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7)

항상 보이지 않는 이면을 간파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올가미에 걸려 들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오다
판단 흐려질 때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

강 전무는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서 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은근히 도움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서 사장의 냉담한 표정을 읽고는 도저히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성사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가서 돈을 빌려주기로 한 친구를 설득해보겠습니다. 즉시 해답이 없더라도 제 말이 없으면 돈을 반환하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앓던 이가 뽑히다

그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서 사장을 향해 말했다. 서 사장이 그 정도쯤이야, 하고 동의를 해주려다가 내 눈치를 보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일단 가셔서 오늘 중으로 협의 결과를 통보해 주세요. 그 여부에 따라 저희들도 상의해서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강 전무님? 저희들이랑 이런 복잡한 문제 외에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얘기를 나누도록 하시죠. 그러면 저희들도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가 말했다.
“아,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강 전무는 비록 이번 일이 무위로 끝나더라도 본연의 영업오더 일에 대해서는 계속 할 것임을 내비쳤다. 나는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 이제 이 약정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지요?”


나는 그들을 향해 묵시적인 동의를 구한다는 말을 일방적으로 던짐과 동시에 약정서를 양손으로 쥐고 찢어버렸다. 그러자 이미 대세가 기울어졌음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강 전무 인상이 순간 일그러지고 있었다. 반면에 서 사장은 앓던 이가 뽑힌 듯 환한 표정이었다.
강 전무는 아쉬운 듯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여운을 남겼다.
“그래도 이 약정서를 대여인 회사에 갖다 주고 양해를 구한 뒤 찢어버려야 하는데 이제는 할 수 없네요.”
“그건 미안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이 약정서는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까요.”
강 전무는 자기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친구 회사에 가서 이 문제를 협의하여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서 사장의 사무실을 나갔다.

황급히 달아나 듯 그가 문밖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서 사장이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임 이사! 자네가 약정서를 그렇게 확 찢어버릴 줄은 정말 몰랐네. 어쨌든 내 속이 다 후련하네. 사실 난 어젯밤에 한잠도 자지 못했네. 내 승낙 하에 그 많은 돈을 입금하도록 해놓고 하루 만에 번복을 하게 되니 그들이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혹시 그들이 어떤 장난을 칠까 괜한 걱정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이 시원하게 해결 되니 정말 속이 후련하네.”
서 사장은 조금 전 나의 행동에 대해 불안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품고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하는 우려를 내비쳤다.

“뭐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강 전무가 내가 말한 대로 이 돈과 아무런 연관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각서를 써오면 돈을 내줘야하지 않을까? 그러면 괜찮겠나?”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네. 그러나 자네는 어차피 강 전무하고는 함께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지 않는가. 지금처럼 장난을 친다면 어떻게 함께 가겠는가?”
“그야 당연하지. 나 역시 어제까지만 해도 어떻게 잘 매듭을 지어 함께 가볼까도 생각했던 게 사실이네. 그런데 오늘 자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그 자를 유심히 지켜보자니 이건 아니다 싶네. 자네는 대화에 치중하느라 잘 보지 않았겠지만, 내가 그 자를 보니 연신 인상을 찌푸렸다 폈다하면서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이 말일세. 내가 어떻게 그런 자하고 함께 하겠는가?”

“그렇다면 문제 될 것이 무언가. 내가 판단하기론 강 전무는 절대로 각서를 받아올 수가 없을 것이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에 자네가 걸려들었다가 빠져나갔다고 판단하고 있을 거네. 쉽게 말해 이제는 자네가 이용가치가 없다는 말과 같다네. 또 설령 강 전무 저 자가 각서를 작성해 온다면 그 회사 오너를 만나 각서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면 돈을 수표로 찾아 건네주면 별 탈은 없을 거네. 그들은 아마 그렇게까지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거네.”
강 전무는 돈을 보낸 회사에 가서 자신들이 꾸민 술책이 무위로 돌아갔음에 아쉬워하며, 입금한 돈을 반환받을 명분을 찾기 위해 궁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여튼 정말 고마워. 자네의 조언이 없다면 나는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네.”
서 사장이 손을 내밀어 승리를 자축이라도 하자는 듯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나 역시 손을 맞잡고 웃으며 한 마디 했다.

함정은 없는지 확인

“이 친구야, 정신 좀 차리고 사업해. 항상 보이지 않는 이면을 잘 간파해야 함을 명심하게. 그저 ‘내 판단이 옳을 것이다’라고 하는 자만을 버려야 한다네. 자네는 마냥 사람만 좋아서 걱정이네. 하하….”
서 사장과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와 얼마 되지 않아 서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이, 임 이사 끝났네. 방금 강 전무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다른 곳을  찾아본다면서 돈을 입금한 곳으로 반환해 달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 회사 자금담당하고 확인한 뒤에 그쪽 법인 계좌로 송금 처리해 주었네.”
“그래 수고했어. 그놈의 회사 책임자를 만나 그들의 속내를 알고 싶기도 하네만.”
“자네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내 다 알지. 그러나 참게. 괜히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두렵네.”
“됐네, 나도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허허허.”
우리는 전화기를 붙잡고 시원하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서 사장은 연신 고맙다고 하며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였으나 선약이 있어 다음으로 미루고 기분 좋게 통화를 끝냈다.

tip: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때로 살다보면 좋은 일 하다가 의도와 달리 엉뚱한 결말에 휘말려서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누구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분야가 있다.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판단이 미흡할 때는 반드시 전문 조언자의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서 이권이 걸린 일을 할 때, 그 속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매사에 사전 준비를 잘하여 만전을 기하고, 중간에 점검을 잘하여 이행함에 차질이 없도록 하며, 사후에 피해를 방지할 대책을 철저히 갖추어 놓는 것이 최상 책이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