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지팡이’ 경찰, 체력시험 꼼수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27 11:21:57
  • 호수 1220호
  • 댓글 0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민의 지팡이’라고 불리는 경찰이 최근 체력시험을 두고 입길에 올랐다. 경찰 공무원 준비생들은 체력시험 과정이 정당하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 <일요시사>가 경찰 준비생 카페에 들어가봤다. 
 

▲ 경찰공무원 체력 검정

최근 “경찰 체력시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이 범죄자들을 쉽게 제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 외부에선 경찰 체력실기시험 규정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반면, 경찰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시험 과정이 허술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네티즌들은 경찰공무원 관련 카페서 체력시험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각 지방청과 감독관마다 규정 자세가 어긋난다거나 탄산마그네슘가루(이하 탄마가루)를 사용해도 검사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지적이다. 

카페서 공유

경찰공무원 채용 시험 종목은 총 5가지다.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좌·우 악력 등으로 해당 개수에 맞춰 1점부터 10점까지 부여한다. 체력검사의 평가 종목 중 1종목 이상 1점을 받을 경우에는 불합격으로 처리하며 체력 검사의 평가 종목에 대한 구체적인 측정 방법은 경찰청장이 정한다고 명시돼있다.

경찰공무원 준비생 A씨는 “자세한 규정은 각 청마다 다르고 학원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페서 시험 후기를 살펴보면 각 지방청과 감독관마다 미묘하게 다르단 점을 파악할 수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서 시험을 본 닉네임 O***는 “윗몸일으키기 할 때 감독관님들이 뒤에서 (정자세로 하라고)압박을 주긴 하지만 노카운트(갯수를 체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들어가진 않았다. 팔굽혀펴기 할 때에도 팔치기 하지 말라고 지적하며 노카운트 경고를 했지만, 결국 개수를 다 세줬다”고 말했다.

이어 “탄산마그네슘가루(이하 탄마가루) 확인도 안한다. 손 세정제랑 수건을 두긴 했지만 (세정을)안 해도 (하지 말라고)말을 안 한다“고 덧붙였다. 

규정상 체력 시험 시 장갑이나 손 미끄럼방지 가루(탄마가루)는 사용이 금지되며, 체력시험에 영향을 미치는 보조장구(기구)는 착용할 수 없다. 탄마가루는 손의 마찰력 증대를 위해 운동선수들이 많이 사용한다.

특히 체조선수나 라켓을 이용하는 선수들이 그립이 빠지지 않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손에 땀이 많은 사람의 경우 탄마가루를 바르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경찰시험 준비생들은 탄마가루 사용 여부에 따라 최대 5kg이나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공무원임용령시행규칙 제 34조 2에 따르면 10점(61점이상), 9점(60~59), 8점(58~56), 7점(55~54), 6점(53~31) 등 차이가 크지 않다. 악력 테스트를 할 때 5kg이 향상된다면 2점을 더 받을 수 있다. 응시자들에게는 1, 2점이 합격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점수다. 

탄마가루 안 바른 사람이 손해?
규정자세 어긋나도 경고로 끝나

경찰 응시자 관련 카페에서는 감독관 몰래 티나지 않게 탄마가루를 사용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가령 손 세정제로 손을 씻어내는 척 하면서 탄마구를 일부 남겨 사용하거나, 손 세정제로 손을 씻은 후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하고 몰래 탄마가루를 바르라는 것이다. 다양한 편법이 공유되고 있는 것.


악력점수 6점을 받은 닉네임 프**는 “시험 당일에는 탄마가루를 썼다. 같은 시험 당일이라도 감독관들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어느 곳은 개별적으로 손 세정제를 짜주고 흰가루를 확인했다고 하는데, 또 다른 곳은 뒤에 세정제 있으니 확인을 안했다”며 “저는 하늘이 도와 후자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에는 (탄마가루를)절대 쓰면 안 된다고 써있지만 다들 쓰는 것 같았다. 안 챙겨 갔는데 다들 바르고 오길래 빌려서 썼다”고 덧붙였다. 

시험 응시생들은 탄마가루 사용 금지에 관한 규정을 알고 있지만 허술한 감독관 관리를 틈타 사용해온 것이다. 

반면 경찰청 관계자는 “손 세정제를 비치하기 때문에 탄마가루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경찰시험 응시생들은 탄마가루 사용여부 관리 감독 뿐 아니라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에 대한 기준 불분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팔굽혀펴기는 센서는 부착한 판에 신체가 터치되면 해당 기계에 개수가 측정된다. 감독관들은 응시생들의 자세가 올바르지 않을 경우 측정된 개수를 차감시킨다. 그런데 감독관에 따라 응시생들의 꼼수가 통하기도 하기 때문에 응시생들은 다양한 꼼수 규정이 통일이 안되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팔굽혀펴기는 웨이브(일직선이 아닌 신체를 물 흐르듯이 하는 행위)와 배치기(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하는 행위), 윗몸일으키기는 팔치기(팔의 반동으로 복근의 힘을 덜어 주며 속도를 올리는 것) 등 (다양한 꼼수가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꼼수가 등장하고 있다.

어느 한 누리꾼은 “모두 FM이면 FM, AM이면 AM 기준에 일관성이 있으면 좋겠다. 경찰 체력시험이 복불복이기 때문에 운만 좋으면 점수가 잘나올 수 있다. 필기는 몰라도 실기부터 면접까지는 어디에 줄을 서고 어느 방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육 매뉴얼을 제공할 순 없지만 현직 경찰관들이 시험 감독관으로 투입돼 체력 시험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배치기 등 허용

한 시민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체력 시험 기준 관련해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김철수(가명)씨는 “가슴으로 찍는 건지, 복근으로 찍는 건지 모르겠다. 감독관마다 다르며 탄마가루는 새가슴만 안 바른 것이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녀 다른 체력 시험, 기준 같아지나?


최근 대림동 여경 논란으로 인해 여경의 체력 기준이 입방아에 올랐다. 유럽·영미권 국가에 비해 너무 낮은 기준으로 인해 현장에서 피의자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체력 기준 상향과 동시에 물리력 사용기준을 마련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경찰청은 내년부터 경찰대학과 간부후보생 체력 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다.

개선방안은 남녀 체력기준을 높이고 남녀 격차를 줄임으로써 여성의 팔굽혀펴기 자세를 남자와 동일하게 정자세로 변경하는 등 여경 체력 기준을 높이는 데 목적을 뒀다. 이 기준은 2022년 채용 때부터 순경 공개채용 체력시험에도 적용될 방침이다. 경찰은 점차 기준을 선진국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서 “우리 체력 기준이 선진국에 비해 조금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선진국 수준에 맞게 점점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이 경찰에게 우월감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기준도 있기 때문에 경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체력기준을 갖출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