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②> 특별대담 -보수 향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의 충고

“박근혜가 지폈고 황교안이 부채질”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도 이변은 없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016년 이후 전국 단위 선거서 연속으로 4번 패배하면서 기나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공천 파동, 헌장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보수 분열…. 이제 이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일요시사>는 24주년 창간을 맞아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이자 정치 원로인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 보수가 살아남을 길을 물었다.
 

▲ 창간 24주년 특별대담 갖는 이재오 전 미래통합당 의원 ⓒ고성준 기자

“보수를 궤멸시킨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고 당을 궤멸시킨 건 황교안 전 대표다. 머리 깎고 단식하고 그게 무슨 당 대표가 할 행동인가?”

이재오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행보에 연신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 해체 후 새롭게 창당하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MB(이명박)정권서 못다한 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현정권에 대한 참담한 심정도 함께 밝혔다.

그가 진단한 보수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다음은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21대 총선서 통합당 참패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미래통합당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무너진 게 아닙니다. 선거 전부터 당이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광화문서 데모하고 정부를 종북·친북으로 몰아갔어요. 야당은 중도 실용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극우 쪽으로 점점 향했죠. 선거에 대한 전략과 전술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조국 사태로 분위기가 유리해지니 총선서 무조건 이긴다고 자만했습니다. 총선 전 코로나19가 터지니 여기에 대응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선거 전 후보들의 막말 논란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제대로 정돈된 당이라면 이런 소리가 안 나왔을 겁니다. 선거 막판에 일부 후보자들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 나온 이유는 지도부가 당을 장악할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선대위가 제대로 된 선거 전략을 구상하지 못했고요. 선대위는 선거 위기 상황서 흐름을 바꿔줘야 하는데, 막판에 여권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도 150석이 가능하다는 등 말이 안 되는 소리만 했어요.

-180석의 슈퍼여당이 탄생했는데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 보십니까.

▲의석 수를 많이 얻은 건 득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여당 쪽에서는 이번 총선 승리가 국민들이 문재인정부가 잘한 걸로 평가했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믿으면 문정부가 지금까지 저질러놓은 여러 정책들을 밀고 나갈 과오를 범할 수가 있어요. 남은 2년 동안 잘하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 해체하고 새롭게 창당해야”
중도실용보수로 환골탈태 필수

의석 수 차이는 많이 나지만, 득표수로는 1434만여표와 1191만여표로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500만표 차이로 이겼는데, 집권하고 나서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딪혔습니까. 240만표 차이는 사실 민심서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순 없습니다.

-다음 대선까지 남은 2년, 문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가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탈원전, 주52시간 등은 문정부 임기 2년 안에 수정돼야 합니다. 이는 경제 생태계를 파괴한 것으로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문정부가 3년 동안 잘못해온 것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고칠 생각을 안 하면 대선 정국서 아주 어려울 것입니다. 선거는 원래 총선서 크게 이기면 다음 대선에서는 패하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또 여당이 자만하면 국민들이 낭패 보기 십상입니다.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가면 국민들은 물론이고 특히 없는 사람들이 어려워질 겁니다.

-이번 선거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코로나19죠. 처음에는 정부가 허둥지둥하면서 대책을 제대로 못했어요. 중국인 출입도 막지 않고, 중국에 마스크도 지원해주고. 처음에는 혼란스럽게 사태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확진자가 늘어나고 나서 의료진들이 발 벗고 나섰고 중소기업들이 진단키트를 빠르게 생산했어요. 민간서 코로나19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니깐 정부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거죠. 코로나19 초기에는 조국 사태와 경제 실정에 이어 정부의 대응 때문에 통합당이 무조건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중반기에 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죠.

-통합당의 코로나19 대응, 어떻게 보셨습니까.

▲선거 막판에 정부는 현금살포 계획을 밝혔어요. 사실상 정부가 표를 산겁니다. 이는 결국 국가 빚이잖아요. 야당은 이에 대해 비판해야 하는데 한술 더 떴습니다. 정부는 한 가구에 100만원 준다고 하는데 황교안 대표는 전국민 1인당 50만원 공약을 내세웠어요.

정부가 현금 푸는 걸 막아야 하는데 말려들어간 거죠.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지, 왜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냐며 비판하고 반대했어야 합니다. 야당이 대책을 못 세우고 큰 실책을 한 겁니다.
 

▲ 이재오 전 미래통합당 의원 ⓒ고성준 기자

-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의 과제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현재 당 대표가 없기 때문에 주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하게 됩니다. 당의 조직·재정·운영·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일을 맡게 되는 거죠. 첫째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해야 될 겁니다. 야당은 중도 실용으로 가야 하는데 극우로 나아갔기 때문에 이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해야 됩니다. 둘째로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새로운 지도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의 당을 해체하고 새롭게 창당하는 심정으로 당이 환골탈태하도록 해야 합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제약이 많아 어려울 겁니다. 새로 당선된 초선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힘겹게 당선돼서 왔는데 김 전 위원장이 전지전능한 사람도 아닌데 끌려가려고 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심재철 전 원내대표가 끌고 가니깐 어쩔 수 없었죠.

하지만 곧 개원인데 본인들 의견을 내고 싶어 하지, 남에게 끌려가지 않을 겁니다. 또 당 내 중진들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좋아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에 있다가 여기에 왔으니 보수의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다고 볼 겁니다.

-당이 정상화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빠르게 전당대회를 열고 지도부를 꾸려 주 원내대표가 이끌어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적어도 정기국회 전인 8월까지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지도부를 구축해 체질 개선에 들어가야 합니다.

-보수 진영 내 거물급 인사들이 이번 선거서 대거 낙선하면서 2년 뒤 대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어떤 인물을 대선 정국에 앞세워야 한다고 보십니까.

▲탁월한 지도력을 가진 분을 모셔야 합니다. 결단할 때 결단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우유부단해선 안 됩니다. 2년 후에는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이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포용력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실격이고요. 현재로서는 홍준표 당선인이 지지율이 얼마 안 돼도 유력한 상황입니다. 홍 대표는 판단력과 대응력이 좋습니다. 2년 동안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극복한다면 야권 후보로서 근접합니다.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통합연대서 중도실용정당을 추구하고 있지만, 극우세력으로 꼽히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와 여러 활동을 함께 하셨습니다.

▲문정부 규탄, 조국 퇴진과 같은 정치적 이슈로 투쟁을 같이했을 뿐입니다. 투쟁을 함께한 거지, 노선을 함께한 게 아닙니다. 중도실용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문정부가 잘못하면 반대 투쟁해야 합니다. 중도실용이란 말은 좌편향 우편향을 극복하고 바르게 나아가자는 겁니다. 앞으로도 그런 투쟁의 요소가 나오면 그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정부를 공산주의 정권으로 몰거나 문 대통령을 간첩으로 모는 데에는 우리가 같이할 수는 없습니다.


-21대 국회서 친이계 인물들이 대거 당선됐습니다. 친이계 좌장으로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사실상 계파가 다 사라졌지만… 지금 친이는 ‘친 이재오’라는 말도 나오는데(웃음). 이명박정부 때 녹을 먹었던 사람들과 당시 정치권에 입문했던 사람들이 21대 총선서 24~25명 정도 당선됐습니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한 정권을 담당했던 그때를 교훈 삼아 잘못했던 것은 반면교사 삼고, 잘했던 것은 흔들리지 말고 이어가길 바랍니다.

-MB정권이 잘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잘한 거야 많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도 두 차례나 극복했고요. 4대강 사업으로 홍수, 가뭄 다 막았습니다. 2010년 G20 회담,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평창올림픽 유치 등으로 국격이 얼마나 높았나요. 임기 중 정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일 잘했다고 봅니다.

“MB 구속 참담…현정부 극악무도”
2년 남은 대선, 홍 근접 황 실격

구속됐지만 재임 중에 권력을 이용한 비리는 하나도 드러난 게 없었습니다. 이명박정부가 끝나고 난 후에도 당시 장관들이나 실세들 중 감옥 간 사람들 없었습니다. 정부 끝나면 정부 실세들 줄줄이 감옥 가지 않습니까. 우선 나부터도 정권 2인자 소리 듣는 사람인데 안 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MB정권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행정부의 개편을 못했습니다. 행정부는 중앙-광역-기초 3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기초행정 자치단체를 광역에 흡수시켜 정부의 정치·통치·행정 비용을 줄여 국민들을 위해 쓰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또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못했죠. 지금 제도로는 모든 사안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합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외교·국방·통일은 대통령이 갖고 나머지는 총리가 갖는 구조인데, 그걸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보수정권의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되면서 보수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보수가 궤멸됐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는데 이는 대통령이 탄핵된 게 아니라 보수가 탄핵된 겁니다. 황교안 전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일 때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못 차리고 낡은 보수를 이어받다가 이번 총선서 진 겁니다. 그러니깐 보수를 궤멸시킨 건 박 전 대통령이고 당을 궤멸시킨 건 황 전 대표입니다. 답답합니다. 머리 깎고 단식하고 그게 무슨 당대표가 할 행동입니까. 어떻게 국면을 바꿀 수 있을지 대안을 내야지. 대표라는 사람이 단식하고 삭발하고…. 그것도 용기긴 하지만(웃음).

-MB 최측근이셨는데, 구속을 지켜보는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탄생부터 몰락까지 지켜보면서 정말 참담했지요. 내가 이명박정부 실세 2인자로 불렸어요. 보수정권이 진보정권으로 들어섰으니 지난 정권의 비리를 찾고 조사를 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구속될 거라곤 진짜 생각 못했어요. 처음엔 국정원 댓글 갖고 넣으려 했다가 몇 달 동안 아무 것도 안 나왔잖아요. 그 다음에 개인비리 갖고도 안 나왔고요. 결국은 30년 전 회사 소유권 갖고 잡아 넣었어요. 본인이 내 회사 아니라고 하는데…. 막상 구속을 시키니깐 너무 참담하고 황당했죠. 이 정권이 참 극악무도 하구나. 전직 대통령 둘을 잡아가나 싶어서….

-앞으로 보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까지의 구태스러운 보수를 완전히 벗어나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새로운 보수는 중도실용적인 보수여야 하고, 이념에 치우치지 말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겁니다. 쓸모 있는 지혜가 진리고, 뭐든 검증할 수 있을 때만 참이 되는 겁니다. 보수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헌법적 가치인 자유의 기조 위에서 정의와 공정을 외면하지 말길 바랍니다.

-<일요시사>가 창간 24주년을 맞았습니다.

▲주간지가 어려운 환경인데 독자들을 위해 좋은 기사를 제공해주고 계십니다. 좋은 기사가 제공되지 않으면 언론사의 수명은 길지 않습니다. 24주년을 맞은 건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겁니다.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의 사명대로, 계속해 좋은 기사를 써주길 바랍니다.


<sangmi@ilyosisa.co.kr>

 

[이재오는?]

▲1945년 강원 동해 출생
▲중앙대 경제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
▲15·16·17·18·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명박정부 특임장관
▲현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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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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