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③> ‘경제 살릴’ 재계 신사업 대해부

남들 다 하는 미투 옛말 ‘각자도생’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가 신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새해에도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양한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재계의 성장은 곧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들의 가계를 풍성하게 할 재계의 사업계획을 살펴봤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2012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인 2.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에 강경했던 기존 기조에서 다소 완화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불황 타개책
한 우물 판다

재계는 신사업을 통해 경제 위기 속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AI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업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케이엔진은 AI검색엔진 스타트업 회사다. 케이엔진은 인간의 두뇌처럼 설계됐다. 문서, 책, 설명서, 웹 등을 지속해서 읽고 내용을 이해한다.

삼성벤처투자는 2014년부터 케이엔진에 투자하면서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자체 AI 인터페이스인 빅스비는 한층 정교화될 전망이다. AI 관련 투자는 꾸준했다. 2017년에는 미국 빅데이터 스타트업에 500만달러(약 54억원)를 투자했다.
 

그동안 삼성의 성공이 국내 경제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면 재계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매출 90%는 해외서 발생하지만 전체 투자액 180조원 가운데 70%인 130조원이 국내에 투자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거의 매달 해외출장을 떠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도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현대차는 수소차 사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서 가진 전국경제투어서 현대자동차 관계자에게 수소차 ‘넥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에선 내가 아주 홍보 모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넥쏘를 출시하면서 수소차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 아래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를 180만대까지 늘리며 점유율 1위에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다양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소차 보급에 가장 중요한 수소차 충전소와 관련된 규제를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이 검토되면서 관련 사업이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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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기존 에너지, 반도체, 통신, 바이오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이동성) 사업에 발을 넓힌다. 완성차 제조를 제외한 나머지 관련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이천 포럼’서 자율차와 관련된 사업성을 확인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AI부터 로봇까지 첨단사업 추진
각양각색 해법으로 위기 극복!

SK이노베이션은 폴크스바겐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나흘간 열린 세계 가전·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서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등 SK그룹 4개사는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소재를 선보였는데 중앙 계기판 등에 곡면의 터치 스크린을 적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혹독한 환경서도 강한 내구성을 가진 차량용 반도체를 선보였다. 자율주행차를 외부와 연결시켜주는 5G 통신 사업은 SK텔레콤서 맡기로 했다.

LG의 경우 로봇산업에 뛰어들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을 낙점한 모습이다.

조성진 LG전자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서 로봇을 LG전자의 새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았다. LG전자는 올 조직개편서 로봇사업센터를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두면서 힘을 실었다. LG전자는 2년 안으로 순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생활로봇, 공공로봇, 산업로봇,  착용(wearable·웨어러블)로봇, 놀이(Fun)로봇 등 5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될 방침이다.

과감한 투자 
성장동력 발굴

LG전자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LG전자와 네이버의 기술연구개발법인 네이버랩스는 LG 안내로봇에 네이버의 ‘xDM’ 플랫폼을 적용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양사는 CES 2019에 출품된 서로의 로봇을 보고 공동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로 했다. 본원 사업인 철강을 중심으로 두고 2차 전지 사업은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차 전지사업 매출액은 800억원 수준으로 2020년까지 종합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2차 전지는 양극재(리튬 포함),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며 포스코는 리튬, 양극재,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리튬은 2010년 리튬 직접추출 독자기술을  개발한 지 7년 만에 광양제철소 내 연산 2500톤 데모플렌트를 준공해 탄산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는 호주와 남미에서 리튬광석과 염호를 확보해 국내외서 5만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생산한 리튬은 양극재의 주원료로 포스코ESM과 국내외 주요 베터리사에 공급된다.

GS의 GS리테일은 미래형 편의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마곡 LG CNS 사이언스파크 내 스마트 GS25를 테스트 점포로 운영해 안면인식기술을 통한 출입문 작동, 상품 이미지 인식 방식의 스마트 스캐너, 진열상품 품절을 알려주는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 등 ‘스마트스토어’를 지향하는 다양한 솔루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일단 스마트 GS25에선 점포 출입문부터 첨단 안면인식기술로 자동 개폐된다. 출입문 옆에 있는 안면인식카메라를 통해 사전 등록 절차를 마친 LG CNS 임직원들은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안면인식을 통한 상품 결제도 가능하다. 스마트 GS25의 전자장비, 에너지 관리는 원격점포관리시스템(SEMS)이 담당한다. 이 시스템은 이미 전국 5000여개 GS25 점포에 도입돼 에너지 절감과 점포 관리 편의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SEMS는 점포의 온도, 습도, 조명 등의 에너지 관리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전자장비의 이상 유무를 즉시 파악해 관제본부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GS리테일은 올해 말까지 총 13가지 신기술을 실증, 보완해 가맹점의 인력 운용 부담을 크게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분주히 뛰고 있다.

한화는 에너지 신사업 분야에 집중하는데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한화에너지(대표 류두형)는 지난 21일, 미국 하와이 전력청이 주관한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 입찰서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하와이 오와후 섬에 태양광발전 52MW와 ESS 208MWh를 연계한 발전소를 20년간 운영하게 된다. 전체 사업규모는 프로젝트 개발비용과 건설비용 1억4000만달러(1570억원)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다.
 

국내기업 가운데 단일 프로젝트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최대 용량 사업을 에너지 신사업 분야 강국인 미국서 수주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는 “태양광과 ESS 융합은 미래 에너지 산업을 주도할 혁신적인 기술이며, 한화에너지는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신사업을 통한 수익 다변화를 목표로 경영행보를 펼친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경영체질 개선과 잠재 수익역량 확대’로 확정하고, 순이익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을 개선하고 신사업으로 수익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2020년까지 1000명 이상 양성하기로 했다. 은행·핀테크기업·제휴기업이 함께 공동 연구하는 ‘NH디지털캠퍼스’를 조성해 AI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글로벌 사업은 전략적 선택과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다. 신규 진출 대상 지역 선정, 신사업 발굴, 정보 공유 등 그룹 차원의 추진 체계를 강화한다. 
 

범농협 시너지도 극대화해나갈 계획이다. 금융, 경제 자회사 간 영업채널 매칭 등 범농협 시너지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홍콩, 뉴욕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CIB 추진기반을 확충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오픈 예정인 범농협 통합멤버십은 광범위한 시너지 자원을 결집시켜 마케팅 기회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활로 찾기 분주
국가의 지원은?

현대중공업은 신사업으로 빅데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8월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상도 서울아산병원 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이 총 1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하는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지는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다. 사업모델 다각화 및 전략 등을 담당할 계획이며, 서울아산병원은 비식별화 및 익명화된 의료정보와 교수들이 참여한 의학자문정보 등을 제공키로 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다양한 플랫폼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플랫폼을 구성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 정보들은 의료 환경 분석을 통해 서비스 질 향상을 원하는 의료 기관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인사를 통해 신사업 육성의지를 드러냈다.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가 목적이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사업 강화와 새로운 성장 모멘텀 창출에 중점을 뒀다. 백화점과 이마트 등 기존 사업에서는 임원 수를 줄였다. 지난해 11월30일, 앞으로 문을 열 온라인 신설법인 대표에 현재 신세계그룹 쓱닷컴을 총괄하고 있는 최우정 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로는 조창현 신세계 부사장을, 까사미아 대표로는 임병선 전략실 인사총괄 부사장을, 신세계 TV쇼핑 대표로는 김홍극 이마트 상품본부장 부사장보를 각각 앉혔다.

기업 경영 성적표
올 국가경제 좌우

다양한 사업군으로 구성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푸드는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부문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 대표 및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 대표엔 차정호 대표를, 코스메틱 부문 대표이사에는 이길한 글로벌2본부장을 내정했다. 

김운아 신세계L&C 대표가 신세계푸드 제조 서비스 부문 대표이사로, 성열기 매입유통본부장이 매입유통본부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제주소주와 신세계L&C 대표에는 우창균 대표를 신규 영입했다. 반면 신세계그룹을 이끌어왔던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선 임원 수가 각각 1명씩 줄어 눈길을 끌었다.

KT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기로 했다. KT가 공동 사업이 가능한 유망 중소·벤처기업 발굴 프로그램인 비즈 컬래버레이션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메를로랩 등 3개사를 대상 기업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비즈 콜라보레이션’은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협업이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KT 부서와 일대일로 매칭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KT는 선정한 중소·벤처기업에게 연구개발은 물론 특허출원, 시제품 제작, 마케팅·홍보 등을 위한 비용으로 최대 7000만원을 지원한다. 이 중 메를로랩은 비즈 콜라보레이션 지원 이외에도 KT로부터 1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받는다. 이에 따라 메를로랩의 ICT 기반 IoT 전구, 조명 기술은 KT의 IoT 연계 신사업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협동로봇 부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제조용 로봇을 앞세워 중국로봇시장에 진출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9일, 중국 쑤저우(蘇州)서 중국 최대 산업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인 보존 그룹의 링호우(Linkhou)와 중국 내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공급을 위한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동로봇은 산업 제조용 로봇의 하나로 기계, 차량 부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리서치 회사인 루프 벤처스(Loup Ventures)에 따르면 올해 13억8000만달러 수준인 전세계 협동로봇 시장은 2025년에는 6.7배 증가한 92억1000만달러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생협력
이제 세계로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계약으로 협동로봇을 포함한 전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의 36.1%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 기업들은 각양각색 해법을 내놓고 있다”며 “기업들의 성과에 따라 국내 경기가 좌지우지되는 만큼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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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