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냐며 비판하고 반대했어야 합니다. 야당이 대책을 못 세우고 큰 실책을 한 겁니다.
 

▲ 이재오 전 미래통합당 의원 ⓒ고성준 기자

-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의 과제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현재 당 대표가 없기 때문에 주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하게 됩니다. 당의 조직·재정·운영·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일을 맡게 되는 거죠. 첫째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해야 될 겁니다. 야당은 중도 실용으로 가야 하는데 극우로 나아갔기 때문에 이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해야 됩니다. 둘째로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새로운 지도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의 당을 해체하고 새롭게 창당하는 심정으로 당이 환골탈태하도록 해야 합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제약이 많아 어려울 겁니다. 새로 당선된 초선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힘겹게 당선돼서 왔는데 김 전 위원장이 전지전능한 사람도 아닌데 끌려가려고 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심재철 전 원내대표가 끌고 가니깐 어쩔 수 없었죠.

하지만 곧 개원인데 본인들 의견을 내고 싶어 하지, 남에게 끌려가지 않을 겁니다. 또 당 내 중진들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좋아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에 있다가 여기에 왔으니 보수의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다고 볼 겁니다.

-당이 정상화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빠르게 전당대회를 열고 지도부를 꾸려 주 원내대표가 이끌어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적어도 정기국회 전인 8월까지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지도부를 구축해 체질 개선에 들어가야 합니다.

-보수 진영 내 거물급 인사들이 이번 선거서 대거 낙선하면서 2년 뒤 대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어떤 인물을 대선 정국에 앞세워야 한다고 보십니까.

▲탁월한 지도력을 가진 분을 모셔야 합니다. 결단할 때 결단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우유부단해선 안 됩니다. 2년 후에는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이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포용력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실격이고요. 현재로서는 홍준표 당선인이 지지율이 얼마 안 돼도 유력한 상황입니다. 홍 대표는 판단력과 대응력이 좋습니다. 2년 동안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극복한다면 야권 후보로서 근접합니다.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통합연대서 중도실용정당을 추구하고 있지만, 극우세력으로 꼽히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와 여러 활동을 함께 하셨습니다.

▲문정부 규탄, 조국 퇴진과 같은 정치적 이슈로 투쟁을 같이했을 뿐입니다. 투쟁을 함께한 거지, 노선을 함께한 게 아닙니다. 중도실용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문정부가 잘못하면 반대 투쟁해야 합니다. 중도실용이란 말은 좌편향 우편향을 극복하고 바르게 나아가자는 겁니다. 앞으로도 그런 투쟁의 요소가 나오면 그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정부를 공산주의 정권으로 몰거나 문 대통령을 간첩으로 모는 데에는 우리가 같이할 수는 없습니다.


-21대 국회서 친이계 인물들이 대거 당선됐습니다. 친이계 좌장으로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사실상 계파가 다 사라졌지만… 지금 친이는 ‘친 이재오’라는 말도 나오는데(웃음). 이명박정부 때 녹을 먹었던 사람들과 당시 정치권에 입문했던 사람들이 21대 총선서 24~25명 정도 당선됐습니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한 정권을 담당했던 그때를 교훈 삼아 잘못했던 것은 반면교사 삼고, 잘했던 것은 흔들리지 말고 이어가길 바랍니다.

-MB정권이 잘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잘한 거야 많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도 두 차례나 극복했고요. 4대강 사업으로 홍수, 가뭄 다 막았습니다. 2010년 G20 회담,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평창올림픽 유치 등으로 국격이 얼마나 높았나요. 임기 중 정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일 잘했다고 봅니다.

“MB 구속 참담…현정부 극악무도”
2년 남은 대선, 홍 근접 황 실격

구속됐지만 재임 중에 권력을 이용한 비리는 하나도 드러난 게 없었습니다. 이명박정부가 끝나고 난 후에도 당시 장관들이나 실세들 중 감옥 간 사람들 없었습니다. 정부 끝나면 정부 실세들 줄줄이 감옥 가지 않습니까. 우선 나부터도 정권 2인자 소리 듣는 사람인데 안 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MB정권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행정부의 개편을 못했습니다. 행정부는 중앙-광역-기초 3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기초행정 자치단체를 광역에 흡수시켜 정부의 정치·통치·행정 비용을 줄여 국민들을 위해 쓰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또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못했죠. 지금 제도로는 모든 사안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합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외교·국방·통일은 대통령이 갖고 나머지는 총리가 갖는 구조인데, 그걸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보수정권의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되면서 보수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보수가 궤멸됐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는데 이는 대통령이 탄핵된 게 아니라 보수가 탄핵된 겁니다. 황교안 전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일 때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못 차리고 낡은 보수를 이어받다가 이번 총선서 진 겁니다. 그러니깐 보수를 궤멸시킨 건 박 전 대통령이고 당을 궤멸시킨 건 황 전 대표입니다. 답답합니다. 머리 깎고 단식하고 그게 무슨 당대표가 할 행동입니까. 어떻게 국면을 바꿀 수 있을지 대안을 내야지. 대표라는 사람이 단식하고 삭발하고…. 그것도 용기긴 하지만(웃음).

-MB 최측근이셨는데, 구속을 지켜보는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탄생부터 몰락까지 지켜보면서 정말 참담했지요. 내가 이명박정부 실세 2인자로 불렸어요. 보수정권이 진보정권으로 들어섰으니 지난 정권의 비리를 찾고 조사를 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구속될 거라곤 진짜 생각 못했어요. 처음엔 국정원 댓글 갖고 넣으려 했다가 몇 달 동안 아무 것도 안 나왔잖아요. 그 다음에 개인비리 갖고도 안 나왔고요. 결국은 30년 전 회사 소유권 갖고 잡아 넣었어요. 본인이 내 회사 아니라고 하는데…. 막상 구속을 시키니깐 너무 참담하고 황당했죠. 이 정권이 참 극악무도 하구나. 전직 대통령 둘을 잡아가나 싶어서….

-앞으로 보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까지의 구태스러운 보수를 완전히 벗어나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새로운 보수는 중도실용적인 보수여야 하고, 이념에 치우치지 말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겁니다. 쓸모 있는 지혜가 진리고, 뭐든 검증할 수 있을 때만 참이 되는 겁니다. 보수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헌법적 가치인 자유의 기조 위에서 정의와 공정을 외면하지 말길 바랍니다.

-<일요시사>가 창간 24주년을 맞았습니다.

▲주간지가 어려운 환경인데 독자들을 위해 좋은 기사를 제공해주고 계십니다. 좋은 기사가 제공되지 않으면 언론사의 수명은 길지 않습니다. 24주년을 맞은 건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겁니다.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의 사명대로, 계속해 좋은 기사를 써주길 바랍니다.


<sangmi@ilyosisa.co.kr>

 

[이재오는?]

▲1945년 강원 동해 출생
▲중앙대 경제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
▲15·16·17·18·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명박정부 특임장관
▲현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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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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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