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필자가 소설가로 변신하던 당시의 일을 회상해본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려하자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쳤다. 말을 할 때는 몰랐는데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맞춤법은 필자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난제였다. 결국 필자는 잠시 소설 집필에 대한 열정을 미루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의 국어교과서로 다시 우리 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글을 쓰게 됐는데,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내가 지니고 있는 생각을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그 글의 의미를 헤아리지 않아도 되게 명쾌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결론을 내렸다. 필자가 사용하는 글에는 가급적 미사여구를 배제하고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은 필자의 글을 읽다보면 흡사 영어를 번역해 놓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제 제목에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어’에 접근해보자. 필자가 <일요시사>를 통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언급했지만, 문 대통령의 한국어 사용은 그의 정체성을 의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실례로 지난주 <일요시사>에 게재했던, 문 대통령이 국회로 보낸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다시 인용해보자.
“2017년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국정농단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등 사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삼성전자서비스 부당노동행위 사건 등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들에 대한 수사와 공판을 엄정하고 철저하게 지휘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국정 농단이라 주장했지만, 이는 삼척동자가 봐도 문 대통령의 언어 사용에 실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공판은 말 그대로 재판의 전 과정으로 검사장이 공판을 지휘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기 내용에 등장하는 ‘공판’이란 단어는 삭제되거나 ‘소송’이라는 단어로 교체했어야 했다.
그리고 최근의 일이다. 문 대통령이 북핵과 관련해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서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으로 난해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말이 아닌 글이기에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이 글에 세밀하게 접근해보자.
상기 내용 중 앞부분,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이라는 가정은 ‘영변의 핵시설 폐기’로 바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뒷부분, 즉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이와 관련 청와대서 논평을 내놨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다.
하여 필자가 고심 끝에 이를 정리하면 ‘북한 핵의 핵심은 영변에 있으니 그를 폐기하면 북한의 다른 곳에 있는 핵은 무용지물에 불과하기에 전혀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부디 필자의 해석이 그릇되었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